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의 예술적 DNA

<마드모아젤 프리베 서울> 전시에서 발견한 예술적 코드명.

샤넬을 상징하는 것들을 조형화한 토템룸.

“좋은 취향은 정신적인 거예요. 정신적인 가치에서 우러나죠. 아름다움과는 상관없어요. 추함과도 상관없죠. 그 본질은 다른 데 있어요.” 지난 7월 <마드모아젤 프리베 서울> 전시에서 상영되었던 필름 속 코코 샤넬이 한 말이다. 코코 샤넬이 한 말들은 수십 번 넘게 들어도 언제나 매혹 되어버리는 지점이 있어서, 이날도 영상이 끝날 때까지 그 방을 떠나지 못했다. 그녀는 또한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저는 스타일을 이렇게 정의해요. 정신이 감각을 정복하는 거라고.” <마드모아젤 프리베 서울>은 코코 샤넬이 언급한 ‘취향과 스타일을 아우르는 정신적인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코코 샤넬은 앵무새 이름이지 않냐고, 역사에 남을 이름이 아니라고 빈정대던 사람들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어, 샤넬이 여전히 창조적인 패션 하우스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해주기도 했다. 여기, 그 ‘정신’이 뭔지 추적할 수 있는 몇 가지 단서가 있다.

<마드모아젤 프리베 서울> 전시 전경.

전시장으로 진입하는 계단에는 가브리엘 샤넬이 사랑했던 코로만델 병풍 패턴이 펼쳐져 있었다. 세일러 블라우스와 심플하고 루스한 재킷, 모자를 판매하던 초기의 샤넬 부티크를 재현한 방을 지나면 샤넬을 상징하는 것들을 코드화한 토템룸에 다다르게 된다. 이곳에서 발견한 첫 번째 코드명은 ‘레드’. 블랙, 화이트와 함께 샤넬을 상징하는 컬러다.(“슬프거나 속상할 때는 립스틱을 바른 후 단호히 행동하세요.”라고 말했던 샤넬은 1955년 립스틱을 넣을 수 있는 작은 포켓이 달린 붉은색 퀼팅 핸드백 2.55백을 선보이기도 했다.) 가브리엘 샤넬의 유년기에 큰 영향을 준 장소인 오바진 수도원과 오바진 고아원의 대형 석조 계단, 샤넬이 살던 벨 레스피로 별장, 캉봉 가 31번지의 오트 쿠튀르 살롱, 포부르 생토노레에 위치한 자택 거실 등을 상징하는 요소들이 모여 붉은 기둥이 되었다.

두 번째 코드명은 황금빛 상징물에서 발견한 ‘밀’이다. 풍요로운 번영과 마르지 않는 창조성을 상징하는 밀은 샤넬이 지냈던 집의 인테리어 장식과 그녀의 창작물에서 엿볼 수 있고, 이는 칼 라거펠트의 디자인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샤넬이 소중히 여겼던 것들은 칼 라거펠트에 의하여 계승되어 샤넬 하우스의 어떤 상징이 되었다.

세 번째 코드명은 ‘진주’. “나는 부자처럼 보이기 위해 옷을 입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던 샤넬은 언제나 여러 겹의 진주 목걸이를 걸었는데, 그 목걸이는 실제로는 쇼에서 썼던 페이크 진주였다고 한다. 가브리엘 샤넬이 사랑했던 꽃, 카멜리아도 아티스트 이지용에 의해 아름다운 유리조각작품으로 만들어졌다. 견고하고도 섬세한 반투명의 유리와 그 안에 응축되어 있는 열정적인 색깔은 샤넬이 승계해온 장인정신을 고스란히 투영한다. 이처럼 전시장은 가브리엘 샤넬이 사랑했던 것들로 가득 차 있었다. 단순히 한 개인의 기호가 아닌, 샤넬이라는 브랜드를 지탱하고 있는 뿌리에 해당하는 것들이다.

관람객을 위해 전시장에 비치되었던 리플렛에 수록된 그림으로, 2014 봄/여름 레디투웨어 쇼의 설치물.

토템룸을 나서니 칼 라거펠트의 오트 쿠튀르 디자인, 가브리엘 샤넬이 1932년에 선보인 하이 주얼리 컬렉션 ‘비주 드 디아망(Bijoux de Diamants)’의 리에디션, 전설적인 샤넬 N ̊5 향수 등 ‘샤넬의 정신’이 실제로 어떻게 구현되어왔는지 보여주는 예술적 행로가 펼쳐져 있었다. “패션은 드레스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하늘과 길거리에도 있으며, 우리의 생각과 삶, 그리고 지금 일어나는 모든 일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가브리엘 샤넬의 말처럼, 예술도 어디에나 있었다.


<마드모아젤 프리베 서울>에서 만난 이지용 작가.

장인으로서의 예술가, 이지용

<마드모아젤 프리베 서울>전에서 샤넬을 상징하는 꽃 카멜리아에서 영감을 받은 유리조각작품을 만들었다. 작업 과정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이 있다면?

당시 카멜리아라는 꽃은 멋쟁이들에게 인기가 좋았다고 들었다. 그러나 동시에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뜻도 가지고 있었는데, 코코 샤넬이 과감한 시도를 했던 것이다. 겹겹이 겹쳐 있는 꽃잎을 표현하기 위해 유리라는 재료를 연마하고 접합하며 창조적인 색깔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작품 주위를 걸어다니며 감상하였더니, 보는 방향에 따라 작품이 다른 색깔로 보인다. 반투명한 화이트 레이어를 통해 비춰지는 오렌지빛이 매우 섬세하면서도 우아하다.

투명도가 다른 유리들을 사용해서 보는 방향에 따라 오렌지빛의 농도가 다르다. 반투명 유리는 약간 감춘 듯한 옷을 입었을 때처럼 신비로운 느낌을 내는 것 같다.

샤넬이 사랑했던 꽃, 카멜리아가 아티스트 이지용에 의해 유리조각작품으로 만들어졌다. 견고하고도 섬세한 반투명의 유리와 그 안에 응축 되어 있는 열정적인 색깔은 장인정신을 투영한다.

유리공예작품 ‘세그먼테이션 시리즈(Segmentation Series)’를 이어오고 있다. 다루기 까다롭고 지나치게 섬세한 유리라는 재료에 몰입적으로 빠져들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처음에는 흙으로 작업을 했다. 그런데 워낙에 딱 떨어지는 것을 좋아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성격이라서 유리라는 재료가 나에게 더 맞았다. 그리고 유리는 빛과 직접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재료인 것 같다. 투명하게도, 반투명하게도, 불투명하게도 할 수 있고,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재료라서 매력적이다.

이지용, ‘Chanel Camellia’.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 장인의 제작 공정과 매우 흡사하게 들린다. 결과물뿐 아니라 작업실에 머무는 시간 자체가 의미를 가지게 될 것 같다.

특정 재료를 가지고 작업을 하는 작가로서, 쉽고 빠른 길보다는 어렵고 힘든 길을 재미있어 한다. 왜, 드물지만 가끔 수학 문제를 푸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 않나. (웃음) 오랜 시간이 걸리고, 항상 조심스러워야 되고, 인내심을 가져야 하는 종류의 작업에 흥미를 느낀다. 뭐든 쉽고 빠른 걸 원하는 시대에 이런 작업을 하는 이유는 순전히 나의 개인적인 만족감 때문이다.

‘Chanel Camellia’의 제작 과정.

작품을 통해서 수많은 분열을 통해 하나의 생명이 탄생하는 세포 분열 과정을 지속적으로 탐구해왔다. 아카데믹하게 다가올 수 있는 작업인데, 완성된 작품을 보면 아름답고 신비롭다는 감정을 먼저 느끼게 된다.

보통 세포 분열하는 과정을 신비롭다고는 생각할 수 있지만 아름답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 같다.(웃음) 그런데 나는 그 과정이 아름답다고 느낀다. 현미경으로 세포를 들여다보더라도 2차원적인 평면으로 보게 되는데, 그것을 3차원적인 오브제로 만들면 좀 더 확장된 경험을 전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신비로움을 확대해서 보고 싶었달까? 사실 이 시리즈를 시작하게 된 것은 아내가 아이를 임신했을 때다. 그 과정은 학창 시절 생물 시간에 다 배운 것이지만, 새삼 신비롭게 느껴졌다.

과학이랑 예술 사이에 교집합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예술가나 과학자나 탐구하고 실험하는 자세가 참 비슷한 것 같다. 막연히 해보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를 하고, 그렇게 한 가지에 몰두하는 과정이 말이다.

예술의 영역은 무엇일까?

다양한 방식으로 경이로움을 전달하는 것이 예술의 몫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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