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의 스펙트럼

새로운 배우가 출현했다. 프리즘을 통과한 빛처럼, 형형색색 뻗어나가는 이주영이 가진 스펙트럼을 들여다보았다. 2018년 올해의 얼굴을 본 것 같다.

프린지 장식의 니트는 Balmain, 인조 퍼 미니 드레스는 YCH, 퍼 모자는 Miu Miu 제품.

이주영은 색깔 있는 배우다. 무채색보다는 아주 선명한 컬러를 가진. 장률 감독의 흑백영화 <춘몽>(2016)에서도 드문드문 등장하지만 뇌리에 선명하다. 이를테면 축구공을 능숙하게 드리블하며 거리에서 툭 하고 튀어나오던 장면. 갑자기 산속에서 오토바이를 질질 끌고 내리막길을 내려오는 신도 느닷없었지만, 이주영이 등장하면서 어떤 묘한 전환을 만들어낸다. 어쩌면 그녀는 소품과 대역이 필요 없는 배우일지 모른다. 언제든 직접 운전해서 가져올 수 있는 자신의 오토바이가 한 대 있으니까. 이주영의 대표작이자 2017년 좋은 영화로 꽤 많이 회자되었던 <꿈의 제인>은 가출한 청소년들이 ‘팸(패밀리)’을 이루며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영화다. 거기서도 이주영은 오토바이 뒤에 피자를 싣고 헬멧을 쓴 채 지하도를 시원하게 달린다. “지금처럼 소속된 회사가 없고 혼자서 연기 생활을 했을 때 연기만으로는 먹고살기 어려우니까 계속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그때 오토바이를 타면서 배달 일을 하고 있었는데 감독님께서 <꿈의 제인>이란 작품을 같이 해보자고 전화를 주셨던 기억이 나네요.(웃음)”

이주영은 얼마 전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주요 교통 수단은 렌터카였다. “저도 해외에서 운전은 처음 해봤어요. 여행 일정은 짧은데 가보고 싶은 곳이 많아서 망설이다가 용기를 냈죠. 자동차로 프랑스 남부를 쭉 횡단했어요. 어느 시골 마을에서 두 시간 정도 꼬불꼬불한 산길을 올라갔어요. 그 험한 도로에 가드레일이 제대로 없는 거예요. 바로 옆이 끝도 안 보이는 낭떠러지니까 바짝 긴장을 하고서 운전대를 잡았던 기억이 선명하네요.” 생사를 오간 2주 동안의 짧은 모험은 타이트한 틈을 비집고 다녀온 여행이었다.

백리스 리본 톱은 Rabbitti, 울 팬츠는 Miu Miu, 슈즈는 Fendi, 반지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카이 크리스티안센의 ‘유니버스 체어’는 by Kollekt 제품.

울 니트 톱, 퍼 트리밍의 코트는 모두 Miu Miu 제품. 입 코포드 라르센의 ‘펭귄 라운지 체어’는 by Kollekt 제품.

그가 출연한 색깔 있는 여러 영화들이 2018년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1월에 공개되는 첫 번째 주자는 <누에치던 방>이다. “얼마 전에 포스터 촬영을 마쳤는데 감독님이랑 배우들이 만나면 항상 하는 말이 있어요. ‘우리 영화 너무 어려운 거 아니냐.’(웃음) 저도 처음에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그리고 직접 연기하는 순간에도 풀어가기 쉽지 않은 작품이란 생각을 많이 했어요. 스토리를 서술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압축해보면 옛 친구를 찾아간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에요. 관통하는 정서에 대해 말씀드리면 그리운 동시에 잊고 싶은 그런 순간인 것 같아요. 그래서 영화를 찍으면서 저도 옛날 친구들 생각이 종종 났어요. ‘아, 연락 한번 해보고 싶다.’ 이런 생각이요.”

가장 최근에 크랭크업한 영화는 <메기(가제)>다. “어제 촬영을 모두 마쳤어요. 사실 감독님과 피디님이 제목에 대한 고민을 아직도 하고 계신 것 같아요. 중간에 한번 ‘구덩이’라는 제목으로 바뀌었다가 다시 원래로 돌아왔죠.(여기서 ‘메기’란 우리가 아는 그 어류가 맞다.) 어느 날 촬영장에 진짜 예쁜 메기 한 마리가 왔더라고요. 흰색에 가까운 되게 특이한 색깔이었는데 아프리카에서 데려왔다고 들었어요. 영화에도 등장할 겁니다. 촬영이 모두 끝나고 나서 구교환 피디님이 키운다고 데려갔어요.”(배우 역할도 겸하는 구교환과는 이번 영화에서 연인 사이로 등장한다고.) 어쨌든 메기가 여러모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영화지만 이 작품엔 배우 문소리도 출연한다. “전체 기간으로 한 달 반 정도를 촬영했는데 문소리 선배님과는 딱 8일 정도 촬영했어요. 소리 선배님이 병원의 부원장이고 제가 그 병원의 간호사로 나오죠. 선배님이 등장하는 모든 신에 제가 같이 나옵니다.” 두 배우의 케미스트리가 꽤나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제가 지금까지 촬영 현장에서 떨거나 긴장한 적이 별로 없어요. 그런데 선배님과 첫 촬영 하던 날 뭔가 제가 자연스럽지 못한 상태라는 걸 스스로 느꼈어요. ‘오늘 촬영을 내가 정말 말아먹었구나.’ 되뇌며 집으로 돌아갔죠. 다음 날 다시 촬영을 이어갔는데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선배님이 주시는 에너지에 집중해보려고 했던 것 같아요.”

언젠가 인터뷰에서 만났던 이랑 감독은 이주영의 첫인상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가만히 있어도 매력을 ‘뿜뿜’ 발산하는 배우예요.”(‘매력 있고 멋있다’는 이랑 감독의 코멘트를 나 역시 길지 않은 화보 촬영에서 동감했다.) 이 둘은 웹드라마 <게임회사 여직원>에서 함께 작업했다. 캐릭터 자체를 남성인지 여성인지 뚜렷하게 규정짓지 않았던 ‘푸딩’이란 한 인간을 이주영은 자신만의 온도로 산뜻하게 표현했다. 영화보다 한 톤 더 재기 발랄한 그녀의 연기가 궁금하다면 웹드라마 <힙한 선생>의 역주행을 권하고 싶다. 이주영은 확실히 무대 체질이다. ‘초딩’으로 객석이 꽉 찬 무대에서 수건을 어깨에 걸고 능청스럽게 랩을 쏟아내는 음악 선생님으로 그가 등장한다. “원래 저는 힙합을 잘 알지 못해요. 랩은 배우고 연습하니까 잘한다는 소리를 좀 들었는데 스왜그를 장착하는 건 저한테 너무 큰 과제였죠.(웃음)” 대학교 시절 갑자기 노래를 배우고 싶어서 휴학을 하고 학원에 살다시피 하다 결국 지역 축제 노래자랑대회까지 나가서 인기상을 수상했다는 에피소드만 봐도 그는 평범한 사람은 아니다. “(웃음) 제가 인터뷰에서 별 이야기를 다 했네요. 실화 맞습니다.” 그래서 당시 부른 참가곡은 뭐였을까?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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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사진 Kim Heejune
헤어 이 일중
메이크업 김 지현
스타일리스트 김 경민
어시스턴트 김 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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