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정의 초상화

이 여자의 신념, 생각, 하고자 하는 것들이 확 다가오는 느낌이에요.

플라워 패턴 셔츠, 스커트, 슈즈는 모두 Fendi 제품.

임수정은 문성식 작가의 초상화를 가장 기뻐하며 자신의 또 다른 자아로 받아들인 사람이다. 신념 어린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는 그림 속 자신과 마주 선 임수정이 말했다. “이 여자의 생각, 하고자 하는 것들이 확 다가오는 느낌이에요. ‘내 갈 길은 저기야’ 하는 눈빛에서 ‘꿋꿋이 내 길을 가리라’ 이런 게 느껴져요.” 문성식과 임수정은 드로잉 미팅에서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눈 팀 중 하나다. 두 사람의 대화는 구상적인 것에서 추상적인 것으로 또 그 반대로 쉴 새 없이 이어졌다.

기하학적인 패턴의 드레스는 Fendi 제품.

“저도 작은 작업실이 하나 있는데 기타를 치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해요. 원래는 글을 쓰기 위해 마련한 공간이었는데 그게 참 어렵더라고요.” “아, 창작에 관심이 있으시네요.” “호기심과 관심이 많죠. 연기 이외에 다른 방식으로 나를 표현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아직까지는 제 걸 보여주기보다 다른 작가가 창작한 세계를 구경하는 일이 훨씬 즐거워요.” “아주 훌륭한 관객이시군요. 그건 저 역시도 그래요. 여전히 아주 많은 작가들을 좋아하고 그들의 작업을 볼 때 가장 행복해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다섯 명의 배우들을 만나게 될 텐데 그들에 대해 갖고 있던 이미지와 그들을 직접 봄으로써 바뀐 느낌, 그런 것들이 그대로 그림에 반영되겠죠?” “네, 그럴 것 같아요. 수정 씨가 좋다고 한 제 그림(2002년 작인 ‘집’)처럼 저는 대체로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대상을 그려요. 이번 그림 역시 오늘 만남의 경험과 이해를 담아서 그리게 될 것 같아요. 저에게는 리얼리티가 중요해요. 인생에서 안 보이는 척 간과하고 싶은 것들, 숨겨놓은 것들도 잘 들춰내고….” “그래서 작가님 그림 볼 때 좀 아프게 다가올 때가 있어요. 현실이란 게 참 잔인하다 싶기도 하고요. 저는 마구마구 들춰내셔도 돼요. 여배우란 화려한 직업이기도 하지만 그 화려함의 크기만큼 어두운….” “알 것 같네요. 만족하세요, 연기하는 거?” “그럼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인정도 받고 돈도 벌고 있으니 행복하고 만족하지만 주춤주춤 할 때가 있죠. 아무리 사랑하는 일이라도 그게 일이 되는 순간에는 100% 즐길 수 없는 것 같아요. 일은 그냥 힘든 거예요!(웃음)” “동감합니다. 사람들이 저한테 그래요. ‘그림 그리는 거 재밌나요?’ 이봐요, 나는 그림의 노예라고요.(웃음)”

잘 쓰여진 각본처럼 이어진 아트 토크에는 채식과 길고양이, 꽃과 정원 역시 중요한 화두로 등장했다. 그리고 임수정의 품에 안겨 있는 고양이는 초상화 작업에서 대화가 필수적인 요소라는 것을 말해준다. 문성식은 길고양이들을 어떻게 하면 계속 도와줄 수 있을까 고민하는 임수정의 이야기가 인상에 남았다고 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럼으로 갖게 된 그분에 대한 이해를 그림에 개입시켜보고 싶었어요.”

임수정이 아티스트의 뮤즈로 활약한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에서 선보인 문경원, 전준호 작가의 영상설치작품 ‘축지법과 비행술’에서 그는 헤어는 물론 눈썹과 속눈썹까지 은발로 염색하고서 미래의 신인류로 분해 몸짓과 표정으로 작품의 내러티브를 담당했다.(문경원, 전준호 작가와는 2012년 카셀 도큐멘타 참가작 ‘뉴스 프롬 노웨어’ 프로젝트 출연 이후 두 번째 만남이었다.) 아트를 향한 애정으로 꾸준한 작품 활동 지원을 이어나가는 진정한 뮤즈 임수정. 그는 이번 프로젝트를 평소 좋아했던 작가에 대해 이해가 깊어지는 과정으로 활용하며 즐긴 자기주도적 아트 러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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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헤어손 혜진
메이크업우 현증
스타일리스트최 혜련
어시스턴트유 진아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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