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주년] 씬님 박PD

‘씬님’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박PD’를 알고 있다. 똑 닮은 누나와 동생에서, 서로가 빛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뷰티 크리에이터와 촬영감독으로 발맞추게 된 그들의 이야기.

Family Affair

박PD가 입은 요크 디테일의 화이트 셔츠, 팬츠는 모두 Aram, 재킷은 Shuit, 레이스업 브로그는 Cos 제품. 씬님이 입은 칼라리스 재킷은 Aram, 박시한 화이트 셔츠, 모던한 디자인의 로퍼는 모두 Cos, 팬츠는 Shuit 제품.

친남매인 두 분이 어떻게 일을 함께 시작하게 되었나요?
씬님: 제가 2013년 겨울부터 뷰티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그땐 규진이가 고3이었어요. 1년 동안 혼자 꾸려나가다가 그 이후에 동생이 아르바이트처럼 조금씩 도와주기 시작했죠.

촬영부터 편집까지 모든 걸 도맡아하다가 박PD님이 합류하면서 도움이 많이 됐을 것 같아요.
씬님: 가장 먼저 부탁했던 일이 촬영하고 있을 때 화면을 보고 있는 일이었어요. 혼자 촬영하다 보면 메이크업을 하다가 제 몸이 앵글 밖으로 나가도 알려줄 사람이 없잖아요. 그걸 컨트롤해주는 걸 시작으로 받아쓰기 작업이나 화면에 영어 자막을 삽입하는 간단한 일부터 시키기 시작했죠. 규진이가 합류하면서 버리는 소스도 훨씬 적어지고 재촬영 횟수가 많이 줄어들었어요. 덕분에 좀 더 기획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겨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됐죠.

처음에 일을 함께 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없었나요?
박PD: 시급이 낮았어요.(웃음) 최저 시급도 안 줬던 걸로 정확히(!) 기억해요. 일적인 면에서 힘들었던 건 없었어요. 누나 일에 합류하기 전에 딱 한 달 동안 제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르바이트를 했었어요. 곱창집에서 볶음밥을 볶는 일이었는데 계속 서 있어야 했죠. 그것보다는 이 일이 쉽게 느껴졌어요.

남매라서 그런지 합을 맞춰나가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봐요.
박PD: 합을 맞춰나가는 게 아니라 제가 맞췄죠.(웃음) 사장이 직원을 따라갈 수는 없잖아요. 그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어요.
씬님: 어느 정도 손발이 맞게 된 뒤에는 의견을 많이 주고받았어요. 제가 참고할 만한 점도 많지만 부딪힐 때도 있었죠. 누나다 보니까 그런 상황에서는 제가 좀 더 의견을 피력하는 편이었는데, 올해부터는 이 친구가 거의 리드하고 있어요. 촬영 방식이나 카메라의 선택 등 연출의 전반적인 사항을 맡기고 저는 기획이나 모델 일에 더 집중하게 됐죠.

이제는 정말 분담해서 일을 하는 거네요. 의견이 부딪힐 때도 있다고 했는데, 그럴 때에는 어떻게 해결하나요?
씬님: 대부분 규진이가 따라오는 편이에요.
박PD: 월급 안 준다고 그러면 할 말이 없더라고요.(웃음)
씬님: 그런데 규진이가 잘하는 분야에서는 그 의견을 따라요. 편집적인 센스나 웃음 포인트를 살리는 건 저보다 잘하거든요. 반면 색감 같은 건 제가 더 잘 아는 분야죠. 스와치(화장품의 발색을 보여주는 컷)를 찍을 때 톤이 더 빨개야 한다, 혹은 더 노래야 한다, 이런 건 제가 지시해요. 지금은 각자가 잘하는 분야가 나뉘어 있어서 크게 부딪히는 점은 없는 것 같아요. 아, 반반씩 잘하는 분야가 있네요. 앵글이나 조명 같은 것. 이런 점에서는 서로가 맞다고 우겼었는데, 올해 들어서부터는 제가 에고를 많이 내려놨어요. 규진이도 지금까지 배운 게 있고 앞으로 더 잘할 테니까 믿고 맡기는 거죠. 그리고 그런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싶기도 했고요.

서로가 성장하는 발판이 되어줄 수 있는 건 가족이 함께 일하면서 누릴 수 있는 장점인 것 같네요.
씬님: 그렇죠. 가족 사업이다 보니까 완벽한 비즈니스를 할 수는 없더라고요. ‘돈을 받은 만큼만 일해야지’가 아니라 동생이 잘됐으면, 누나가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 많이 들어가 있죠. 그러다 보니까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서 더 잘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박PD: 저도 그래요. 누나와 함께 일하면서 좋은 점은 대우가 정말 좋다는 거예요. 그게 느껴지니까 일도 재미있게 할 수 있고 더 열심히 하고 싶어져요.
씬님: 동생과 일을 하다 보니까 솔직하게 소통할 수 있어요. 어떤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데 있어서 서로 눈치 보지 않고 속마음을 거리낌 없이 이야기하죠. 설령 그게 비속어라도요.(웃음) 서로 쌓아두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다 보면 해답도 빨리 나와요. 게다가 촬영할 때 연기하기도 편하고요.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보다는 20여 년 동안 함께 지낸 동생 앞에서 예쁜 척을 하고 엽기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 더 부담이 없죠.

뷰티 콘텐츠를 만들면서 무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나요?
씬님: 비주얼적인 거요. 인물 하나를 찍더라도 화각 안에서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얼마큼 안정적으로 들어가 있는지를 보는 거죠. 디자인을 전공해서 화면의 비율이나 레이아웃, 디자인, 서체 등을 많이 신경 쓰거든요. 어떻게 해야 조금 더 예쁠지 욕심 내다가 항상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타입이에요. 끝도 없이 늘어지지만 전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뷰티풀’한 영상이니까요.
박PD: 저도 예쁜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뷰티라는 카테고리 자체가 ‘미’를 위한 거잖아요. 편집을 잘하려고 하는 것도 결국에는 예쁘게 보여지기 위함인 거죠.

창작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영감은 어디에서 얻는 편인가요?
씬님: 제 일상의 모든 것에서요. 뭔가 행동을 했을 때 아이디어가 솟는 게 아니라 길을 걷다가도 문득문득 떠올라요. 워낙 잡생각이 많아서요. 얼마 전에는 아쿠아리움 인어 쇼를 봤는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 립스틱이랑 아이섀도가 어떻게 안 지워지는 거지? 인어 옷을 입고 공연하는 걸 우리가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저 친구나 수족관을 섭외해볼까?’
박PD: 대단하다. 저는 사실 기획 단계에 참여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영감을 얻는 소스는 없고, 편집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 다양한 영상을 많이 보는 편이에요.

서로가 대단해 보일 때는 언제인가요?
박PD: 얼마 전에 누나가 특별한 페스티벌을 개최했어요.
씬님: ‘커밋뷰티 페스티벌’이라는 건데, 뷰티 크리에이터들이 다양한 무대와 부스를 구성하는 일종의 컨벤션 행사라고 할 수 있어요. 존 그린과 행크 그린이라는 유튜버가 개최하는 ‘비드콘’을 보면서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죠.
박PD: 저도 누나 따라서 비드콘을 여러 번 갔었거든요. 말로만 하던 걸 실제로 보니까 정말 멋있어 보이더라고요.
씬님: 저는 올해 들어 동생이 많이 대견해요. 그전까지는 제가 가르쳐주는 입장이라고 생각해서 어리게만 느꼈는데 본인이 배운 걸 바탕으로 더욱 발전하고 있더라고요. 영상 편집이나 연출처럼 전반적인 제작을 리드하면서 자신감 있게 어필하는 모습을 보니까 이제 더 이상 밑에 있는 존재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동등한 위치에 올라선 거죠.

마지막 질문입니다. 씬님에게 박PD는, 박PD에게 씬님은 어떤 존재인가요?
씬님: 규진이는 제게 있어 키보드와 마우스 같은 존재예요. 뭔가 생각하는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걸 화면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규진이를 통해서만 가능한 거죠. 저한테 꼭 필요한 존재예요.
박PD: 친누나죠.(웃음) 너무 사실적인가? 저한테 누나는 이정표라고 할 수 있어요. 온전히 믿고 따를 수 있는 존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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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사진 Choi Youngbin
헤어 오종오
스타일리스트 박정아
출처
53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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