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희의 우아한 욕심

“저는 영감이라는 말이 좀 쑥스러워요.” L.A에서 만난 고준희가 말했다. 스스로를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직업인이라고 생각하는 고준희는 나태해지지 않고 자기 발전을 이루며 맹렬히 커리어를 쌓아나가길 원한다. 자신이 가는 길에 대해서 머뭇거림이 없는 그녀는 그 어느 때보다 강인해 보인다.

스트라이프 니트 톱, 오프숄더 스타일의 재킷, 스커트, 스트랩 샌들은 모두 Fendi 제품.

컷아웃 디테일의 원 숄더 드레스, 로고 디테일의 부츠는 모두 Fendi 제품.

원 숄더 드레스는 Fendi, 레트로 무드의 선글라스는 Mercato 제품.

최근작이었던 <언터처블> 작업은 어땠나요?

예전에 한 번 드라마를 같이 했던 감독님이라서 신뢰가 컸어요. 그리고 감독님 이외에 모든 스태프가 남의 일도 내 일처럼 하는 사람들이고 김성균 오빠, 진구 오빠, 은지 등의 배우들도 모두 연기 욕심이 많아서 좋은 자극이 됐어요. 그런 사람들을 만나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이번 작품에서는 모두가 그랬던 것 같아요.

작품이 끝나고 휴식을 취할 때 다시 일하기 위한 영감을 어디에서 찾나요?

집에서 영화를 많이 봐요. 근데 저는 ‘영감을 받는다’는 말이 너무 쑥스러워요.(웃음) 저는 배우도 그냥 직업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남들이랑 다른 특별한 존재라거나 무슨 대단한 일을 한다는 식으로 말하는 걸 좀 부끄러워해요.

그렇다면 ‘다시 일하기 위한 감각’이라고 하죠.(웃음) 직업인으로서 연기를 공부하는 마음으로 다른 사람이 만든 작품을 보나요, 아니면 그냥 좋아하는 걸 보나요?

기본적으로는 보고 싶은 걸 봐요. 지금 내 무드가 ‘딥’한 건 싫고 가벼운 게 좋다면 생각이 많아지는 작품보다는 그냥 재미있고 행복한 걸 보는 편이에요. 기분을 밝게 하고 싶으면 꽃을 보거나 날씨가 좋은 날에 야외에 앉아 있어요. 이야기하다 보니까 요즘은 대체적으로 밝은 걸 많이 보고 싶어하는 편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좀 더 실용적인 것을 좋아했던 것 같은데 점점 꽃이 좋아져요. 서울에서 촬영할 때는 거의 차로만 이동하고 걸을 일이 많지 않으니까, 해외에 나오면 많이 걷고, 자연 속에 있는 것이 리프레시가 돼요.

스트라이프 니트 톱, 어깨 부분이 드러나는 독특한 디테일의 셔츠, 가죽 스커트, 스트랩 샌들은 모두 Fendi 제품.

사실 인터뷰를 위한 질문지에 패션에 대한 이야기를 잔뜩 써놓았는데, 꽃이나 자연에 대한 이야기가 먼저 나올 줄 몰랐어요. 작품 속에서도, 작품 밖에서도 고준희 씨의 룩은 언제나 화제가 되고 ‘고준희 스타일’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분명히 있잖아요.

물론 “자연만 있으면 옷이고 뭐고 다 필요 없어”, 이 정도는 아니에요.(웃음) 내 몸에 대한 관심은 어느 정도는 항상 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고준희 스타일’이라고 생각하는 게 뭔가요?

기본적으로 도회적인 페이스지만, 스타일에 진부하지 않은 산뜻함이 있죠.

‘고준희 스타일’이라고 할 만한 것이 있을지 민망하고 부끄럽지만, 그렇게 이야기해주신다면 감사하죠. 타인의 시선보다는 스스로 옷을 즐겁게 입으려고 노력해요. 누구나 자신이 자신을 가장 잘 알잖아요.

자신에게 어떤 것이 어울리는지 알기 위해서는 많이 입어봐야 되잖아요.

어찌 됐든 옷을 좋아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죠. 평상시에는 편하게 입기는 하지만 스니커즈 하나를 사더라도 만족감이 있는 걸 구입하려고 해요. 셔츠를 한쪽으로 아무렇게나 찔러 넣더라도 이게 나한테 어울린다는 자신감이 있으니까 하는 거죠.(웃음) 사실 저는 옷에 있어서는 거울을 많이 안 봐요. 왜냐하면 이 정도는 이렇게 해도 된다는 걸 내가 이미 알고 있으니까, 연출한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배우로서는 작품에 맞게 입으려고 해요. 일상에서는 진에 스니커즈, 그리고 목이 좀 긴 편이라 셔츠를 많이 입어요. 그런데 옷을 살 땐 확실히 입어보고 사야 하는 것 같아요.

요즘에는 쇼핑을 앱으로 하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저는 온라인 쇼핑은 많이 하지 않고, 아직까지는 직접 입어보고 사요. 이를테면 어느 매장을 갔는데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 있으면 여러 개 구입해두는 식이죠. 언제 또 만날 수 있을지 모르니까.(웃음) 똑같은 블랙 스키니 진도 여러 벌 구입하면 세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색깔이 조금씩 틀려지잖아요. 나한테 어울리고 유행 안 타는 것들을 사서 좀 오래 입는 편이에요. 옷 같은 물질적인 것은 당장 없다고 해서 죽는 것 아니니까, 급하게 결정하지는 않아요.

로고 디테일의 퍼 재킷은 Fendi, 캐츠아이 스타일의 선글라스는 Mercato 제품.

하나에 꽂히면 무조건 당장 가져야 하는 성격은 아니군요? 그렇게 살면 좀 피곤하지 않아요?

성격이랑 비슷한 것 같아요. 아무리 사람들이 이 길이 지름길이라고 해도 내가 아는 길로 가야 마음이 편하고.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걸 잘 못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음식이 됐든 공간이 됐든 무언가를 공유하는 데서 행복감을 느껴요. 부모님과 함께 보내는 시간도 중요하게 생각하고요.
공항에서부터 들고 있던 백팩에는 뭐가 들어 있나요? 대본은 항상 넣어져 있어요. 대본은 안에 넣고, 섹션이 나뉘어진 앞주머니에 연필이 든 필통을 넣고, 모든 것을 딱딱 정리하고 쉽게 꺼낼 수 있어서 백팩을 좋아해요.

세련된 외모와 다르게 삶의 전반을 꾸려나가는 방식에 고전적인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대본 체크할 때만 쓰는 펜이 따로 있는 건 아니죠?

그런 게 있죠.(웃음) 한동안 빨간 색연필에 꽂혀서 대본 체크할 때 그것만 썼는데, 요새는 연필이나 샤프를 써요.

지난 인터뷰에서 “내가 즐겁고 행복해서 계속 갈구하게 되는 것들을 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는데 고준희가 오랫동안 즐겁게 갈구할 수 있는 일은 뭘까요?

지금 저한테는 연기예요. 이게 즐겁지 않으면 안 할 것 같아요. 좋아하고 즐기고 갈구하니까 계속 연기를 하고 싶고 좀 더 알고 싶은 게 생기는 거죠. 작년까지는 쉬지 않고 달려오느라 ‘내가 연기를 왜 좋아하는 거지’ ‘이걸 왜 하는 거지’ 이런 걸 생각할 여유도 없었어요. 근데 그게 제 선택인 것 같아요. 이 작품을 안 하면 나의 개인적인 시간을 가질 수 있는데, 제가 하기로 선택한 거잖아요.

그러한 태도는 일 외의 영역에서도 똑같나요?

지금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면 저는 일단 그냥 해요. 그건 일이나 사랑이나 똑같아요. 후회할 것 같으면 그냥 머뭇거리지 않고 선택을 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로고 디테일의 퍼 재킷, 시스루 소재의 펜슬 스커트, 샌들은 모두 Fendi 제품.

배우로서는 어떤 욕심을 가지고 있어요?

배우로서의 욕심은 결국 연기에 대한 것이죠. 연기도 자기 만족이잖아요. 내 직업이 안심이 되거나 ‘이 정도면 됐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앞으로도 어려울 것 같아요. 매 작품에서 새로운 캐릭터를 만날 때마다 항상 고민을 해야 되기 때문에. “이 캐릭터는 고준희 말고 다른 배우가 생각이 안 나”, 이런 이야기를 듣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고준희 말고 얘가 했어야 되는데”, 이런 얘기보다는.(웃음) 대체할 수 있는 인물이 생각이 안 나고 딱 나를 좋아해줬으면 하는 욕심이 있어요. 근데 저는 매 작품을 선택할 때 내가 가장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다른 배우들은 모르겠는데, 저는 그런 자신감이 없으면 못할 것 같아요. 근데 이걸 제 입으로 얘기해 본 적은 없어요. 캐스팅을 앞두고 감독님께 어필해야 할 때도요. 지금 이렇게 스스로 이야기하면서도 미칠 것 같아요.(웃음)

<친절한 금자씨> 같은 영화에서 나올 수 있는 엄청 센 악역, 조용하지만 잔인한 역할도 멋지게 어울릴 것 같아요.

아직 안 해본 캐릭터가 너무 많기 때문에 무슨 캐릭터를 하고 싶냐는 질문이 제일 답하기 어려워요. 근데 전 언제나 자기 감정을 솔직히 얘기하는 편이었기 때문에 강한 캐릭터, 그런데 알고 보면 연민도 느껴지는 캐릭터들에게 매력을 느껴요. <그녀는 예뻤다>의 민하리나 <언터처블>의 구자경 모두 겉으로는 강하게 보이지만 알고 보면 내면은 여린 캐릭터였잖아요. 실제의 제 모습에 그런 면이 있어서인지 그런 캐릭터에 끌려요.

고준희가 생각하는 우아한 여성은 어떤 여성인가요?

스타일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자기가 살아가면서 추구하는 게 정확하고, 자기 분야에서 오랫동안 똑 부러지게 일하는 여자들이 우아해 보여요. 자신감이 있고 본인이 끌고 가는 게 확실한 여자들이죠. 저도 나태해지지 않고 계속 자기 발전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계속 본인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려고 하는 생각이 좋네요. 저도 요즘 느끼는 거지만, 결국 사람은 자신이 생각하는 방향으로 가게 되는 것 같아요.

조바심이 없지는 않아요. 저뿐만 아니라 누구나, 조바심이 없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목표치에 빨리 가고 싶고, 그렇지 못하면 불안하고, 그걸 걷어버릴 수는 없지만 적어도 스트레스는 받지 않으려고 해요. 그럼 모든 것이 더 안 좋아지더라고요. 좋은 것만 보고 좋은 생각만 하려고 해도, 촬영할 때는 그럴 시간마저 많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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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프리랜서 에디터 곽 새봄
사진 Ryu Kyungyoon
헤어 조 미연
메이크업 이 안나
스타일리스트 김 세준
네일 구 예영(컬쳐앤네이쳐)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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