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은 또 다른 작품을 만든다

그녀들에겐 언제나 새로운 관점, 가벼운 호기심에서 집요한 탐구로의 도화선이 될 만한 자극이 필요하다.

빅토리아 & 앨버트 뮤지엄, 프리다 칼로(Frida Kahlo)의 ‘Diego on My Mind(Self Portrait as a Tehuana’(1943)와 함께

SALMA HAYEK
셀마 헤이엑 / 배우, 프로듀서

“프리다 칼로의 작품을 처음 본 것은 14살 때입니다. 그 당시엔 그녀의 작품들이 무섭고 역겹게 느껴졌지만, 곧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죠. 보고 또 봐도 계속 보고 싶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저는 그녀의 작품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고, 2002년에 스크린에서 프리다를 연기할 기회가 주어졌을 때 그녀의 작품들은 저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존재가 되어 있었죠. 프리다는 디에고 리베라와 이혼한 후에 이 그림을 그렸어요. 여기서 알 수 있는 건 프리다가 전남편과 헤어지고 나서야 사물 너머를 볼 수 있게 해주는 제3의 눈인 직관과 연결되었다는 사실이에요. 많은 사람들은 신체적 장애와 디에고가 그녀를 대했던 방식 때문에 프리다를 피해자라고 여겨요. 하지만 프리다는 피해자가 아니었어요. 그녀는 아름다운 인생을 살았어요. 매일 아침, 그녀는 ‘나는 나 자신의 영감이야.’라고 말하곤 했죠. 우리 모두 그녀에게서 특별해질 수 있는 영감과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네요.”

 


사라반드 재단, 에스나 수(Esna Su)의 ‘The Burden I’(2017)과 함께

TRINO VERKADE
트리노 베르카데 / 사라반드 재단(Sarabande Foundation) CEO

“에스나 수는 사라반드 재단의 전속 작가가 되기를 희망하는 첫 지원자 중 한 명이었어요. ‘The Burden I’은 우리가 그녀와 일할 때 구매했던 작품입니다. 에스나 수는 터키에서 태어났어요. 그녀가 살던 마을 근방에는 시리아 난민 캠프가 있었는데, 그곳에는 빈손으로 집을 떠난 수천 명의 가족들이 살고 있었죠. 이 작품은 그 사람들이 들고 다니던 빈 망태를 표현한 거예요. 가죽을 잘라서 엮은 후 안에 물건을 넣고 모양을 잡고 말리는 데 몇 주가 걸려요. 그런 후에 속에 넣은 것을 제거하면 빈 껍데기만 남습니다. 그 안에 있던 물건들의 환영이죠. 그렇게 탄생한 작품은 감정을 굉장히 자극합니다. 가죽은 촉감이 좋고, 따뜻하고, 자연스러우며, 부드러운 유기적 형태이지만 좀처럼 잊히지 않는, 비극적일 정도로 현대적인 의미를 담고 있어요. 제가 에스나를 알기 때문에 이 작품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면도 있죠. 그녀는 사랑으로 충만한 사람이고, 이 작품은 그녀에게 매우 개인적인 의미가 있는 작품이거든요.”

 


켄징턴 가든, 헨리 무어(Henry Moore)의 ‘The Arch’(1980)와 함께

MOLLY GODDARD
몰리 고다드 / 패션 디자이너

“‘The Arch’는 켄징턴 가든의 롱 워터 둑 위에 서 있는 석회석 조각이에요. 유리섬유로 만든 원본 조각은 1978년 서펜타인 갤러리에서 헨리 무어의 80번째 생일을 기념하여 만들었는데, 인기가 많아지자 1980년 석회석으로 사본을 만든 후에 국가에 헌납했어요. 저는 뼈를 모델로 한 이 조각에 깃든 심플함을 좋아해요. 가끔 영감을 얻기 위해 미술작품을 보는데, 이때 옷을 조각의 관점에서 보곤 해요. 최종 형태에 집중함으로써, 보강재를 많이 사용하지 않고 옷감이 스스로 그 형태를 갖추는 걸 선호하죠. 그게 제가 ‘The Arch’를 좋아하는 이유예요. 하나의 원료로 만들었지만 홀로 그러나 견고하게 서 있잖아요.”

 


취미가 趣味家 Tastehouse, 김동희가 공간을 디자인한 1백32명 작가의 작품-부산물 판매 행사 <취미관 趣味官 TasteView>과 함께

EUNMI AHN
안은미 / 현대무용가

“무용을 한 지 어느덧 30년이 되었어요. 오는 6월에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전시를 열고 현실문화연구에서 책을 출간하며 이를 기념하게 됐죠. 저는 그 전시가 안은미의 몸이 되고 관객이 안은미의 몸을 통과하면서 새로운 비전을 찾는 모멘트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김동희 작가는 ‘공간’을 매개로 이번 전시의 갖가지 요소를 구현하는 작업을 맡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곳 취미가는 김동희가 권순우, 돈선필, 박현정과 함께 운영하는 미술 공간입니다. 1층은 일종의 아트 숍으로, 2층은 전시, 공연이 이뤄지는 공간인데 김동희가 각각의 성격에 맞춰 공간 디자인을 했어요. 김동희의 작업은 물리적으로 남아 있는 것이 거의 없어요. 2017년에 시청각에서 김동희의 개인전 <3Volumes>를 보면서 대담하지만 불쌍한 작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한옥집을 개조한 전시 공간을 기능을 상실한 새하얀 구조물로 만들고는 전시가 끝나자마자 그 작품들을 모두 없앴죠. 무대에 올라 공연하고 나면 사라지는 것처럼 김동희의 작업은 존재했다가 사라집니다. 그 휘발성이 제게는 수많은 가능성과 영감을 선사합니다.”

 


대영박물관, 나이지리아 이그보 우크부(Igbo-Ukwu)에서 발견된 사람 머리 모양 청동 펜던트(9~10세기)와 함께

CHIMMAMANDA NGOZI ADICHIE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 / 작가

“1938년 이그보 우크부에서 우물을 파던 한 남자가 9세기에 만들어진 정교한 고대 청동 유물을 발견했다는 모험담은 저를 오랫동안 매혹시켰습니다. 화려한 소용돌이 무늬와 홈이 복잡하게 조각된 펜던트와 인간적인 특징이 가득한 화병과 그릇들, 그리고 섬세하게 만든 밧줄로 감싼 솥까지. 저는 이 솥에서 영감을 받은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글을 쓰고 싶어요. 수년 동안 저는 박물관을 출입하며 이 청동 유물들에 대해 자세히 조사하고 탐구해왔어요. 기술적 정교함에도 놀랐지만, 이 예술작품을 만든 사람들을 생각하면 감동이 올라와 눈물짓게 돼요. 엄청난 집중력과 인내심을 발휘해 이 아름다운 작품들을 만든 저의 이그보 조상들 말이에요. 이는 그들이 이룩한 문화의 증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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