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를 넘어서

BTS가 영국의 웸블리, 미국의 로즈볼, 솔저필드, 메트라이프에서 스타디움 투어를 마치고 돌아왔다. 4회 공연에 동원한 관객 수만 42만 명. 음악평론가 김영대는 로즈볼 공연장에서 작년과 다른 변화를 감지했다고 말한다.

얼마전 다녀온 BTS의 로즈볼 공연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다양한 연령대의 ‘평범한’ 관객이 몰려들었다. 지난해와 비교해도 느낌이 사뭇 달랐다. 아시안 팝 음악 공연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독특한 마니아 관객뿐 아니라 지금의 열기를 느껴보려고 온 보통의 리스너 그리고 이제 막 BTS의 인기에 올라탄 밴드왜건이 눈에 띄었다. 넓은 땅과 많은 인구 탓에 유행이 서서히 퍼지는 미국 시장의 특성을 감안한다면 최근 NBC <SNL>, ABC <Good Morning America> 등 전국 방송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효과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내에서 BTS에 관심을 갖는 집단은 이제 집중된 소수에서 평범한 다수로 나아가고 있다. 근본적인 방향 전환이다.

 

미국 사회에서 주류는 쉽게 정의 내리기 어렵다. 단순히 인기 있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이끄는 지배적인 인종과, 계급과, 세력과, 자본을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백인 중상류 층으로 이루어진 미국 사회의 주류는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으며 오로지 예외적인 포용만이 있어왔다. 대중문화나 예술 분야가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다고도 볼 수 있으나, 미국 문화의 한 부분인 아프리칸 아메리칸이나 라틴 아메리칸 문화조차도 종종 주류가 아닌 대안적인 흐름에 머물렀다는 점을 볼 때 그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아시안의 존재감은 그 가운데에서도 극히 희미하다. 아시안 배우들이 주연을 맡은 주류 영화가 이제서야 조금씩 만들어지고 있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이 벽을 BTS 음악으로, 그것도 인종적 장벽이 결정적인 장애물이 되어온 팝 음악에서 넘고자 하는 것이다.

 

최근 있었던 CBS <The Late Show with Stephen Colbert>에서 BTS의 ‘Boy With Luv’ 공연은 퍽 상징적이다. 1960년대 미국을 침공해 ‘브리티시 인베이전’을 이끌며 록의 역사를 통째로 뒤바꿔버린 비틀스의 위상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역사적인 것이다. 그런데 공중파 방송 한가운데에서 아시안 아티스트인 BTS로 하여금 1964년 에드 설리번 쇼의 비틀스 공연을 오마주할 기회를 주었다는 것은 단순한 흥밋거리 이상의 내러티브가 숨어 있다고 봐야 한다. 미국 대중음악 역사상 영미권을 제외한, 그리고 영어권 아티스트를 제외한 그 어떤 외국 아티스트도 비틀스에 비견될 정도의 대접을 받은 적은 없다. 돈이 되는 것을 정확히 포착하고, 과장하기를 좋아하는 미국 대중미디어의 성격을 감안하더라도 예외적인 태도다. 2017년 AMAs 이후 내가 줄곧 주장해왔던, “미국 주류 음악 산업이 침체된 산업의 활력소로서 BTS를 끌어안으려 할 것”이라는 예상이 벌써 현실이 된 것이다. 그것도 너무 빨리.

 

최근에는 SNS를 통해 시애틀에 거주하는 70대 백인 할머니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젊었을 때 비틀스 이외에는 그 누구도 ‘팬질’ 해본 적이 없다는 이분은 그 옛날 비틀스를 연상시키는 일곱 명의 젊은이에 마음을 빼앗겨 모든 뮤직비디오를 다 찾아보고, 심지어 가사를 이해하기 위해 한국어도 공부하며, 이제는 노구를 이끌고 공연도 직접 찾아다니는 열성팬이 되었다고 말했다. 놀랍지만 이제 이런 사례는 미국의 어느 도시에서나 찾을 수 있다. 지금의 BTS 현상은 미국 대중문화의 주류로 진출했느냐 아니냐의 기계적인 구분법으로 논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BTS는 미국 팝 역사의 그 어느 그룹보다 더 많은 벽을 넘었고, 이제는 미국 현지 팝스타에 필적하거나 능가하는 열렬한 지지를 받는, 그야말로 동시대 최고의 팝 그룹이 되었다. ‘중심’과 ‘주변’의 모델로만 이해되어왔던 미국 대중음악사에서 주변도 중심도 아닌 ‘바깥’에서 날아온 이 그룹이 미국 대중음악 산업 지형에서의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BTS가 미국의 인정을 원하는 것 이상으로, 미국 주류 시장이 그들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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