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 떠난 패션

1960년 리처드 애버던은 도비마를 우주 공간으로 보냈다. 그리고 2017년 칼 라거펠트는 그랑 팔레에 우주선을 띄웠다.

우주로 떠난 패션 - 하퍼스 바자

그랑 팔레에 우주선 기지를 세운 2017 F/W 샤넬 컬렉션.

우주로 떠난 패션 - 하퍼스 바자

<하퍼스 바자, 150년: 위대한 순간들> 중 리처드 애버던이 촬영한 우주복을 입은 진 슈림턴, 1965년 4월호.

1959년 리처드 애버던이 촬영한 진 슈림턴의 <하퍼스 바자> 화보(오른쪽)와 2017년 같은 장소에서 촬영된 지지 하디드의 화보(화보)

“1959년 4월, 나사(NASA)는 사상 최초로 우주비행사를 궤도로 올려 보내는 목적을 지닌 ‘프로젝트 머큐리’의 출범을 발표했다. 이는 미국과 소련이 대기권 밖 공간 정복에 몰두하던 냉전 시절, 우주 개발 경쟁의 최신 화두였다. <하퍼스 바자> 역시 곧바로 그 움직임에 함께했다. 시작은 리처드 애버던이 촬영한 1960년 2월호 패션 기사. 그는 플로리다 주 케이프 커내버럴에 위치한 나사 스페이스 센터에서 모델 도비마(Dovima)와 함께 당시 유행이던 기하학적인 형태의 룩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시리즈를 촬영했다.” 지난달, <바자>에 실린 1960년대 패션에 대한 기사 중 일부이다. 뿐만 아니라 1964년 진 슈림턴이 우주인의 헬멧과도 같은 핑크색 프레임을 둘러 쓴 채 촬영한 리처드 애버던의 사진은 여전히 <바자>의 전설적인 커버로 남아 있다. 이때 진 슈림턴은 우주를 주제로 한 이 화보에서 실제 나사의 우주복을 직접 입고 카메라 앞에 서기도 했다. 또한 이 우주 특집호(?)에서는 폴 매카트니 역시 우주복을 입고 저 먼 세상을 바라보는 듯한 표정의 사진을 남겼으며, 앙드레 쿠레주의 화이트 화보는 마치 우주정거장의 승무원과도 같은 미래적인 룩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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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g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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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 Des Garc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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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el

우주로 떠난 패션 - 하퍼스 바자

Michael Kors

우주로 떠난 패션 - 하퍼스 바자

2017 F/W 샤넬 컬렉션에 등장한 로켓 클러치 백.

그리고 2017년! 거의 60년이 지난 지금 마치 평행이론과도 같은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2월 22일, 나사는 다시 한 번 중대 발표를 했다. 지구를 대체할 만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 7개의 행성을 발견한 것이다. 게다가 그 행성계를 여행하는 것을 상상하며 만든 포스터도 선보여 미래의 우주여행이 머지않았음을 실감하게 했다.

그로부터 한 달 후인 지난 3월, 급기야 칼 라거펠트는 그랑 팔레에 샤넬의 우주선 기지를 우뚝 세웠다. “우주정거장으로 가세요. 그건 우리가 원하는 미래이자 환상의 세계죠.” 언젠가 다른 행성에서 열릴 크루즈 컬렉션을 상상한 듯. 헬멧을 벗었을 때 우주복의 형태를 닮은 하이 라운드 네크라인에 메탈릭 터치를 더하고, 절연 수트나 메탈릭 패딩, 문부츠를 매치하며 우주선의 승무원부터 우주여행을 떠나는 여행객을 위한 패션까지 제안했다. ‘실루엣의 미래’라고 간단하게 컨셉트를 정의한 레이 가와쿠보는 친환경, 신소재를 연상시키는 매우 미래지향적인 콤 데 가르송 컬렉션을 선보였다. 특히 컬렉션 중간에 등장한 절연 소재의 실버 룩, 그리고 이어서 등장한 오버사이즈 코트들은 마치 하나의 행성이나 우주선 그 자체와도 같았고 이는 새로운 퓨처리즘 룩의 등장처럼 느껴졌다. 이외에도 밤하늘과 우주의 행성들을 드레스 위에 수놓은 디올, 은하수 혹은 섹시한 우주복을 연상시키는 스파클링 룩을 선보인 생 로랑을 비롯해 본딩이나 패딩을 통해 몸집을 부풀리거나, 단단한 질감을 통해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것만 같은 미래지향적인 룩들이 가득했다. 지난 시즌 메탈릭 룩이 1980년대의 관능적인 디스코 스타일을 연상케 했다면, 이번 시즌엔 보다 기능적이고 방어적인 측면이 강조되어 1960년대의 퓨처리즘을 새로운 버전으로 부활시킨 것이다.

우주로 떠난 패션 - 하퍼스 바자

나사 기지에서 촬영된 <하퍼스 바자> US의 지지 하디드 화보.

우주로 떠난 패션 - 하퍼스 바자

<하퍼스 바자> 6월호 화보에서 우주로 떠난 지지 하디드.

이번에도 <바자>는 진 슈림턴에 이어 지지 하디드를 플로리다 주에 위치한 나사의 케네디 스페이스 센터로 초대했다. 지지 하디드는 진 슈림턴이 섰던 그 자리에서 시작해 샤넬의 패딩 케이프 코트를 두르거나, 돌체 앤 가바나의 비즈 드레스, 프로엔자 스쿨러의 실버 가죽 점퍼, 구찌의 크리스털 점프수트를 입은 채 나사 기지 곳곳을 활보했다. 그렇게 새로울 것 없는 요즘 세상에서 누구든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곳, 우주라는 곳을 향한 환상은 부푼 기대감과 함께 다시금 패션계를 매료시키고 있다. 물론 샤넬의 실버 부츠를 신고 새로운 행성을 밟는 그날은 엘튼 존의 ‘로켓맨’ 가사 ‘And I Think It’s Gonna Be a Long Long Time’처럼 꽤 오랜 시간이 걸릴 테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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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사진 Moda on Air(런웨이), Kim Doojong(책), Nasa(포스터)
출처
35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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