나를 일깨워 주는 것들

테이트 모던, 루바이나 히미드(Lubaina Himid)의 ‘The Carrot Piece’(1985)와 함께

MARIA BALSHAW
마리아 밸쇼 / 테이트 미술관 디렉터

“루바이나 히미드는 영국의 주요 아티스트 중 한 명이고, 제 친구이자 제게 영감을 주는 존재예요. 저는 그녀와 여러 번 일하는 특권을 누렸는데, 그녀가 2017년 터너 상을 수상했을 땐 정말 기뻤어요. ‘The Carrot Piece’는 백인 남성이 흑인 여성을 당근으로 유혹하는 데 실패한 상황을 그린 작품이에요. 흑인 여성의 양팔은 이미 그녀가 필요로 하는 것들로 가득해요. 작품을 완성했을 당시 히미드는 문화 단체들이 일을 할 때 흑인들을 프로그램에 통합시키고 있음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했죠. 또 그녀는 ‘우리 흑인 여성들은 우리가 어떻게 무시를 당하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를 지탱해주고 우리가 정말로 필요로 하는 것은 신념, 타고난 지혜, 교육과 사랑 같은 긍정적인 문화적 기여라는 점도 알고 있다.’라고 했어요. 루바이나의 작품과 다음 세대를 위한 그녀의 헌신적인 노력은 영국 내 흑인 아티스트들의 입지를 바꿔놓았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최정화의 ‘꽃, 숲’과 함께

SOOYEON CHOI
최수연 / P21 갤러리 대표

“2년 전 P21을 개관하면서 첫 전시로 최정화 작가의 개인전 <짓, 것>을 선보였어요. 그간 플라스틱 바구니, 돼지저금통 같은 흔하고 저렴한 소재의 소모품을 활용하여 설치작품을 선보였던 최정화는 항아리, 됫박, 촛대 등으로 재료를 확장했죠. 최정화 작가와 길을 걷다 보면 기막힌 눈썰미로 물건을 줍는 모습을 종종 목격합니다.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물건을 예술로 재탄생시키는 작업방식은 1990년대 이후 한국사회의 모습을 은유하죠. 모더니즘과 민중미술에 치중되어 있던 미술계에서 탈피하기 위해 최정화는 동료 작가들과 함께 <뮤지엄> <썬데이서울> <쑈쑈쑈> 같은 단체전을 만들고 상업 공간의 인테리어도 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활동하면서 한국 현대미술의 외연을 확장하는 데 앞장섰습니다. 다양한 물건을 쌓아 올려 만든 1백46개의 꽃탑, 그리고 꽃탑이 이루는 꽃숲을 보면서 직관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은 예쁘고, 눈이 부시고, 쌓는 행위가 주는 기원, 기도의 의미를 떠올려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어떤 느낌을 갖든 그것이 최정화의 작품을 완성시켜주죠. 작가가 항상 하는 이 말처럼요. ‘Your heart is my art.’”


글로스터 로드 지하철 역, 헤더 필립슨(Heather Phillipson)의 ‘My Name is Lettie Eggsyrub’ (2018)과 함께

JUSTINE SIMONS
저스틴 사이먼스 / 런던 문화 담당 부시장

“헤더 필립슨은 큰 토픽, 아이디어, 이슈를 선택해서 초현실적인 시각으로 잘게 분해합니다. 제가 2005년부터 기획해온 트래펄가 광장의 네 번째 대좌 프로젝트의 다음 아티스트로 헤더가 결정되었다는 사실에 감사해요. 여성이 투표권을 얻은 지 1백 주년이 되는 해에 이 주목할 만한 여성 아티스트를 널리 알리고 싶네요. 출퇴근길에 옛 게임과 만화, 달걀로 이루어진 80미터짜리 설치미술 작품을 볼 수 있게 된 것이 기쁘기도 하구요. 이 작품은 ‘Transport for London’s Art on the Underground’라는 단체가 의뢰한 것인데, 저도 큰 열정을 가지고 지켜보았죠. 많은 런던 사람들이 예술과 문화에 크게 관심이 없어서 이 도시는 종종 존재감이 없어져버리는데, 이런 놀라운 예술작품들을 보게 되면 그때서야 비로소 사람들이 도시 환경에 대해서 생각하고 깨어나게 된다고 생각해요.”


리손 갤러리, 안젤라 데 라 크루즈(Angela de la Cruz)의 ‘Crute’(2017)와 함께

REGINA PYO
레지나 표 / 패션 디자이너

“몇 년 전 안젤라 데 라 크루즈가 뇌졸중을 겪은 이후 의지력과 투지를 다지는 인터뷰를 읽고 감동받았습니다. 남편은 그 기사를 오려서 제 스튜디오 벽에 붙였죠. 그 기사는 버티고 극복하려는 인간의 놀라운 정신력에 대해 상기해줘요. 그녀가 유약함, 힘, 탄력성을 조화시키기 위해 그림과 조각의 경계를 흐릿하게 하는 방식이 맘에 들어요. 디자인을 할 때, 저는 옷을 착용하는 여성들의 삶을 다방면으로 생각하며 미와 기능, 여성성과 힘 사이에 균형을 유지하려 노력해요. 흔하지 않은 색과 물품을 활용하여 조각의 세세한 부분을 만들고, 완성된 옷을 입었을 때 태와 개성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보는 것을 좋아해요. 안젤라만의 색 조합, 예상치 못한 물건을 활용하여 아름다움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를 재정의하는 그녀의 능력은 제게 영감을 줍니다.”


런던 내셔널 갤러리, 렘브란트(Rembrandt)의 ‘Self Portrait at the Age of 63’(1669)와 함께

MAGGI HAMBLING
매기 햄블링 / 아티스트

“위대한 초상화는 초상화 속 인물과 초상화를 보는 사람 사이에 대화가 오가도록 하는 힘을 지녔습니다. 그리고 이 대화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수도 있어요. ‘63세의 자화상’에는 렘브란트의 육체적이고 정신적인 존재가 실재하고 있어요. 즉 그가 살아온 인생과 빠르게 다가오는 죽음을 감지할 수 있지요. 그의 시선이 머무는 순간, 시간은 멈춰버려요. 숨을 장소도, 아첨도, 가면도 없지요. 그의 축 늘어진 살은 부어 있고, 코는 불룩 튀어나와 있으며, 눈은 의심으로 차 있지만, 그의 입술에는 반쯤 미소가 머금어져 있어요. 그의 그림과 마주하는 순간, 우리는 우리 자신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는 우리에게 대답할 수 없는 심오한 질문을 던져요. 렘브란트는 긴장감 넘치게 우리 인간의 상태를 그려냅니다. 그의 정직함은 우리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대화는 다시 시작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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