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트륨 없이 살 수 있을까?

이것만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자. 나트륨은 우리 몸에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하지만 나트륨과 등을 돌린 지난 몇 달간의 내 몸은 오랜만에 리즈 시절의 나를 떠올리게 해줬다.

계기는 웨딩 촬영 때문이었다. 인생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적은 식사량과 운동 효과가 제로를 기록하자 “죽지 않을 만큼 먹고 죽을 만큼 운동했다”는 한 연예인의 다이어트 명언이 절로 떠올랐다. 의욕과 오기와 짜증이 점철된 상태에서 모든 곡기를 끊고 극단적인 식이요법에 돌입했다. 아침에는 사과, 토마토, 블루베리를 갈아 머그잔 2/3 분량만 마시고, 점심, 저녁에는 바나나와 달걀 한 개씩을 위 속에 기계처럼 집어넣었다. 가끔 약속이 생겨도 라테나 당이 적은 과일, 닭가슴살만 먹으면서 촬영 전 한 달간은 다른 음식을 거들떠도 안 봤다고 자부한다. 생각만큼 몸무게 숫자가 줄어 있지 않으면 의욕이 꺾일까 봐 체중계 역시 쳐다보지 않았다. ‘눈바디’만이 오로지 나의 측정 지표였던 셈.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도 모른 채 그저 수영만 했다는 펠프스처럼 무식한 식이요법을 이어가던 중, 웨딩드레스 숍을 다시 찾았다. “한 달 만에 보디라인이 이렇게 드라마틱하게 달라지다니 너무 고생하셨겠어요! 한 10kg 정도 빼신 거예요?” 그날 밤, 기대감을 안고 체중계 위에 올랐다가 -4kg이라는 숫자를 보고 실망보단 의아함이 생겼다. 나뿐만 아니라 매일 보는 회사 동료들, 심지어 담당 트레이너조차 그보다 많은 감량을 했으리라 확신했기 때문. WE클리닉 전문의 조애경에게 묻자 나트륨을 멀리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바나나와 달걀 위주로 섭취하면서 닭가슴살도 거의 안 먹었다고 하셨죠? 저염식 식단으로 부기가 빠진 거예요. 그래서 실제로 빠진 체중보다 훨씬 더 많이 감량한 것처럼 보였을 거고요.” 우리가 붓는 정확한 이유는 나트륨 때문이다. 소금은 나트륨의 대표 식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소금이 없는 가공식품이나 자연식품에도 나트륨은 첨가되어 있다. 생닭, 양배추, 심지어 쑥갓에도 말이다! 하지만 나트륨에 중독되어 있다면 채소를 가까이하는 것을 추천한다.

채소에 나트륨이 들어 있긴 하지만 그 양이 적고, 나트륨을 몸속에서 배출시켜주는 칼륨이 많아 부종을 줄이고 순환을 도와주거든요. 비율의 문제인 거죠. 채소 외에 버섯이나 해조류, 호박, 오이, 감귤류도 도움이 될 거예요.”

의도치 않게 나트륨을 적게 먹은 내 몸에는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밤이 되면 퉁퉁 부은 다리 때문에 잠 못 들던 내가 부종 없는 삶을 누리게 된 것이다. 오랫동안 모습을 감추었던 쇄골과 아킬레스건이 드러났으며 목이 길어지고 턱선에 자신감이 생겨 다시 머리를 묶을 수 있게 됐다. 5년 전에 맞췄던 반지도 이제 무리 없이 들어간다. 무엇보다 헬스장의 펑퍼짐한 운동복을 입고 웨이트하던 몇 달 전과 달리, SNS 속 필라테스 강사 언니들이 입을 것만 같은 ‘예쁜’ 레깅스를 입고 거울 앞에서도 자신감 있게 운동하게 됐다. 모든 동작을 가뿐하게 소화하는 건 당연하고. 하지만 30년 넘게 누리던 나트륨은 그리 쉽게 끊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특히 소금은 치명적이다. 실제로 미국 듀크대 의료센터와 호주 멜버른 대학교가 함께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소금은 중독성이 있으며, 이는 마약을 복용할 때 나타나는 현상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나 역시 무사히 마친 웨딩 촬영에 대한 보상으로 고기를 한 번 먹은 이후에 짠맛이 짠맛을 부르는 바람에 다시 소금의 굴레에 빠지게 됐다. 눈바디로 흥한 자 눈바디로 망한다고 했던가. 고작 2kg이 쪘을 뿐인데 부기가 돌아오며 체감상 그 배의 몸무게가 증가한 듯 느껴졌다. 다행히 다시 정신을 차렸지만 조금만 늦었다면 다시 나트륨에 절어버렸을 거다. 나트륨을 완전히 끊을 수는 없다. 모든 음식에 함유되어 있는 데다가 섭취가 부족할 경우 권태감, 피로, 무기력이 발생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 몸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 나트륨만큼은 ‘적당히’가 미덕이라는 사실만 기억하자. 염장 음식을 즐기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나트륨 섭취량은 3,669mg(2017년 기준)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하루 나트륨 섭취량 2,000mg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양이다. 가공식품이나 국물 음식을 피하고 국물보다는 건더기 위주로 먹어야 한다. 간을 맞출 때는 소금보다 염분이 적은 간장, 된장 등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하지만 짠맛만 줄인다고 다가 아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소금이 없는 가공식품, 예를 들어 닭가슴살, 에너지 드링크, 식빵 등에도 다량의 나트륨이 들어 있으니. 즉, 싱거운 식단을 가까이하고 물과 과일, 채소 등 칼륨이 많은 천연식품을 통해 나트륨을 배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달 만에 인생 사진을 남긴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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