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유이

스스로 종합비타민을 챙기게 되고, 나를 괴롭히고 미치게 하면서도 성장시키는 것은 결국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며,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조금은 알게 되는 인생의 시기가 있다. 지금 유이가 보내고 있는 시간이 그렇다. 새로운 드라마에서 일과 사랑에 고군분투하는 30대 싱글 여성을 연기하게 된 유이를 만났다.

오버피트 파워 숄더 실루엣의 보디수트 재킷은 YCH, 레이어드한 랩 스커트는 H&M, 원형 디자인 귀고리는 Get Me Bling, 스니커즈는 Converse 제품.

니트 크롭트 톱, 와이드 팬츠는 모두 Cos, 스니커즈는 Prada, 빅 사이즈 후프 귀고리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제 막 30대에 접어들었는데, 이번에 시작하는 드라마 <데릴남편 오작두>에서는 35세 싱글 여성을 연기하게 됐다.

그동안 우울한 역할을 많이 했는데, 이렇게 할 말 다 하는 캐릭터는 처음 연기해본다. 사이다처럼 시원한 발언을 하고 ‘쏘맥’을 말고, 일이 잘 안 풀리면 “저, 한 번만 살려주세요”라며 무릎 꿇기도 하고.(웃음) 재밌고 편안하다.

<마마>를 썼던 유윤경 작가의 작품인지라 섬세한 필력이 기대된다. ‘일을 할 때는 모든 신경세포와 감각이 곤두서 있다가 일상으로 돌아오면 대충 사는 인물’이라는 촘촘한 캐릭터 설정이 인상적이었다. 그게 어떤 상태인지 너무 이해가 됐달까?

작가님을 실제로 뵈었는데 너무 쿨하시다. 나 역시 카메라 앞에서는 당연히 곤두서 있다. 촬영에 집중할 수 있는 컨디션을 만들어놓기 위해서 체력 관리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예전에는 겨울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마셨는데 따뜻한 물과 패딩을 챙기고, 비타민도 안 먹었는데 종합비타민도 먹고, 몸에 좋다는 걸 계속 찾게 된다.(웃음) 요즘엔 부기와 면역력에 좋다고 해서 양파즙을 챙기는데, 벌써 두 박스째 먹고 있다.

그러다 일상으로 돌아오면 완전히 풀어져 있나?

물론 이틀 동안 머리도 안 감을 때도 있지.(웃음) 며칠 동안 집에 칩거하며 영화나 만화를 보고, 고양이랑 뒹굴거리고, 밥도 시켜 먹는다. 요리를 진짜 못하거든. 너무 많이 시켜 먹어서 ‘배달의 민족’에서 VIP 등급이 됐다. 이따 촬영 끝나면 삼계탕이나 시켜 먹을까 싶다.

이번 드라마를 준비하며 30대 싱글 여성이라는 소셜 포지션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됐나?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부터 지금의 나와 나이만 다르지 되게 비슷한 상황이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 열심히 일하고 있고, 대출은 껴 있지만 먹고살 만할 정도로 돈도 있고, 굳이 결혼을 해야 하나 생각하는 인물이다. 나 역시 어느 정도의 나이가 됐기 때문에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 일과 사랑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왔을 때 항상 일이 먼저였던 것 같다. 내가 일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과는 결혼하지 못할 것 같다. 드라마 속에서 “결혼을 안 한 30대 여자에게는 연애를 하지 않을 자유도 없는 거니?”라는 대사가 있는데, 너무 와닿아서 대사가 술술 외워졌다.(웃음)

모던한 수트는 Nina Ricci, 구조적 귀고리는 Panache, 스니커즈는 Adidas 제품.

유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30대 여자의 모습은 어떤 건가?

나의 30대의 플랜은 지금까지보다 더 열정적으로 일하는 거다. 개인적으로 30대는 20대보다 더 자유로울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한다. 일에서도 연애에서도 자신의 의지대로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 늘어나는 나이. 자기 자신이 원하는 것이 뭔지 좀 더 알게 되는 나이니까. 몸매 관리가 아닌 30대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되니 좋다.(웃음)

그렇게 말하니 몸매 관리에 대해서는 묻지 못하겠다.(웃음) 연애할 때는 어떤 스타일인가?

지난 인터뷰에서 짝사랑도 많이 해봤다고, 좋아한다고 먼저 고백한 뒤 거절도 많이 당했다는 믿지 못할 말도 했다. 나는 ‘밀당’을 못한다. 여자라서 참고, 먼저 연락하면 안 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그냥 좋으면 먼저 연락한다. 물론 직업상 연애에 조심스러운 건 있다. 그래도 통하는 느낌이 드는 좋은 사람이 나타나고, 그 남자랑 연애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과감하게 먼저 번호를 물어보고 연락을 할 것 같다.

뭐라고 카톡을 보낼 건가?

“뭐하세요?” “혹시 여자친구 있으세요?” 있다고 하면 연락하면 안 되는 거고, 없다고 하면 같이 저녁을 먹자거나 영화를 보자고도 할 수 있고. 그러다 ‘읽씹’을 당하면 내가 싫은 거구나, 하면 되고.

실루엣이 돋보이는 시스루 원피스는 Romanchic, 길게 떨어지는 바 형태 귀고리는 Midnight Moment, 스니커즈는 Converse 제품.

스트라이프 패턴 오버피트 니트 톱은 Allsaints, 유니크한 귀고리는 Vintage Hollywood 제품.

주위를 보면 유이는 여자들에게 인기가 좋다. 가끔 이성보다 동성과의 대화가 복잡하고 미묘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당신과의 대화에는 불편한 기류가 전혀 없다.

예상보다 훨씬 털털하다. 어느 모임에 가도 여자 친구들만 사귀다가 온다.(웃음) 오히려 남자랑 있을 때는 좀 어색해하는 것 같다. 한마디로 그런 상황에서 노련하지 못하다. 아버지가 운동을 하셔서 언니와 나를 남자아이처럼 키웠다. “여자는 튼튼해야 한다”며 운동을 많이 시키셔서 어릴 적부터 야구공을 갖고 놀았다. 아이돌 그룹으로 활동을 할 때는 섹시 이미지가 있었던 것 같은데, 실제로 나를 만나면 다들 의외라고 말한다. 청바지에 후드 티 입고, 민낯에 모자 쓰고 다니니까. 서른 살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치마를 사봤다. 크리스마스 때 입으려고 가죽 스커트를 샀거든. 사실 오늘도 추리닝을 입고 오려고 하는데 매니저 오빠가 창피하다고 말렸다.(웃음)

작품 속에서도 ‘워맨스’, 즉 여배우와의 케미가 좋은 배우다. <불야성>에서 이요원과의 케미가 좋았는데, 작품이 끝난 후에도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고 들었다.

요원 언니도 진짜 낯을 가리는 편인데, 첫만남에서부터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가 주위에서 많이 얼쩡거렸다. 대선배님이까 어렵긴 했지만 슬쩍 장난을 걸기도 하고. ‘이 또라이는 뭐지?’라고 생각하셨다고 한다. 최근에는 요원 언니의 가족 모임에 나랑 호정이가 껴서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나만 시끄럽게 떠들어서 요원 언니의 딸이 “어우 이모, 좀 조용히 해”라고 귀엽게 투덜거리기도 하고. 나는 여행 가서 모두가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는 게 싫어서 나름 배려한 거였는데.(웃음)

이너로 입은 보디수트는 Recto, 체크 패턴 오버사이즈 코트는 Off-White, 드롭형 귀고리는 Black Muse, 앵클부츠는 Unipair 제품.

사랑, 우정, 의리, 자유…. 여러 가지 삶의 가치 중에서 유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원래는 가족이었다. 그런데 내가 필요하지 않은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많이 힘들었던 작년 한 해 동안 ‘나’에 대해서 많이 생각을 해 보게 된 것 같다. 아무하고도 연락을 하지 않고 6개월간 혼자 지내면서 가족도 중요하고 사랑도 중요한데, 우선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그 모든 걸 다 지키지 못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2018년부터는 정신을 차리고 나 자신을 사랑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러다 보니까 조금씩 행복해졌다. 나는 남에게 기쁨을 주는 일을 하고 싶기 때문에 나 스스로가 늪에 빠져 있어서는 아무것도 되지 않더라. 작년이 딱 서른이었으니 한 번쯤 지나가야 할 과정이었던 것 같다.

우리를 괴롭히고 미치게 하면서도 조금은 성장시키는 것은 결국 ‘일’인 것 같다.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직업인으로서의 유이가 가진 일에 대한 주관은 무엇인가?

기본을 놓치지 말자는 것. 카메오부터 시작해서 드라마 촬영 현장을 하나 하나 배웠다. 풀샷을 어떻게 찍는지, 바스트샷은 어떻게 찍는지, 조명은 어떻게 맞추는지. 처음부터 로맨틱코미디의 주연을 맡았다면 카메라 앵글상 상대방이 아닌 다른 방향을 보며 연기를 해야 하는 작은 상황들도 적응을 못했을 것이다.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영화라는 세계는 또 완전히 다를 것 같다. 차근차근 현장을 배워가는 게 당연히 맞다. 그래서 영화도 카메오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주위 사람들에게 많이 한다.

지금 가장 바라는 것이 있나?

2017년에는 오늘은 아무 일 없이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하루 하루를 보냈다. 2018년에는 모든 일을 좀 더 즐기고 싶다. 아, 그리고 이번 드라마가 잘돼서 포상휴가를 가고 싶다. 멀리 가면 돈이 너무 많이 드니까 제주도쯤에 가서 기분 좋게 쫑파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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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사진 Kim Jinyeob
헤어 수화
메이크업 무진
스타일리스트 김 윤미
어시스턴트 김 시애, 김 채린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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