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의 뉴 체크

월 스트리트의 매끈한 뱅커맨, 혹은 새빌 로의 점잖은 젠틀맨을 연상케 하는 체크 룩의 등장! 2017 F/W 시즌 런웨이를 장악한 다양한 체크 패턴 중 단연 주목해야 할 스마트한 체크 트렌드에 대하여.

체크. 가장 흔하고 평범하다 생각되는 패턴이지만, 정작 옷장 속에서 차지하는 지분은 그리 많지 않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클래식하고 단조로운 체크는 나이 들어 보이는 것 같고, 경쾌하고 발랄한 체크는 나잇값 못하는 철부지처럼 보이는 것 같아서’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한마디로 우아하게 스타일링하긴 어려운 피스라는 거다. 더욱이 중·고등학교 시절을 틀에 박힌 교복 차림으로 보내야 했던 이들이라면, 체크 치마 및 조끼와는 평생 작별을 고하고 싶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F/W 시즌이 오면 으레 주요한 트렌드로 등장하기에 외면할 수 없었던 것이 바로 이 체크 룩이 아니던가. 이번 시즌이야말로, 그간 체크와 친해지려는 노력을 미루고 미뤄왔던 에디터를 비롯한 많은 여성들이 체크의 쿨한 매력에 비로소 눈뜰 시기라 확신한다. 이 결단은 지난겨울 눈앞에서 목도한 라프 시몬스의 첫 번째 캘빈 클라인 쇼(입고 싶은 체크 룩들로 가득했다), 그리고 발렌시아가 쇼 중반부에 등장한 오버사이즈 체크 코트 룩(새빨간 시스루 보타이 블라우스와 매치한)을 마주했을 때 보다 명확해졌다. 이 룩들의 공통점은 하나의 체크 패턴을 주조로 했다는 것이지만, 더 깊숙이 파고들어가 보면 남성복에서 자주 사용되는 글렌체크와 브라운워치 타탄체크를 사용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오버사이즈 실루엣으로 인해 중성적인 무드를 풍긴다는 것 역시 닮은 점. 이 밖에도 오버사이즈 벨트와 가죽 글러브, 가죽 롱 부츠와의 우아한 스타일링이 돋보였던 마이클 코어스 쇼의 글렌 플래드 체크 드레스, 같은 글렌 플래드 체크 드레스이지만 시스루 톱과 레이어링하고 레드 컬러 포인트로 보다 스포티한 감성을 주입한 펜디, 매력적인 원피스로 변형된 테일러드 재킷 및 팬츠수트로 21세기 오피스 레이디를 매혹시킬 룩을 선보인 스텔라 매카트니, 하우스 특유의 블랙 & 화이트 하운드투스 체크와 미래적인 스포티즘의 매력적인 조합이 돋보였던 샤넬 등, 익숙하되 결코 지루하지 않은 체크 룩들이 런웨이에서 존재감을 마음껏 발산했다.

BROWN WATCH TARTAN CHECK
Calvin Klein

GLEN CHECK
Balenciaga

GLEN PLAID CHECK
Michael Kors

GLEN PLAID CHECK
Fendi

SHEPHERD CHECK
Stella McCartney

HOUND’S-TOOTH CHECK
Chanel

그렇다면 새로운 시즌의 체크 패턴이 그전과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 앞서 말했듯, 무엇보다 남성복에 많이 쓰이는 체크가 강세를 보였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디자이너들이 가장 사랑한 체크는 바로 글렌체크. 스코틀랜드 엘윅 강 옆 글렌어콰트(Glenurquart) 근교에서 탄생해 글렌체크라 불리게 된 이 패턴은 이름만큼이나 점잖고 클래식한 모양새로 남성복 수트에 많이 사용되어왔다. 이를 좀 더 큼직하게 확대한 패턴을 일컫는 글렌 플래드 역시 다수의 쇼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F/W 시즌에 빛을 발하는 타탄체크도 빼놓을 수 없는 주요 패턴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엔 남성복 패턴으로 자주 쓰이는, 브라운 컬러를 중심으로 한 브라운워치 타탄(이를 ‘뱅커(Banker) 플래드’라 명명한 캘빈 클라인 쇼를 참고하라)이 쿨해 보인다는 것을 명심할 것. 반면 스텔라 매카트니 쇼의 전반부를 수놓은 체크 패턴들은 모두 셰퍼드 체크로 사방 1cm의 규칙적인 배열을 특징으로 하기에 여타 체크에 비해 미니멀하고 단정한 느낌을 전한다. 이전 시즌과 또 다른 차이점을 꼽자면 대부분의 실루엣이 오버사이즈라는 것, 그리고 소재의 믹스로 포인트를 주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서울 컬렉션의 진태옥과 푸시버튼 쇼에 등장했던 팬츠 및 스커트 수트를 떠올려보자. 익스트림한 오버사이즈 재킷과 펄럭이는 팬츠, 큼직한 포켓이 달린 미디 길이 스커트 등, 클래식한 체크 패턴과 어우러진 새로운 여피 룩은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아울러 PVC 소재를 덧씌운 캘빈 클라인 쇼의 더블 브레스트 코트나 스터드가 달린 가죽 프린지 장식, 컬러풀한 퍼의 믹스로 체크 룩에 경쾌함을 불어넣은 프라다의 코트 또한 이번 시즌 체크 패턴 룩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바로미터일 것.

이러한 체크 룩 중 일상에서 무리 없이 소화하기에 가장 적합한 컬렉션을 선보인 디자이너는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제이슨 우다. “당신이 원하는 모든 상황에 적합한 룩을 선보이고 싶었습니다.” 그의 말처럼 쇼에 등장한 단 31벌의 룩은 단순함 속에 적절한 화려함이 곳곳에 공존해 있었고, 그중 글렌 플래드 체크의 팬츠수트, 같은 패턴의 언밸런스한 슬리브리스 톱, 풀 스커트의 매치는 전혀 과하지도 심심하지도 않았다.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하지 않아도 충분히 할 것이 많죠.” 데뷔 2년 만에 뉴욕 패션 위크의 주요 쇼 중 하나로 급성장한 가브리엘라 허스트의 컬렉션에서도 같은 맥락의 담백한 글렌체크 룩을 만나볼 수 있었다. 물론 이러한 흐름 속에서도 남다른 도전정신을 지닌 여성들을 위한 체크 룩을 선보인 디자이너도 존재한다. 각각 1970년대 레트로 무드, 미래지향적인 무드라는 상반된 스타일을 선보인 프라다와 루이 비통은 퍼, 깃털, 시퀸 소재를 통해 클래식과 글래머의 조화를 이뤄냈고, 톰 브라운은 남성복에서 차용한 특유의 다채로운 체크 리스트를 서로 조합하고 충돌시키거나 겹겹이 레이어드해 맥시멀한 체크 룩으로 재탄생시켰다. 오프 화이트의 버질 아블로는 “Nothing New”한 컬렉션이라 선언했지만, 클래식한 타탄 플래드 체크 룩에 과감한 컷아웃 디테일을 가미, 발칙한 변신을 꾀하고픈 정숙한 도시 여성을 위한 체크 룩을 선보였다. 이들보다 쉬운 방법으로, 펜디나 발렌시아가 쇼 룩처럼 강렬한 컬러(레드)를 포인트로 매치하는 것, 멀버리 쇼에 등장한 레이스 아플리케 장식 체크 아이템으로 은근한 여성미를 드러내는 방안도 있다.

본디 스코틀랜드 씨족의 문장에서 유래한 타탄체크는 그 종류만도 1백70여 가지에 이른다고 할 만큼 체크의 경계는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무한하다. 그러나 올 시즌 체크를 쿨하게 즐기기 위해선 위에서 언급한 소수의 체크 패턴에 주목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컬러는 블랙, 화이트, 그레이, 브라운 정도로 단순하게, 그리고 중성적인 코드를 밑바탕에 둔, 완벽한 테일러링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피스여야 한다는 것. 다시 말해 이번 시즌만큼은 비비안 웨스트우드나 장 폴 고티에의 펑키한 체크보다 샤넬과 발렌시아가의 우아한 체크가 더 멋스럽다는 얘기다. 쇼핑에 앞서 월 스트리트의 매끈한 뱅커맨, 혹의 새빌 로의 점잖은 젠틀맨을 떠올려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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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oda on 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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