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의 초상화

나랑 별로 안 닮은 것 같네. 문성식 작가가 원래 똑같이 그리지 않는다고 들었어요. 자기 방식대로 그리는 화가라고. 좋네요.

그래픽적인 패턴의 원피스는 Hermès 제품.

윤여정은 아이코스를 우아하게 손가락 사이에 끼운 채 완성된 그림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랑 별로 안 닮은 것 같네. 문성식 작가가 원래 똑같이 그리지 않는다고 들었어요. 자기 방식대로 그리는 화가라고. 좋네요.” 건축가와 아티스트 등 예술 분야의 사람들과 친분을 갖고 있는 윤여정은 문성식과도 아는 사이인 작가들에게서 그가 어떤 아티스트인지 들은 모양이었다. 문성식 작가는 인물을 그대로 재현하는 초상화를 그리지 않는다. 그는 ‘형태 변형’이라는 말을 종종 사용하고, 그 인물에게서 자신이 경험하고 이해한 바를 구현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윤여정이라는 여전히 변화무쌍하고 현대적인 예리함을 지닌 배우의 특별한 개성을 문성식 작가만의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문성식이 윤여정을 관찰하며 대화를 나눈 드로잉 미팅과 작가가 여름내 부암동 작업실에서 홀로 캔버스를 마주하고 수만 번의 붓질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관점의 굴절이 이 작품을 특별하게 해준다. 그림 속의 윤여정은 윤여정이되 윤여정이 아니기도 했다.

페이즐리 패턴의 시폰 원피스는 Hermès 제품.

여름 한가운데, 윤여정과 문성식은 얇은 붓 두어 자루와 농담을 조절하는 물통, 흰 종이가 놓인 너른 책상을 마주하고 앉았다. “드로잉을 연필로 안 하네요? 붓이 더 어렵지 않아요?” “네, 그렇긴 해요. 수정이 잘 안되니까.” “근데 왜 붓을 써요?” “제가 선생님을 만나서 받는 느낌을 그대로 담아보려고요. 본격적인 페인팅은 오늘 그린 드로잉을 활용해서 다시 그릴 거라서 지금은 정확하게 그리는 것보다 현장감을 담는 게 주된 목표입니다.” “있죠, 주름을 푹푹 그리세요.” “네, 많이 그렸습니다.(웃음)” “팔자를 아주… 화려하게 그렸네.” (좌중 웃음)

문성식에게 윤여정은 가장 그리기 즐거운 모델이었다. “첫인상은 회색빛이라는 거였어요. 머리색깔, 옷, 피부…. 원래 사람이 나이가 들어가면 흰빛이 감도는 회색이 된다고 느껴요. 그게 인상적이어서 전체적인 톤을 그렇게 잡으려고 하고 있고요. 선생님 특유의 시니컬한 표정, 개의치 않는 성격을 잘 잡아내고 싶고 특히 손 같은 피부의 질감이 굉장히 회화적이에요. 하얗고 블루가 많고 핑크도 섞여 있는데, 원래 노인의 손이 회화적이고 오묘하고 아름다워요.” 그렇다면 윤여정에게는? “내가 렘브란트 시절의 사람도 아니지만 독특한 경험이긴 했지. 내 나이에 신기한 일은 별로 없어요. 그저 나는 피사체가 되는 거고 저이는 프로페셔널이니까 그가 임무를 완수하는 데 도움이 되어야겠다, 했어요.”

이토록 명쾌하게 초상화 작업을 정의하는 윤여정에게도 초상화를 향한 로맨틱한 애정을 간직하게 한 작품이 있다. 그의 아이폰 바탕화면을 모딜리아니가 잔 에뷔테른을 그린 그림이 가득 채우고 있었다. “젊을 적부터 이 그림이 좋았어요. 그때는 모딜리아니와 이 여자의 비극적인 사랑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그냥 좋아했는데, 나중에 러브스토리를 듣고 죽음까지 불사하는 사랑은 뭘까, 생각했죠. 모딜리아니가 자신의 연인을 그림으로써 자기만의 새로운 세계를 만든 것 같아요.” 나 역시 문성식과 윤여정의 만남으로 말미암아 보랏빛 아이리스가 흐드러진 배경 속, 뜻 모를 표정으로 홀연히 나타난 윤여정이 이루는 오묘한 세계를 감상하는 즐거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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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헤어강 성아
메이크업이 수민
어시스턴트백 하린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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