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더슨의 유미주의

다가오는 9월 15일, 네타포르테를 통해 J.W 앤더슨의 캡슐 컬렉션이 공개된다. 영국의 유미주의를 동시대적으로 재해석한 컬렉션으로, “아름다움이야말로 천재성의 한 형태”라고 했던 대표적인 유미주의 사상가, 오스카 와일드의 미적 견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캡슐 컬렉션의 캠페인 모델 대니얼 래슐리와 함께 포즈를 취한 조너선 앤더슨.

J.W 앤더슨의 2019 S/S 런웨이 쇼 직후 네타포르테를 통해 캡슐 컬렉션이 공개될 예정이다. 새로운 컬렉션과 캡슐 컬렉션 사이에 닮은 점이 있을까? 정식 컬렉션과 캡슐 컬렉션을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지는 않는다. 나조차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영감을 받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발견한 작은 소품에서 컬렉션을 이끌 주요 컨셉트가 튀어나오는가 하면, 역사적인 어느 시대에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거기에는 광기(Madness)와도 같은 체계성이 있지만 늘 같지는 않다.

다채로운 영감의 원천 중에서도 ‘유미주의(唯美主義)’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감정에 많이 기대어 일을 하는 스타일이다. 즉, 굉장히 강박적인 작업 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평소에도 별 의미가 없는 무언가에 대해서 더 이상 집착이 생기지 않을 때까지 골똘히 생각하곤 한다. 유미주의 역시 해답이나 의미를 찾지 않고 오직 아름다움만을 탐했던 운동이기 때문에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또 나에게 있어 이 사상은 세상의 규칙을 거스르고, 자기 표현을 내세울 수 있는 패션에 관한 것이다. 내 눈을 통해 바라보면 여성성과 남성성을 가로지르는 경계선은 굉장히 희미하다.

크리스토퍼 드레서의 일러스트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된 숄더백.

예술 작품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 당신에게 영감을 준 것이 있다면? 런던에 있는 V&A 박물관을 가장 좋아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그곳을 방문한다. 때문에 최근 그곳에서 받은 영감들(디자이너 크리스토퍼 드레서와 건축가 E.W 고드윈의 작품)을 모티프로 한 새로운 봄/여름 컬렉션을 선보이게 되어 개인적으로도 매우 기대가 크다.

네타포르테를 통해 캡슐 컬렉선을 선보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네타포르테는 세계 최초로 럭셔리한 온라인 쇼핑을 가능하게 한 플랫폼이다. 3년 전, 작은 캡슐 컬렉션을 함께 했는데, 우리의 관계를 좀 더 확장시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은 협업과 논의를 통해 최고의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

인터뷰에 앞서 캡슐 컬렉션 피스들을 사진으로 미리 볼 수 있었는데, 옷과 가방에 들어간 프린트에서 동양적인 색채를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 학이 그려진 프린트는 19세기 크리스토퍼 드레서(Christopher Dresser)가 리버티앤코(Liberty&Co.)를 위해 디자인한 직물을 기반으로 완성했다. 크리스토퍼는 유미주의의 주요한 인물 중 한 명인데, 당시의 운동을 규정짓는 앵글로-재퍼니즈 스타일(Anglo-Japanese Style)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쳤다.

최근 컨버스와 협업한 슈즈 컬렉션은 이곳 한국에서도 반응이 뜨겁다. 캡슐 컬렉션 이미지에서도 여성스러운 의상들에 컨버스를 매치한 스타일링이 인상 깊었는데, 어떤 점을 의도한 것인가? 어떤 특별한 젠더를 염두에 두고 디자인하진 않는다. 단지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입을 수 있는 옷이라는 개념을 좋아한다. 이번 캡슐 컬렉션에서는 굉장히 여성적인 실루엣의 옷들을 컨버스와 매치했다. 우아한 스타일일수록 이런 매치를 했을 때 굉장히 편안하고, 또 모던하게 바뀌는 묘미가 있는 것 같다.

몇 달 전 브랜드의 행사를 위해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때 느꼈던 한국 여성의 이미지에 비추어보았을 때, 이번 컬렉션에서 한국 여성에게 추천하고 싶은 피스가 있다면? 나는 이번 컬렉션이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이기를 바랐다. 그런 바람에서 완성된 실루엣, 소재, 그리고 전반적인 무드가 한국 여성이 패션에 접근하는 방식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복잡하면서도 담백한 패션을 찾는 한국 여성들에게 포플린 드레스, 셔츠와 스커트뿐만 아니라 똑떨어지는 테일러드 수트 역시 완벽한 피스가 되어줄 것이다. 한국에는 내년 3~4월쯤 다시 방문할 예정이다. 몹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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