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도의 네 배우

7월 , 영화 <군함도>가 항해를 시작한다. 황정민, 소지섭, 이정현, 송중기. 지난 사계절을 함께 보내며 끈끈한 전우애를 다진 네 명의 배우가 카메라 앞에 다시 섰다. 처절한 현실에 맞서 거칠고 독하게 저항하는 영화의 정서를 그대로 간직한 채로.

근래 들어 역대 최고의 인원이었다. 스튜디오를 가득 메운 스태프들은 앞을 보고 연신 감탄했지만 사진가는 문득 뒤를 돌아보고 기함했다는 후문이다. 황정민, 소지섭, 이정현, 송중기. 이름을 호명하는 것만으로도 호흡이 가빠지는 대한민국 대배우 네 명이 오랜만에 재회했다. 충분히 납득할 만한 규모와 열기의 현장이었다.

군함도, 황정민, 이정현, 소지섭, 송중기 - 하퍼스 바자

황정민이 입은 트렌치코트는 Kimseoryong, 니트는 Ralph Laruen 제품. 소지섭이 입은 화이트 수트, 셔츠, 스카프 모두 Kimseoryong 제품. 송중기가 입은 재킷은 Neil Barrett, 셔츠는 Saint Laurent, 팬츠는 Prada 제품. 이정현이 입은 드레스는 Balmain, 귀고리는 Aino 제품.

이 배우들은 2016년 6월부터 12월까지 한 배를 탔다. 류승완 감독의 신작 <군함도>는 캐스팅 소식만으로도 들뜨게 했다. 7월 개봉을 앞두고 있는 이 영화에 달린 총 1천3백43개의 댓글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댓글은 다음과 같다. “개봉도 안 했는데 평점이 거의 만점인 거 실화임?”(void****) 격한 기대감과 예측이 설왕설래 중이다. ‘2천만’이란 천문학적인 숫자까지 인터넷 기사 타이틀로 쓰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아홉 명의 남자가 등장하는 <구남도>로 오독했다는 내 친구 같은 사람이 지구 어딘가에 존재할지도 모르기에, <군함도>에 대한 지극히 기본적인 정보를 나열해보겠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일본 나가사키항에서 18km 떨어진 곳에 인공섬이 있다. 이름은 하시마 섬, 군함을 닮았다 하여 그렇게 불린다. 2012년 CNN에서 선정한 ‘세계 7대 소름 돋는 장소’중 하나다. 1940년대 조선인들이 대거 강제 징용 당한 비극적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2015년 이 섬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했다. 따지고 넘어가야 할 일이다.

군함도, 황정민 - 하퍼스 바자

브이넥 니트는 Kimseoryong 제품.

류승완 감독은 2012년 11월 이곳을 영화의 소재로 착상했다. <군함도>는 <베를린>과 <베테랑> 사이에 존재한다. 그 당시를 황정민은 이렇게 회상했다. “제가 <신세계>를, 류 감독은 <베를린>을 찍고 있을 때였어요. 군함도 이야기를 하기에, 이걸 우리가 할 수 있을까? 근데 이거 하지 말자, 너무 힘들 것 같다, 이렇게 많은 예산을 누가 투자할 것이며 아직은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안 될 것 같다고 말했어요. 그런데 한참 있다 <베테랑>이 빵 터졌죠. 우리 둘 다 나름대로의 동력을 얻은 거죠. 어떤 작품이든 운명적인 시기가 있는 것 같아요. 그 시기에만 반드시 할 수 있는.” 배우, 스태프들 모두에게 애초에 그런 마음이 있었다.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아무리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지라도 결국 이 모든 것은 끝이 있는 픽션의 세계라는 것. 공식 보도자료에 볼드 처리된 감독의 말이 이것을 대변한다. “함부로 다룰 수 없는 소재이고, 실제 역사적인 사실이 존재한다. 혹시 누가 되지 않을까 하는 부담도 있었다. 오로지 잘 만들어야겠다는 일념뿐이었다.”

이번 영화의 제작비는 약 2백60억원으로 추정된다. 숫자로 보는 <군함도>의 기세는 실로 막강하다. 소중한 배우들을 블루 스크린 앞에서 연기하게 할 수 없었다는 류승완 감독의 의지에 따라 강원도 춘천에 6만 6천 제곱미터 규모의 초대형 세트를 지었다. 6개월간의 시공을 거쳤다. 류 감독이 사전에 꼼꼼한 취재를 했듯이 이후경 미술감독 역시 직접 하시마 섬을 방문한 자료를 토대로 실제 군함도의 2/3 크기로 섬을 그대로 재현했다. 배우들은 세트가 주는 웅장함에 압도됐다. 다른 감독이 촬영장을 방문하면 가이드 역할을 자처했다는 황정민은 “세트장을 한 바퀴 돌려면 30분 정도 걸려요. 실제 군함도에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되더라구요. 연기를 못하려야 못할 수가 없죠. 거기에 얼굴까지 시커멓게 막 칠하면 더 잘할 수 있어요.(웃음)” 황정민은 본인 촬영이 없는 날에도 나와 동료들의 사기를 북돋는 ‘정신적 지주’이자, 특수분장 팀의 피 제조 진행 상태까지 살뜰히 챙기는 촬영장의 ‘선한 시어머니’이며, 끊임없이 농 던지며 현장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드는 ‘개구쟁이’, 라는 후배들의 제보 그대로였다. 송중기도 세트에 대한 당시의 기억을 이렇게 회상했다. “스태프들 배우들 모두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우리도 빨리 탈출하고 싶다’고 자주 얘기했어요.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주변에는 춘천역도 있고 아파트 단지도 있고 맛있는 식당도 있는 그냥 도시의 중심가였어요. 그런데 세트 안으로 들어가면 시야가 완전히 차단된 느낌이 들어 정말로 답답했어요.”

플리츠 장식 셔츠는 Ports 1961 제품.

군함도, 이정현, 황정민 - 하퍼스 바자

이정현이 입은 오프숄더 드레스는 La Petite S, 귀고리, 반지, 뱅글 모두 Minetani 제품. 황정민이 입은 레더 셔츠는 Balenciaga, 터틀넥은 Tom Ford, 헤링본 팬츠는 Off White by BOONTHESHOP 제품.

1백15회차 촬영이라는 대장정을 마친 후 세트는 철거됐다. 영화가 크랭크업하던 날, 수백 명의 스태프들이 지옥 계단에 촘촘히 모여 ‘이제 다 끝났다. 돈도 없고, 춥고, 열정도 죽었다. 이제 우린 우리가 살던 곳으로 돌아간다!’라고 굵게 쓴 현수막 아래서 기념사진을 남겼다.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고 나니 장난스러운 그 문구에 진심이 담겨 있는 것 같아 좀 찡했다. 영화가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갈수록 이들에겐 더 많은 ‘파이팅’이 필요했다. 결국 ‘토토가’의 전설, 이정현이 트렁크에 항상 채비하고 있던 부채를 꺼내 들 수밖에 없었다. “광란의 밤이었어요. 중간에 엄청 힘든 신을 들어가기 전에 온 스태프들이랑 술과 고기를 먹으면서 결의를 다졌죠.” 그녀가 살짝 보여준 동영상에선 한 시절을 풍미했던 ‘여전사’가 목이 살짝 늘어난 흰색 티셔츠를 입고 온 마음을 다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설마 했던 니가 나를 떠나버렸어” 부분에선 모두가 하나가 되어 ‘떼창’을 했다. 제작보고회 전날 한숨도 못 잘 만큼 만인 앞에 서는 일을 어색해하고 불편해한다는 영원한 ‘소간지’ 소지섭도 그날만큼은 자신을 놓고 춤을 췄다는 후문.

군함도,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 하퍼스 바자

소지섭이 입은 수트와 셔츠는 모두 Saint Laurent, 에나멜 로퍼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황정민이 입은 재킷과 팬츠는 모두 Tom Ford, 터틀넥은 Lanvin by Mue 제품. 송중기가 입은 수트, 셔츠, 슈즈는 모두 Saint Laurent 제품.

화려한 의식을 치른 후에야 돌입할 수 있었던 신은 어떤 장면이었을까? 시간과 장소를 잠시 화보 촬영이 있었던 같은 날 오전,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으로 돌려보자. 영화 <군함도>의 실체가 일부분 드러난 제작보고회 현장. “이 영화는 사실을 기반으로 만든 작품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몇 프로 정도가 사실인지 궁금합니다.” <아사히 신문> 기자가 던진 첫 질문에 류승완 감독이 마이크를 잡았다. “영화라는 것이 무슨 제작 공법이 있어서 실제 함량 몇 퍼센트, 창작 함량 몇 퍼센트 이렇게 하는 게 아니잖아요. 몇 퍼센트가 사실이라고는 말씀을 못 드리겠지만 영화에 등장한 주요 인물들의 사연은 가능할 법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만들어진 겁니다. 영화적인 서스펜스나 활력과 박력이 중요한 영화라고 생각해요. 극단적인 민족주의에 의존하거나 소위 말하는 ‘감성팔이’에 의존하는 영화가 아니라는 건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감독은 ‘국뽕’이란 기우를 일단락 지었다. 영화는 개봉하기 전부터 극우 성향 언론인 <산케이 신문>으로부터 ‘날조된 영화’라는 공격을 받고 이를 퍼다 나르는 ‘넷우익’의 근거 없는 비난을 받은 해프닝이 있었다.

오히려 류 감독이 힘주어 말한 건 ‘영화적 쾌감’이다. 촬영 팀이 얼큰한 회식을 통해 심신을 다스린 후에 돌입했던 신이 바로 모든 배우들이 명장면으로 뽑은 ‘탈출’ 시퀀스다. 황정민이 말했다. “맨 마지막에 찍었던 장면이에요. 그 시퀀스가 영화상에서 보여지는 길이는 15분 남짓의 시간일 테지만 정말 꼬박 한 달 동안 찍었어요. 그걸 찍을 때 제발 사고 없이 무사히 잘 찍었으면 하고 모두가 간절히 바랐어요. 까딱하다 긴장을 놓치면 다칠 수가 있으니까 한 달 내내 예민한 상태로 연기해서 많이 지쳤죠. 촬영 후에 돌아와서 샤워하고 나면 바로 기절한 사람처럼 곯아떨어졌어요.”

군함도, 소지섭, 송중기 - 하퍼스 바자

소지섭이 입은 수트, 셔츠는 모두 Dries Van Noten by BOONTHESHOP, 슈즈는 Christian Louboutin 제품. 송중기가 입은 하프넥 셔츠는 Customellow, 팬츠는 Vivienne Westwood, 로퍼는 Giuseppe Zanotti 제품.

송중기가 뽑은 가장 힘들었던 장면도 바로 ‘대탈출’ 시퀀스다. “30회차 넘게 찍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정말 아수라장이었죠. 여기저기서 무너지고 터지고 총, 칼, 피, 또 다시 반복되고…. 그런데 다들 그날 찍은 분량을 모니터링하고 되려 힘을 얻게 되는 그런 장면이기도 했어요. 장면 자체만 놓고 봤을 때 스펙터클하고 진짜 치열하게 나왔거든요. 이번 영화의 클라이맥스라고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소지섭은 이번 영화를 두고 주연 조연 단역 구분할 것 없이 “배우들이 미술이자 미장센 그 자체였다”고 엄지를 치켜 세웠다. 배우들은 실제 기록으로 남아 있는 당시 조선인들의 마르고 앙상한 몸을 보고 자발적으로 체중을 감량했다. 심지어 등장하는 신이 많지 않은 조단역 배우들 가운데에도 20~30kg을 애써 감량한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이번 영화에서 위안부 피해 여성인 ‘말년’ 역을 맡은 배우 이정현은 40kg 초반 대의 몸무게를 36.5kg까지 만들었다. “캐스팅 제의를 받고 나서 관련 자료를 많이 찾아봤어요. 당시 조선인들은 갈비뼈가 툭 튀어나올 정도로 말라 있었고 노동을 많이 해서 몸에 잔 근육들이 붙어 있어요. 시나리오 설정상으로는 그렇게까지 체중을 감량할 필요는 없었지만 앙상하게 말라 있는 모습으로 연기하면 좀 더 관객들에게 당시의 상황과 감정이 잘 전달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배우들이 같은 마음으로 전부 다 엄청난 다이어트를 했던 이유죠.”

 

군함도, 이정현 - 하퍼스 바자

트렌치코트는 Burberry, 귀고리는 Minetani, 에나멜 펌프스 힐은 Christian Louboutin 제품.

이정현은 실로 검색의 여왕이다. 감독으로부터 “정현, 내일부터 당장 연출부로 출근해.”라는 농담을 들을 만큼 촬영이 시작되기 전 배우 역시 철저한 고증 작업을 거쳤다. “극 중에서 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고난과 고뇌를 얘기하면서 마지막에 읊조리는 노래가 필요했어요. 저는 그 장면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감독님도 같은 생각이었죠.” 일제시대 당시 유행했던, 하지만 관객들이 처음 들어봤을 법한 감성적인 노래를 직접 찾아냈다. “역시, 류승완 감독님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 제가 연기한 인물을 표현하면서 처절한 상황 속에서도 그녀가 강인함을 잃지 않고 자신의 운명에 당당하게 맞선다는 점이었어요. 절대로 울지 않아요. 유곽에서 그동안 겪었던 고초를 설명하는 신에서 감독님께서 눈물 없이 담담하게 가자고 하셨어요. 지나고 나서 보니 그게 더 슬펐어요.”

군함도, 황정민 - 하퍼스 바자

딸을 위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는 악단장 이강옥은 류승완 감독이 애초부터 황정민을 떠올리고 만든 인물이다. 그가 뮤지컬 배우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하는 화려한 무대가 예상된다. 탭 댄스, 클라리넷, 일본어 연기까지 ‘베테랑’ 황정민은 이번에도 변신을 거듭한다. “한국말도 서툴러서 잘 못하는데 일본말은 더 힘들었어요.(웃음) 이강옥은 일본말을 할 줄 아니까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는 박쥐 같은 사람이죠. 지옥에 끌려온 상황에서 사실 무슨 나라가 필요해요. 일단 살아남는 게 중요하죠. 간사한 인물이지만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지, 철저하게 개인적인 생존 본능에 대한 충분한 공감이 관객에게 전달됐으면 해요.” 류승완 감독이 ‘천재’라고 극찬한 김수안 아역 배우가 그의 딸 소희 역으로 등장해 무거운 장면들 사이로 유쾌한 장면을 예고한다.

군함도, 소지섭 - 하퍼스 바자

칼라 니트, 팬츠, 벨트는 모두 Burberry, 로퍼는 Christian Louboutin 제품.

소지섭은 이번 영화에서 종로 일대를 평정한 경성 최고의 주먹 ‘최칠성’으로 분한다. 정두홍 무술감독으로부터 “눈으로 한두 번 보고도 합이 필요한 액션의 동작을 바로 외워버려서 깜짝 놀랐다”는 호평을 받았다.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소지섭에게 류승완 감독과의 만남은 신선함과 도전이 공존한다. “연기한 장면을 화면으로 보고 ‘제가 연기한 게 맞나요?’라고 몇 번이나 물어봤어요. ‘조금만 더 빠르게, 힘 있게’ 해달라는 디렉션을 많이 받았어요. 감독님이 원했던 건 한 번 휘젓더라도 뭔가 강인함이 있는, 동물로 표현하자면 약간 호랑이 같은 느낌이었던 것 같았어요.” 실제로 만나본 소 배우는 초식동물에 가까운 사람 같아 보였다. 느릿하고 나긋했다. 물론 이번 영화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인 목욕탕 신에선 물 만난 맹수 같은 그의 명연기를 감상할 수 있다. 그 장면을 위해 한 달간 연습했다고 했다. “액션 동작을 미리 외워놓지 않으면 상대방을 때리거나 반대로 제가 맞을 수 있어요. 저는 춤을 추는 거랑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1번 동작, 2번 동작 이런 식으로 순서를 정해놓고 연습해야 리스크가 없죠.” 그러나 강도 높은 액션보다 그를 힘들게 했던 의외의 복병은 따로 있었다. “아래가 허전에서 조금 민망했죠. 천 쪼가리 하나만 걸치고서 액션 연기를 하려다 보니까….(멋쩍은 웃음)”

송중기 - 하퍼스 바자

플리츠 장식 셔츠는 Ports 1961, 팬츠와 벨트는 모두 Burberry 제품.

독립운동의 주요 인사를 구출하라는 임무를 받고 잠입한 독립군 박무영 역의 송중기는 촬영 팀의 ‘미담 제조기’ 같아 보였다. 제작보고회에서 오고간 류 감독의 코멘트를 인용한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 전이었어요. 과연 이 배우가 군대 제대하고 첫 영화를 혼자 스포트라이트 받는 작품이 아닌 영화에 출연해줄까? 저도 반신반의 하면서 대본을 보냈어요. 그런데 읽더니 너무 흔쾌히 출연을 결정했어요. 군대를 갓 제대해서 그랬는지.(웃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우리 모두에게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좀 깍쟁이 같고 차가운 느낌이 있을 줄 알았는데, 뭐랄까 솔직히 말하면 사람이 좀 촌스러웠어요. 우직하다 못해 감독을 만나면 말을 좀 꾸밀 법도 한데, 그런 게 하나도 없더라고요. 본인이 이 영화를 왜 해야 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는 너무 고마웠어요.” 그리고 현장에서 ‘감동 먹은’ 순간이 있다며 미담 하나를 풀었다. 높은 곳에서 와이어에 의지해 연기하는 배우 한 명이 다리의 분장 때문에 움직이기 곤란한 상황이었는데, 송중기가 본인 담배에 불을 붙여 그에게 전달해주는 모습을 멀리서 목격했다는 것이다. “누가 봐도 진짜 담배 한 대가 그립겠다 하는 상황이었거든요. 송 배우는 항상 그런 행동의 연속이었어요. 주변 사람을 배려하는 것이 어떤 이미지 관리가 아니라 타고난 천성이더라구요.”

이 말을 다시 화보 촬영장에서 꺼냈더니 송중기는 멋쩍어했다. “팬들은 제가 담배 끊은 줄 알고 계시는데.(웃음) 감독님 역시 촌스러운 분이죠. 흥행한 영화가 많은 스타 감독인데도 이상하게 거리감이 없어요. 그래서 좋아합니다. 류승완 감독님 영화 중에서 <주먹이 운다>는 열 번 넘게 본 것 같아요. 감독님 영화를 보면 촌스러운 감정들이 묻어 있어요. 단어가 해석하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도 같은 의미로 감독님 말씀을 해석했어요. 제가 말하고 싶은 ‘촌스러움’이란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허세가 없고 진국 같은 느낌이랄까요?” ‘브로맨스’는 배우와 감독 사이에도 피어오른다.

군함도, 소지섭, 송중기 - 하퍼스 바자

소지섭이 입은 수트, 셔츠는 모두 Dries Van Noten by BOONTHESHOP 제품. 송중기가 입은 하프넥 셔츠는 Customellow 제품.

 

지금까지 <군함도>라는 영화를 제3자의 관점으로 바라보려고 애써 노력해왔지만, 나는 이제 봉인해제하고서 그 마음을 와르르 붕괴시키려고 한다. 소지섭의 관전 포인트는 이렇다. “저 역시도 마찬가지겠지만 이 영화는 몇 번을 더 볼 것 같아요. 볼 때마다 새로운 장면이 눈에 들어올 것 같아요. 처음엔 당연히 전체적인 흐름과 본인이 좋아하는 배우가 먼저 보이겠죠. 그런데 스크린 저 뒤에서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연기하는 조연, 단역 배우들을 찾아보셨으면 좋겠어요.” 오는 7월 <군함도>가 곧 뭍으로 상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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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사진Kim Yeongjun
헤어이 범호(아쥬레, 황정민), 김 정한(소지섭), 손 예산(순수 청담점, 이정현), 이 혜영(아베다, 송중기)
메이크업임 미현(제니하우스, 황정민), 원 조연(소지섭), 최 수경(이정현), 김 지현(송중기)
스타일리스트이 혜영(황정민), 남 주희(소지섭), 강 지영(이정현), 강 은수(송중기)
세트 스타일링최 서윤(다락)
어시스턴트백 하린, 김 민형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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