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식의 매력론

엄마 미소 유발자, 무한하며 무해한 매력의 남자, 자유롭게 세상을 유영하는 ‘너드’ 같은 배우 최우식을 서울의 가장 높은 동네에서 만났다.

스트라이프 셔츠와 니트는 Louis Club, 팬츠는 YMC, 스니커즈는 Fred Perry 제품.

니트는 Livingconcept by 1LDK, 코트는 Chapter by Beaker 제품.

혜화동 산꼭대기에 있는 작은 벽돌집. 침을 ‘꼴깍’ 삼켜야 할 만큼 경사가 가파른 그곳으로 최우식을 초대했다. 눈부신 햇빛을 손으로 가리며 그가 검은 차에서 내렸다. 사방이 막혀 있는 큐브 형태의 스튜디오는 왠지 최우식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휘청거리는 낡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면 등장하는 탁 트인 하늘, 제멋대로 자라난 정체 불명의 숲, 불쑥불쑥 출현하는 산 고양이들. 최우식은 호기심으로 여기저기 탐색하고 궁금해했다. “와, 여기서 술 마시면 아침까지 마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촬영 내내 재미있는 현상을 하나 포착했는데, (나를 포함한) 스태프들이 다들 양 볼에 달걀을 머금은 듯 그를 보고 ‘빙그레’ 웃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 배우의 매력은 도대체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연체동물처럼 몸을 흐느적거리며 일명 ‘병아리 댄스’를 췄던 드라마 <호구의 사랑>, 좀비로 변해버린 여자친구를 안고서 흐느낀 채로 결국 자신도 좀비가 되어버린 영화 <부산행>, 옥자를 운반하는 비정규직 트럭 운전사 ‘김군’으로 아주 짧게 등장했지만 ‘옥자’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 영화 <옥자>까지. 그리고 지난 10월부터 시작한 JTBC 금토 드라마 <더 패키지>에 그가 7년차 묵은지 커플의 에피소드로 등장한다. “작년 이맘때쯤 파리 올 로케이션 촬영으로 드라마를 찍었어요. 제가 연기한 캐릭터 이름은 경재고요. 여자친구와 권태기 비슷한 게 찾아와서 같이 패키지 여행을 떠나죠. 지금까지 뜨거운 멜로 연기를 별로 못해본 것 같아요. 이번에도 편안한 연애담을 보여드릴 예정입니다(웃음).” 매사에 투덜거리는 중년 부부, 의뭉스러운 커플, 변태로 오해받는 솔로 남자, 극한 직업의 여행가이드, 그녀를 추적하는 구남친 등 다양한 인간 유형이 등장한다. 드라마는 단체 여행이 만들어내는 깨알 같은 민폐들로 고구마를 먹는 듯한 웃음을 만들어낸다. 어쨌거나 중요한 건 그들 각자가 품고 있는 내밀한 스토리다. 최우식이 연기하는 경재는 그야말로 생활밀착형, 알뜰형 인간이다. 호텔 냉장고에 채워져 있는 맥주는 비싸다며 한밤중에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마트로 향하는 남자,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결혼하는 낭만을 이야기하는 여친 앞에서 “카페 대관료만 해도 백만원은 넘겠다”며 돈 걱정부터 하는 남자. 멋쩍은 듯 뒷목을 제 손으로 쓰다듬는 최우식 특유의 제스처를 오랜만에 볼 수 있어 반가웠다. 뭐랄까 스스로 그루밍하는 고양이를 닮은 그 모습 말이다.

스트라이프 터틀넥 톱은 All Saints, 코듀로이 팬츠는 Norse Projects by Platform Place, 스니커즈는 Fred Perry 제품.

스트라이프 패턴의 롱 셔츠와 팬츠는 모두 The Nerdys by 1LDK, 스카프는 Blue Blue Japan, 스니커즈는 Clae by Platform 제품.

드라마 속에서 최우식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질주하기보다는 주저했고, 언제나 먼발치에서 물끄러미 바라봤다. 2부작 드라마 <나의 판타스틱한 장례식>에서 잿빛 점프수트 작업복을 입고 외줄에 매달려 아파트 유리창을 닦다가, 우연히 첫사랑과 만났던 최우식의 모습이 딱 그랬다. 손발이 살짝 간지러워도 <호구의 사랑>에서 그가 말했던 다음과 같은 대사는 찡한 구석이 있다. “인어공주 말이야, 왜 새드엔딩인 줄 알아? 공주가 왕자를 사랑해서 그래. 그런데 나는 왕자가 아니라 오징어잖아. 오징어는 잘난 게 없어서 지치지 않아. 내가 옆에 있을게.” 상처 있는 여성 캐릭터의 곁에서 ‘집사’ 수준으로 그녀들을 살뜰히 보필하고 묵묵히 바라봐주며 조금씩 자기만의 리듬과 유머로 다가가는 남자.(장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얼굴에서 또 달걀이 익어가는 느낌이다.) 최우식이 연기한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다 무해했다. 그가 연기하면 악인마저도 무해한 사람처럼 보이는 마력이 있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쌈, 마이웨이>의 박무빈이 대표적이다. 애라(김지원)를 순수하게 사랑하지만 어딘가 감추는 구석이 있는 멀끔한 의사로 최우식이 깜짝 출연했다. “원래는 무빈이란 사람은 좀 더 사이코 같은 캐릭터였어요. 반전이 더 심한 설정이었죠.” 분노를 부르는 캐릭터였지만, 이상하게 험한 댓글들이 자취를 감췄다. 오히려 그의 지분을 아쉬워하며, 분량을 늘려달라거나 고동만(박서준)이 아닌 무빈이와 애라를 연결해달라는 시청자들도 상당했다. 악역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어쩌면 최우식이란 인간 자체가 지닌 매력 때문 아닐까. 이 점을 가장 잘 포착하는 건 감독들이다. 영화 <거인>을 함께한 김태용 감독은 순하게 생긴 얼굴임에도 뭔가 거칠고 비릿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최우식은 2015년 이 영화로 6관왕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다. 훗날 최우식은 다른 인터뷰에서 이런 갑작스러운 ‘기적’이 일정 부분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말했지만 다행히도 긴 터널 없이 흥미로운 작품들에서 최우식이란 이름을 꾸준히 발견할 수 있었다. 어쩌면 그는 감독에게 영감을 주는 배우일지도 모른다. 봉준호 감독과의 첫 만남 에피소드는 이렇다. “<옥자>에서 제가 맡은 캐릭터의 이름이 ‘김군’이었어요. 처음 뵀던 날이었는데 갑자기 감독님이 ‘김군, 사진 한장 찍어도 되나?’라고 말하시더니 아이폰으로 사진을 여러 장 찍으시더라고요. 머리 스타일이랑 표정도 바꿔가면서 화보 촬영처럼요. 그게 좀 되게 신기했어요. <옥자> 현장은 감독님과의 짧은 대화만으로도 쉽게 만들어진 것 같아요. 왜 주변에서 감독님을 ‘봉테일’이라 부르는지 알겠더라고요. 어느 날엔 감독님이 해외 영화제에서 문자를 보내오셨는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다가 마지막에 동물해방전선(ALF)에 김군이 합류한 영상이 갑자기 나오니까 객석에서 다들 ‘빵 터졌다’고.(웃음)”

셔츠는 Livingconcept by 1LDK, 니트는 Norse Projects by Platform Place, 팬츠는 Circolo 1901 by Coevo , 어퍼 부분이 송치 소재인 슈즈는 Paraboot by Unipair 제품.

앞으로 개봉할 두 편의 영화 <물괴>와 <그대 이름은 장미>에서 최우식과 함께 출연한 배우 박성웅은 이렇게 운을 뗐다. “우식이요? 어우, 그 친구는 좀 심각할 정도로 착해요.(웃음)” 그를 직접 만나본 나의 소감은? 어수룩한 모습 뒤로 비범한 무언가를 감추고 있을 것 같은 너드형 배우라고나 할까? 나는 그가 21세기 ‘방바닥형’ 배우라고 생각한다. 누런 마룻바닥에서 뒹굴거리는 모습이 지구에서 가장 잘 어울리는 남자.(그의 이름은 ‘우주에 심는다’는 뜻이다. 왠지 잘 어울리지 않는가?) “예전에는 보드나 자전거를 타고 야외로 나가는 것도 좋아했고, 여의도 한강에 강아지 초코를 데리고 자주 나갔었는데 요즘엔 집에 있는 게 좋더라고요. 초코가 몸이 약해지면서부터 외출을 자주 안 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작은 목소리로) 뭐든 편한 게 제일 좋아서 옷도 ‘추리닝’을 즐겨 입어요. 인생에서 불편한 게 제일 싫은 것 같아요. 옷도, 연기도, 연애도, 하루의 일과도 편한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봄에 공개된 웹드라마 <썸남>은 본격 ‘방바닥 브로맨스 자취 시트콤’이다. 이 작품을 보면 그가 얼마나 집 안에서 살뜰하게 24시간을 보내는지 짐작이 간달까? 빨간 고무장갑을 끼고 방바닥을 열심히 청소하고 화장실에 쭈그리고 앉아 머리를 감으며 바닥에 이불을 겹겹으로 깔고 자던 규태의 모습에 자꾸 ‘인간’ 최우식을 대입해서 보게 된다. 비실비실 웃으며 미끄러지듯 헤엄치는 슬랩스틱 코미디는 최우식의 트레이드마크다. 언젠가 배우 박서준이 시트콤 <패밀리> 촬영장에서 자유롭게 놀면서 연기하는 최우식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았다던 인터뷰가 스치듯 기억난다. 최우식의 연기 근육은 어디서 나올까? “제가 눈치를 좀 봅니다.(웃음) 눈칫밥으로 연기를 배워왔던 것 같아요. 뭐랄까, 유도리가 있다고나 할까요? 그 시트콤에서는 거의 미친 사람 같았죠. 촬영을 가기 전에 대사만 열심히 외우고 현장에 가면 제가 하고 싶은대로 자유롭게 연기했던 것 같아요. 정말 재미있게 찍었죠.” <부산행>에서 마동석, 공유, 최우식 세 사람이 아웅다웅하는 신도 명장면이다. 누런색 테이프를 손목에 칭칭 둘러 감고 좀비를 산 채로(?) 때려잡은 마동석이 화장실 칸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말한다. “웃어? 요 쥐방울만 한 놈이, 너 키 몇이야?” 최우식의 키는 181cm다. 실제로 영화에서 그렇게 답했다. “그 장면은 애드리브였어요. 영화 통틀어서 배우들이 풀어지는 장면은 그 장면밖에 없었을 거예요. 좀비를 물리친 남자 세 명이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처음으로 긴장을 내려놓죠. 그 장면을 자세히 보면 제가 진짜 웃음을 살짝 드러낼 때가 있어요. 그때 마동석 형님이 애드리브로 훅 치고 들어오시는 거죠. 공간이 엄청 좁아서 서로 바짝 붙은 채로 툭툭 치면서 대화를 주고받았는데 진짜 재밌게 찍었던 장면이에요.”

터틀넥 니트는 Beslow, 재킷은 8division, 코트는 Customellow 제품.

터틀넥 니트와 후드 장식 니트는 Polo Ralph Lauren, 재킷과 팬츠는 YMC, 스니커즈는 Fred Perry 제품.

2018년에도 ‘열일’하는 배우 최우식의 자유로운 순간들을 극장에서 자주 볼 수 있을 것이다. 영화 <물괴> <궁합> <그대 이름은 장미>가 개봉을 기다리고 있으며, 11월 11일까지는 드라마 <더 패키지> 속에서 특유의 ‘너드스러운’ 연기로 또 한번 광대 승천을 유발할 것이다. 그리고 요즘엔 박훈정 감독의 차기작 <마녀>를 촬영 중이다. “솔직히 지금까지 ‘최우식’이란 이름을 떠올렸을 때 사람들이 ‘와!’라고 감탄할 정도로 보여드린 게 없는 것 같아요. 모든 역할을 ‘최우식화’시키는 연기는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뭘 해도 최우식이 보이는 거니까요. 마른 몸이 콤플렉스여서 요즘 운동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보약도 먹어봤는데 그건 효과가 별로 없더라고요(웃음).” 2배로 불어난(?) ‘최요미’ ‘최블리’가 지켜주는 세상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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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사진Park Yongbin
헤어이 일중
메이크업김 지현
스타일리스트안 정희, 문 희경(어시스턴트)
기타로케이션/ 바우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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