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킴의 변화

지금 로이킴은 새로운 시도보다는 그냥, 흘러가는 대로, 이제껏 잘해왔던 것을 더욱 잘하고 싶다고 말했다. 본능적이고 현실적인 동시에 엉뚱한 남자. 로이킴과 나눈 대체로 진지하지만 반쯤은 농담인 인터뷰.

그래서, 오늘 저녁엔 축구 하러 갈 건가?(로이킴은 촬영장에 축구팀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에 운동화 차림으로 등장했다.)

고민 중이다. 요즘 복근을 만들고 싶어서 필라테스, PT, 축구를 함께 하고 있긴 한데 체지방 감량이란 게 정말 쉽지 않더라. 심지어 최근 팬미팅에서 새로 나오는 앨범 타이틀곡이 1위를 하게 된다면 ‘봄봄봄’을 부르면서 복근을 살짝 공개하기로 약속까지 했는데….(웃음)

앨범은 가을 발매 예정인가? 그렇다면 아직 시간이 좀 있다.

9월일지 10월일지 확실한 건 모르겠지만 노래 분위기상 날씨가 좀 쌀쌀해져야 할 것 같다. 확실히 지금 이런 폭염 속에서 들을 만한 노래는 아니다. (이별에 관한 노래인가?) 슬픈 이야기에 가깝지만 그렇다고 너무 무거운 새드 엔딩이라고 할 수는 없다.

미니 앨범 <개화기> 때는 “완전히 미쳐 있는 사랑이 아닌, 한 발짝 물러나서 사랑을 바라보는 마음을 담았다”라고 했는데, 이번엔 어떤 관점에서의 사랑을 그렸나?

노력으로 안 되는 것들이나 말과 마음이 다른 여러 상황에 대한 이야기. 사실 100% 사랑 노래를 의도한 건 아닌데 사람에 따라서는 완전히 사랑 이야기로 읽힐 수도 있을 것 같다.

‘로이킴의 음악’ 하면 보통 러브송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이번 앨범에선 좀 더 해석의 여지가 있다는 말인가?

아직 자세히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처음 곡을 쓸 때의 생각은 두 가지였다. 사랑에 관한 것과 함께 최근 음악적으로 느낀 것들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었다. 누구나 롤모델이 있지 않나. 나도 음악을 시작하고 데이미언 라이스, 제프 버클리, 오아시스, 그린데이처럼 되고 싶어서 그들의 음악사나 음악의 코드를 열심히 공부했지만 결국 깨달은 건 그들이 될 수 없다는 거였다. 오히려 행보를 좇으면 좇을수록 더욱 멀어져가는 느낌이었다. 사랑과 마찬가지로 이런 건 무작정 노력한다고 해서 성취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구나, 일단 내 이야기를 찾는 게 먼저라는 걸 알았다.

셔츠와 니트는 모두 Cos, 이너로 입은 재킷과 팬츠는 모두 Noirer 제품.

누군가처럼 되고 싶다는 게 아니라 어떤 뮤지션이 되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는 뜻인가? 답은 좀 얻었나?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조금씩 가벼움이 덜해지고 있는 느낌이다. 평소에 힙합, EDM, 하우스까지 폭넓게 음악을 듣는 편인데, 그동안은 내가 좋아하는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처럼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다. 물론 그들처럼 랩을 한다는 건 아니지만 사운드적으로는 정말 그랬다. 그런데 지난 2월에 발매한 싱글 ‘그때 헤어지면 돼’로 사람들이 나의 어떤 부분을 좋아하고 내가 잘하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됐다. 자연히 굳이 변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겠구나, 매번 멜로디나 편곡에서 어떤 변화를 줘야 한다는 것, 이게 어쩌면 강박일 수도 있겠구나, 라는 자각이 들더라. 그냥 앞으론 잘하는 걸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결국엔 자유로워졌다는 얘기인데, 이번 앨범에서는 그게 어떤 식으로 묻어나게 될까?

목소리를 쓰는 폭이 넓어졌다. ‘봄봄봄’이나 ‘북두칠성’만 해도 지금 내가 듣기엔 좀 밋밋하고 예쁜 소리를 내려고 너무 노력한 것처럼 느껴진다. 지금은 조금 더 자유롭게 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

사실 당신에게는 어떤 고정된 이미지가 있다. 여심을 자극하는 음악을 주로 한다거나 반듯한 엄친아라거나.

그렇게 포장된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고 예전엔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도 좀 받았다. 하지만 1집 이후부터는 그런 이미지를 스스로 의도한 적은 없다. 다행스럽게도 2집, 3집 발매하고 <비긴 어게인> 출연하면서 사람들도 내 실제 모습과 내가 하려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조금씩 알게 돼가는 것 같다. 데뷔 초 방송에 비춰진 것처럼 그렇게 과묵하고 진중한 타입도, 적어도 마냥 한 여자에게만 불러주는 달달한 사랑 노래만 하려는 아이도 아니라는 것 말이다.

윤건이나 배철수의 말처럼 외모 때문에 가창력이 묻힌다는 평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건 정말 감사하다! 가창력이 더 묻혀서 아예 안 보였으면 좋겠는데….(웃음)

스스로 유머 감각이 있다고 생각하나?

그런 것 같은데…. 초등학교 때 진지하게 꿈이 개그맨이었고 말썽을 많이 부려서 선생님들한테도 많이 혼났다. 지금도 여전히 친구들끼리 있으면 끊임없이 장난치고 서로 엄청 놀린다. 개그 욕심도 좀 있는 편이고. 그래서 말 없는데 한 번씩 툭툭 던질 때마다 웃기는 애들이 좀 부럽다. 그런 애들은 못 이기니까.

수트는 Nohant, 터틀넥은 Salvatore Ferragamo 제품.

굳이 변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겠구나, 매번 멜로디나 편곡에서 어떤 변화를 줘야 한다는 것, 이게 어쩌면 강박일 수도 있겠구나, 라는 자각이 들더라. 그냥 앞으론 잘하는 걸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수트는 Prada, 터틀넥은 Man On The Boon,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본래 성격대로라면 데뷔 초반의 로맨틱 가이 이미지나 <복면가왕>에서의 ‘로맨틱 흑기사’ 라는 가명은 좀 민망했을 수도 있겠다.

별로 그렇진 않았다. 장난 치는 걸 좋아하지만 알고 보면 난 굉장히 로맨틱한 사람이다. 그냥 내 입으로 어떤 점이 로맨틱하다고 설명을 못할 뿐이지 분명히 내 어딘가에 그런 달달함이 존재한다. 그렇다고 아예 냉소적인 면이 없다고도 말 못하겠고…. ‘츤데레’에 가까운 것 같다.

사랑이나 연애에 어떤 로망을 가지고 있는 편인가?

물론이다. 특히 첫눈에 반하는 운명적인 사랑 같은 것! 나이가 들어갈수록 주변에서 그런 사랑은 없다고들 하는데 나는 아직 그런 낭만을 믿는다. 그런 로망마저 버리면 뮤지션으로서 너무 힘들지 않을까 싶다.

한눈에 반한 적이 있나?

꽤 오래전 일이지만 있다. 처음 본 그 순간에 와, 하고 반한 건 아닐지라도 처음 만난 자리에서 자꾸만 눈이 가고 호감이 생겼다. 어떤 점에 끌렸던 건지 딱 꼬집어 설명할 수 없지만 집에 돌아간 후에도 계속 생각나고…. 그런 사랑이 한 번만 더 왔으면 좋겠다.

니트는 Juun. J 제품.

사실 그렇게 감성적이고 엉뚱한 면모를 가장 잘 들여다볼 수 있는 건 인스타그램 계정 ‘가끔 생각날 때(@roy_note)’다. “내일 일찍 일어나서 해야지, 라는 다짐은 다시는 안 해” 같은 일상적 깨달음부터 노래 가사 같은 달달한 얘기까지, 직접 손글씨로 적은 글귀가 잔뜩 있더라.

사실 그 계정에 포스팅하지 않은 글들도 많이 쌓여 있다. 정말 계정 이름처럼 퇴근길에, 자기 전에, 문득문득 생각날 때마다 휴대폰 메모장에 적어두는데 나중엔 그걸 모아서 책을 내고 싶은 마음도 있다. 사실 책을 만들고 싶다는 건 지금 즉흥적으로 나온 말이라 좀 무섭긴 하지만, 괜찮은 아이디어 아닌가? 짧지만 공감을 일으키는 글들을 모아서 ‘로이 노트’라는 이름으로, 책 자체를 손글씨로 해도 좋을 것 같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구절은 이거였다. “님이란 글자에 점 두 개만 붙이면 냠.” 그거 좀 야하지 않나?

섹슈얼하면서 귀여운 분위기를 내고 싶었다.(웃음)

현재 대학 졸업까지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있다. 보통 학생이면서 연예인을 직업으로 하는 경우는 우선순위가 있기 마련이지만 당신의 경우는 비슷한 비율로 두 가지를 병행하고 있는 셈이다. 그 균형감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일 것 같다.

어느 한쪽에 치중돼 있으면 오히려 힘들었을 것 같다. 딱히 뮤지션과 학생으로서의 역할을 구분하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 물론 삶의 패턴도, 해야 할 일도 완전히 다르지만 학생으로서 살아가는 삶에서 꺼내 오는 이야기들이 그냥 음악이 되는 것 같아서 흘러가는 대로, 자연스럽게 오가게 된다.

졸업 후엔 학문적인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서 대학원 진학을 계획 중이라는 인터뷰를 읽었다. 진심이었나?(웃음)

일단 직업을 찾기 위해서는 아니니까, 호기심이라는 표현이 맞긴 하지만…. 사실 내가 어떤 노력을 해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여러 가지 행위 중 지식을 쌓는 게 그 폭이나 스스로 느낄 수 있는 가치가 가장 큰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운동을 해서 몸이 좋아지고 열심히 일을 해서 부와 명예를 얻는 것보다도 뇌에 무언가를 차곡차곡 채워나가는 게 가장 뜻깊은 일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물론 공부하는 걸 즐기거나 신나서 숙제를 한다거나 그런 타입은 아니다. 나를 채우기 위해 노력할 뿐이지. 흠… 이렇게 말하니까 좀 멋있지 않나? 사실 멋있고 싶어서 한 얘기다.(웃음)

정말 실없는 농담을 즐기는 타입인 것 같다.

진지한 이야기를 할 때는 또 하겠는데 진지하게 내 얘기만 하는 건 좀 민망하고 지루하지 않나. 반 정도는 농담을 섞는 편이다.

스스로 과대평가되거나 과소평가됐다고 느끼는 덕목이 있나? 혹시 로맨틱한 면?

패션 센스? 사실 나 옷 엄청 잘 입고 패션에 있어서 깨어 있는 사람인데 좀 과소평가된 것 같다. 오늘 입고 온 이 유니폼도 다 계산된 거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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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프리랜서 에디터 권민지
사진 Choi Yongbin
헤어 하민
메이크업 엄아영
스타일리스트 이한욱
출처
54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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