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석의 시간

서로 다른 시간을 보내온 조정석과 혜리가 <투깝스>라는 드라마에서 만났다. 2017년을 보내며, 매력적인 두 배우가 함께 만들어내는 뿌듯한 순간을 지켜볼 수 있을 것 같다.

조정석이 입은 실크 셔츠는 Kimseoryong, 팬츠는 Time Homme, 메탈 시계는 Calvin Klein Watches & Jewelry 제품.
혜리가 입은 오프숄더 톱은 Solace London by Net-A-Porter, 시퀸 스커트는 Jigott, 양손에 착용한 반지, 팔찌, 시계는 모두 Calvin Klein Watches & Jewelry 제품.

평소 패션에 무심한 편인가?

요즘 같은 시기에는 사실 전혀 생각할 시간이 없다. 두 가지에 다 신경을 쓰며 완벽하게 해나갈 수 있는 성격이 못 된다.

나도 가끔 아침에 옷 고르는 시간이 아까울 때가 있다. 스티브 잡스처럼 한 가지 옷만 입고 싶기도 하고.

나는 그런 쪽도 아니다. 오히려 한 가지 스타일의 옷만 입는 것에 반대하는 편이다. 직업 때문에라도 여러 가지 옷을 많이 입어보고 싶은 욕심은 있는데, 작품을 할 때는 다른 것에 신경을 쓰지 못한다. 그런데 시계라는 아이템은 좋아한다. 심지어 고등학교 때부터 시계를 모았으니까. 왜 이렇게 좋아하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시간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라서일까? 나 자신이 늦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상대방이 늦어도 화를 내나?

반복되면 화를 낸다.(웃음)

작품을 끊이지 않고 하는 것 같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워커홀릭인가?

워커홀릭은 아닌 것 같다. 지금까지 쉰 적이 없을 정도로 정말 열심히 하긴 했는데, 일에 중독되어 있는 시점은 지난 것 같다. 예전에 공연할 때는 확실히 그랬다. 평상 시의 조정석에 대한 생각을 못할 정도로 그 인물에 빠져 있었고, 무대 위에서 단 한 번이라도 그 인물로 걷고, 숨 쉬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참 좋겠다, 그런 생각을 했었다. 지금은 좋은 작품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욕심에 가깝다.

터틀넥 톱은 Lardini, 팬츠는 Calvin Klein, 가죽 시계와 반지는 모두 Calvin Klein Watches & Jewelry 제품.

조정석이 입은 터틀넥 톱은 Ermenegildo Zegna, 반지, 시계, 뱅글은 모두 Calvin Klein Watches & Jewelry 제품.
혜리가 입은 드레스는 Maison Margiela by YOOX, 드롭 귀고리, 반지, 시계, 뱅글은 모두 Calvin Klein Watches & Jewelry 제품.

이번에 시작하는 드라마 <투깝스>에서 1인 2역을 맡았다. ‘디테일 장인’이라는 별명도 있지 않나. 연기할 때 그 사람이 가진 감정의 온도나 사소한 습관 등 디테일에 신경을 쓰는 스타일인 것 같은데 전혀 다른 서사를 가진 두 인물을 연기하며 헷갈리지는 않나?

맞다. 그만큼 정말 어렵고 고되다. 사실 ‘디테일 장인’이라는 것은, 그 인물이 가진 서사적인 구조를 보는 사람들한테 얼마만큼 설득시키고 이해시킬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얻은 별명인 것 같다. 모든 배우들이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겠지만, 이번에야말로 너무나 다른 지점을 바라보고 있는 두 인물의 감정들을 모두 챙기면서 디테일하게 연기를 하는 게 정말 어렵다. 일단 분량 때문에 체력적으로 힘들고, 여기에 잘 구현해보려는 욕심이 맞물리니까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힘든 것 같다. 그래서 처음에 대본을 보고 느꼈던 감정을 잊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함께 연기하는 파트너로서 혜리와의 호흡은 어떤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똑똑한 배우라고 느꼈다. 영리하게 해야 할 일을 하고, 대본을 분석하는 능력도 좋고, 함께 연기할 때 가져가는 호흡도 잘 맞는다. 그렇다면 똑똑한 모습을 예상하지 못했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웃음), 나는 팬이라고 말하고 다닐 정도로 덕선이를 좋아했다. <응답하라 1988> 속 사랑스러운 덕선이의 모습이 컸던지라 좀 더 덜렁대거나 발랄한 쪽일 줄 알았다.

<질투의 화신>에서 배우 공효진과도 그렇고, <오 나의 귀신님>에서 배우 박보영과도 그렇고, 상대 배우와의 케미가 유난히 돋보이는 것 같다.

상대 배우와 잘 어울린다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기분이 좋다. 오늘 촬영할 때도 우리 혜리와 잘 어울린다고 말해주셔서 기분이 되게 좋았다. 내가 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작품 안에서 누굴 만나든, 이 공기 안에서 잘 어울리자, 그게 내가 가진 나름의 연기 철학이랄까? 거기에서 가장 빛나는 시너지가 나오는 것 같다.

생각해보면 조정석의 필모그래피는 좀 신기하다. 코믹한 감초 캐릭터로 자리 잡는가 싶더니 어느샌가 로맨틱한 드라마에 가장 잘 어울리는 남자가 되어 있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질투의 화신>이나 <오 나의 귀신님> 같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운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물론 그 캐릭터들 안에 내 모습도 있다. 쓰임새는 다르지만, 조정석이라는 도구는 똑같기 때문에. 까칠한 성격도 있고,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모습도 있고….(웃음) 그런 캐릭터가 욕을 먹을 수도 있지만, 그 인물의 행동을 납득시켜서 사람들의 마음을 일부분이라도 빼앗는 것이 내가 해야 하는 몫인 것 같다.

어쩌면 배우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외모나 조건이 아닌 ‘매력’인 것 같다. 조정석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왠지 모르게 끌리는, 매력을 가진 배우다. 그런가?

가끔 선배들이 “내 나이가 오십인데, 아직도 나를 몰라.”라고 말할 때가 있다. 사실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 그런데 배우는 자기가 가진 매력이 뭔지 정확히 모르더라도, 그게 말로 설명이 안 되더라도, 자신이 가진 매력이 있다는 믿음만은 있어야 하는 것 같다. 되게 잘생긴 배우가 어떤 대사를 했을 때 멋있는 건 당연할 수 있다. 그런데 덜 잘생긴 배우가 그 대사를 했을 때 정말 멋지게 느껴지느냐, 그것이 쟁점인 거다.

전자인 것 같나, 후자인 것 같나?

나는 당연히 후자다.(웃음)

코튼 소재 셔츠는 Man On The Boon, 니트 톱은 Tod’s, 매트한 재질의 시계, 반지는 모두 Calvin Klein Watches & Jewelry 제품.

사람들은 말한다. ‘조정석은 잘생김을 연기한다’고. 작품을 보다 보면 볼수록 잘생겨 보이는 이유는 뭘까?

그 말은 나도 알고 있다.(웃음) 어쩌면 무대 위에서의 ‘짬밥’ 때문일 수도 있다. 이런 유명한 말도 있지 않나. 무대 위에서 역할이 적은 배우는 있지만 존재감이 작은 배우는 없다고. 무대 밖에서 보면 보잘것없던 배우가 무대에 서는 순간 너무 커 보이고 아름다워 보이는 경험을 누구나 해봤을 거다. 내가 가진 매력이 있다면 오랫동안 공연을 하면서 무대 위에서 어떻게 해야 많은 사람들을 납득시키고 설득시킬 수 있을지, 100을 표현했을 때 200으로 느끼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해왔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런 매력 때문에 작품 밖의 조정석은 어떤 사람일지 호기심을 가지게 된다. 실제로 사랑을 할 때는 어떤 사람인가?

작품 속에서처럼 툭툭대지는 않고, 다정다감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질투의 화신>의 화신 같은 스타일은 절대 아니다.(웃음) 좀 어린애 같긴 하다. 물론 가끔은 어른스럽고 남자다울 때도 있겠지만 주를 이루는 것은 ‘풋내기’ 같은 면모다. 글쎄,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

왜 계속 자기 자신을 잘 모른다는 이야기를 하는 걸까?

30대 후반은 자신에 대해 잘 알게 되는 나이일 줄 알았다. 나이가 들수록 더 모르겠다. 우리 엄마랑 나는 벌써 38년 지기이고, 우리 엄마에 대해 다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엄마를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마찬가지로 예전에는 오히려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얘기할 수 있었는데, 어느 순간 그게 아닌 거다. 그래서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질문을 할 때, 딱 이 말밖에 할 수가 없다. <꽃보다 청춘> 속 모습이 그냥 나라고.

조정석이 입은 터틀넥 톱은 Lardini, 수트는 Kimseoryong, 첼시 부츠는 Bananafit 제품. 혜리가 입은 매니시한 재킷은 Kimseoryong, 팬츠는 Paul & Alice, 부츠는 Loeffler Randall by Raum, 터틀넥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꽃보다 청춘>에서 그전까지는 거의 여행을 다녀보지 않았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그 후로는 여행을 많이 다녔나?

많이 다니지는 못했다. 다시 ‘집돌이’가 됐다. 사실 요즘같이 바쁠 때는 집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아드레날린을 발산하면서 땀을 흘리는 걸 좋아하는데, 집에 있을 때는 주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 그 외에는 소파에 앉아서 TV를 보는 게 전부다.

어떤 프로그램을 즐겨 보나?

항상 똑같다. 채널을 돌리다가 <동물농장>이 나오면 무조건 채널 고정이다. 그 다음에는 스포츠 TV, UFC나 격투기를 좋아한다. 골프 채널도 많이 본다.

취향이 약간 아버지 같다.(웃음)

내가 뭐 하나에 꽂히면 그것만 파는 스타일이다.(웃음)

작년 이맘때의 인터뷰에서 “크리스마스 때 받고 싶은 선물은 시간”이라고 답했더라. 올해도 그런가?

늘 시간인 것 같다. 30대의 시간은 20대의 시간보다 훨씬 빨리 가는 느낌이다. 얼마 전에 <질투의 화신> 이야기를 하다가, 그 드라마가 끝난 지 벌써 일 년 반이 지났다는 사실에 너무 놀랐다. 일 년 반 만에 다시 드라마로 복귀한 셈인데, 마치 쉬지 않고 바로 이어서 한 느낌이다.

먼 미래도 생각하나?

특별히 무언가를 정해놓지는 않았다. 빅 픽처도 없다. 매번 선택하는 작품들 사이에 공통점도 없고, 그냥 그때 그때 도전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면 하게 된다. <투깝스>를 선택하게 된 것은 배우로서 1인 2역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것이 주요한 이유였다. 그 외에는 드라마 자체가 속도감이 있고, 아주 작은 인물들의 캐릭터도 잘 짜여 있어서 빠져들었다.

“조정석이 나오니까 믿고 본다”는 말은 어떤가?

그거야말로 정말 부담되는 이야기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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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패션 에디터윤 혜영
사진 Kim Dowon
헤어이 미영(조정석), 상화(혜리)
메이크업이 미영(조정석), 고 진아(혜리)
스타일리스트정 혜진, 안 미나(조정석), 박 선희, 박 후지(혜리)
어시스턴트김 민지(혜리)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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