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국내 아트 전시

‘Untitled (group I)’, 2017, Acrylic on aluminm, 200×250cm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한동안 전 세계를 지배했던 앙팡 테리블 집단인 yBa를 가르친 공로로 유명세를 얻은 영국의 미술가 마이클 크레이그-마틴의 개인전 이 갤러리 현대에서 열린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공의 사물을 간결한 선과 알록달록한 색채로 그리기 때문에 그의 작품은 일견 쉽고 가볍고 친근해 보인다. 하지만 당연히 그게 다는 아니다. 그가 채집한 일상 속 사물은 고전적인 정물화처럼 배치되곤 하지만, 매끈한 채색 기법을 통해 확대경으로 세세히 들여다보는 것처럼 비현실적인 광경으로 재구성된다. 눈으로 볼 수 없는 그 이면을 능청맞고 자연스럽게 드러날 수 있게끔 상황을 조작한다는 데에서 그의 작품을 개념미술의 범주로 설명할 수 있다. 11월 5일까지.


박서보 화백

‘Ecriture (描法) No.060821-08’

‘Ecriture (描法) No.081007’

르베이지, 단색화를 담다

르베이지가 단색화 거장 박서보 화백과의 컬래버레이션 상품을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선보였다. 박서보 화백이 패션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르베이지는 박서보의 작품을 실사 그대로 옷과 액세서리에 표현하는 데 집중해 셔츠와 티셔츠에는 프린팅 기법을 적용했고, 가방과 브로치 등에는 양각과 음각으로 재질적인 측면을 디자인으로 승화시켰다. 박서보 작가는 이번 작업으로 인해 발생한 저작권료 전액을 ‘하트 포 아이’ 재단에 기부하고 싶다고 밝혔다. 박서보 컬래버레이션 상품은 총 13개의 르베이지 주요 매장에서 선보이며, 해당 매장에는 박서보의 판화 작품이 두 달간 전시된다. 9월 4일부터.


‘Bluffs’, 2016

‘Composition(Cards)’, 2017

‘Untitled(Toothpicks)’, 2004

타라 도노반의 노동

페이스 갤러리 서울 분점에서는 아시아 최초로 타라 도노반을 소개한다. 타라 도노반은 단추나 이쑤시개 등을 겹겹이 쌓아 대형 조형물을 제작하는 것으로 이름을 알린 미술가다. 아주 작지만 규격화된 모양으로 다소 하찮게 일상에 던져진 사물 하나 하나를 형태소로 전유하고, 수년에 걸친 집약적 노동을 통해 추상적이고 유기적인 형태를 끌어내는 것이다. 대량 생산된 기존의 사물을 활용한다는 점은 현대사회와의 연결점을 시사하고, 강도 높은 제작 방식을 통해 유기적인 형태를 끌어낸다는 점은 마치 대자연의 손길을 빙의한 듯 회귀적이다. 약 20년 동안 꾸준히 진행된 작품 속에 축적된 인간의 시간과 노동 역시 자연의 일부라는 듯 말이다. 10월 22일까지.


‘White Snow Head’, 2012, Silicone (flesh), fibreglass, steel, 140×160×185cm, Photo by Genevieve Hanson, Courtesy of the artist, Hauser & Wirth and Kukje Gallery, Image provided by Kukje Gallery

BRAVO, PAUL MCCARTHY!

지난 2012년 처음 국내 관객에게 소개된 폴 매카시의 두 번째 국제갤러리 개인전이다. 불쾌한 이미지를 천진하게 내미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가만히 작품을 관찰해보면, 체제에 대한 전복을 희망하며 포기에 가까운 허무가 농담조로 묻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캘리포니아를 근거지로 하는 악동 미술인 중에 지금까지 살아남아 왕성하게 활동하는 이는 폴 매카시가 거의 유일하다. 이 늙은 미술 악동이 여전히 작업실에서 뒹굴고 있을 거라고 상상해보는 일만으로도 즐거움이 솟아난다. 10월 29일까지.


크리스토퍼 쿨렌드란 토마스의 광주 비엔날레 전시 전경.

크리스토프 슐링엔지프의 작업들.

공동체의 변화를 어떻게 내다 볼수있는가?

일민미술관에서 F/W 시즌 마련한 전시는 <공동체 아카이브전: 공동의 리듬, 공동의 몸>이라는 긴 제목을 갖고 있다. 국가나 민족, 사회 등 영속적이고 확정적인 근대적 공동체 개념이 새로운 미디어를 중심으로 등장한 일시적, 임의적, 불확정적인 공동체로 대체되면서 변화한 일상과 사회적 현상에 주목하는 전시다. 사람이 모이고 흩어지게 되는 기제의 변화를 점검하는 일은, 곧 앞으로 도래할 공동체의 형태와 성격을 짐작하게 해준다는 데에서그가치를찾을수있겠다.다소추상적이고어려울 수 있는 주제를 푸는 해법으로 자칭 ‘민중 엔터테이너’인 한받의 ‘불만합창단’ 등, 여러 부대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12월 3일까지.


<종이와 콘크리트: 한국 현대 건축운동, 1987-1997> 전시 전경.

한국 현대건축 아카이브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로 한국이 지향하는 지점에 변화가 생겼다면, 나라를 지탱하던 건설업 역시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받았을 것이다. 낙후된 주택을 현대의 기준에 맞추고,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핵가족화한 인구 구성을 감당하고, 수도권의 팽창에 화답하는 등 빠른 사회적 변화에 상응하는 건축이 있었다. 반면에, 건축의 사회적 의미를 되새기면서 미학적 발전을 도모했던 현대적 건축 그룹의 활동은 정리할 기회를 쉽게 얻지 못했다. 즉, 건축물 혹은 건축가 개인에 집중하기보다 건축의 사회적 실천, 미학적 성취, 교육의 변화를 이끌었던 당시 움직임들을 회고하기 위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종이와 콘크리트: 한국 현대 건축운동, 1987-1997>을 마련했다. 당대의 건축을 둘러 싼 각종 자료를 수집하고, 목업을 재제작해서 맥락을 부여하는 일은 한국 현대건축의 역사를 다시 기록하고, 향후 한국 건축을 위한 균형적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는 것이다. 2018년 2월 1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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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 유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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