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피는 예술이 될 수 있는가

셀피 현상을 단순하고 무의미한 자기 과시로만 보아야 할까? 현대미술계는 셀피가 탐구해봐야 할 새로운 자기 표현 방식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사치 갤러리 전시 전경, Rafael Lozano-Hemmer and Krzysztof Wodiczko © Piers Allardyce 2017 Image courtesy of the Saatchi Gallery, London

지난 6월 28일 런던 소더비에서 열린 경매에서 앤디 워홀의 첫 번째 ‘셀피’가 7백70만 달러(약 88억원)에 낙찰되었다. 이 작품은 그가 자신의 모습을 찍어 특유의 색채를 덧입힌 ‘자화상(Self-Portrait)’이다. 1963년 워홀은 뉴욕의 어두운 포토 부스 안에서 이 사진을 찍은 이후, 끊임없이 본인의 얼굴을 소재로 작업하여 트레이드마크와 같은 작품들을 남겼다. 앤디 워홀은 렘브란트, 빈센트 반 고흐, 파블로 피카소, 프리다 칼로 등과 더불어 자화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작가 중 한 명이다. 기존의 초상화가 그랬던 것처럼, 혹은 셀피를 찍는 우리처럼, 워홀의 셀피도 역시 픽션 속에 본인 자신을 위치시킨다. 작가는 1967년 “만약 당신이 앤디 워홀에 대해 알고 싶다면 그저 나의 사진, 나의 영화, 내 모습의 표면을 보아라. 거기에 내가 있다. 그 뒤에는 아무것도 없다.”라고 말한 바 있다. 대중에게 알려진 그의 이미지, 정체성과 페르소나는 모두 그의 예술세계를 확립하기 위해 워홀이 만들어낸 필연적인 요소들이었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워홀의 초상은 그의 예술세계를 가장 잘 알 수 있게 해주는 그의 종합적 산물이나 마찬가지다. 앤디 워홀은 스스로를 아이콘으로 만들어 상품화시켰고, 그의 셀피는 진실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가 만들어낸 이미지의 속임수와 수단을 담은 증거로 남았다. 워홀의 셀피는 2017년 오늘 우리의 문화, 셀러브리티, 나르시시즘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소더비의 현대미술 유럽 디렉터 알렉스 브란크직은 한 인터뷰에서 “앤디 워홀은 좋은 셀카봉을 갖고 싶었을 것이다”라고 덧붙이며 셀피에 대한 앤디 워홀의 생각을 대변했다.

영국 런던에 있는 사치 갤러리는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셀피와 자기 표현(Selfie and Self-Expression)> 전시를 열었다. 이 전시는 셀피의 역사에 대해 접근한 역대 최초의 전시로 큰 화제가 되었다. 전시는 셀카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자화상 이미지로부터 출발한다. 이 당시 자화상은 화가 자신에 의해서만 수행될 수 있는 전문적인 작업이었다. 관객은 전시된 큰 화면을 통해 디에고 벨라스케스, 빈센트 반 고흐, 프리다 칼로 등 유명 작가들의 자화상 이미지를 마치 휴대폰에서 사진을 넘기듯 볼 수 있었다. 나아가 20세기 현대미술 작가인 프랜시스 베이컨, 장 미셸 바스키아, 트레이시 에민 등의 디지털화된 자화상도 선보였다. 전시는 미술 거장의 자화상부터 웹상에서 널리 퍼진 유명인의 셀카와 일반인의 셀카까지 폭넓게 다루며 우리가 셀피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묻는다. 셀피는 예술이 될 수 있는가. 예술로서의 셀피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덴마크 수상과 셀피를 찍는 버락 오바마, Courtesy ROBERTO SCHMIDT/AFP/Getty Images

힐러리 클린턴과 함께 셀피를 찍으려는 사람들, © BarbaraKinney/HillaryforAmerica

유명인사들의 셀피도 전시에 소개되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엘렌 드제너러스가 브래드 피트, 브래들리 쿠퍼, 메릴 스트립 등의 거물급 스타들과 찍어 역대 가장 많이 리트위트된 셀피도 화이트 큐브에 걸렸다. 동시에 셀피가 하나의 사회적 현상임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진들도 선보였다. 넬슨 만델라 추도식에서 논란이 된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와 헬레 토르닝-슈미트 전 덴마크 총리,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함께 셀피를 찍는 모습이 전시되었다. 또한 미국 대통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이 유세현장에서 지지자들의 셀피를 위해 손을 흔들면, 청중은 모두 클린턴에게 등을 돌리고 사진을 찍어 셀피 인증샷을 남기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또한 사치 갤러리는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 화웨이가 라이카와 공동개발한 듀얼 렌즈의 최신 스마트폰과 협업했다. 그리고 영국 신진 사진작가 10명에게 “스마트폰으로 자신을 표현하라”는 미션을 주어 작가들이 어떻게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기록하는지 보여주었다. 이는 스마트폰이 갖는 ‘자기 표현의 도구로서의 역할’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사치 갤러리의 CEO 나이젤 허스트는 “다양한 관점에서 봤을 때, 셀피는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시대와 하루가 다르게 기술적으로 진보하는 시대의 전형적인 문화를 보여준다”고 말하며 셀피가 더이상 무시할 수 없는 문화 현상이라고 전했다. 이외에도 #SaatchiSelfie 공모전을 열어 누구나 셀피를 찍어 전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프리다 칼로, ‘Self-Portrait with Thorn Necklace and Hummingbird’, 1940, Oil on canvas on masonite, 47×61cm, Courtesy Banco de Mexico Diego Rivera Frida Kahlo Museums Trust, Mexico, D.F. / DACS / Harry Ransom Center, 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렘브란트 판 레인, ‘Self-Portrait with Two Circles’, c. 1665-69, Oil on canvas, 114.3 cm×94cm, Courtesy Kenwood House, Iveagh Bequest/English Heritage

척 클로스, ‘Big Self-Portrait’, 1967-1968, Acrylic on canvas, 273.05×212.09cm, © Chuck Close, Courtesy Pace Gallery

빈센트 반 고흐, ‘Self-Portrait with Bandaged Ear’, 1889, Oil on canvas, 60×49cm, Courtauld Galleries, London

신디 셔먼, ‘Untitled Film Still #21’ 1977, Gelatin silver print, 20.3×25.4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Metro Pictures, New York

국내에서도 셀피 전시가 열렸다. 서울 사비나미술관에서는 <#셀피- 나를 찍는 사람들>이란 제목으로 올해 4월부터 8월까지 전시가 개최되었다. 전시는 셀피를 가지고 21세기 현대인의 자화상에 접근하며 1인 미디어 시대가 어떻게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고 개인의 욕망이 어떤 식으로 표출되는지에 집중했다. 또한 자화상의 역사, 셀피의 역사, 애니메이션 영상 등으로 셀피에 관한 다양한 관점을 함께 소개했다. 김가람은 1층 전시장에 셀피를 위한 공간을 마련했다. ‘#셀스타’는 전시 공간을 빛나는 핑크색 방으로 만든 작품이다. ‘#셀스타(SELSTAR)’라고 적혀 있는 설치작품 뒷면에는 화장품과 셀피 전용 카메라가 함께 진열되어 있다. 관객은 셀피에 최적화된 공간에서 셀피를 찍을 수 있으며 동시에 직접 화장을 한 뒤 카메라로 ‘셀피 인증샷’을 찍을 수 있다. 작가는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1인 미디어 시대를 조명한다. 재일교포 출신 사진작가 김인숙과 독일 사회과학자 벤야민 라베는 한국과 일본의 셀피 현상에 대해 탐구한다. 이들은 한국과 일본의 젊은 여성을 대상으로 셀피 현상에 대한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두 나라의 셀피 현상을 비교분석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특히 김인숙 작가는 본인의 2004년 자화상 프로젝트, ‘님에게 보내는 편지’를 재구성하여 2004년과 2017년의 자화상에 대한 인식과 개념의 변화를 보여줬다.

2013년 말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이 ‘올해의 단어’로 ‘셀피’를 선정했다. 르네상스 시대부터 지금까지, 5백여 년 동안 인간은 스스로의 모습을 끊임없이 이미지화시켜왔다. 과거 화가들의 자화상은 자신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렘브란트는 약 1백여 점의 초상화를 남겼고, 자화상에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표현하며 본인의 내면을 드러내려고 노력했다. 반면 셀피는 과거의 자화상과는 그 기능과 의미가 다르다. 누구나, 어디서나,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찍을 수 있는 셀피는 주로 나르시시즘과 보여주기, 네트워크 형성을 통한 놀이 같기도 하다. 앞으로도 사람들은 계속 셀피를 찍을 것이고, 사람들은 스스로를 탐구하고 기록하기 위해 끊임없는 고민을 지속할 것이다. 이런 흐름에서 볼 때, 셀피가 가진 잠재성은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 현대인의 표현과 소통의 창구 이자 ‘디지털 시대의 아이콘’으로서의 셀피는 그 위상을 더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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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황 유경(미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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