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러도 과학일까

요즘 유행하는 ‘신박한’ 고데로 머리를 말아보았다. 이건 고데가 아니라 과학이었다.

(왼쪽부터) Vidal Sasson 메타 N 메타 14만9천원. / Dyson 에어랩TM 스타일러 53만9천원. / Chahong 올 힛 롤링 스타일러 6만9천900원.

리를 기르는 중이다. 항상 어깨선 정도로 유지해오던 머리가 가슴선 밑으로 내려왔다. 미용실에 자주 가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로 스스로는 만족했지만 주위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았다. 오랜만에 만난 고모한테는 머리 좀 빗고 다니라며 등짝을 맞았고, 당분간 더 기를까 한다는 말에 남자친구는 애매한 표정을 지었으며, 한 선배는 이렇게 말했다. “너, 지금 좀 무서워. 그 여자 같애. 오노 요코.”(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오노 요코의 헤어스타일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의 문제는 잘 되지 않는 일은 일찌감치 포기한다는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멋 내는 데 관심이 많았던 학창 시절 실패한 이후에 한 번도 고데를 사용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비달 사순  ‘메타 N 메타’를 사용해보게 되었다. 아이폰을 처음 손에 쥔 날만큼이나 신세계였다. 이건 내가 알고 있는 고데가 아니었다. 머리카락에 고데를 댄 후 버튼을 누르면 윙 하는 소리와 함께 모발이 헤드 속으로 말려 들어간다. 사용법을 읽어보지 않고 직관이 시키는 대로 했다가, 사실 처음에는 많이 놀랐다. 머리카락이 고데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는 것이, 나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일이라서. 욕실에서 소리를 지르는 통에 동거인이 가위를 들고 달려오기까지 했다. 그러나 위험한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고데 헤드 속으로 말려 들어갔던 머리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해방되고, 어느새 탱글탱글한 컬이 말려 있다. 손으로 쓱쓱 몇 번 훑어 내리면 미용실에서 수백 번은 청했던 ‘한 듯 안 한 듯한 컬’이 완성되는 것이다. 원하는 컬의 굵기에 따라 헤드를 선택하고, 온도를 조절하고 스타일링 시간을 조절하면서 나에게 가장 맞는 설정을 찾아내면 된다. 가장 신박했던 점은 모발이 고데에 닿아 있는 시간이 고정되기 때문에 모든 컬의 굵기가 일정하다는 것이다. 봉 고데를 이용해 일일이 말아줄 때, 컬의 굵기와 방향이 제각각이라 결국 머리를 다시 감곤 했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는 그대로 외출할 수 있는, 심지어 “웬일로 미용실엘 다녀왔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어엿한 웨이브를 만들 수 있었다.

호기심이 생겨 찾아보니 요즘 이런 반자동 고데가 유행인 모양이었다. 그중에서도 다이슨 ‘에어랩 스타일러’가 매우 핫했다. 외국의 한 헤어 아티스트가 에어랩 스타일러를 이용하는 영상을 보았는데, ‘고데로 머리를 만다’는 말보다 조금 더 정중한 표현을 찾게 될 정도로 우아한 모습이었다. 실제로 사용해보니 그 우아한 느낌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다이슨 에어랩의 메커니즘은 달구어진 열판을 이용하는 일반적인 고데와 완전히 다르다. 마치 머리를 말리는 것처럼, 바람의 기류를 섬세하게 컨트롤하여 자연스러운 웨이브를 만드는 방식이다. 고데보다 드라이어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이 기기는 머리를 완전히 말리지 않고 사용해야 한다. 모발 끝을 잡고 에어랩에 갖다 대면, 머리카락이 미풍에 날리듯이 조용히, 그리고 우아하게 기기에 감긴다. 위의 비달 사순 고데가 머리카락을 빨아들인다면, 다이슨 에어랩은 머리카락을 불러들이는 느낌이다. 물체 표면 가까이에서 형성된 기류가 압력의 차이로 물체 표면에 붙는 듯한 형태로 흐르는 ‘코안다 효과’를 이용한 것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사실까지 알지 못해도 직접 써보면 과학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이유는 물론 모발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모발을 ‘지지지’ 않고 바람을 이용해서 만든 컬은 좀 더 부드러운 느낌이다. 다양한 모듈이 들어 있는 에어랩은 드라이어로도 사용할 수 있는데, 54만원짜리 드라이어로 남지만 않는다면 이 점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었을 무렵, 기존 고데에 가장 가까운 형태의 제품에 마지막으로 도전해보았다. 홈쇼핑에서 연일 매진되고 있다는 차홍의 ‘올 힛 롤링 스타일러’는 덩치도, 가격도 가벼워서 좋았다. 고데에 부착된 브러시에 머리 끝을 가볍게 말고 버튼을 누르면 머리카락이 자동으로 말려 올라가며 컬이 만들어진다. 문제는 약간의 스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스킬이 턱없이 부족한 나는 브러시를 풀어내지 못하고 대롱대롱 단 채로 출근 준비를 했다. 고양이는 ‘쟤가 뭘 하나’ 싶은 눈빛으로 뚱하게 쳐다봤지만, 집을 나설 무렵에는 어느 정도 탐스러운 컬이 완성되어 있었다.

세 제품을 비교해보았을 때, 개인적으로 사용하기에 가장 편리한 제품은 비달 사순 제품이었다. 그러나 오랫동안 사용한다면 머릿결을 생각해서 다이슨 에어랩을 선택할 것 같다. 차홍의 고데는 C컬을 많이 넣는 짧은 머리에 더 유용할 것 같아서, 엄마에게 하나쯤 선물해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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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지선
사진 Jung Wonyoung
어시스턴트 유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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