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세종의 초상

지난 2년간 무서운 속도로 성장해온 배우 양세종의 입에선 의외로 ‘사랑’과 ‘행복’이라는 평범한 단어가 반복되었다. 출발 열흘 전 티켓을 끊고 급작스레 떠난 여행지에서 만난 양세종의 민낯.

모처럼 여행을 왔는데, 도착한 후에도 조금은 긴장 상태다.

평소에 어떤 일이든‘집중해서 후회 없이 잘하자’라는 마음이라 여기 와서도 내내 긴장 상태였다. 나는 작품을 마치면 싹 잊으려고 하는 스타일이다.그런데 이 촬영과 인터뷰를 준비하다 보니 모든 것이 다시 떠오르더라.아직 경험치가 부족해서 그런지, 이런 곳에 와도 ‘일’이라는 느낌을 완전히 놔버리는 게 어렵다. 후회 없이 잘하고 싶어서 그런 것이니 이해해달라.(웃음)

화보 촬영을 위해 쉬지 않고 운동을 하던데.

사실 너무 무리했는지 화보 촬영 후 식은땀을 흘릴 정도로 컨디션이 안 좋았는데 푹 자고 나니 개운해졌다.운동을 즐기는 편이긴 하지만 아주 가끔은 하루 종일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고 늘어지기도 한다. 이제 이 인터뷰만 마치면 제대로 즐길 수 있지 않을까. 도착한 첫날에 수영장 안으로 들어오는 빛이 환상적이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매사에 적극적이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성격이 모 아니면 도다.주위에서도 단점이라고들 한다.극과 극이라는 것.사람과의 관계도 극단적이라 처음 가졌던 선입견을 쉽게 떨치지 못하는 것 같다.

잠깐 겪었지만 눈치와 행동도 매우 빠르다.

그런가?다른 건 모르겠고 전체적인 분위기를 살피는 눈은 조금 있는 것 같다.학창 시절부터 공부만 하는 타입은 아니었다.사람들과 어울려서 운동을 하며 지내는 걸 좋아했다.그러면서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 특히 형들이나 선생님들과 잘 지내는 편이었다. 연기자가 된 후로첫 작품이었던 <낭만닥터 김사부>현장에서도 많이 배웠다.

뭐든 열심히 하니, 선배들이 예뻐할 만하다.

내가 눈치가 빠르거나 센스가 있어서라기보다 나에게 선배님 복이 있다.지금까지 연기자로서의 삶을 준비할 때나 데뷔 이후에도 딱히 아쉬움이나후회 없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게 다 이‘복’덕분이다. 사실 고등학교 때는 운동을 하면서‘내가 살 길은 이것뿐이다’라고 믿었다. 그러다 갑자기 연기자로 진로를 바꿨을 때도 언제나 지켜봐 주시면서 격려해준 선생님이 계셨다.희한하게 스승 복이 이어져 데뷔 전후에도 훌륭한 선배님들을 만났다. 감사할 뿐이다.

청초한 라벤더 향이 인상적인 ‘퓨어 그레이스’ 60ml 6만9천원 Philosophy, 울 스웨터는 Cos.

지난 2년간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섭렵하며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다. 본인에게는 어떤 시간이었나?

불과년 전만 해도 공연 준비하며 학교에서 친구들과 밤새 연습하는 게 일상이었다.몇 년 새 너무 많은 것이 변했다. 이런 현실이,기회가 과분하고 감사하고 좋은 건 맞다.하지만 친구들과 밤새 연습하던 시절이 그리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맡은 일이 많아지고 내 분량이 커질수록 책임져야 할 일들이 많아지고 생각할 것들도 늘다 보니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평소에 일을 할 때 극도의 긴장 상태인데 그걸 아는 이가 많진 않다.

그 부담이 행복을 느끼지 못하게 하나?

주연의 자리를 다소 일찍 잡게 되면서 부담과 책임이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 길을 오랫동안 걸어오신 선배님들이 정말 존경스럽다.선배님들이 현장에서 아무리 힘든 순간이 있어도 이겨내는 걸 보면서 위안을 받고 채찍질을 한다.힘들 때 티를 내지 않는 것이 연기자들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쌓아둔 스트레스를 풀어내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나?

걷는 걸 좋아한다.많이 걸으면 어느 정도 해소된다.음악을 듣는 것으로 풀 때도 많다.무엇보다 현장의 동료 배우,선배님,감독님에게 기댄다.리허설 때는 물론이고 시간만 허락하면 아주 작은 것까지 소통하려고 한다.촬영팀 스태프들과도 친해지려고 노력한다.그래야 좋은 노하우도 배우고 일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체크 셔츠는 Wooyoungmi, 터틀넥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헤링본 코트, 터틀넥, 팬츠는 모두 Kimseoryong,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연기자로서 양세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뭔가?

데뷔 전부터 가졌던 생각인데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상대의 지위가 높든 낮든 똑같이.그러니까 누구에게든 차별 없이 대하려고 한다.아직까지 큰 트러블 없이 현장에 적응하는 비결이기도 하다.

경험으로 치면 한없이 부족한 신인인데, 연기의 기본기가 매우 탄탄하다. 비결이 있나?

연기에 대해 아직 잘 모르지만 화술보다는 캐릭터 자체를 표현하기 위한 요소들에 신경을 많이 쓴다. 그리고상상을 심각할 정도로 많이 한다.인간은 누구나 결핍이 있고 부족한 면이 있기 때문에 상상을 많이 해보려고 하는 거다.예를 들자면작품에 들어가기 전부터 방이나 집 구조를 역할에 맞게 바꿔놓는다.결벽증이 있는 캐릭터라면?까칠한 외과의사라면?캐릭터에 따라 집에 있는 물건을 다 치워버릴 정도로 깔끔하게 해놓는다거나,조명을 어둡게 해놓는다든가, 집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는다거나 하는 식이다. 후각이 예민해 향수나 향초를 캐릭터에 맞게 골라 쓰기도 한다. 나 스스로 이 향과 어울리는 캐릭터라고 주문을 걸고 들어가는 거다.

스스로를 캐릭터와 일체화하는 것도 좋지만, 몰입도 어느 정도의 경계 지점이 있지 않나?

그렇다. 모든 역할에 몰입이 꼭 필요하지만 가끔‘제3자의 시선’을 유지해야 할 때가 있다. 다른 사람의 눈으로 나를 보는 연습이다.연기 이론 수업에도 있는데 이게 현장에서도 적용되더라.베테랑 선배님들은 이걸 잘하시는 게 눈에 보인다.자신의 연기를 스스로 지켜보는 고도의 기술.매 순간 집중은 해야 하지만 완전히 몰입하지 않는 기술인데, 나도 이것을 가지기 위해 노력 중이다.

니트 Dries Van Noten, 아이웨어 MATSUDA, 셔츠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머스크와 은방울꽃 향이 어우러진 ‘어메이징 그레이스’ 60ml 6만9천원 Philosophy, 옐로우 체크 니트 Fendi.

지난 3일간 본 얼굴이 시시각각 달라 보였다. 그건 브라운관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감독님은 세 보여야 하거나 자극적인 장면을 연출하실 때는 오른쪽 얼굴을 잡으시고,부드러운 느낌을 원할 때는 왼쪽 얼굴을 잡으시기도 하더라.사실 카메라 각도뿐 아니라 메이크업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 촬영 직전 생각이나 기분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연기자로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듣는 음악에 따라 표정이나 무드가 달라지기도 해서 선곡도 신경 쓴다.

양세종은 클로즈업 신에서 특히 강하다. 많은 감정이 담긴 눈빛 때문에 ‘멜로 장인’이라는 애칭도 있다.

그 얘긴 진짜 안 하면 좋겠다. 정말 부끄럽다. 모두 조명감독님과 촬영감독님 덕분이다. 나는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 드라마 <사랑의 온도>나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모두 주연 여배우들이 다 했다. 작품을 마치면 나 자신에게 후회가 가득 남는다. 그래서 이렇게 부족한 나를 찾아주는 감독님들이 있다는 사실에 늘 감사한다. 작품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사람들이 나를 알아봐주는 것도 더없이 감사할 뿐이다.

완벽주의 성향으로 스스로를 너무 몰아세우는 것은 아닌가?

내 마음에 여유가 점점 없어지는 거는 맞다.가까운 사람들도 그걸 느끼는지“세종아,니 마음속에 사랑이 점점 작아지는 것 같아.”라는 말을 하더라.차라리 작품을 하고 있을 때는 그것에 집중만 하면 되니 단순한데, 작품이 끝나고 사람과의 관계에도 신경 써야 할 시기가 되면 오히려 복잡해지고 긴장하게 된다. 일상이 바빠지고 머릿속이 꽉 차면서 내 마음에 여유의 자리가 작아진다는 사실이 가장 안타깝다.그래서 늘 생각한다. ‘내 안에 사랑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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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Contributing Editor Lim Kyungmi
사진 Chae Daehan
헤어 정선이(BLOW)
메이크업 강윤진(BLOW)
스타일리스트 지상은
장소 Hotel Indigo Bali Seminyak Beach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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