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고 간단한 사이클링 쇼츠 연출법!

‘쫄쫄이 바지’라 일컫는 사이클링 쇼츠를 향한 과감한 도전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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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클링 쇼츠를 충동구매했다. 지난번 밀라노 패션위크에서의 고된 일주일을 보상하고자 정선의 호젓한 리조트로 떠나기 하루 전 일이다. 그곳의 웰니스 프로그램 중 하나인 힐링 터치(스파이키 트윈 롤러를 이용해 근육의 피로를 풀어주는 수업)를 체험하기 위해 운동복이 꼭 필요한 터였다. 아웃도어와 일상복이 결합한 고프코어의 시대, 사이클링 쇼츠는 트렌드를 선동하는 아이템 아닌가? 더군다나 ‘쫄쫄이 바지’가 자전거족들의 전유물이 아니란 사실은 지난 시즌 오프 화이트부터 마린 세레, 생 로랑을 통해 인지하고 있었고 더군다나 타칭 ‘사이클링 쇼츠 마니아’인 인플루언서 클로에 아로슈와 페르닐 테이스백의 세련된 연출법을 본 후 도전 욕구가 활활 타오르기까지 했다.

사이클링 쇼츠가 하이패션으로 데뷔한 건 샤넬의 1991년 S/S 시즌이었지만 생명력을 얻은 건 1990년대 미니멀리즘의 물결과 다이애나 왕세자비와 같은 패션 아이콘들 덕분이다.(다이애나는 오버사이즈 스웨트셔츠와 스니커즈를 매치해 스타일 아이콘다운 면모를 보였다.) 그리고 최근 켄들 제너, 헤일리 볼드윈 같은 패셔니스타들에 의해 두각을 드러냈는데, 선두주자는 단연 킴 카다시안이다. 그녀는 주로 상의까지 타이트하게 매치해 급커브를 그리는 보디라인을 과시한다. 여기에 턱시도 재킷으로 드레시하게 연출하거나, 레더 재킷과 스트랩 하이힐을 매치한 쿨한 스타일까지, 스포티한 아이템으로만 여겨지던 사이클링 쇼츠의 변화무쌍한 매력을 대변해왔다. 하지만 아무리 트렌드라지만 ‘다리가 굵어서’ ‘키가 작아서’ ‘Y존이 민망해서’ ‘엉덩이가 처져서’ 등 갖가지 이유로 데이트나 출근길에 도전하기란 여전히 쉽지 않다. 자칫하다간 보정 속옷이나 한강을 누비는 사이클링족으로 오해받을지도 모르니깐.

현실적인 사이클링 쇼츠 연출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먼저 민망한 Y존과 엉덩이 라인을 덮는 길이의 상의를 선택하는 것. 이는 체형적인 제약에서도 탁월한데 낙낙한 사이즈의 테일러드 혹은 트위드 재킷(샤넬), 오버사이즈 니트(스텔라 매카트니), 보이프렌드 셔츠(로베르토 카발리)를 추천한다. 헬스장에서 막 튀어나온 듯 큼지막한 티셔츠는 금물.(좀 더 스타일 지수를 높이고 싶다면 재킷의 이너로 크롭트 톱을 골라 약간의 노출을 감행해보자.) 하이힐을 매치해 전체적인 스타일링에 긴장감을 부여하는 것도 잊지 말자. 이지의 스타일리스트이자 패션 에디터인 크리스틴 센테네라의 말 역시 이를 뒷받침해준다. “사이클링 쇼츠와 하이힐의 만남은 다리를 좀 더 섬세하고 섹시하게 뽐내주죠.” 종아리가 콤플렉스라면? 간결한 블랙 테일러링 재킷과 화이트 롱 부츠를 매치해 쿨 걸의 면모를 뽐낸 클라라 베리의 팁을 눈여겨볼 것.

그렇다면 어떤 사이클링 쇼츠를 고를 것인가? 엉덩이부터 허벅지 라인을 압박해 매끈하면서도 날씬해 보이는 효과를 내기 위해선 어정쩡한 길이와 어설픈 사이즈는 금물이다. 특히 무릎에서 8~10cm가량 올라가는 길이와 블랙 컬러는 모든 체형에 어울릴 가장 안전한 선택이다. 이때 말려 올라가지 않는 적당한 두께와 밑위의 길이도 실루엣을 좌지우지하는 중요 포인트! 즉, 반드시 입어보고, 만져보고 내 몸에 찰떡 같은 실루엣을 구입해야 한다. 사이클링 쇼츠의 매력을 새롭게 조명한 샤넬과 펜디, 프라다, 알토, 아크네에 이어 트렌드를 재빠르게 포착해 시장에 선보이는 SPA 브랜드에서도 다채로운 아이템을 만나볼 수 있다. 여기에 룰루레몬 같은 애슬레저 브랜드도 쿨한 자태를 뽐내며, 킴 카다시안이 애정하는 이지 역시 쇼핑 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만하다.

사회학사 캣 정니켈(Kat Jungnickel)은 책 <Bikes and Bloomers>를 통해 1백여 년 전부터 사이클링은 여성들의 엄격한 복장 규정을 완화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해왔다고 말한다. 여기서 파생된 사이클링 쇼츠는 몇 차례 진화를 거쳐 오늘날 하이패션계에까지 자리를 잡기에 이르렀다. 어떤 이들은 “가장 특이한 트렌드(The Most Curious Trend)” 혹은 “가장 어려운 쇼츠(The Hardest Shorts)”라고도 말한다. 여전히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 같은 존재지만, 칼 라거펠트는 이런 말을 남겼다. “패션은 누구도 기다려주지 않는 기차와도 같다. 얼른 탑승하지 않으면 떠난다.” 지금이 바로 사이클링 쇼츠와 사랑에 빠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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