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한 입술

부르트고 피 나고 갈라지는 입술. 고질병이거니 하며 립밤만 달고 사는 당신을 위해 에디터가 대신 피부과를 찾았다.

언제부터 이렇게 다들 입술이 아팠던 걸까? 날이 추워짐과 동시에 입술의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한 무더기씩 눈에 띄기 시작했다. <바자> 편집부의 후배 A는 입술에 커다란 물집을 두 개나 달고 나타나 울상을 지었으며, 한 뷰티 브랜드의 PR은 한창 말하던 중 갈라진 입술에서 피가 철철 흘러 상대를 화들짝 놀라게 한 경험을 들려주기도 했다. 또 다른 에디터 B는 세상의 그 수많은 립스틱이 자기에겐 그림의 떡이라고 푸념한다. 너무 따끔거리고 불편해서 바를 수가 없다는 것이다. 멀리까지 갈 것도 없다. 나 역시 양치질을 하다가 눈물이 뚝뚝 흐를 정도로 따가운 입술을 방치하다 급기야 입술 색이 기미처럼 검게 변하고 딱지가 지는 것을 보고 경기를 일으킬 뻔했으니까. 웬만한 크림 값에 버금가는 온갖 고가 립밤도 소용없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그제서야 피부과를 방문해서 받은 진단은 구순염. 구순염은 입술이나 경계 부위가 붓고, 가렵고, 염증이 진행되면서 진물이 나고 각질이나 딱지가 형성되는 일종의 접촉성 피부염으로 입술 관련해 환자들이 가장 빈번하게 겪는 증상 중 하나다. 차앤박피부과 홍진경 원장은 “원인은 다양해요. 주로 위아래 입술의 마찰, 침을 바르는 등 물리적인 자극에 의해서, 가끔은 본인의 몸에 잘 맞지 않는 알레르기성 물질의 접촉에 의해서도 생깁니다. 염증 부위에 세균이나 곰팡이 등의 이차적인 감염이 동반되기도 하고요. 염증을 일으키는 원인을 찾아 제거하는 것이 우선인데, 자주 사용하는 립 제품이나 치약부터 확인해볼 필요가 있죠. 치료는 바르는 스테로이드 연고를 사용하고 심한 경우 먹는 약을 같이 복용하기도 해요.”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입술 각질 제거를 한 것은 물론, 언제 꺼내뒀는지 유통기한이 불분명한 립스틱을 바른 기억도 났다. 립밤도 페퍼민트 향으로 새로 바꿨는걸? 이쯤 되니 과연 이 중에 무엇이 원인인지 오리무중. 일단 무향 무색 립밤과 처방 받은 연고 하나만 남기고 모두 파우치에서 몰아내기로 했다. 립스틱 없이 산다는 게 이렇게 우울할지 몰랐지만, 바르면 입술이 타들어갈 듯했으므로 참을 수밖에. 그렇게 3일 정도 지나니 따가움이 한결 줄어들고 착색된 각질이 탈락되면서 색도 점차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간 왜 병원을 가지 않고 참았나 후회될 만큼 쉽게 개선된 것. 문제는 조금만 피곤함을 느껴도 이 증상이 스멀스멀 다시 나타난다는 거다. 한번 입술 피부 장벽이 손상되면 작은 자극에도 재발할 수 있기 때문에 평소 건조한 립 제품을 피하고 무향 무색의 립밤을 자주 바르는 것이 최선이라고.

입술 피부는 각질층이 거의 없고 얇을 뿐 아니라(워낙 얇아 모세혈관이 비쳐 붉은 빛을 띠는 거다.) 땀샘, 피지선, 털 조직이 없어 외부 환경에 자극 받기 쉽고 잘 건조해진다. 피부 층이 얇다 보니 알레르기 성분이나 화장품의 흡수도 더 빠르다. 임이석테마피부과 임이석 원장은 “요즘 대부분의 여성들이 하나씩은 가지고 있을 립래커나 틴트에는 착색을 위해 각질을 녹이는 성분이 들어가곤 해서 건조함을 더 심하게 유발할 수 있어요. 이런 제품은 잘 지워지지 않아 클렌징도 문제죠. 하지만 입술은 피부 교환 주기가 빨라 립스틱이 남아 있더라도 2~3일이면 피부 각질과 함께 완벽히 떨어져나가므로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히려 입술 주름 사이로 들어간 립래커를 무리하게 지우다가 보습 성분까지 닦여나가 피부가 손상될 수 있죠.”라고 충고한다. 모델로피부과 박지혜 원장은 립 제품은 대부분 유성 물질로 만들어져 있으므로 워터나 젤 등 수성 베이스 클렌저로는 깨끗하게 지워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립 전용 리무버를 사용하고 솜에 가득 적셔 입술 위에 충분히 올려둔 뒤 부드럽게 문질러 닦아내는 것이 좋아요.”

입술 보습을 위해 대부분의 피부과전문의가 권하는 것은 바로 무색, 무향의 립밤으로 입술을 촉촉하게 유지하는 것! 문제는 어떤 립밤을 고르느냐다. 이와 관련해 최근 프랑스 소비자 단체(UFC Que-Choisir)가 자국에서 판매되는 21개 립밤 브랜드 제품 중 10개에 미네랄 오일 성분(MOAH, MOSH)이 포함됐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MOAH, MOSH 두 성분은 2012년 유럽식품안전청(EFSA)에서 하루 허용 섭취량을 넘어 장기간 체내에 축적될 경우 간, 신장, 비장 및 림프샘 등 장기 손상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는 물질. 이 리스트에는 아벤느, 라로슈포제(국내 판매되는 제품은 해당되지 않음), 유리아쥬, 카멕스 등 국내 인기 립밤 브랜드가 있어 충격을 주었다. 이에 브랜드 측에서는 제각기 소명 자료를 발표했는데, 유리아쥬는 미네랄 오일은 유럽화장품협회, 유럽식품안전청에 의해 승인된 원료로, 국제적인 전문협의체의 최신 권고사항을 엄격히 준수해 사용한다고 밝혔다.(아벤느와 카멕스의 발표도 이와 대동소이하다.) 또 제품에 함유된 미네랄 오일은 의약품에 사용되는 것으로 독성 및 발암 물질이 없다는 것이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된 바 있으며 증류 및 정제 과정을 통해 잔류 MOAH가 제거된 고순도 원료임을 강조했다. 이 조사가 전 브랜드가 아닌 20여 개 브랜드만 대상으로 한 것이니만큼 그 외 브랜드 제품에 미네랄 오일 없다고 확신할 수 없으며, 미네랄 오일은 수 년간 검증된 성분으로 이를 내추럴 성분으로 대체할 경우 방부제가 필히 함유돼야 하므로 오히려 더 안전성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있다. 한편 그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는 측은 입술에 바르는 제품이고 듬뿍 바르게 되므로 지속적으로 인체에 흡수될 수 있으며, 수많은 화학 물질에 노출되어 있는 만큼 적은 양이라도 축적되면 그 총합은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미네랄 오일에 대한 논쟁은 이미 오래 지속되어왔고 전문가마다 의견이 분분히 갈릴 정도라 소비자의 현명이 판단이 필요할 것 같다. 임이석 원장은 “성분도 성분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다른 사람과 같이 사용하지 말고, 사용하고 나서는 윗부분을 깨끗하게 관리하며, 개봉 후 되도록 3개월 이후엔 버려야 한다는 점이죠.”라고 조언한다.

CASE 1

말을 하고 있다가 입술이 터져 피가 날 정도로 건조하고 아랫입술이 특히 잘 갈라집니다. 입술 주변도 허옇게 각질이 일어나고요. 입술이 잘 트는 체질이 따로 있나요?

박지혜 원장은 평소 피부가 건조한 사람들은 입술도 건조해서 잘 트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스킨케어 시 입술까지 보습에 신경 쓰는 습관을 들이고 입술 보호제를 자주 사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증상이 갑자기 시작된 경우에는 내원해 구순염이 아닌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죠.”

CASE 2

입 속도 아니고 입술 위에 물집이 잡혔어요. 건조한 건 기본, 입술이 뜨겁고 따가워요.

스트레스, 과로, 수면 부족 등으로 면역력이 저하되었을 때 반복적으로 입술에 수포가 생긴다면 헤르페스 소수포염이 의심되며 이 경우 바르거나 먹는 항바이러스제로 쉽게 치료할 수 있다. 관건은 치료 시기. 홍진경 원장은 “수포가 생기기 얼마 전부터 그 부위에 가려움증이나 감각 이상, 붉은 기를 느끼게 되는데 이러한 초기에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면 훨씬 경과가 좋죠.”라고 설명한다. 물집이 있는 경우 타인에게 감염시킬 수 있으므로 접촉에 주의가 필요하며, 알레르기로 인해 물집이 잡히는 경우도 있으므로 증상이 계속된다면 가까운 피부과를 방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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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사진 Florian Sommet(Trunk Archive)
기타 도움말/ 모델로피부과 박지혜, 임이석테마피부과 임이석, 차앤박피부과 신촌점 홍진경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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