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바젤 시티에 가다

시각예술, 도시 공간, 역사를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연결시키며 복합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아트 바젤의 새로운 프로젝트, 아트 바젤 시티에 가다.

Maurizio Cattelan, Eternity’, 2018.

년 쏟아져나오는 아트 페어와 비엔날레. 미술 종사자와 미술 애호가들은 새 다이어리에 미술계 행사를 채워넣으며 일 년 여행 계획을 짜는것으로 새해를 시작하곤 한다. 앞으로 달력에 추가할 행사를 하나 더 공유하자면 바로 아트 바젤 시티이다. 아트 바젤 하면 3월 홍콩, 6월 바젤, 12월 마이애미 비치 이렇게 세 곳에서 열리는 아트 페어를 떠올리는데 아직은 생소한 아트 바젤 시티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해 전 세계 미술인들이 9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속속 모여들었다.

아트 바젤은 2020년이면 50주년을 맞이하는 오랜 역사를 가진, 여전히 건재한 아트 페어임과 동시에 미래와 미술 공동체를 생각하는 행사이다. 최근 소규모 갤러리들이 공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규모가 작은 부스의 갤러리들이 평당 더 적은 비용을 내도록 새로운 가격을 제시하며 미술 시장에 큰 화두를 던지기도 하였다. 아트 바젤은 페어 기간 외에도 어떻게 미술계와 연결되어 있을지를 고민하였고 그 고민의 결과로 2016년 3월 아트 바젤 시티를 발표하였다. 아트 바젤 시티는 세계에서 엄선한 도시와 다년간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여 아트 바젤의 독보적인 경험,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이용해 문화생태계에 영향을 주는 도시 프로젝트이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페어 및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비엔날레 등에 흥미를 잃은, 하지만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매는 미술 애호가들의 목마름을 채워주기 안성맞춤인 것. 목적지 도시에 도착하면 다양한 전시, 토크, 투어, 파티 등이 기다리고 있다. 필립 스타크가 디자인한 파트너십 호텔, 파에나 호텔(Faena Hotel)의 전설적인 로조 탱고 쇼를 포함해서 말이다.

Santiago de Paoli, ‘Free Time’, 2018.

David Horvitz, ‘Senalamiento del cielo(Signaling the Sky)’, 2018.

도시 입장에서는 아트 바젤이라는 플랫폼을 이용하여 다양한 예술적문화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국제적인 관람객과 소통할 수 있으니 매력적인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아트 바젤 시티는 단순한 일회성 행사로 그치지 않고, 다년간의 파트너십을 통하여 도시 문화 요구에 지속 가능한 방안을 제시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준비 단계에서부터 지역 주요 인사들과 긴밀히 상의하여 도시의 문화적 요구를 파악하였다고 하니 협력의 첫 단추로 문화계의 주요 도시구조 발전에 중점을 둔 것이 눈에 띈다. 여타 행사들과 같이 전시, 토크 등은 물론이고 젊은 미술계 인재들을 해외 갤러리 인턴십에, 국내 작가들을 해외 레지던스 또는 큐레토리얼 멘토십에 연결하는 등 예술인들에게 구체적이고 지속가능한 환경을 조성하였다. 후에 파트너십이 종료되어도 작가 및 미술계 종사자들이 경험을 통해 앞으로 더 나아가 아름다운 유산이 도시에 남게 되는 것이다.

아트 바젤의 첫 번째 프로젝트로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열린 토크 프로그램.

아트 바젤 시티의 첫 번째 프로젝트로 부에노스아이레스가 선택된 것은 역사적으로 이미 패션, 문학, 디자인, 건축, 미술 등 곳곳에서 문화적 아방가르드함의 선구주자였던 것과 동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는 현재 80여 개의 갤러리와 더불어 세계 유수의 미술관, 공영 컬렉션이 존재하는데 최근 몇 년 라 보카(La Boca)와 바라카스(Barracas)에 새로운 예술과 디자인 구역을 조성하여 지역 공동체에 더 많은 예술적 기회를 창조하고자 노력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활동이 미주 및 유럽 위주로 돌아가는 국제 미술계에 충분히 소개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아트 바젤 시티는 전문적인 커뮤니케이션 채널 등을 통하여 도시의 풍부한 문화생태계를 널리 찬미하고자 하는 것과 더불어 아르헨티나 미술계와 국제 미술계의 교류의 장을 마련하여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풍부한 미술사와 현재 모습을 더욱 더 많은 이들에게 소개하고자 했다.

아트 바젤 시티의 비밀스러운 장막은 작년 11월 아트 바젤 시티 하우스와 함께 처음 공개되었고 컬렉터, 큐레이터, 미술관 관장, 비영리공간 대표 등 전 세계 미술계의 다양한 대표단을 맞이하였다. 아트 바젤 시티 하우스에서는 워크숍, 일 년 내내 진행되는 토크 시리즈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지역 아트 신 구석구석을 소개하였는데 아티스트, 갤러리스트, 큐레이터, 컬렉터, 학생 등이 한데 모여 서로의 생각을 나누었다고 한다.

Barbara Kruger, ‘Untitled (No puedes vivir sin nosotras/ You Can’t Live Without Us)’, 2018.

Eduardo Basualdo, ‘Perspective of Absence’, 2018.

그 열기에 힘입어 9월 6일부터 12일까지(주말에 부에노스아이레스 갤러리 위켄드까지 끼어) 아트 바젤 시티 위크가 진행되었다. 아르헨티나와 같은 남미 대륙에 있는 브라질의 근처 상파올루 비엔날레에 들른 관객들과 작년에 다녀간 이들의 입소문이 더해져 다양한 미술계 인사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축제의 장이었다. 특히 세실리아 알레마니(뉴욕 하이라인 및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 이탈리아 전시관 큐레이터)가 감독한 ‘사방치기(Rayuela)’ 공공 프로젝트는 아르헨티나 작가인 훌리오 코르타사르의 1963년작 전위소설 제목에서 따온 것으로 관람객들은 푸에르토 마데로를 통해 라 보카, 팔레르모까지 강가를 따라 도시 공간과 작품 사이로 폴짝 폴짝 뛰어다니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구)국립곡물위원회 건물 한 면은 바바라 크루거의 벽화 메시지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모았고, 라플라타 강을 따라서는 아르헨티나 작가인 에두아르도 바누알도의 강으로 난 문으로 된 설치작품이 운치를 더했다.

비비드한 컬러로 페인팅된 브에노스 아이레스 거리.

부에노스아이레스 국립도서관 입구에서 레안드로 카츠의 음력 알파벳 시멘트 바닥을 지나면 미국 작가인 데이비드 호비츠의 작품을 만나게 된다. 작가는 마르셀 뒤샹이 1918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9개월간 체류한지 100주년이 된 것을 기념하며 레디-메이드(Ready-made)인 헬륨 풍선을 띄워 올려 오마주를 바쳤다. 아트 바젤 시티 위크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미술계의 악동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특별 전시였다. 사회적 실험 조각인, ‘영원(Eternity)’이라는 제목의 프로젝트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예술가 수백명을 공개 모집하여 살아 있는 임시 공동묘지를 구현하였다. 마우리치오 카텔란 본인부터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제프 쿤스, 도널드 트럼프 같은 실재 인물뿐만 아니라, 바비 같은 상상 속의 인물까지 다양한 인물들의 묘지는 어쩐지 기괴하다기보다 유령들의 귀여운 축제처럼 느껴졌다. 과연 카텔란다운 프로젝트였던 것. 요즘 떠오르는 알렉스 다 코르테의 거대한 초록 개구리 커밋 풍선이 웃음을 자아낸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탁 트인 광장, 공원, 버려진 건물들 등 평소에는 현대미술과 관계없는 유기된 건축물과 공업 공간에서 작가들은 어린아이들이 땅따먹기 놀이를 하듯 시각미술, 도시 공간, 역사를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연결시키며 복합적인 경험을 선물하였다.

아트 바젤 시티는 미술계 인사뿐만 아니라 많은 도시행정가들이 관심 있게 지켜보는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전 세계 여러 도시의 러브콜 가운데 두 번째 아트 바젤 시티가 곧 공개된다고 한다. 북유럽 국가가 유력하다고 하니 다음 도시는 부에노스아이레스와는 또 다른 매력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에 한국의 도시 중 하나가 선정된다면 어떨지 상상도 해보며 아트 바젤시티의 미래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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