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민에 관한 몇 가지

조급하지 않다. 필요한 감정을 적소에 꺼내놓을 수 있다. 덜 익은 망고처럼 단단하게 의견을 피력할 줄도, 잘 여문 망고처럼 부드럽게 무를 줄도 안다. 이립(而立)의 효민을 만났다.

드레스는 Eudon Choi, 드롭 귀고리는 X Te.

귀고리는 Milton Attica.

2014년부터 올해까지 세 번째 솔로 앨범이다. 그간 티아라 멤버가 아닌 ‘효민’으로 활동했던 이야기가 궁금하다.

첫 싱글 때 정말 기뻤다. 나한테 주어진 소중한 기회니까. 멤버들 모두 솔로 활동을 하는 게 아니었으니, 잘해야겠다는 부담도 컸다.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긴장되기도 했다. 처음엔 아무래도 잘 모르니까, 당시 프로듀서였던 용감한형제들이 많이 이끌어주었다. 두 번째 앨범은 내가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곡과 가사 모두 직접 골랐고, 뮤직비디오 감독님과 앨범 재킷 사진작가님을 섭외하고 자작곡도 두 곡 넣었다. 이번 앨범에는 내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됐다. 이전 회사에서 독립한 뒤에 처음 발매하는 앨범이어서 좀 더 자유롭고 편한 마음으로 준비했다.

9월 12일에 공개된 디지털 싱글 제목이 ‘망고(Mango)’던데.

이번 미니 앨범 수록곡 최종 후보들을 남겨두고 가사를 의뢰했다. 통상 가사를 의뢰하면 데모곡의 제목도 다 바뀌어서 오는데, 이 곡은 그대로 망고였다. 봤더니 정말 망고 얘기가 쓰여 있었다. 새롭고 귀여웠다. 곡 속에서 나를 망고에 비유한다. 망고처럼 ‘착해 보이고 물러 보여도 난 심지 곧은 망고’다. ‘시고 떫은 망고’다. 그러다 후반부에선 ‘망고(Mango)’가 ‘맨 고(Man go)’가 되는 반전도 있다.

재킷은 Off-White, 초커는 H&M, 앵클부츠는 Schutz, 뷔스티에, 브리프, 스타킹은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재킷은 Off-White, 초커는 H&M, 앵클부츠는 Schutz, 뷔스티에, 브리프, 스타킹은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점프수트는 Fendi, 귀고리는 Katenkelly.

싱글 발매 후 나올 미니 앨범에 대해 조금 더 듣고 싶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은 ‘컬러 베리에이션 (Color Variation)’이다. 곡마다 컬러가 부여된다. 노래를 들을 때 해당 컬러가 떠오르게끔. 보통 타이틀곡 이외엔 뮤직비디오 제작을 하지 않지만, 이번 앨범에선 곡들마다 각 컬러를 테마 삼아 비디오든 이미지든 시각화하는 작업을 하고 싶다.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컬러를 강조한 이번 앨범이 기대되는 이유다.

‘망고’ 레코딩 현장을 스케치한 영상을 봤다. 영상 속에서 이번 앨범이 “내 욕구를 해소하는, 나다운 앨범”이라 말한 게 인상 깊다. 그동안에는 나답지 못했던 순간, 내 안의 것들을 표출하지 못했던 순간이 많았나?

꼭 그렇다기보단 시기가 좋았다. 다른 곡이 아닌 그 곡을 만난 것도 중요하고. 사실 이전 소속사와 계약 기간이 끝나고 ‘좀 쉬어야 하나’ 라는 생각을 했다. 여행을 다녀오든, 혼자 뭔가를 배워보든 한 일 년이라도 리프레시 기간을 갖는 거다. 근데 한편으로는 내가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있구나 싶기도 했다. 해외 팬들과도 소통을 자주 하는 편이다. 기다려주는 분들도 많은데 마냥 놀지 말고 뭐라도 함께 하는 시간을 만들자고 마음먹었다. 사실 방송 활동을 하지 않고도 팬미팅, 공연 등을 통해서 팬들을 마주할 수 있지 않나. 그래서 생각한 게 앨범 작업이다. 평소에 친하게 지냈던 언니오빠들과 함께 편하게 하자, 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우리 맘대로 편하게 하다 보니, 하고 싶었던 걸 비로소 하게 된 것 같다. 친한 친구들이나 오래된 사람들 사이에선 웃기기를 좋아하는 성격이어서 앨범 만드는 내내 재미있었다. 뮤직비디오에서도 뻔뻔함과 위트가 드러나도록 코믹한 장면을 연출했는데 대부분 편집됐다. 더 웃기고 싶었지만 주변에서 말렸다.(웃음)

그런 유쾌한 구석이 있는 줄은 몰랐다. 아마 ‘효민’이 아닌 본명 ‘박선영’의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효민과 선영은 서로 다른 인물인가?

아무래도. 근데 점점 비슷해져간다. 처음에는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규칙처럼 정해진 것도 아닌데, 아이돌이란 틀에 갇히게 되더라. 하고 싶은 대로 하지 못하고 조심해야 하고, 더 솔직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마음껏 표현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다. 지금은 다르다. 나이도 들고 활동 기간도 길어지니 좀 더 내려놓게 됐다. 감정 컨트롤이 수월해졌다. 조급함이 더 심해질 줄 알았는데 그런 것도 없다. 오히려 ‘한 번 사는 인생 재밌게 살 거야’, 이런 생각이 자꾸 든다.

스팽글 원피스, 케이프는 모두 H&M, 드롭 귀고리는 Milton Attica, 스타킹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인스타그램에 소녀시대 유리의 댓글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당시 함께 활동했던 다른 걸그룹 멤버들과 아직 친분을 유지하나?

데뷔 직후 처음 출연했던 <청춘불패>라는 귀농 코드 예능이 있었다. 그 당시 활동하던 걸그룹 멤버들이 대거 출연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강원도 유치리에 가서 하루 온종일 같이 보냈다. 한창 티아라 활동할 땐 정말 바쁘니까, 그 시골의 정취가 좋았다. 멧돌 갈고 소 여물을 먹이면서 주민들과도 가까워졌다. 유리, 써니, 현아, 하라 등등 모두 그때 친해졌고 아직도 연락을 이어간다. 유리랑은 술자리도 자주 한다. 그때 추억이 내 안에 참 크게 자리 잡고 있다.

요즘도 그런 조용한 곳으로 여행을 떠나나?

개인적으로 여행을 정말 좋아한다. 사람들을 피해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까. 그래서 여행지에 가서도 유명 관광지보다 마음이 평온해지는 갤러리와 뮤지엄을 제일 먼저 찾는다.

어려서부터 그림을 좋아했다고 들었다. 평소 앨범이나 무대를 기획할 때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 같다. 아이디어를 얻는 주된 통로가 있다면?

영화와 여행. 그리고 사진을 정말 좋아한다. 여행 가서 담아온 사진들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포털 메인이나 SNS에서 누구나 보는 똑같은 것들 말고, 새로운 걸 보려면 직접 발품을 팔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마음에 드는 작품을 발견하면 어느 순간 몰입하면서 잠시 다른 세상에 다녀올 때도 있다. 사진작품을 가장 좋아하고 회화와 설치미술도 즐겨 찾아본다. 무엇보다 내가 하는 일에 많은 영감을 주니까, 기회만 되면 여행을 떠나려 한다.

최근에 유럽에 다녀왔던데, 이번 여행에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나?

런던과 암스테르담에 다녀왔다. 테이트 모던과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모두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근처에만 갔다가 되돌아왔다. 대신 작은 골목들을 다니면서 현지인들의 일상, 소소한 길거리 풍경들을 렌즈에 가득 담아왔다. 런던이나 파리는 어느 거리를 지나도 그 색감이 참 예쁘다. 암스테르담은 느낌이 확연히 달랐다. 힙하고 퇴폐적인 느낌이랄까. 다음 유럽 여행에는 꼭 스페인에 가고 싶다. 바르셀로나에서 안토니 가우디의 건축물들을, 빌바오에서 프랭크 게리와 리처드 세라의 작품들을 직접 보고싶다.

샤 드레스, 롱 코트, 하트 펜던트 초커, 레이어드한 목걸이, 로퍼는 모두 Dior.

무대에 오르고, 팬들과 소통하고, 여행으로 영감도 충전하려면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가냘픈 체구로 이 모든 걸 어떻게 다 소화해내나? 평소에 체력과 몸매를 관리하는 노하우가 있다면?

어려서 한창 바빴을 때는 활동량이 많으니까 대사량도 많더라.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살이 빠졌다. 그리고 멤버들이 함께 있으니 서로의 상태를 수시로 체크해줬다. 혼자 활동을 이어갈 때도 그룹 활동을 하면서 식단과 운동을 습관처럼 몸에 길들여뒀던 게 도움이 됐다. 다이어트에 좋다는 것들은 거의 다 해봤다. 덴마크 식단, 레몬 디톡스, 귀리 다이어트, 칼라만시, 매일 반 공기씩 밥 줄이기 등등. 칼라만시는 효과가 좋았는데, 체질에 따라 다른 거 같다. 위가 안 좋은 사람들에겐 산 성분이 과해서 안 맞는다. 적어도 일주일씩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보고, 그 중에 스트레스가 가장 덜한 방법을 선택하는 게 좋은 것 같다. 운동은 홈트레이닝과 피트니스를 병행한다. 요즘엔 등산만큼 효과가 좋다기에 계단 오르는 스테퍼 머신에 열심이다.

각고의 관리 끝에 쟁취한 실루엣이라 그런지, 효민이 입고 걸치면 화제가 되곤 한다. 가장 유연하게 응용하는 패션 아이템이 있다면 어떤건가?

루스한 티셔츠. 다양한 아이템을 매칭한 레이어드 룩을 좋아한다. 이너로 티셔츠를 받쳐 입고 아우터를 여미느냐, 풀어 헤치느냐, 툭 걸치느냐에 따라 모두 느낌이 다르다. 그럴 때 넉넉한 피트의 티셔츠는 활용도가 높다.

선호하는 브랜드나 디자이너, 또는 스타일 아이콘이 있다면?

셀린. 마르지엘라의 유니크함도 좋아한다. 페미닌함과 보이시함의 경계를 넘나드는 스타일이 좋다. 너무 여성스러운 룩은 그다지 내키지 않고, 그렇다고 항상 보이시하게만 입을 수도 없다. 그 가운데 어딘가에서 나만의 스타일을 찾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제인 버킨을 닮고 싶다. 말은 쉬워도 자연스럽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힘을 빼고, 있는 그대로가 멋져 보인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녀처럼 있는 그대로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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