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리나 졸리의 편지

인권 신장을 위해 누구보다 목소리를 높여온 안젤리나 졸리. '바자' 150주년을 맞아 그녀가 나미비아에서 전하는 여성의 권리, 그리고 환경에 대한 책임에 대하여.

Ralph Lauren Collection dress; K. Jacques sandals.

<바자>의 150주년을 기념하기 전, 1867년 <바자> 편집장을 떠올렸다. 그녀는 오늘날 여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바자>가 창간된 것은 노예 제도가 폐지되고 2년 후. 자동차도 조명도 없던 시절, 대다수 사람들은 50살을 넘지 못했고 특히 여성이 출산과 동시에 세상을 떠나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또한, 19세기 여성들은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다. 대학에 진학할 기회, 의학, 과학, 법학을 공부할 기회, 그리고 투표할 권리까지. 그런 현실에서 평생 여성 인권을 주장해온 <바자>의 편집장이 오늘날의 여성을 보면 어떨지. 어쩌면 놀랄 뿐만 아니라 감사해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성 불평등에 대해선 또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진다. 애니메이션 <더 브래드위너>의 소녀처럼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학교 대신 일터로 향하는 여성이나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해 어린 나이에 생을 마감하는 여성 등에 대해 말이다.

Dior dress and rings.

내가 만났던 여성 중 가장 아름답고 끈기 있는 사람은 어느 아프가니스탄 난민이었다. 그녀를 만난 곳은 파키스탄 국경에서 유기된 막사. 불도저로 밀어버린 지붕 없는 피신처에는 병원도 없었다. 그곳에서 임신 중이었던 그녀는 일을 찾아 떠나버린 남편을 하염없이 기다렸다. 그녀는 나에게 차를 대접했다.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돕고 싶어요.” 내가 말을 건네자 그녀는 지금처럼 대화를 나누는 것보다 더 바라는 것은 없다고 답했다. 그녀는 온 힘을 아이에게 주듯 몸을 지탱하고 있었고 그런 그녀의 눈에선 빛이 났다. 요즘에도 가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며 위안을 얻곤 하지만, 그녀의 행방은 모른다. 아이는 낳았는지, 남편은 돌아왔는지, 살아있는지, 혹은 추방됐는지 알 수 없다.

세계 경제 포럼에 따르면 모든 국가에서 남녀의 권리와 기회의 격차를 좁히려면 83년이 걸린다고 한다. 결코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한 남성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모두에게 득이 되는 균형을 찾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를 쫓기에 83년은 너무 긴 시간인 것 같다.

 

Alberta Ferretti top and pants

이번 촬영은 나미비아 나미브 사막에서 진행됐다. 친구인 말리스와 루디가 이끄는 ‘N/a’ an ku se’ 재단이 운영하는 자연 보호 구역이다. 지난 10년 간 두 친구와 나미비아에서 태어난 딸 사일로와 함께 이곳을 보호하기 위해 힘써왔다. 그러니까 내게있어 나미비아는 가족과 친구 간의 연결 고리일 뿐만 아니라 앞으로 필요한 자연과 인간 사이의 균형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의미한다.

Rag & Bone t-shirt; Ralph Lauren Collection pants; Beladora earrings; Ariat Two24 boots; Jill Heller vintage bangles; Jolies own necklace and ring.

‘N/a’ an ku se’ 재단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부족인 나미비아 산족 사람들과 함께 일한다. 이 부족은 수천 년간 이어져 온 인간과 야생의 조화로운 공생을 보여주지만, 이들 역시 고통받아왔다. 무분별한 개발, 야생의 고갈, 그리고 이로 인한 추방. 산족 사람들은 더는 사냥할 수도 가족을 부양할 수도 없게 됐다. 이는 나미비아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의 문제. 그리고 그 문제는 다름 아닌 여성에게 돌아간다. 전 세계 빈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여성은 가족을 위해 식량과 연료를 찾는다. 따라서 자연 파괴에 따른 여성 빈곤은 더욱 악화 될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타격받는 것은 여성의 교육과 건강. 그런가 하면 매년 기후 변화로 인해 추방되는 인구는 2150만 명에 다다를 정도로 자연환경 역시 국제적 안정을 위한 중요한 요소다.

 

Atelier Versace gown.

이 치타들을 처음 만난 건 2015년. 그 당시 우리 가족은 유기돼 죽어가는 치타들을 후원했다. 지금 그 치타들은 다시 건강을 찾았지만 여전히 야생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인간에 대한 두려움을 잃은 데다 농장 지대에서 살해 당할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치타 수가 7100마리로 급감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가능한 모든 동물을 보호해야 한다. 그렇다고 야생 동물이 애완 동물이 되어선 안 된다. 이 치타를 보호하는 것은 야생 동물 보호를 위한 것, 즉 미래를 위한 자연 보존의 일환이다.

Gabriela Hearst blouse; Jolies own earrings.

이로쿼이 인디안 혈통인 어머니는 내게 이로쿼이족의 격언을 가르치셨다. 내용인 즉, 지금의 결정이 미래의 일곱 세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 150년 후 세상이 어떨지 모르지만 지금 내리는 결정이 미래를 바꾸는 것은 분명하다. 20세기 초반 유행한 야생 동물 상품(가령 상아라던가)의 판매는 자연 파괴로 이어졌고, 야생 동물 서식지였던 아프리카는 그 역할을 잃고 있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불법 야생 제품을 사지 않는 것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선택일 수 있는 것. 야생 제품의 수요는 패션계에서도 존재했지만, 이제 잡지에서는 이런 메시지를 보낼 수 있을 듯하다. 야생의 것은 야생에 있어야 비로소 아름답다는 것을, 그래서 그래야만 한다는 것을.

이렇듯 각자만의 방법으로 무언가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래를 향한 희망은 다른 곳이 아닌 우리 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다가올 150년 동안 기술의 발달은 우리에게 더 나은 삶을 가져다주겠지만, 그 변화를 이끄는 것은 우리의 결정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내 삶을 통해 한 가지 배운 것이 있다면 ‘내가 옹호하는 것과 내가 반대하는 것으로 내가 정의된다’는 것. 산족 사람들의 말마따나 지평선을 따라가면 절대 길을 잃지 않을 것이다.

더 브레드위너

*안젤리나 졸리는 영화감독이자 유엔 난민 고등 판무관의 특사, 분쟁하 성폭력 방지 이니셔티브의 공동창립자이다. 애니메이션 <더 브래드위너>는 전 세계 개봉에 앞서 11월 17일 북미에서 개봉될 예정.

  • Kakao Talk
  • Kakao Story

Credit

에디터
패션 에디터제니퍼 레이드
안젤리나 졸리
사진알렉시 루보미르스키
본 기사를 블로그, 커뮤니티 홈페이지 등에 기사를 재편집하거나 출처를 밝히지 않을 경우, 그 책임을 묻게 되며 이에 따른 불이익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웹사이트 내 모든 컨텐츠의 소유는 허스트중앙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