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보틀 성수점에 가봤더니

블루보틀 코리아가 성수동에 첫 번째 매장을 열었다. 그런데 커피 맛보다 인테리어 얘기로 시끄럽다. 일부에서 문제 삼듯, 성수점은 정말 ‘특색 없는’ 한국식 인더스트리얼 트렌드의 결과일 뿐일까?

폐공장을 찾는다. 도시 내에 있으면 금상첨화다. 철거를 최소화하고 낡고 거친 골조, 빗물로 변색된 벽, 녹슨 지붕 트러스 등을 귀하게 다루어야 한다. 파이고 가루가 떨어질 듯한 벽에 강한 빛을 떨어뜨리자. 자연광이면 더 좋다. 여기에 합판으로 만든 장과 선반을 설치하고 나무 의자를 둔다. 스페셜티 커피를 중심으로 페이스트리 메뉴를 곁들인다. 가능하면 대형 로스터도 설치해둔다. 인스타그래머블하고 힙한 카페가 되는 빠른 길이다. 앤트러사이트를 시작으로 어니언까지 이 목록은 매일 새롭게 갱신된다. 최근 오픈한 블루보틀 성수점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런 카페나 최근 복합문화시설로 되살아난 공장의 인테리어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노출 콘크리트’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오픈 콘크리트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노출 콘크리트는 구조체 역할을 하는 콘크리트(골조와 시멘트, 물을 배합해서 만드는) 자체를 최종 마감으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거푸집을 떼어내고 미장을 하는 것은 엄격히 말해 반칙이다. 그러니 벽지나 페인트 등을 걷어내 만든 요즘 카페의 실내는 노출 콘크리트가 아니다. 이를 부르는 말은 따로 있다. 폐허 취향, 아니면 인더스트리얼이다. 이는 전 세계적 현상이기도 하다. 몰락해버린 디트로이트의 자동차공장, 원전 사고로 방치된 체르노빌의 배후 도시 프리피야트 등의 폐허를 마주할 때 생기는 일종의 경외심과 쾌감을 말한다. 18세기 유럽인이 고대 로마나 그리스의 폐허에서 느낀 감정을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20세기가 몰락한 장소에서 발견한다. 진정성 구현에는 공장만 한 곳이 없다.

블루보틀 성수점의 인테리어가 딱히 한국 현지화 때문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같은 건축가가 디자인한 도쿄 산겐자야점은 성수점보다 훨씬 더 거친 폐허 취향을 드러낸다. 교토점에서는 일본 목구조를 연상케 하고, 롯폰기점 등에서는 무척 말쑥하게 연출한 것으로 볼 때, 장소에 적합한 인테리어를 찾는 게 목적이었던 것 같다. 캘리포니아 힙스터 브랜드 블루보틀이 처음 생긴 곳 역시 원예 창고였으니, 공장 지대였다가 몇 년 사이 재생되고 있는 성수동은 진정성 넘치는 곳이다. 삼청동에 예정된 2호점에는 한국 전통 분위기를 내려고 하지 않을까.

폐허 취향 디자인의 묘미는 거친 것 사이에 끼워 넣는 매끄러운 것의 범위와 완성도다. 사람의 몸이 직접 닿고 손으로 만지는 곳까지 방치한 인테리어는 잊도록 하자. 성수점에서 거침과 매끄러운 마감의 정도는 미묘하게 달라진다. 바닥을 들어내 아래가 보이도록 만든 1층이 가장 거칠다. 이에 비하면 주문을 하고 음료와 음식을 받는 층의 마감은 훨씬 정돈되어 있다. 이 대비는 남아 있는 1층 바닥 골조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스테인레스스틸로 만든 난간, 계단 챌판, 카운터, 잘 연마하고 적당한 감촉으로 마감한 합판 단면 등의 마감 완성도는 꽤 높지만 공간 전체의 인상을 바꾸지는 않는다. 또 새롭게 마감한 곳과 거칠게 남긴 곳이 만나는 지점에서 일관된 논리도 찾기 힘들다. 단순한 병치도 세련된 전이도 없다. 성수점의 공간 경험은 주문하는 곳에서 끝난다. 테이블이 놓인 공간은 논할 것이 조금도 없다. 이 역시 커피에 집중하라는 의도였을까? 비로소 커피계의 애플 같은 호들갑을 잊고 블루보틀은 괜찮은 커피가게였을 뿐임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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