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요한 션샤인, 김희성이오!

예술가란 무용하지만 아름다운 것을 좇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배우 변요한은 연기와 예술과 사랑이 결코 무용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호텔 글로리에서 막 빠져나온 듯한 그와 현실적 이상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코트, 팬츠는 모두 Kimseoryong Homme,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무더위 속에서 코트를 입고 야외 촬영을 하면서도 화보 촬영을 즐기는 것 같더라. 능동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화보 촬영이 많은 공부가 되는 것 같다. 어떤 옷이 나한테 어울릴까, 이런 옷을 입었을 때 어떤 캐릭터가 만들어지나, 화보만큼 짧은 시간에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볼 수 있는 상황도 드물다. 작품에서 캐릭터를 창조할 때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오늘은 아주 즐겁게 공부를 한 현장이었다. 그런데, 예전에 만난 적이 있지 않나? 

<미생>이 끝난 직후에 인터뷰를 했었다. 그 사이에 많은 인터뷰를 했을 텐데 기억력이 좋은 편인가 보다.
사람들의 얼굴을 특히 잘 알아보는 것 같다.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연예인들도 먼저 알아보는 편이다.  

오늘 촬영을 한 동네에서 오래 살았다고 들었다. 동네에서 마주치는 변요한은 어떤 모습인가?
지금과 똑같다. 가리고 다니지 않는다. 데뷔할 때부터 마음을 먹었던 것이,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해서 얻는 것과 잃는 것이 있겠지만 그것들을 인식하면서 살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었다. 평소에는 변요한으로서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가죽 재킷은 All Saints, 팬츠는 Levi’s 제품.

코트, 팬츠는 Maison Margiela, 터틀넥은 Lanvin by Mue, 슈즈는 Berluti 제품.

<미스터 션샤인>에 들어가기 전에 긴 휴식 기간을 가졌는데 그 시간 동안 뭘 했나?
글, 영상, 공연 등 많은 걸 봤다. 집에서 혼자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의 피겨를 만들기도 했다. 장국영, 알파치노, 말런 브랜도. 손으로 하는 일을 하다 보면 잡념이 사라지고 무념무상이 되어서 아주 행복한 상태가 된다.  

조금 경박한 표현이긴 하지만 흔히 “물 들어왔을 때 노 젓는다”는 말을 쓰는데, 한창 상승세에 있을 때 휴식을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그럴 때 노를 안 젓더라.(웃음) 그러고 싶어하지 않는 성향인 것 같다. 너무 빠르고 정신없고 혼란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좋은 연기에 대한 정의도 불분명한 상태에서 좋은 연기를 어떻게 할 수 있겠나 싶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나를 위로해주고 자극시키고 진심으로 대해주는 사람들과 웃고 울고 따뜻한 시간을 보내는 게 나에게는 매우 중요한 의미이기 때문에 그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조디 포스터가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생각이 난다. 시간이 날 때 친구들을 만나는 게 아니라 친구들을 만나기 위한 시간을 내야 하는 거라고.
잘 들어줘야 하고, 보듬어줘야 하고, 한편으로는 내 이야기도 해야 하고. 정말로 많은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변요한과 친구들은 업계에서 끈끈하기로 유명하다. 류준열, 지수, 이동휘, 수호 등 요즘 가장 주목받고 있는 남자 배우들인지라 그 모임에 끼고 싶다는 이야기도 많다.
진짜 친구들이다. 고맙고, 가끔은 걱정도 되고, 나 몰라라 할 수 없는 친구들. 만나면 일 이야기는 많이 하지 않는다. 그것은 개인이 풀어야 할 숙제인 것 같다. 다른 사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로는 작품 잘 봤다, 기대된다, 힘내라, 딱 이 정도가 적당한 것 같다. 우리는 만나면 웃기 바쁘고 장난치기 바쁘다. 

니트는 Loewe by Mue, 안경은 Muzik, 슈즈는 Unipair,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미스터 션샤인>의 현장은 어떤가? 이병헌, 김태리, 유연석 등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과도 많이 편해졌나? <미스터 션샤인>의 호텔 글로리에서 바에 앉아 있는 유진과 구동매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서 앉는 희성의 모습이 생각 난다. 희성이라면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였을 텐데.
김희성이라는 인물은 그랬을 텐데, 변요한이라는 인물은 그렇지가 않다.(웃음) 원래 조용한 성격이다. 가끔 예민해 보인다는 이야기를 듣는데 잘 끝내야 하는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집중하며 나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미스터 션샤인>도 수다스러운 현장은 아니다. 각자 풀어야 하는 숙제가 있기 때문에, 말수를 아끼고 진지하게 역할에 몰입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분위기가 기저에 깔려 있다. 배우들뿐 아니라 이 작품에 참여하는 모든 스태프들이 멋지다. 잠깐 스쳐 지나가는 인물도 작품에 스며들 수 있는 현장 분위기를 스태프들이 만들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배우의 입장에서 받아들이기에 김은숙 작가의 대본은 어떤가?
김은숙 작가님이 써준 김희성이라는 캐릭터를 몇 프로만이라도 잘 표현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희성뿐 아니라 이 드라마에 나오는 모든 캐릭터들이 멋지다. 남성 캐릭터들은 각자의 매력을 가지고 있고, 여성 캐릭터들도 굉장히 멋있는 여성상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처음에 이 작품의 대본을 봤을 때, 단순히 트렌디한 드라마를 뛰어넘어서, 되게 멋있는 작품이구나 싶었다. 기존의 메커니즘을 뛰어넘으면서도 균형이 잘 맞춰져 있다. 다 같이 끌고가면서 함께 밀어붙이는 힘이 참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셔츠는 Wooyoungmi 제품.

희성이 말하는 무용한 것은 사실 눈앞에 없는 것이고,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이다. 농담이지만 진짜 농담이 아니고, 웃음이지만 진짜 웃음이 아니다. 그게 너무 슬펐다. 나는 희성과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그와는 정반대로 진짜 웃음을 웃고 싶고, 진짜 농담을 하고 싶고, 정말로 향기가 나는 꽃을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다.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미생> 때부터 발휘되어왔던 변요한이라는 배우의 매력이 제대로 발휘되는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 싱글싱글 웃고 있는 듯하지만 사실은 판이 돌아가는 상황을 정확히 꿰고 있고, 상대방의 목적을 알고 있으면서도 능청스럽게 행동하고, 웃고 있는 한편으로는 슬픔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 말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미스터 션샤인>의 세 남자 중에서 희성이 가장 매력적이었다.
모든 작품이 힘들지만, 잠깐잠깐 굵직하게 나오는 희성의 서사를 짧은 순간에 표현한다는 게 어려웠다. 아직 드라마가 끝나지 않았고, 이 인터뷰가 나올 때쯤이면 본격적으로 희성의 서사가 펼쳐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희성이라는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힘에 지고 싶지 않는데 어쩌면 드라마가 끝나고 나서도 내가 김희성이라는 인물에게 졌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희성은 ‘무용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하는 사내다. 달, 별, 꽃, 바람, 웃음, 농담 같은 것들을 사랑한다고 반복해서 말한다. 변요한은 어떤가?
희성의 아이덴티티를 한마디로 설명해주는 대사라고 생각했다. 희성을 연기하면서 그가 가진 잡념이 뭘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어찌 보면 신념은 흐릿한 친구다. 사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도망 다녔고, 피해 다녔고, 부딪히지 않았고. 10년 전에 만났으면, 희성은 정혼자인 애신을 사랑할 수 없었을 거다. 흐릿하게 10년이라는 시간을 보냈기에, 애신이 가진 단단함에 매료된 것이다. 

코트, 팬츠, 셔츠는 모두 Wooyoungmi 제품.

마음만 먹으면 모두 가질 수 있지만, 스스로 가지지 않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 그 사람이 가진 정직함이다. 그래서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는 흐릿함 자체가 그의 정체성인 것 같다.
그래서 희성이라는 인물을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 1분 안에 눈물을 흘릴 수 있을 정도로, 지금 희성이라는 인물에 대한 연민으로 꽉 차 있다. 자신의 감정과 반대로 표현을 해야 되고, 많은 것을 담고 있는 대사들이 많아서 사실 이 역할이 많이 어렵다. 희성이 말하는 무용한 것은 사실 눈앞에 없는 것이고,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이다. 농담이지만 진짜 농담이 아니고, 웃음이지만 진짜 웃음이 아니다. 그게 너무 슬펐다. 나는 희성과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그와는 정반대로 진짜 웃음을 웃고 싶고, 진짜 농담을 하고 싶고, 정말로 향기가 나는 꽃을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다. 

무용하지만 아름다운 것에 연기도 포함될까?
솔직히 말하면, 연기는 무용하지 않은 것 같다. 배우가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하고 작품이 완성됐을 때 메시지가 만들어지고,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한다. 누군가에게 그 메시지가 남는다면, 그건 유용한 것이 된다. 배우로서 어떤 작품을 선택하게 되는 기준점이 되는 것도 결국 메시지다. 내가 연기할 캐릭터보다는 전체 이야기가 사람들의 마음속에 무언가를 남길 수 있을지가 가장 중요하다. 나 역시 많은 작품들에게서 영향을 받았고, 그건 결코 무용한 것이 아니었다. <미스터 션샤인>의 메시지는 누구나 빛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암흑기라고 불리는 1930년대이지만 누군가가 움직여서 빛이 만들어지고, 지금의 우리가 있는 거니까. 

관객의 입장에서는 어떤 작품을 좋아하나?
영화는 다 좋아하지만 특히 다큐멘터리를 좋아한다. 최근에 본 짐 캐리의 작업 방식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인상적이었다. 그가 혈기 왕성하던 20대에는 상상할 수 없는 광기가 있더라. 누군가가 짐 캐리라고 부르면 쳐다보지도 않는다. 캐릭터 속 인물의 이름으로 불러야 비로소 돌아보고 같이 밥을 먹는다. 참 골 때린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런 광기를 ‘리스펙트’ 해주는 제작 환경이 조금은 부럽기도 했다.

재킷, 팬츠, 이너는 모두 Yoji Yamamoto,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미생>으로 인터뷰를 했을 때 한석률 캐릭터를 두고 ‘현실 세계에 들어온 이상주의자’ 같다는 말을 했었다. 변요한 역시 낭만적이지만 연약한 무언가를 좇고 있는 이상주의자인 것 같다.
연기라는 작업이 그렇게 만들어주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것이 삶의 태도가 되어서 만약 연기를 못하게 되는 상황이 되어도 이상주의자로 살아갈 것 같다. 여전히 세상은 너무 크고, 섞일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섞이기가 어렵고, 나라는 사람을 아는 것 같으면서도 잘 모르겠는 감정이 있다. 20대에는 방황이라는 특권이 있지만 30대인 지금은 균형을 잡는 훈련을 해야 한다. 나 혼자만 좋은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좋은 결과가 돌아갔으면 싶은데, 또 모두가 좋은 걸 하면 내가 사라질 것 같다. 밀어붙이는 것과 받아들이는 것의 중간 지점에서 균형을 잘 잡고 싶다.   

에단 호크가 자신감에 대해서 했던 말이 당신에게도 유용할 것 같다. “개인의 자신감은 너무 연약해서 손상되기 쉽다. 그러나 자신감은 결과에 큰 차이를 만든다. 글을 쓸 때는 사람들이 이걸 좋아할 거라는 생각이 마음속에 있어야 한다. 작곡할 때는 이 노래로 세상이 바뀔 것이라고 믿어야 한다는 밥 딜런의 말에는 통찰력이 있다.”
지키고자 하는 게 분명하면서도 적절히 유연하고, 한편으로는 철없음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참 대단해 보이고 존경스럽다.

지금 당신이 가진 것 중에서 꼭 지키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사랑하는 마음. 가족, 친구들, 절대 돌아오지 않을 이 순간들을 즐겁게 사랑하면서 살고 싶다. 그것이 속박이나 책임감으로 다가온다 하더라도 사랑하는 마음은 절대 없어져서는 안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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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사진 Kim Cham
헤어 수철
메이크업 정안
스타일리스트 박초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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