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츠 숏 타임!

여름이면 점점 짧아지는 스커트 대신, 보다 실용적이고 능동적으로 진화한 쇼츠를 탐색해볼 때다.

패션과 스포츠가 마치 다른 행성처럼 멀게만 느껴지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놈코어적인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로 말미암아 애슬레저 룩은 잠깐의 유행을 넘어 베이식한 패션 사조로 굳어지며 거리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덕분에 지금은 햇빛 한 줌 못 받은 것 같은 창백하고 병약한 아름다움 대신 요가나 필라테스, 러닝을 즐기는 여자들의 건강하고 낙천적인 아름다움이 주목받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시즌 런웨이에 등장한 사이클링 쇼츠와 트랙 쇼츠는 낭창한 시폰 소재의 미니스커트보다 훨씬 와닿는다.

사실 ‘사이클링 쇼츠’ 혹은 ‘바이크 쇼츠’라고도 불리는 쫀쫀한 스판덱스 소재의 쇼츠는 운동할 때조차 입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엉덩이와 크로치(Crotch)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는 민망함은 생각보다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지난 8월 나는 완벽하게 무장한 채 남산을 횡단하는 ‘바이시클 족’의 유니폼이 아닌, 2018 S/S 컬렉션 런웨이에서 이 쇼츠를 발견할 수 있었다. 오프 화이트와 생 로랑, 니나 리치, 펜티×푸마 같은 컬렉션에서 패션과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사이클링 쇼츠가 수없이 등장했는데, 가죽 재킷과 매치하거나 레이시한 원피스, 밀리터리 재킷과 매치하니 부담스러움 대신 자연스러우면서 세련된 느낌이 자리했다.

Nina Ricci

Louis Vuitton

Tom Ford

Off White

특히 오프 화이트의 스타일링이 인상적이었는데, 스포티한 소재의 쇼츠에 잘 만들어진 테일러링 재킷이나 가죽 재킷을 매치하고 클래식한 펌프스까지 더하니 실용적일 뿐만 아니라 격식도 차린 근사한 모습이다.

사이클링 쇼츠를 쿨하게 스타일링한 크리스틴 센테네라.

무릎을 웃도는 아디다스나 나이키, 룰루레몬의 스판덱스 레깅스만 ‘덜렁’ 입은 채 뉴욕 거리를 활보하는 켄들 제너나 벨라 하디드, 패션 에디터인 크리스틴 센테네라의 스트리트 스타일을 참고해도 좋다. 하지만 아무리 좋게 포장하려 해도 사이클링 쇼츠는 쭉 뻗은 다리의 여자들을 위한 전유물인 것이 사실이다.

Tibi

Atlein

만약 다리에 자신이 없다면 버뮤다 쇼츠가 보다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면이나 포멀한 소재, 무릎 위로 떨어지는 길이감이 특징인 버뮤다 쇼츠는 티비아틀랭, 발맹, 바네사 시워드 등에서 발견 되었는데, 마치 수트처럼 동일한 컬러나 패턴의 상의와 매치한 것이 특징이다. 적당히 몸매를 커버해주는 동시에 상의와 하의를 분리하지 않아 비율이 한결 좋아 보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여름 도전하고 싶은 쇼츠는 가죽 쇼츠다. 가죽 재킷은 꽤 여러 벌 갖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가죽 소재의 하의는 없었다. 입고 벗는 아우터의 개념이 아니라 입은 채로 온종일 활동해야 하는 하의로서는 가죽이 상당히 부담스러운 소재였기 때문.

Saint Laurent

하지만 쇼츠라면 조금 다를 것 같다. 일단 가죽의 면적이 최소화됐기에 한여름에도 열사병에 걸릴 일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스커트보다는 훨씬 활동적이고 중성적인 매력이 도드라진다. 생 로랑 컬렉션의 스타일링을 참고하면 좋을 듯한데, 시폰 소재의 블라우스와 매치하는 거다. 여기에 얇은 끈이 달린 레이스업 샌들까지 더하면 글래머러스하면서도 쿨한 룩을 완성할 수 있을 듯.

1980년대 여자들은 ‘클리비지 룩’이라는 이름으로 풍만한 가슴 라인을 강조했다. 미니멀리즘과 동양적인 젠 스타일에 심취했던 20세기 후반까지는 백리스와 가느다란 목, 얇은 발목의 시대였다. 당시 영민한 여자들은 가슴골을 드러내며 섹시함을 과시하는 것이 지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롱스커트 사이로 얇은 발목을 드러냈다.

시간이 흘러 2018년 여자들이 섹시함을 드러내는 방식은 또 한번 진화했다. 위에 언급한 사이클링 쇼츠나 버뮤다 쇼츠, 짧은 가죽 쇼츠는 민감한 부위인 크로치를 강조하면서도 실용적이라는 점에서 미니스커트보다 훨씬 능동적이고 자극적이다. 여름이 오면 점점 짧아지는 스커트 대신 한층 다양해진 소재와 디자인의 쇼츠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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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사진 Moda On 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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