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님 이야기

데님의 모든 시대와 스타일이 모인 지금, 바로 이 순간!

DENIM
AGAIN

데님은 극적인 동시에 무난하고, 입는 이의 개성을 표현해주며, 섹시하고, 간결하다.”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의 말처럼 데님은 가장 이상적인 패션 아이템이다. 1850년 골드 러시(Gold Rush) 시대 미국에서 광부들을 위해 탄생한 리바이스를 시작으로 데님은 1백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우리 곁에 함께했다. 데님의 지위에는 경계가 없다. 돌 지난 아이부터 머리가 흰 노인이 될 때까지 즐겨 입는, 나이와 성별을 불문하는 아이템 아닌가. 매일 입어도 질리지 않는 평생지기 친구와 같다. 기본 아이템이면서도 트렌드의 영향을 받는 데님은 매 시즌 다른 모습으로, 한 순간도 지치지 않고 스트리트와 런웨이를 장악하고 있다. 1950년대엔 산업화 물결을 타고 반항적인 청춘을 대변한 자유로움의 상징이었으며, 1960년대와 70년대를 거쳐 히피 무드를 입고, 재키와 제인 버킨이 데님의 아이콘으로 추앙받았다. <엘르>를 창간한 엘렌 고든 라자레프는 1970년대에 패션 에디터들에게 청바지 금지령을 내렸으나 그녀가 사망한 후 프랑스 오피스 패션의 바이블이 된 스토리도 흥미롭다. 1980년대 사진가 리처드 애버던이 10대 소녀 브룩 실즈를 촬영한 광고 캠페인 “캘빈 클라인 바지와 나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어요.”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데님은 하이패션계에 진출했다. 1990년대 스텔라 테넌트가 즐겨 입은 스트레이트 진, 그리고 케이트 모스나 시에나 밀러로 대표되는 스키니 피트의 시대도 빼놓을 수 없다. 2000년대 초반 프리미엄 데님 브랜드의 등장과 힙합 스타일까지, 데님은 그야말로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의 대상이었다. 그 즈음 하이패션계 역시 데님의 진가를 알아보고 신분상승의 날개를 달아주었다. 보테가 베네타가 선보인 실크 데님 진은 우아하기 그지없었고, 베르사체나 스텔라 매카트니 같은 디자이너들도 스키니 진을 선보였을 정도. 2010년 쿠튀르 컬렉션에서 장 폴 고티에는 마치 프린지처럼 데님 끝단을 잘라낸 이브닝 룩을 디자인했다. 칼 라거펠트 역시 2011 F/W 시즌 샤넬 컬렉션에서 인디고 데님을 기본 아이템으로 쇼를 선보였는데, 트위드 튜닉과 완벽한 매칭을 이뤘다.

그리고 바야흐로 2019 S/S 시즌, 데님은 그동안의 모든 스타일과 키워드를 한꺼번에 쏟아냈다. “블루진은 곤돌라 이후에 가장 아름다운 물건이다.” 다이애나 브릴랜드의 말처럼 영원불멸의 데님은 우리의 인생을, 스타일을 여전히 지배하고 있다.

 

 

1 1976년 영화 <미녀 삼총사>에서의 파라 포셋.
2 영화 <밤의 충돌>에서 쿨한 데님 룩을 선보인 메릴린 먼로.
3 1970년대를 대표하는 히피 룩.

산업화와 전쟁으로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면서 남자의 작업복이었던 청바지가 직업과 성별을 초월한 유니섹스 패션으로 대중화된 시기. 특히 1~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대량생산되며 반항기 넘치는 미국의 10대들이 청바지를 입기 시작했다. ‘청춘’을 대변한 1955년 영화 <이유 없는 반항> 속 제임스 딘의 매력적인 모습이 떠오른다. 1952년 <밤의 충돌>에서 보이프렌드 진을 롤업해서 로퍼와 연출한 메릴린 먼로는 지금 봐도 세련되기 그지없다. 이번 시즌엔 이자벨 마랑이나 발맹 컬렉션에서 그녀의 스타일을 연상시키는 보이프렌드 진을 선보였다. 무심하게 롤업하고 스틸레토 힐로 마무리하면 드레스업할 수 있다.

 

 

1 클래식한 매력의 소유자 재키 캐클린 케네디 오나시스.
2 치명적인 매력의 배우 제임스 딘.
3 데님의 아이콘 제인 버킨.

거리의 젊은이들이 대부분 청바지를 입었던 대유행의 시대였다. 히피 트렌드와 반전시위, 평화운동을 하는 청년들이 플레어, 사이키델릭 스타일부터 페인팅과 장식을 더한 청바지로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그리고 1970년대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청바지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랄프 로렌, 피오루치, 글로리아 밴더빌트, 캘빈 클라인이 대표적. “재키가 엄청나게 사들인 옷을 전부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 나는 그녀가 데님을 입은 모습밖에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라고 오나시스가 말했을 정도로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도 데님 마니아였다. 프렌치 스타일의 대명사 제인 버킨 역시 데님에 대한 여자들의 로망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그녀들의 하이웨이스트 데님 룩은 사실 유행이라는 궤도에서 벗어난다. 베이식한 스트레이트 진이나 벨보텀 피트가 이번 시즌에도 강세니 눈여겨보도록. 해변으로 꾸민 캣워크를 배경으로 나른하게 등장한 샤넬의 물 빠진 스트레이트 진은 우아함 그 자체니까.

 

 

1 1980년 리처드 애버던이 촬영한 브룩 실즈.
2 헬무트 랭의 1990년대 광고 캠페인 중 하나.
3 보이시한 매력의 스텔라 테넌트.

캘빈 클라인의 광고 캠페인이 화제를 모았다. 리처드 애버던이 촬영한 10대의 브룩 실즈는 청바지만 입고 셔츠를 당장 벗을 듯한 도발적인 포즈를 취했다. 한 달 만에 2백만 벌이 팔려나갔으며, <선데이 타임스>는 이로 인해 캘빈 클라인의 브랜드 가치가 일 년 만에 2천5백만 달러에서 1억8천만 달러로 성장했다고 보도했다. 펑크 룩의 유행으로 디스트로이드 진이 등장했고, ‘청청 패션’도 인기를 끌었다. 올봄 이 키워드 역시 유효하다. 펜디나 토가 컬렉션에서처럼 상의와 하의를 모두 같은 소재와 컬러의 데님으로 연출하는 것도 트렌디해 보일 수 있는 방법. 아페쎄의 스타일링을 참고해 상의는 넉넉하게, 하의를 스키니한 피트로 선택하면 보다 날씬해 보일 수 있다.

 

 

1 지저스의 광고 비주얼.
2 케이트 모스의 풋풋한 모습.

1990년대 초반에는 카고 팬츠와 통이 넓은 카펜터 팬츠가 유행하면서 청바지 판매량이 감소했다가 1990년대 후반 다시 화려하게 부활했다. 해체와 재조합의 귀재 마틴 마르지엘라와 헬무트 랭은 하이패션과 스트리트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1990년대 저널리스트였던 케이트 베츠가 “헬무트 랭이 데님을 패션 아이템으로 승격시켰다”라고 했을 정도. 케이트 모스의 스키니 진이 스트리트를 장악했으며 펑크, 그런지, 보헤미안 같은 무드가 대중의 지지를 받았다. 한편에서는 미니멀리즘이 대유행하기도 했던 패션 춘추전국시대! 하이웨이스트와 와이드 피트, 담백한 스트레이트 실루엣, 내추럴한 로 커팅의 청바지는 런웨이를 강타하며 데님의 격을 높이기도 했다. 이번 시즌 역시 런웨이에서 군더더기 없는 클린한 실루엣의 청바지를 발견할 수 있다. 그 어떤 패션 아이템보다 여성의 지위와 취향이 한껏 담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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