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렌트 웨든의 예술적 노동

젊은 남성 아티스트가 베틀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은 낯선 광경이다. 현대미술과 전통공예의 경계를 허물면서 직조의 과정을 작품에 그대로 드러내는 브렌트 웨든(Brent Wadden)의 작품 세계를 만나보자.

‘Untitled’, 2017, Painting Hand woven fibers, wool, cotton and acrylic on canvas, 275×210cm, Courtesy of the artist, PKM Gallery and Peres Projects

‘Untitled’, 2017 Painting Hand woven fibers, wool, cotton and acrylic on canvas, 275×205cm, Courtesy of the artist, PKM Gallery and Peres Projects

현대미술에서 2018년은 ‘텍스타일’을 조명하는 한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하이라이트가 쏟아진 실라 힉스의 개인전이 2월부터 4월까지 파리 퐁피두 센터에서 열리고 있고, (텍스타일 아트의 대표적 아티스트이자 조셉 앨버스의 아내이기도 한) 애니 앨버스의 개인전은 이미 한 차례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열려 지난 1월 막을 내린 후 오는 10월에 런던 테이트에서 다시 한번 대중을 만난다. 이처럼 올해는 텍스타일 거장들의 전시가 끊이지 않고 이어질 예정이다.

캐나다 출신 작가 브렌트 웨든이 지난 2017년 12월부터 2018년 1월까지 서울 PKM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최근 세계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젊은 작가인 웨든은 밴쿠버와 베를린을 오가며 작업 중이다.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한 그는 첫 한국 전시에서 직접 직조한 기하학 문양의 태피스트리 작업을 선보였다. 시작부터 끝까지 온전히 베틀로 실을 엮어 기하학적인 구도와 도형으로 만들어낸 태피스트리 페인팅은 예술적 노동에 대한 새로운 진가를 알게 해준다.

베를린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브렌트 웨든.

전시 제목 <카르마(Karma)>는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나?

전시를 준비하며 내가 느낀 최근의 정치 풍토를 보고 정한 제목이다. ‘카르마’라는 단어가 계속 떠올랐다. 우리는 너무 많은 과제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에 현대사회가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사안이 어떻게 전개되는가에 대해 모두가 똑같이 실망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나는 대부분의 일들에서 탐욕과 개인주의를 본다. 나는 우리가 행동함에 있어 남을 좀 더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부 도를 넘어선 사람들의 경우에 그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소유하고 있는지에 대해 이해해야 하고 또한 그것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는 것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려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신의 인스타그램에서 회화작가로 활동했을 당시의 작품을 볼 수 있었다. 예전부터 기하학적인 것에 관심이 있던 것 같아 보이는데 언제부터였나?

나는 학생 때부터 빈티지 벽지나 텍스타일의 패턴을 차용해 회화에 패턴을 만들어 넣었다. 특히 영국 텍스타일 디자이너 윌리엄 모리스와 다양한 직물의 선명한 패턴을 작품에 도입했던 독일 회화작가 지그마르 폴케의 작업에 흥미를 느꼈다. 이러한 관심이 나의 기하학 패턴 형성의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작업은 처음부터 시각적이었고, 이런 점에서 작품 자체에 격자무늬 사용을 차용했다. 회화에서 직조로 작업방식을 바꿨을 때, 갑자기 격자무늬를 실제로 사용하기로 마음먹었고, 내 작업 스타일에 꽤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업의 대각선은 직조의 형태를 파괴하는 방법으로 생겨난다. 동시에 대각선은 내가 직물에 바로 그려낼 수 있는 형태였다.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애니 앨버스나 실라 힉스 같은 여성 작가를 떠올리며 흔히 직조는 여성적인 작업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젊은 남성 작가로서 직조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어머니가 십자수와 뜨개질, 바느질을 하는 것을 보고 자랐고, 어렸을 때 바느질 하는 법을 배웠다. 이건 그저 내가 옷감을 짜기 시작했을 때 했던 일이었고, 나는 성별과 직물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없다. 애니 앨버스나 바우하우스의 뛰어난 여성 작가들은 당시 오로지 직물부에서만 작업할 수 있었는데, 페미니스트로서 나는 이것이 억압적이라고 생각한다. 내 작업에서 직조는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가 되었다. 처음 직조에 흥미를 느꼈던 이유는 유화가 미술의 전통적인 장르로 인지되는 것과 정반대로 순수미술이 아닌 공예 분야라고 인식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공예 오브제와 순수미술을 예술의 전혀 다른 범주에 두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회화 작업의 남성다움을 없애는 일에 항상 관심이 있었고, 일반적인 공예와 예술의 스펙트럼에 도전하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과정이 매우 복잡하게 드러난다는 점과 손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바로 눈앞에 결과가 나타난다는 점에 매료되어 직조에 이끌렸다. 당시 내 주변 사람들은 모두 컴퓨터로 작업했지만, 나는 뭔가 촉각적이고 실제의 작업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그들과는 정반대의 작업을 하게 되었다.

작업 중인 모습

‘Untitled’, 2017 Painting Hand woven fibers, wool, cotton and acrylic on canvas, 183×144cm, Courtesy of the artist, PKM Gallery and Peres Projects

‘Untitled’, 2017, Painting Hand woven fibers, wool, cotton and acrylic on canvas, 275×215cm, Courtesy of the artist, PKM Gallery and Peres Projects

직조라는 작업의 반복적인 행위처럼 현대미술에서 노동의 가치를 중시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고 이는 현대미술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직조 작업은 매우 몰입한 상태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내가 지나치게 빨리 작업해나가는 것을 막아준다. 어떤 작가들은 하루에 여러 개의 작업을 하기도 하지만, 나는 일주일에 한 점밖에 만들 수 없다. 작품의 사이즈에 따라 약간씩 다르긴 하지만. 이건 어느 정도 내 작업의 장점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러한 작품의 속도 덕분에 사람들이 유일한 오브제의 가치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동일한 작품을 두 개 만들기를 시도할 수 있지만, 소재의 다양성과 자연스러운 실수가 일어나기 때문에 각각의 작품이 유일한 것은 필연적이다. 이 점에 대해 나는 미술계에서 예술적 노동에 대한 새로운 진가를 알게 된다는 것으로 온전히 받아들인다. 테크놀로지는 이미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어서 우리가 매일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것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예를 들어 우리가 신는 신발과 먹는 음식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의 집은 공장에서 만들어진 비품과 오브제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공예는 우리 모두의 일상에서 거의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다. 요즘엔 부자들만 질 좋은 핸드메이드 물품을 살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저렴하거나 알맞은 가격의 물건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이 사회에는 밸런스를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자주 살 수밖에 없는 저렴한 물품 외에도 장인정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을 보고 싶다. 개인적으로 직조는 항상 부지런히 몸을 놀리는 걸 좋아하는 나만의 강박 욕구를 충족시키는 면도 있다. 실제 직조를 하는 물리적인 행위뿐만 아니라 소재를 얻고 날실을 만들고 베틀을 세팅하고 나아가 마지막 단계에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스트레칭과 작품을 프레이밍하는 모든 과정이 부지런을 떨 수밖에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당신의 작업은 직조에 필요한 실을 찾는 것부터 시작된다. 이미 사용했던 실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절약하는 습관을 가진 노동자 계급 가정에서 자랐다. 우리 가족에게는 물건을 끝까지 사용하는 게 익숙했고, 여전히 그런 습관은 나에게 뿌리 깊이 박혀 있다. 무작위의 중고품을 소재로 작업하는 것은 새로운 실로 작업하는 것보다 훨씬 흥미로운 일이다. 직조에서 오래된 재료를 재사용하는 것은 설명하기 어려운 새로운 의미를 선사한다. 빈티지 실을 사용할 때 ‘절약’과 ‘새로운 삶을 준다’라는 느낌이 좋다.

당신은 직조를 하기 전 회화를 공부했다. 직조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록되는 작업이라 덧칠이 가능한 회화와는 많은 차이가 있을 것 같다. 다른 인터뷰에서 언급한 것처럼 직조에서는 앞으로만 나아갈 수 있고 다시 수정을 위해 돌아갈 수 없지 않은가?

직조는 작품을 만드는 작업의 일부일 뿐이다. 최근에는 드로잉으로 먼저 계획을 하고 작업을 시작하는데, 결국에는 항상 계획과 다른 결과를 보게 된다.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실수는 항상 발생하고, 나는 그 실수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을 배웠다. 가끔 직조가 가능한가 의문을 가질 때도 있지만, 계획을 바꾸는 것도 인정하게 되었고, 실수도 받아들이게 되었다. 작업 과정에서 생긴 실수를 관객들이 매력적으로 느낀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당신이 수정을 할 수 없는 작업을 한 이래로, 더욱 작업 과정에 치밀한 전략이 필요해졌다고 추측하는데 실제로 그러한가?

물론 작업 과정에서 생긴 실수가 작업을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건 분명 모순이긴 하지만. 처음 직조 작업을 시작했을 때, 실을 짜면서 균일하지 않은 흑백 대각선 패턴의 삼각형을 반복하는 것 이외에는 특별한 계획이 없었다. 나는 작품의 톤을 검은색, 흰색, 회색으로 제한해서 각각의 패널이 쉽게 어울릴 수 있도록 했다. 지금은 다양한 색과 패턴에서 변화를 찾고, 다양한 곳에서 모은 소재의 사용을 계획하여 드로잉으로 담는다. 작품은 대부분 3피트 단위로 커진다. 3, 6, 9피트의 길이로 말이다. 복합적으로 짜인 패널은 함께 엮어 작품으로 만들어진다. 나의 직조 기술은 처음에 비해 많이 진화했다.

‘Untitled’, 2017, Painting Hand woven fibers, wool, cotton and acrylic on canvas, 277×210cm, Courtesy of the artist, PKM Gallery and Peres Projects

베를린에 위치한 작가의 스튜디오. Photo: Trevor Good

직조의 모든 단계가 작품을 만드는 데 있어 중요하겠지만, 그 단계 중 개인적으로 ‘늘이기’와 ‘프레이밍’이라는 단계가 당신의 작업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부드러운 실로 짠 작품이 새로운 촉각을 만들고 긴장을 형성하며 무늬를 만들어내는 순간이라고 생각되는데?

잘 관찰했다. 직물의 부드러움을 없애는 순간, 이것은 우리가 익숙하게 보아왔던 대상이 아닌 다른 것으로 변한다. 전통적으로 텍스타일은 모든 날실을 볼 수 있게 전시되었다. 직물을 늘이고 프레이밍하는 단계에서 작품의 날실은 숨겨지는데 이로 인해 조금 더 신비로워진다. 작품을 감상할 때 이 과정은 쉽게 드러나지 않아서 사람들은 처음 내 작품을 봤을 때 회화를 본다고 생각한다. ‘늘이기’ 과정 이후, 직조 작업은 관객들로 하여금 작품을 더 가까이 볼 수 있도록 초대하고, 실제로 그 질감을 확인할 수 있게 만든다.

당신의 작업은 공간성을 중시하는 작품이다. 한국에서 작품을 설치하면서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무엇인가?

PKM갤러리는 작업을 전시하기에 훌륭한 공간이었다. 내가 감탄했던 건 갤러리에 들어서면 한 번에 여러 작품을 동시에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당신이 한 전시 공간에 들어서면, 다른 전시실에 걸린 작품도 동시에 볼 수 있다. 한 번에 한 점 이상의 작품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작품이 관객을 이끌어줄 수 있었고, 이로 인한 어떤 전조를 느낄 수도 있었다. 이런 전체적인 구성은 작품이 가진 반복성을 연상시킨다. 나는 항상 구체적으로 전시 계획을 세우고 갤러리에 들어서는데 이 계획은 자주 바뀐다. 갤러리스트들이 많은 도움을 주고, 전시 설치는 협업이 된다. 그들은 매번 전시를 하면서 갤러리 공간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2017년에는 여러 도시에서 네 번의 개인전을 하고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며 매우 바쁜 한 해를 보냈다. 개인적으로 미국 마이애미에서 론칭한 델 토로(Del Toro)와 협업한 신발도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2018년의 재미있는 프로젝트나 계획이 있다면 무엇인가?

나는 나만의 신발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는 나에게도 매우 의미 있었다. 지금 밴쿠버의 컨템퍼러리 아트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가 3월 말에 끝난다. 또한 지난 몇 년간의 작업을 모아 새로운 모노그래프를 함께 출판할 예정이다. 가을에는 런던에서 전시를 할 계획인데 매우 기대가 된다. 그 외의 시간, 특히 여름에는 작업실에서 많은 실험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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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황 유경(미술 칼럼니스트)
사진 Trevor Good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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