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우희의 초상화

한 작가의 일대기를 망라해놓은 회고전 같은 거 볼 때요, 그 사람이 갖고 있었던 예술에 대한 고민이라든지 자기 걸 이뤄나가는 궤적 같은 걸 보면 도움이 돼요.

벌키한 퍼 코트는 MaxMara, 사이하이 부츠는 Salvatore Ferragamo, 목걸이는 Cartier 제품.

문성식과 천우희의 드로잉 미팅은 뜻밖의 공통점으로 자연스럽고 정겹게 흘러갔다. 문성식은 경북 김천에서, 천우희는 경기도 이천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산중 일상이 익숙하고 공동체적 삶의 소중함과 딜레마를 잘 알고 있다.

(종이에 연필로 초상을 치르는 고향집 풍경을 그린 2007년 작 ‘별과 소쩍새 그리고 내 할머니’를 보며 천우희가 말한다.) “공작새가 그려진 디테일이 재밌네요, 이 상.” “시골에 가면 하나씩 있죠, 가짜 자개상.” “여기 그려진 사람들 하나 하나 다 그래요.” “저희는 친척이 다 근처에 사는 동네예요.” “저희도 그래요.” “서로의 삶에 깊게 개입해서 살아가는…. 굉장히 한국적이죠.” “끈끈한 가족애가 너무 싫을 때도 있는데 또 그게 있어서 이렇게 살아갈 수 있는 것도 같고…. 근데 집에 공작새가 있었어요?” “네, 지금도 있어요.” “아, 진짜요?(웃음)” “네, 웃기죠?” “근데 저희 집에도 있었거든요, 공작새.(웃음)” “정말요?(웃음)”

비슷한 유년 시절을 보낸 덕에 천우희는 문성식 작가의 작품들에서 다른 사람은 스쳐 보낼 디테일을 발견한다. “병상에 오래 누워 있던 가족이라든지, 한 집에서 시작해서 마을 전체 행사가 되는 잔치나 초상 같은 거, 또 저희 집도 정말 특이한 동물을 많이 키웠거든요. 그런 걸 그린 작품들이 뭐랄까, 삼삼한 느낌이었어요. 단순하고 담백하게 그린 것 같으면서도 뭔가 야릇하고 기괴한 느낌이 서려 있다고 해야 할까.” 문성식 역시 천우희에게서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일단 목소리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가늘면서도 에지 있는 목소리로 차분하게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면서 천우희라는 사람에 대해 알게 되었죠. 이목구비도 확실한 개성을 갖고 있어서 일반 꽃과는 조금 다른 맨드라미와 매치해 봤어요.”

핀스트라이프 롱 코트, 터틀넥 니트 톱은 모두 MaxMara 제품.

문성식과 천우희가 최초로 마주한 바깥 세계인 시골 풍경은 이후 두 예술가의 시선의 원형이 되었다. “작가님과 얘기를 나누면서 유년 시절의 정서가 이런 예술성을 만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저도 그런 부분이 있고요. 어떤 특정한 부분이 제 연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무의식적으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건 분명해요.” 두 사람은 그 시선의 원형에서 길어 올린 최초의 작품에 서린 순수성을 다시, 또 다시 되살리기를 원한다. 서툴고 완벽하지 않을지언정 순도 높은 열정이 가득한 작업의 순간들. “연필 드로잉 작품들이 저는 너무 좋더라고요.” “대학교 2학년 때 본격적으로 제 작품이라는 걸 그리기 시작했는데 저 역시 그때 작품들이 정말 좋아요. 그 그림을 그린 나이로부터 15년이 지났고 그 사이 안목도 넓어지고 아는 것도 많아졌는데 아무 말 없는 그 그림이 더 좋을 때가 있더라고요. 지금은 그렇게 잘 못해요.” “왜요?” “그니까 초심이 무너진 거죠.(웃음)” “순수하게, 순진하게 하기가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연기도 그래요. 제가 10년 정도 연기를 했는데 벌써 어느 정도 익숙해진 부분들이 생기더라고요.”

천우희는 전시 보는 걸 좋아한다. “한 작가의 일대기를 망라해놓은 회고전 같은 거 볼 때요, 그 사람이 갖고 있었던 예술에 대한 고민이라든지 자기 걸 이뤄나가는 궤적 같은 걸 보면 도움이 돼요. 그림을 보러 가긴 한 거지만 그런 부분에 더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그녀가 배우로서의 순도를 오래도록 지켜나가리라는 확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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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헤어최 수정
메이크업조 수민
어시스턴트백 하린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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