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비가 샌디를 만났을 때

셸비가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샌디다. 샌디가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셸비다. 이 사이좋은 여덟 살 터울 형제는 캔버스와 건물 벽면은 물론, 인스타그램 디지털 공간에서부터 루이 비통 가방의 울퉁불퉁한 표면까지, 그들만의 밝은 에너지로 꽉 채운다. 어둠을 애써 승화시킨 밝음도 아니고, 아이러니를 담은 비꼬기도 아니다. 그저 그들이 자란 화목한 가정과 캘리포니아의 밝은 햇살을 예술 활동으로 확장시킨 것일 뿐이다. 베벌리 힐스의 로데오 드라이브와 너무도 흡사해 놀랐다는 청담동에서 셸비와 샌디를 만났다.



셸비 머피, 샌디 머피에게 묻는다. 머피의 법칙 제1번은 무엇인가? 

셸비 & 샌디: Be happy and be nice!

‘해피’하고 ‘나이스’한 기운을 담아 서울에까지 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셸비: 최근 함께 작업한 적 있는 레이첼 조이가 우리를 갤러리 관계자에게 소개시켜줬다. 검색을 해보니, 갤러리의 레이아웃이 우리 작업실과 똑같더라. 흰 벽과 회색 바닥, 깔끔하고 매끄러운 마감까지. 승낙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일이 되려면 항상 이런 식으로 맞아떨어지게 된다. 모든 것이 우리가 원했던 그대로 진행되었다. 갤러리 관계자들의 전문성과 친절은 한마디로 A+급이었고, 작품 디스플레이 또한 깔끔하고 완벽했다. 혹시나 어떤 문제가 생겼었다면, 우리가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잘 수습했다! (웃음)

Underdog’, 2017, Acrylic Paint on canvas, 121.9×121.9cm

‘Market Monday’, 2017, Acrylic paint on canvas,198.1×350.5cm

전시 작품은 어떤 기준으로 정했는가? 

셸비: 먼저, 로스앤젤레스를 테마로 한 작품들이 있다. 페라리, 여자 등 로스앤젤레스라는 도시의 향과 바이브, 현재 우리가 L.A에 살면서 경험하는 것들을 그린 것이다. 다음으로, 우리의 유년기 시절 기억을 담은 작품들이 있다. 군인 피겨, 언더독 캐릭터, 수영장과 튜브, 먼데이 마켓 등을 그린 작품들이다.

샌디: 이 전시를 보면, 우리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어디서 온 사람들인지 한눈에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린 시절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셸비의 첫 기억은 ‘버건디색 커튼이 있는 호텔 방’이고, 샌디의 첫 기억은 ‘형의 침대에 뛰어들었다가 팔꿈치에 부딪쳐서 코피를 흘린 것’이라고 했다. 그 장면들도 그림으로 만든 적 있는가? 

셸비: 그걸 어떻게 알았나? 와우! 아직 안 그렸다. 좋은 아이디어다.  

샌디: 우리의 첫 기억에 공통적으로 어두운 붉은색이 들어가다니.

셸비: 둘을 합쳐도 좋겠다. 샌디가 침대에 뛰어드는데 배경에 내 커튼이 있는 거지!

인터뷰에서 항상 성실함과 완벽주의를 강조하더라. 작업에 돌입하면 잠을 거의 자지 않고 그림에 매진한다고도 했다. 밝고 가벼운 듯한 웨스트 코스트 기질과 그와는 반대되는 청교도적인 성실함 혹은 완벽주의의 공존이 흥미롭다. 

셸비: 샌디와 나는 작업을 극도로 진지하게 생각한다. 우리가 그리는 이미지들이 주로 밝고, 환상적이고, 어린 시절 기억을 다룬다고는 하지만, 그림에 접근하는 방식은 굉장히 진지하다. 

샌디: 우리는 하나의 그림을 끝마치고 나서 자랑스러움을 느끼고 싶기 때문에, 완벽주의를 추구하게 된다. 밝은 면은 엄마를 닮은 것 같고, 일에 대한 태도는 아빠에게서 온 것 같다.

셸비: 아니다, 두 분 모두 밝고 성실하다. 다만 엄마가 더 4차원일 뿐이다! (웃음) 엄마는 USC 예술대학에서 공부한 인테리어 디자이너인데, 집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아트 프로젝트였다. 화장실 타월은 하나같이 밝은 핑크색이었고, 가구는 표범이나 얼룩말 무늬, 아니면 금색에다가, 모든 것이 와일드했다. 우리 가족의 집을 방문한다면 우리가 왜 이 지경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머니뿐 아니라 당신 둘, 아버지, 심지어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모두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USC) 졸업생이다. 학풍에서 오는 공통점이 있을 것 같다. 

셸비: USC 사람들은 대체로 근면성실한 편이다. 워낙 입학하기 어렵다 보니, 일단 들어온 사람들은 모두 일종의 추진력 같은 것을 갖고 있다. 지금도 동창들을 보면, 어떤 분야에서 일하건 굉장히 열정적이다.

‘Army Men’, 2017, Acrylic paint on canvas, 121.9×139.7cm

‘Ferrari Girl’, 2018, Acrylic paint on canvas, 116.8×148.6cm

셸비는 정치학을 전공했다. 영향력과 외교가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점에서 아트 비즈니스도 고도로 정치적인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학에서 배운 것 중 예술 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된 것이 있다면? 

셸비: 부, 권력, 명예는 오로지 당신을 더 당신다운 사람으로 만들어줄 뿐이라는 사실이다. 당신이 원래부터 좋은 사람이라면, 부, 권력, 명예는 당신이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게끔 해줄 것이다. 예컨대 사람을 더 많이 돕고, 사람들과 더 많은 것을 공유할 수 있도록 말이다. 하지만 당신이 얼간이라면, 당신을 한층 더 거대한 얼간이로 만들어줄 것이다. 결론은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당신을 기쁘게 하는 것을 하라. 그러면 당신을 기쁘게 하는 것이 마침 세상을 기쁘게 하는 것과 일치하는 것임을 알게 될 것이다.”

샌디: 나도 한마디 덧붙이고 싶은데, 정치도 결국은 사람에 대한 것이다. 셸비가 대학에서 가져온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그곳에서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이다. 우리가 예술을 통해 하려고 하는 것도, 결국은 사람을 만나고,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일하기 위한 것이니 말이다.

정치 얘기를 이어가자면, 클라이언트 목록에 에릭 가세티 로스앤젤레스 시장이 있더라. 그는 무엇을 요청했나? 

셸비: 두 가지를 하고 있는데, 하나는 비밀이고, 말해줄 수 있는 것은 에릭 가세티 시장이 도시를 전면적으로 리브랜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사업의 일환으로 베벌리 힐스 근처에 있는 센트리 시티 몰에 대형 벽화를 만들었다.

샌디: 도심 속으로 예술과 문화를 더 불어넣겠다는 것인데, 그래서 그림 부문에서는 우리를 채용하고, 음악 부문에서는 켄드릭 라마 등 로스 앤젤레스와 관련된 아티스트들을 모아서 도시를 아름답게 만들려고 하는 중이다.

‘Timmy Turner’, 2017, Acrylic paint on canvas, 91.4×115.6cm

서울도 리브랜딩된 도시라고 할 수 있는데, 지난 이틀간 본 서울의 풍경 중 오브제로 삼고 싶은 요소가 있었다면? 

셸비: 전통 지붕! 호텔 창밖으로 보이는데, 건축이 매우 멋지다. 공항에서 오는 길에 보았던 엄청나게 싱그러운 녹색도 눈에 띄었다. 

샌디: 파란색 다리도 건넜다. 빌딩, 푸른 나무들, 파란색 다리.

셸비: 좁은 골목들도 맘에 든다. 

샌디: 동그라미와 막대기로 이루어진 한글도 맘에 든다. 그려보고 싶다.

셸비: 우리가 계속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이유다. 모든 것을 찍고 있다.

셸비와 샌디의 첫 돌파구는 어느 두바이 클라이언트의 초상화 주문이었다. 이를 기점으로 작품의 가격이 높아지기 시작했는데, 그렇다면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록 해준 두 번째 돌파구는 무엇이었나? 

셸비: 뒤를 돌이켜보면서 비로소 알게 된 것인데, 우리가 함께 일한 유명 브랜드들과 셀럽, 루이 비통, 나이키 워너 브라더스, 컬렉터들, 레이철 조이처럼. 너무도 유명하고 영향력이 커서 왜 코카 콜라가 그들에게 거금을 지불하며 콜라를 마시게 하는지 알게 된다. 그들이 콜라를 한 모금 마시고 ‘맛있다’고 하면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우리의 그림을 구입하고 SNS에서 공유하면, 다른 사람들도 덩달아 우리의 그림을 원하게 된다. 유명 브랜드나 셀럽과의 작업이 우리에게 정말 많은 문을 열어줬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우리는 지금의 수준까지 왔을 테지만, 그들과의 작업이 속도를 높여줬다고 생각한다. 

‘Flamingo’, 2018, Acrylic paint on canvas, 91.4×152.4cm

커리어 초반부터 인스타그램은 당신들의 주요한 비즈니스 플랫폼이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비즈니스를 할 때, 해서는 안 되는 한 가지가 있다면? 

셸비: 인스타그램에 디스플레이 할 때, 우리는 촬영, 편집, 캡션 등 모든 부분의 디테일에 대해서 고민한다.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척하는 것이다. 인스타그램은 자신이 가진 본래 성격의 확장일 뿐이다. 진실되게 자기 자신을 보여준다면, 그 누구도 당신을 흠잡을 수가 없다.

샌디: 당신의 작업실이 지저분하다면, 지저분한 작업실을 보여줘야 한다.

셸비: 우리는 실제 일상에서도 우리가 만드는 작품처럼 깔끔하고, 신선하고, 탱탱한 것을 좋아한다.

샌디: 인스타그램 밖에서 실제로 사람을 만날 때, 인스타그램 속 당신과 실제 당신이 다르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다 들통나게 되어 있다.

셸비와 샌디의 작품을 보며 문득 매드사키와 버질 아블로가 생각났는데, 역시 그들을 팔로하더라. 그들을 팔로하는 이유를 세 단어로 표현한다면? 

샌디: ‘동시대’.

셸비: ‘경쟁’ 그리고 ‘영감’. 당신이 매드사키를 알고 있다니 좋다. 샌디와 나는 보통 다른 아티스트로부터 최대한 멀리 떨어져 있으려고 하고, 누구를 좋아한다는 말도 잘 하지 않는 편인데, 매드사키는 정말이지 엄청난 사람이다.

매드사키는 꽤 오랜 기간의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의 스타일을 찾게 되었다. 지금의 셸비와 샌디 스타일을 찾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궁금하다. 

셸비: 완전히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형제끼리 작업함으로 인해서 받게 된 선물 같기도 하다. 스타일 같은 것을 따로 결정할 필요가 없었다.

샌디: 함께 자라서 그런지, 색도 비슷한 색을 좋아하고, 그 외에도 공유하는 것이 많고, 비전이 일치할 때가 많다.

셸비: 마치 우리의 마음이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내가 어떤 아이디어를 제시했을 때 샌디가 그것을 그려내는 모습을 보면 내가 상상했던 그대로다. 내가 꿈을 꿀 때, 샌디가 내 꿈속으로 들어와서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싶다. 흔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놀랍다.

“아이와 노인,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우리가 누구인지 알기를 바란다”고 한 바 있다. 최근 오렌지 카운티에 있는 어린이 병원의 병동 디자인을 맡은 바 있는데, 노인을 위한 아이디어도 있는가? 

샌디: 생전 한 번도 그림으로 그려진 적이 없는 분들을 그리고 싶다. 물론 누구나 한 번쯤은 작은 그림이나 낙서 형태로 그려진 적이 있겠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대형 그림으로 그려진 적 없이 죽으니 말이다.

셸비: 당신이 물어보는 질문들이 아주 맘에 든다. 정말 이상한 질문들이다! 그런데 좋은 방식으로 이상하다.(웃음)

그렇다면 내 트레이드마크 질문을 던지며 마치도록 하겠다. 잊지 않으려 하지만 자꾸만 잊게 되는 것은? 

샌디: 아빠가 하시는 말이 있다. 너희들은 항상 새로운 일을 벌이고 있고, 모든 것이 너무도 빨리 진행된다. 너희에게는 그저 수많은 프로젝트 중 하나에 불과한 것이, 어떤 사람에게는 절체절명의 프로젝트일 수도 있다. 항상 잠시 뒤로 물러나서 네가 이룬 것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라고 하신다.

셸비: 정말 어려운 일이지.

샌디: 나는 어제도 실천했다. 전시 오프닝에서 100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사진을 요청했는데, 50번째 사진에서 잠시 멈춰서 ‘우리는 한국에 있다. 전시를 열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되새긴 후 다시 사람들에게 돌아가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웃음)

셸비: 항상 다음 프로젝트에 대해 생각하지 말고, 잠시 축하할 시간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 가끔. 너무 많이는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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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구회일(프리랜스 에디터)
사진 Lee Jaean
출처
52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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