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스워스 켈리의 유산

추상주의 화가 엘스워스 켈리가 세상을 떠나기 전 우리에게 남긴 고요함, 오스틴.

‘Austin’, 2015(South façade), Artist-designed building with installation of colored glass windows, black and white marble panels, and redwood totem, 60×73×26 ft. 4 in. ©Ellsworth Kelly Foundation, Photo courtesy Blanton Museum of Art, 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Austin’, 2015(Interior, facing south), Artist-designed building with installation of colored glass windows, black and white marble panels, and redwood totem, 60×73×26 ft. 4 in. ©Ellsworth Kelly Foundation, Photo courtesy Blanton Museum of Art, 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추상주의 화가 엘스워스 켈리의 마지막 작품 ‘Austin’(2015)을 두고 쏟아지던 수많은 찬사 중에 블랜턴 뮤지엄의 디렉터 사이먼 위차의 말을 옮기자면 다음과 같다. “단지 이 예술작품을 보고, 아침식사로 타코를 먹기 위해 오스틴을 방문한다고 해도 그 가치는 충분해요. 무얼 더 바라겠어요?” 일 년 중 가장 쾌청한 날씨를 자랑한다는 오스틴의 4월, 미국 텍사스 주립대학교 캠퍼스를 천천히 거닐다보면 블랜턴 뮤지엄의 전시 <Form into Spirit>을 통해 엘스워스 켈리의 ‘Austin’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2015년 엘스워스가 9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한 달 전, 그는 채플을 디자인하여 블랜턴 뮤지엄에 선물했다. 약 2713피트는 높이의 건물에 스테인드글라스 디자인이 더해진 오스틴 프로젝트가 실현된 것. 빛을 머금는 대로 스테인드글라스가 색을 고이 비추는 이 프로젝트가 성사되기까지 들인 비용은 무려 23만 불에 이른다. 사각형의 유리창을 통과하는 9가지 색상은 공간의 차분함과 어우러져 과거 엘스워스의 작품들이 지녔던 색처럼 맑고 선명하다. 채플 안에는 붉은 목재로 조각된 토템, 블랙 앤 화이트의 패널 14개가 있어 엘스워스의 커리어를 전반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Kelly’, Austin, 2015(West façade), Artist-designed building with installation of colored glass windows, black and white marble panels, and redwood totem 60×73×26 ft. 4 in. ©Ellsworth Kelly Foundation Photo courtesy Blanton Museum of Art, 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Kelly’, Austin, 2015(East façade), Artist-designed building with installation of colored glass windows, black and white marble panels, and redwood totem 60×73×26 ft. 4 in. ©Ellsworth Kelly Foundation Photo courtesy Blanton Museum of Art, 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한 가지 오스틴에 대해 미리 알아야 할 것이 있다면 고요한 캠퍼스와 어울리는 이 채플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채플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이곳은 ‘채플’이라고 불리게 될 거예요.” 엘스워스의 파트너였던 잭 셰어가 <뉴욕타임스> ‘T 매거진’과의 대화에서 한 말이다. 32년간 그 누구보다도 가까이에서 엘스워스를 지켜본 잭의 표현대로 엘스워스는 ‘무신론자’ 그리고 ‘초월적인 무정부주의자’였다. 엘스워스의 ‘Austin’ 건립을 추진하며 헌납되기를 주장했던 가톨릭대학교의 제안을 거절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엘스워스는 오스틴의 빛이 특정 종교 혹은 어떤 한 개인에게 속하는 것을 거부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오스틴은 원래 1980년대 산타 바바라에 살던 한 개인의 커미션으로 시작된 프로젝트였음에도, 엘스워스는 ‘영구적이고, 널리 대중으로부터 접근성이 좋고, 잘 보존되는,’ 이 구체적인 세 가지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커미션을 위한 최종 결정을 변경했다. 대신 그의 바람을 정확히 이해하고 치나티 파운데이션을 통해 이 프로젝트에 소요된 23만 불의 펀드 레이징을 추진했던 블랜턴 뮤지엄의 디렉터 사이먼 위차를 만나 협업했다. “우리는 이것을 위해 엘스워스와 꼬박 3년을 작업했어요. 건축가들을 만나서 모든 것들을 세분화시키고 그의 크고 작은 의도가 세세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진행했죠.” 세속적인 채플이 제공하는 사적인 경험을 강조하는 사이먼의 말대로 오스틴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는 사적인 시간을 보장받는다. 이 채플을 이루는 재료, 빛이 공간에 닿는 방식, 그리고 고요한 사색의 틀 안에서 그저 공간의 빛만이 존재감을 나타낼 뿐이다. “오스틴은 즐거운 도시예요. 친근하고, 창조적인 도시죠. 엘스워스는 그저 이 작품이 사람들에게 기쁨을 가져다주고 그들이 평안을 찾을 수 있는 장소로 제공되기를 바랐어요.” 엘스워스의 바람대로라면 세속의 발걸음을 고요히 받아들이는 오스틴은 오늘도 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것이다.

4월 29일까지. 블랜턴 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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