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세븐 진영의 두 개의 온도

진영에겐 두 개의 온도가 있다. 무대 위의 아주 뜨거운 순간, 그리고 담담하고 차가워지는 연기하는 시간. 진지하게 웃긴 남자, 진영의 무채색 프롤로그.

스트라이프 테일러드 재킷은 YCH, 니트 톱은 Juun. J, 데님 팬츠는 Sacai, 스니커즈는 Onitsuka Tiger ×Andrea Pompilio 제품.

입꼬리가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 마법에 걸린 것 같다. 그러니까 전문 용어로 ‘엄마 미소’라고 해야 하나? 작년 두 번째 정규 앨범 발매를 앞두고 만난 갓세븐 여섯 멤버들의 ‘비글미’, 그리고 올해 배우로서 다시 만난 진지하고도 웃긴 진영의 ‘소우주’. 이 두 번의 짧은 만남은 팍팍한 일상을 잠시 잊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순수와 순박 사이, 풋풋함과 헛헛함 사이에 진영이란 사람이 있다. 박자로 치면 ‘엇박’, 색조에 빗대자면 ‘모노톤’에 가까운 남자. 진영은 모자를 푹 눌러쓰고 혼자서 조조영화를 보러 가기도 하고, 혼자 있는 시간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은 알랭 드 보통의 <불안>. 불안하니까 읽는 건지 읽다 보니까 불안해진 건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잘 모르겠다’는 말과 ‘부족하다’는 고백에 일말의 불순물이 섞여 있지 않은 스물넷의 이 청년은 연기에 두려움과 묘미를 동시에 느끼고 있다. 그동안 1회부터 등장해서 ‘어른’ 배우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던 그가 처음부터 끝까지 오롯이 등장하는 드라마에 캐스팅됐다. JTBC 웹드라마 <마술학교> 제작발표회 현장, 진영이 ‘센터’에 서서 환하게 웃고 있다. 지난여름 5년 만에 JJ 프로젝트로 감미로운 앨범을 들고 찾아왔던 가수 진영에서, 다시 배우의 자리로 돌아갔다. 진영은 이번 드라마에서 제 나이 또래의 모습을 연기한다. 아버지의 바람대로 우직하게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이나라’ 역을 맡아 드라마에서 힘줄 같은 역할을 한다. 그의 삶에 ‘마술’이 침투하기 시작하면서 ‘피식’ 웃게 되는 에피소드가 여러 갈래로 일어난다. 흰 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는 9월의 어느 날, 아이돌 진영이 아닌 배우 진영으로서 이야기를 나눴다.

 

지금까지 출연했던 작품을 쭉 나열해보면,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 한복을 입었던 것 빼고 모두 교복을 입고 연기했어요. 이번에 JTBC 웹드라마 <마술학교>에서 처음으로 교복을 벗었죠?

20대 역할을 처음 맡아봤어요. 영화 <눈발>에서도, JTBC 드라마 <사랑하는 은동아>에서도 모두 10대를 연기했죠. 자연스러운 흐름 같아요. 픽션의 세계에서도 천천히 성장해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죠.

드라마에서 맡은 ‘이나라’는 어떤 사람인가요?

일단 나라는 진지해요. 처음과 끝의 성격이 많이 변하는데, 그 점이 저와 좀 비슷했던 것 같아요. 저도 JJ 프로젝트로 처음 활동했을 때는 굉장히 밝은 성격이었는데 잠깐 쉬는 동안 스스로 좀 변했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요. 날이 갈수록 더 내성적인 사람이 되어가고 있어요. 말도 많이 없어졌고,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좋아요.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이란 책도 있는데, 한번 읽어보셨으면 좋겠어요.

마술이란 소재가 자칫하면 손발이 오그라들거나 4차원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을 것 같은데, 대본을 받아서 읽었을 때 어떤 느낌이 들었나요?

피식 피식 계속 웃었어요. 감독님만의 세계관과 개그 코드가 있는데 그걸 캐치하려고 나름 노력했어요. 이 드라마는 진지한데 그게 너무 웃기거든요. 가만히 있다가 누가 갑자기 옆구리를 ‘훅’ 하고 찌르는 느낌이라 조심하면서 보셔야 돼요.

니트 톱은 Acne Studios, 화이트 셔츠는 Cos, 팬츠는 Ordinary People, 레오퍼드 태슬 슬리퍼는 Christian Louboutin 제품.

카센티노 소재의 재킷, 화이트 풀오버는 모두 Ermenegildo Zegna Couture, 이너로 입은 V넥 니트는 Wooyoungmi 제품.

 

2013년에 출연했던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 ‘똘이’를 연기했을 때는 목소리도 ‘솔’ 정도의 높이로 하이톤이었어요.

지금은 ‘미’ 정도처럼 들리지 않나요? (웃음) 변성기를 좀 오래 통과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서울말’을 연습하다 보니까 목소리도 조금 차분해졌어요.

멤버들과 여전히 함께 생활하고 있는데 대본을 같이 보면서 상대 역할을 해주는 멤버가 혹시 있나요?

가끔 유겸이가 해줬어요. 영화 <눈발> 때 여자 배우 역할을 유겸이가 얇은 목소리 톤으로 바꿔서 읽어줬어요. 그런데 감정이 하나도 안 살고 오히려 웃음만 터져서 그만하자고 했어요.(웃음)

연기를 학원에서 배운 경험도 있나요?

2012년에 JJ 프로젝트 활동을 끝내고 잠깐 쉬는 시기에 연기를 조금 배웠어요. 운명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때 ‘아, 연기를 해보고 싶다.’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뭐랄까, 살다 보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면서 살긴 힘들잖아요. 연기 수업 중에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장면을 연기했는데, 거기서 오는 해방감이 있더라고요. 진짜 현실에서는 못하지만 드라마나 영화 안에서 주인공들이 내뱉는 말들이 통쾌하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어요.

최근에 봤던 영화 중에 그런 비슷한 감정을 느낀 영화가 있나요?

혼자 극장에 가는 걸 좋아해서 자주 가는 편인데, <택시운전사>에서 송강호 선배님이 운전하다가 울면서 갑자기 핸들을 돌리는 장면이 있어요. <변호사>에서도 그랬고 저는 선배님이 원 테이크로 쭉 연기하는 장면을 볼 때 희열감 같은 걸 느껴요. 제가 요즘 홍콩 영화에도 완전히 빠져 있어서 <화양연화>랑 <무간도>를 최근 들어 세 번씩 봤어요. 두 영화 모두 양조위 배우가 출연하는데 저는 그분의 눈동자가 너무 좋아요. 뭐랄까 사슴 같아요. 그냥 무언가를 많이 연기하지 않아도 관객들이 스스로 느끼도록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니트 톱은 YMC, 와이드 팬츠는 Cos, 스트랩 슬리퍼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본인이 연기한 영화를 극장에서 직접 보기도 하나요?

영화 <눈발>이 개봉했을 때 영화관에서 세 번 정도 봤어요. 처음 시사회에서 볼 때는 등에서 식은땀이 났어요. 너무 긴장이 돼서 지금 내가 영화를 보고 있는 건지, 운동을 하는 건지 모를 정도로 온몸에 힘을 잔뜩 주고 봤어요. 두 번째는 좀 편하게 봤고 마지막엔 영화를 다운받아 집에서 혼자 봤는데, ‘왜 이랬지, 왜 이랬지’ 이렇게 혼자 중얼거리면서 봤어요.(웃음)

<눈발>이란 영화는 ‘곡성’이나 ‘밀양’처럼 실제로 존재하는 ‘고성’이란 지역이 중요한 배경이 되었던 걸로 기억해요.

대부분 ‘고성’ 하면 강원도 고성만 생각하는데, 저희가 한 달 정도 머물면서 영화를 찍은 곳은 경상남도 고성이었어요. 진주랑 가깝고 제 고향인 진해에서도 멀지 않아요. 단단한 성이란 뜻처럼 마을 주변에 성벽이 높게 둘러져 있는데 그 안에 무너진 성벽도 존재하죠. 뭐랄까, 단단한 고성이 나쁜 기운으로부터 보호해주지만 무너진 틈 사이로 뒤틀리는 어른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 사이에서 민식(진영 역)이와 예주(지우 역)가 성장하는 스토리가 전개돼요.

촬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무엇이었나요? 진영 씨의 귀가 너무 빨개서 날씨가 엄청 추웠다는 것 정도는 짐작 가능했어요.

제 귀는 온도계나 다름없어요. 너무 더워도, 추워도 빨개져셔 숨길 수가 없어요. 게다가 제가 귀도 너무 크잖아요.(웃음) 영화를 찍을 당시 너무 추워서 액션 신을 찍으면 몸을 조금만 건드려도 너무 아팠어요. 게다가 제가 그 영화에서 좀 많이 맞았죠. 처음엔 액션의 각도가 익숙하지 않아서 리허설 때 합을 맞춰 보다가 넘어졌는데 뾰족한 무언가에 찔려서 꿰매기도 했어요. 함께 호흡을 맞춘 염소도 저를 힘들게 했는데, 양배추를 안 주면 연기를 안 하려고 해서 애를 좀 먹었죠.(웃음) 그리고 가장 어려웠던 점은 대사가 많이 없었어요. 방관자의 위치로 덤덤하게 상황을 지켜보면서 표정으로만 표현하는 연기가 저한테는 좀 어려웠던 것 같아요. 연기는 다 어렵고 정말 모르겠어요. 제 성격상 무언가를 잘하려고 용쓰면 더 틀에 갇혀버리기 때문에 그냥 흘러가는 대로 자연스럽게 깨달아가야 할 것 같아요.

니트 집업 재킷은 Dior Homme, 이너로 입은 풀오버 베스트는 H&M, 이너에 레이어드한 니트 톱은 Man On The Boon, 코듀로이 팬츠와 퍼 디테일 벨트는 모두 Prada 제품.

여전히 신인 같은 풋풋함이 느껴지지만 벌써 데뷔한 지 6년 차가 됐어요. 옛날과 비교해서 자유로워졌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나요?

다른 사람의 말로부터 조금 자유로워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누군가의 말을 의식하고 신경도 많이 쓰고 그랬는데 요즘은 제가 듣고 싶은 말만 들으려고 해요. 어떻게 보면 이게 더 안 좋을 수 도 있는데, 저한테 도움이 되는 말만 걸러서 듣게 되는 방법을 터득한 것 같아요.

통이 넓은 팔랑거리는 바지를 즐겨 입어서 ‘바지녕’이라고 불려도 계속 그것을 고수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인가요? (웃음)

맞아요.(웃음) 팬분들이 제발 좀 더 예쁜 바지를 입었으면 한다는 걸 저도 알지만 제가 말을 좀 안 듣죠. 편한 옷이 좋아요. 몸에 딱 달라붙는 스키니 팬츠는 못 입겠어요. 옷을 좋아하긴 하지만 제가 패션엔 일가견이 좀 없어요.

예전에 팬들과의 관계에 대해서 ‘난로’라는 비유를 썼던 게 인상적이었어요.

네, 한겨울의 난로라고 생각해요. 너무 바짝 다가서면 뜨겁지만 조금만 떨어져도 다시 추우니까, 더 가까이 다가와주셔도 될 것 같아요.(웃음)

드라마 <사랑하는 은동아>를 보면 남자 주인공이 첫사랑을 찾기 위해 배우가 되려고 하잖아요. 지금은 종영했지만 혹시 <TV는 사랑을 싣고> 같은 프로그램에 나간다면 찾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딱히 없는 것 같아요. 지나간 사람들보다는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이 저한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운명을 믿는 편이에요. 만나야 할 사람들은 다 언젠가 만난다고 믿어요. 사랑도 첫사랑보다는 ‘끝사랑’이라고 생각해요. 매 순간을 첫사랑처럼? (멋쩍은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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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사진Kim Hyungsik
헤어공탄
메이크업최 시노
스타일리스트채 한석
세트 스타일링최 서윤(다락)
어시스턴트김 민형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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