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 슬리먼이 돌아왔다!

에디 슬리먼이 돌아온다. 그것도 셀린의 피비 파일로 후임으로.

여자에게 르 스모킹을 선물한 이브 생 로랑이 있다면, 남자에게는 스키니 수트를 만든 에디 슬리먼이 있다. 그가 1996년 이브 생 로랑 리브 고시 남성복에 이어 디올 옴므로 패션계 남자를 모조리 스키니하게 만들었을 때(칼 라거펠트도 몇 십 킬로를 감량했다는 에피소드는 유명하다) 여자들에게도 다이어트 열풍이 불었다. 이렇게 시작된 젠더 크로싱은 지금도 가장 모던한 스타일링 법칙으로 손꼽힌다.

에디터를 비롯한 비평가들과 대중에게 친절하지 않은 까다로운 슈퍼스타지만 2001년 디올 옴므 당시 <바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로 인해 비롯된 ‘성별을 뒤어넘는 패션 혁명’을 이렇게 설명했다.

“신기하기 때문이죠. 법칙을 바꾸고자 하는 열망이기도 하구요. 성에 의한 구속이나 편견을 파괴하는 것은 지극히 모던하고 흥미롭죠. 수트는 여성에게 아주 적합한 아이템이고 당당한 태도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생각해보면, 그가 생 로랑을 성공시킨 것도 아주 매력적인(그리고 중성적인) 턱시도와 바이커 재킷 덕분이었다. 특히 턱시도가 익숙하지 않은 국내에서 그의 바이커 재킷은 나이와 성별을 초월해 길고 긴 웨이팅 리스트가 존재했다는 후문. 이러니 셀린에서 에디 슬리먼을 통해 멘즈 컬렉션까지 론칭한다는 것은 아주 당연한 전략이며, 남녀 모두를 혹하게 만드는 뉴스가 아닐 수 없다!

록 음악과 무대라는 주제에 집중한 흑백 사진을 촬영하는 포토그래퍼로도 유명한 그의 취향은 명확하다. 디올 옴므와 생 로랑 사이에는 L.A가 추가되었는데, 이는 결론적으로 생 로랑을 통해 L.A발 유스 컬처 트렌드에 불을 지폈고, 지금도 그 트렌드는 현재 진행중이다. 보헤미안, 그런지, 록시크, 나이트 파티, 90년대 등 지금도 쿨하게 느껴지는 그런 것들 말이다. ‘현재’에서 나아가 ‘동시대’를 결정 짓는 그의 능력은 대단하다고밖에 설명할 수 없을 듯!

재미있게도 피비 파일로의 셀린을 지지하는 여자들이 에디 슬리먼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셀린교’라는 우스갯소리가 생길 만큼 피비 파일로의 셀린은 여자에게 특별한 여자를 위한 컬렉션을 선보여왔다. 오버사이즈 코트와 팬츠 룩부터 란제리 룩까지 클래식을 독창적으로 해석한 그의 시그너처 스타일은 ‘쿨하지만 온화한’ ‘우아하지만 유니크한’ ‘지적이지만 도발적인’ 등 미묘한 충돌을 어필하며 ‘젠틀우먼’이니 ‘엘리트 시크’니 하는 신조어를 낳았다. 사생활을 좀체 노출하지 않으며 말을 아끼는 유형임에도 그녀의 디자인과 이를 보충하는 말 한마디가 패션계에 강력한 울림을 갖게 된 건 아내이자 엄마이며 셀린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살고 있는 자신이 ‘어떻게 입고 싶은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옷으로 표현한다는 철학 때문이었다. 그녀가 몸소 보여준 평범함 속 비범함은 여자로 하여금 그녀처럼 입고 싶을 뿐 아니라 살고 싶다는 선망을 갖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피비 파일로는 패션계에서 대체불가능한 이름이 되었다. 이런 이유로 피비 파일로의 지지자들은 제멋대로인 록스타 에디 슬리먼에 의해 그동안 완성된 셀린 스타일이 지워질 것을 아쉬워한다.(이들 대부분은 생 로랑 시대도 싫어했다.)

뿐만 아니라 셀린은 여성복, 남성복 그리고 쿠튀르 컬렉션과 향수도 론칭하게 된다. 패션계에서 에디 슬리먼을 설명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바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데, 1990년대 초 패션 컨설턴트의 어시스턴트로 이력을 시작한 덕분인지 그는 브랜딩의 귀재이며 디자이너의 역할 아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부티크 디자인, 셀러브리티 관리까지 포함해 총괄 디렉터로서의 새로운 영역을 만들었다. 이름과 로고까지 바꾼 그는 생 로랑의 옷걸이 디자인까지 관여했을 정도.

이번 ‘인사’를 두고 <뉴욕타임즈>는 셀린을 소유한 LVMH의 케어링 그룹을 향한 일격이라고 표현했다. LVMH는 지속적으로 에디 슬리먼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구애해온 걸로 유명한 데다, 지난 2016년 그가 생 로랑을 나오며 케어링 그룹에 소송해 승소한 뒤이기 때문. 당시 동종 업계로 이직할 수 없다는 계약서 조항이 문제가 되었는데, 그는 케어링 그룹에 승소해 1백억이 넘는 보상금을 챙겼다. 그리고 2018년 보란 듯이 라이벌 그룹에 취직한 셈이랄까.

‘핫 이슈’로 등극한 에디 슬리먼의 셀린은 오는 9월 파리 패션 위크에서 베일을 벗는다. 아무것도 예상할 수 없지만, 그래도 다이어트는 지금부터 시작하는 편이 좋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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