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즈 아트페어

매년 10월 초, 런던에서는 프리즈 아트페어가 열리며 놓치면 안 될 전시와 이벤트로 가득한 일주일이 펼쳐진다.

Frieze Week - Harper's BAZAAR Korea 2016년 11월호

현대미술을 다루는 프리즈 런던의 프로젝트 88 갤러리 부스. 인도 작가 네하 코크시(Neha Choksi)의 ‘Blank Invitation’(2016) 전시 전경

스산한 날씨에도 러닝에 여념 없는 사람들, 유모차를 앞세워 산책 중인 부부, ‘피맥’을 즐기는 연인…. 나이, 인종, 목적이 저마다 다른 이들에게 런던 중심부에 있으며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는 리젠트 파크는 언제나 활짝 열려 있다. 매년 10월 초 프리즈 아트페어가 열리는 프리즈 위크 기간에 이곳을 찾는 전 세계에서 온 예술애호가들에게도. 공원 양쪽으로 현대미술을 다루는 ‘프리즈 런던(Frieze London)’과 고대부터 현대미술까지 아우르는 ‘프리즈 마스터스(Frieze Masters)’가 개최되고, 이오니아식 기둥의 호화로운 테라스하우스로 둘러싸인 공원에는 누구나 관람할 수 있는 조각작품들이 곳곳에 자리한다.(‘프리즈 조각공원’은 페어가 끝난 후에도 3개월 동안 무료로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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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즈 위크에 리젠트 파크는 프리즈 조각공원이 된다.

2003년, 현대미술 잡지 <Frieze>를 창간한 지 10여 년 만에 매튜 슬롯오버와 아만다 샤프가 프리즈 아트페어를 창설한 이래 올해 프리즈는 유독 분위기가 좋았다. 멜라토닌을 준비해야 하는 런던의 음울한 날씨에 유례없이 햇살이 내리고 브렉 시트가 몰고 오리라 예상한 우울증은 예상보다 덜했으며 2012년 론칭한 프리즈 마스터스가 기대대로 높은 판매고와 더불어 페어에 우아한 개성을 더해준 것.

지난 10월 5일, 프리즈 마스터스의 프리뷰에서 만난 독립 큐레이터 필립(Philip Larratt-Smith)은 프리즈가 처음이라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프리즈 런던과 함께 프리즈 마스터스가 열림으로써 프리즈 아트페어는 다른 페어와는 확연히 차별화되는 면을 부여 받고 있어요. 해가 갈수록 아트페어의 부스들은 점점 컨셉트화, 기믹화(관심을 끌기 위한 목적으로 화려함이 강조된다는 뜻) 되어가는데 전 옛날로 돌아가고 싶어요. 심플한 부스에 네다섯 개의 아름다운 작품이 걸려 있던 시절로 말예요.” 프리즈 마스터스가 그랬다. 도미니크 레비, 스프루스 마거스, 마리안 보스키 세 갤러리가 하나로 뭉쳐 프랭크 스텔라의 작품을 여유로운 태도로 소개했고, 헬리 나흐마드 갤러리는 파블로 피카소의 커다란 유화 단 세 점을 자신만만하게 걸어놓았다. 개인적으로는 바우하우스와 데 스틸의 아이디어를 창립한 네덜란드의 기하학적 추상파 중 한 사람인 에드 데커스(Ad Dekkers)의 개인전을 준비한 메이어 갤러리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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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 데커스의 개인전을 준비한 메이어 갤러리

1960년대 중반 데커스가 오로지 하얀색으로만 만든 기하학적 형상의 정제된 작품들은 소란스러운 페어장에서 평온한 경이로움을 안겨주었다. 디킨슨 갤러리는 1926년 앙드레 브레통이 뜻 맞는 친구들과 함께 펴낸 초현실주의 기관지 <초현실주의 혁명(La Revolution Surrealiste)>의 제목을 따 미술관급 전시를 선보였다. 많은 이들이 가로 50cm, 세로 60cm의 2백26억원에 달하는 르네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1945)에 오래도록 시선을 맞췄으며, 부스 외벽을 장식한 살바도르 달리의 회화 작품 ‘L’Oeil Fluer’(1944)와 할리우드의 섹스 심벌 메이 웨스트의 보디라인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소파 작품 ‘Mae West Lips Sofa’(1936-74) 앞에서는 셀피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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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부터 현대미술까지 다루는 프리즈 마스터스. 튜더, 스튜어트, 북유럽 왕가의 초상화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웨이스(Weiss) 갤러리 부스에서 ‘A Fashionable Likeness’라는 제목으로 1580~1625년의 작품을 모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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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즈 마스터스의 고대미술 작품들은 이곳을 찾는 아티스트들에게 심원한 영감의 원천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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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즈 마스터스에서 오래된 그림을 바라보는 노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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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을 사로잡는 달리의 작품들

“예술작품은 물론이고, 갤러리와 방문자들의 역량은 프리즈 마스터스를 그 어떤 페어와도 다르게 만들죠. 상업 페어를 본다기보다는 강렬한 미술관을 경험하는 느낌을 안겨줍니다.” 이 기간 동안 로스코와 폴록 등 1950년대 뉴욕에서 시작된 추상표현주의 작가들을 아카데믹하게 소개한 전시로 큰 인기를 모은 왕립 미술 아카데미의 예술감독 팀 말로(Tim Marlow)의 말이다. 그렇다고 마스터스가 어마어마하게 비싼 대가의 작품이 즐비한 부유하고 우아한 컬렉터의 응접실 같은 곳이라고 상상해선 안 된다. 운영진은 마스터스에서도 적극적으로 큐레이팅을 시도한다. 20세기에 활동한 아티스트들의 개인전으로 이루어진 ‘스포트라이트’ 섹션에서는 마이클 로젠펠드 갤러리가 1960년대에 집중해 낸시 그로스만의 작품을, 현대 갤러리는 서세옥의 수묵 추상 작품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아트와 오브젝트의 만남을 주선한 ‘컬렉션’ 섹션에서는 러시아 아방가르드 도자기(소피아 컨템퍼러리 갤러리), 비잔틴 미술(악시아 갤러리), 데 스틸 가구와 오브제(울리히 피들러 갤러리) 등을 만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내가 프리즈 마스터스에서 좋았던 것은 로마의 조각상이나 폼페이의 청동 테이블, 비잔틴 제국의 메달, 희귀한 고서 등 고대미술 작품들을 다종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 점은 많은 예술가들이 심원한 영감의 원천을 찾으러 프리즈 마스터스를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바자 아트>와의 인터뷰에서 9~10세기 미술을 수집한다는 아니쉬 카푸어를 만난 곳도 바로 프리즈 마스터스의 어느 고미술 갤러리 부스에서였다.)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에서 보았던 이집트 미술이나 5~13세기의 로마와 비잔틴 미술을 보는 일은 인간의 영속성에 대한 때아닌 진지한 사유로 이끌어주었다. 현대미술을 보면서는 느낄 수 없었던, 미술이란 게 아주 오래되고 풍성한 역사를 지닌 인류의 정신적 실체는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면서.

“그래도 저는 프리즈는 컨템퍼러리라고 생각해요. 프리즈는 그 어떤 페어보다도 자기만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가려고 애를 쓰는데 그 안에는 구매력 있는 컬렉터뿐 아니라 런던 시민과 함께하는 미술 축제라는 점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죠.” 매해 프리즈 마스터스와 런던에 부스를 마련해 좋은 결과를 얻어가는 국제 갤러리의 대외 협력 디렉터 전민경이 말했다. 리젠트 파크를 산책하며 대담한 색채의 에디 마르티네즈 조각과 사우나를 형상화한 헨리 크로카트시스(Henry Krokatsis)의 작품, 콘래드 쇼크로스(Conrad Shawcross)의 6미터 높이의 강철 조각 등을 감상하는 이들을 보면서 시민과 함께하는 이벤트라는 말이 와 닿았다. 그렇다고 프리즈가 대중적이고 온건한 분위기의 페어라고 생각해선 곤란하다. 프리즈 런던의 부스를 돌다 보면 다른 페어와 비교해 약간 크레이지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판매가 우선시 되는 아트 마켓임에도 현대미술이라는 이름으로 해볼 수 있는 갖가지 실험과 파격의 시도가 겁 없이 자행되는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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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의 아틀리에’라는 제목으로 부스를 꾸민 하우저 & 워스 갤러리

우선 하우저 & 워스는 ‘예술가들의 작업실(L’atelier d’artistes)’이라는 상투적인 프랑스어 제목으로 작가들의 아틀리에를 박물관학적으로 재구성하려는 시도를 펼쳐 보여 쉼 없이 관람객을 끌어모았다. 엑상 프로방스에 위치한 세잔의 작업실과 퐁피두 센터에 재구성된 브랑쿠시의 작업실에서 영감 받아 실제 공간처럼 연출한 부스 안에 깨알같이 모아놓은 작품들은 마치 한 사람이 만든 것처럼 보이도록 세심하게 선별했지만 모두 각기 다른 유명 작가의 것이었다.(광적인 연필 스케치의 폴 매카시 드로잉, 헨리 무어의 고전적인 누드, 루이즈 부르주아의 대리석 조각품 등.) 수타드 레이드 갤러리는 젊은 영국 화가 실리아 햄턴(Celia Hempton)에게 부스 벽을 캔버스로 제공했고 햄턴은 사람 키만 한 벽을 페인트로 뒤덮고 거기에 남자 생식기가 그려진 제법 큰 그림들(그녀가 chatrandom.com의 웹캠으로 만난 남자들과 함께 진행하는 시리즈의 일환)을 걸어놓아 기묘한 산책로를 제공했다. 부스 전체를 노란색으로 칠하고 구불구불한 뱀 형상의 의자가 가로지르는 세븐틴 갤러리에서는 존 라프만의 새로운 VR 작품을 선보였다. 관람객은 뱀 조각의 등허리에 앉아 VR 기기를 통해 트롤, 뱀, 숲, 별과 모닥불 등이 가득한 선사시대의 미신 속으로 빠져들기 위해 긴 줄을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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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서 만날 수 있었던 줄리 버호벤의 ‘화장실을 기다리는 사람….이제 손을 씻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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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W 갤러리 부스에서는 페미니스트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했다

발길과 시선을 사로잡는 부스 사이에는 행위미술과 참여미술을 위한 ‘프리즈 프로젝트’와 ‘라이브’ 섹션이 마련돼 페어장에 소란스러운 활기를 더했다. 덕분에 나는 깜짝 놀라거나 철퍼덕 앉아서 지켜보는 등 좀 더 능동적으로 페어에 참여했다. 마틴 소토 클라이먼트(Martin Soto Climent)는 페어장 입구에서 스타킹을 이용해 만든 거미줄 작품에 아크로바틱을 동원해 퍼포먼스를 펼쳤고, 청각장애를 갖고 태어난 크리스티 선 킴은 지배적인 듣기 위주의 문화에서 그녀가 마주했던 행동 양식에 대한 도전을 초록색 체육복을 맞춰 입은 퍼포머들과 함께 일상의 소음을 내는 것으로 조명했다. 가장 귀여운 퍼포먼스는 화장실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존 갈리아노, 루이 비통 등에서 디자이너로 일한 경력의 줄리 버호벤(Julie Verhoeven)의 ‘화장실을 기다리는 사람….이제 손을 씻으세요’라는 제목의 작품은 화장실 안의 빨갛고 파란 휴지, 탐폰 바구니, 개수대와 변기를 수놓은 무늬와 형상들, 화장실 입구를 지키고 있는 메이드 룩의 노동자들 이 모든 것으로 이루어진 ‘토털 아트워크’였다. 예술, 패션, 디자인을 넘나들며 작가는 페미니즘과 계급 평등 문제 등에 대한 생각을 ‘흩뿌려진 조각’으로 대신한다. 프리즈 프로젝트의 큐레이터 라파엘 가이객스(Raphael Gygax)는 이토록 다채로운 ‘소란’의 목적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아트페어는 소통의 정점이자 변화 가능한 사회적 상호작용의 절정이어야 해요. 올해의 프리즈 프로젝트는 행위예술적 측면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는데 제각기 다른 시대와 지역의 아티스트들을 한데 모아 인간의 삶에 대한 그들 각자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로 삼길 원해서예요. 저는 올해 프리즈 프로젝트의 이야기가 관객에게 단순한 감정이입적인 공감을 넘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하는 시간을 선사해주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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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즈 런던 오프닝에서 관객을 맞이한 마틴 소토 클라이먼트의 퍼포먼스 작품 ‘정신 없는 거미줄’(2016)은 이후 조각 작품이 되어 입구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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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즈 런던에서 꾸준히 환대 받는 함경아, 양혜규 등을 소개한 국제 갤러리 부스는 이미지 컴포지션이 인상적이었다

프리즈 마지막 날, 비행기를 타기 전 페어를 보기 위해 트렁크를 끌고 온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첫 이틀에 중요한 작품의 판매가 대부분 이뤄지므로 페어장의 공기는 후반부로 갈수록 좀 더 여유로워지고 나는 이때의 분위기를 좋아한다. “사실 아트페어의 경험이란 게 한 번에 다량의 정보를 마주하다 보니 소화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며칠이 지나야 비로소 뇌리에 남는 작품들이 걸러지는 거죠.” 첫날 만난 필립이 해준 말대로 아트페어에 간다면 우선 프리뷰를 챙겨 보고 이삼일 정도 그 도시의 미술관과 갤러리가 페어 기간에 맞춰서 야심차게 준비한 전시들을 보며 여행을 즐기다 후반부에 다시 한 번 페어장을 찾으라고 조언하고 싶다.(구매보다는 감상의 목적으로 가는 이에 한해서.) 그런 과정을 거쳐 뇌리와 가슴에 오롯이 남은 부스를 떠올려본다. 우선 함경아의 샹들리에 자수 작품(얼마 전 런던 V&A에 그녀의 작품이 내부 컬렉션으로 소장됐다), 양혜규의 블라인드를 이용한 설치작과 ‘신용양호자들’이라는 제목의 월페이퍼 작품, 하종현의 단색화, 김홍석의 길쭉한 풍선을 캐스팅하여 도색한 새빨간 조각 작품이 리드미컬한 조화를 이룬 국제 갤러리는 화이트 와인처럼 상큼한 감각을 선사했다. 그레이슨 페리의 조각, 태피스트리 작품과 한나 아렌트, 베티 프리단, 거트루드 스타인 같은 위대한 유대인 여성을 그린 샹탈 조페(Chantal Joffe)의 작은 그림들을 매치한 빅토리아 미로, 프랑스-모로코 아티스트 라피타 에카크(Latifa Echakhch)의 개인전을 준비한 카멜 메누아, 게리 흄의 반짝이는 눈사람 조각과 부드러운 색의 추상회화들, 회색 빛의 작은 누드 그림이 차분한 아름다움을 전한 스프루스 마거스 등이 아이폰 사진첩에 곱게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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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리 흄의 조각과 회화를 소개한 스프루스 마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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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피타 에카크의 개인전으로 꾸민 카멜 메누아 갤러리 부스. 작가는 실제 교회에서 가져온, 전쟁의 상흔이 기록된 종으로 폐허가 된 지역을 환기시킨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대미술에 길이 남을 1990년대의 문제적 전시를 재연한 ‘The Nineties’ 섹션의 10여 개 부스는 흥미롭고도 교육적인 기획이었다. 특히나 두 명의 사진작가, 리처드 빌링엄과 볼프강 틸먼스의 전시는 런던 스트리트 패션을 이끌 법한 페어의 관람객에게 격한 반가움을 살 만한 전시였다. 1996년, 미술대학을 마친 후 회화 작업을 하던 리처드 빌링엄은 영국 노동 계층의 가난한 세간살이를 배경으로 알코올중독자인 아버지, 삶에 대한 체념이 덕지덕지 붙은 비대한 엄마, 백수인 동생의 모습을 담은 사진집 <레이의 웃음(Ray’s a Laugh)>을 출간한다. 안토니 레이놀스 갤러리는 이때 열린 첫 전시에서 보존된 드물고 상징적인 작품을 소개했다. 이 전시를 통해 빌링엄은 찰스 사치의 컬렉션에 포함되어 현대미술에서 1990년대를 정의하는 전시로 회고되는 <센세이션>전에 참여해 전 세계적인 유명 작가로 발돋움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쿨한 사진가 볼프강 틸먼스를 처음 소개한 부흐홀츠 갤러리에서 틸먼스가 잡지 와 작업한 화보 페이지를 찢어 붙여놓은 걸 발견했을 땐 짜릿할 정도로 반가웠다. 시대정신을 기록하는 작가이자 잡지의 지면과 갤러리의 화이트 월을 오가는 아티스트, 아이코닉한 X세대 사진가의 처음을 목도하다니! 마법 같았다. 1993년, 틸먼스를 ‘발견’한 부흐홀츠는 말한다. “그때까지 저는 부흐홀츠 & 부흐홀츠라는 아버지의 골동품 서점에서 일하고 있었어요. 어느날 에서 볼프강의 사진을 보고 그에게 만남을 청했죠. 첫 전시에서 그는 액자에 끼우지 않은 사진들을 매직테이프로 쭉 붙였어요. 전혀 새로운 미학이었죠.!” 내게는 프리즈라는 다채로운 매력의 아트페어가 그렇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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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흐홀츠 갤러리 부스에서 예쁘게 웃고 있는 볼프강 틸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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