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글리 패션

영원한 아름다움이란 존재하지 않는 법. 2018 F/W 시즌 패션계는 예측할 수 없는 ‘어글리’ 정신을 유행의 궤도에 올려놓았다.

몇 시즌 전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구찌에서 첫 쇼를 선보였을 때 그의 절충주의와 자유분방한 디자인 미학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패션 마켓은 제품으로 넘쳐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패션은 직접 옷을 입어보고 사랑에 빠져 결국 구매하게 만드는 놀라운 아이디어가 핵심이죠.” 그가 구찌에서 일으킨 대변혁은 동시대와 트렌드를 리드하고 있다. 무명의 디자이너였던 뎀나 바잘리아 역시 베트멍과 발렌시아가를 잇 브랜드로 동시에 등극시키며 자신만의 개성 넘치는 스트리트 무드를 주입시켰다. 2018년 현재의 패션계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며, 시즌마다 새로운 스타일이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매달, 즉 시시각각 다른 유행이 나타나고 있다. “사람들은 어떤 면에서 다소 냉담해지고 있어요.” 패션 심리학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심리학자 던 캐런(Dawn Karen)은 말한다. 더욱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사회 환경 속에 오히려 트렌드에는 다소 둔감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 그렇다면 못생기거나 추한, 어글리 패션이 유행인 이유는 무엇일까. 추함과 혁신은 일치한다는 오랜 이론이 있다. 지극히 정상적인, 인식된 단조로움을 돌파하기 위해 뭔가 다른 것을 갈망하는 심리가 내재되어 있다는 것. “어글리 패션은 사람들을 효과적으로 깨우는 방법입니다.” 캐런의 말처럼 자기 자신이나 옷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가 멋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번 시즌 디자이너들은 미의 관습에 도전장을 던졌다. 팬츠 위에 스커트를 덧입고 꽃무늬 블라우스를 매치하거나 태그가 밖으로 노출된 칵테일 드레스 같은 하이브리드 아이템을 선보이며 스스로의 정체성을 결정하라는 메시지를 전한 구찌, 패딩과 모피, 윈드브레이커를 여러 겹 껴입고 레깅스를 매치한 신(新) 레이어링 룩을 선보인 베트멍이 그 선두에 있다. “아름다운 것만큼 지루한 것은 없습니다. 못생기고 놀라운 것에 보다 흥미를 느끼죠.”라고 말한 디자이너 드리스 반 노튼은 스포티즘과 쿠튀르를 결합시키며 변화를 시도했다. 도시의 네온사인에서 영감을 가져와 투박한 패딩 아이템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미우치아 프라다, 영국 요크셔 노동 계층이 들었던 비닐봉지에서 얻은 영감으로 플라스틱 토트백을 선보인 버버리, 1990년대 클럽 키드 메이크업(얼굴에 네모를 그려넣은)과 그런지 룩을 매치한 매티 보반, 비현실적으로 얼굴을 스카프로 가린 채 공 모양 핸드백을 든 모델들을 등장시킨 리처드 퀸 등 기존의 아름다움에 반하는 신기류가 대거 등장했다. “우리의 눈은 처음에 이상해 보이는 것들에 매우 빨리 적응을 합니다.” 매치스패션닷컴의 구매 디렉터 나탈리 킹햄 역시 도전적인 미적 감각을 지닌 울퉁불퉁한 샌들, 삭스부츠, 과장된 오버사이즈 아우터 같은 아이템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덧붙인다. 

어쩌면 그간 패션은 좋은 취향에 의해 구속되어왔을지도 모른다.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넘어서 그 어떤 방식으로든 논쟁을 이끌어내고 사람들을 압도할 수 있다면 충분한 자극과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지금 당장,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 무엇보다 각박한 현실에 돌파구가 되어줄 유머와 활기일 테니까. 비록 ‘어글리’할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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