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쿤스의 루이비통

아트 세계에 있어 팝의 황제인 제프 쿤스가 루이 비통과의 컬래버레이션에 영감을 준 명작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자신의 새로운 루이 비통 마스터즈 컬렉션 백들과 함께 포즈를 취한 그림 속의 제프 쿤스.

마네, 반 고흐 등 거장의 고전적인 작품들을 손으로 직접 그린 제프 쿤스의 ‘게이징 볼(Gazing Ball)’ 시리즈. 이에 영감을 받은 루이 비통과의 두 번째 컬렉션에서 이 걸작들은 브랜드의 시그너처인 ‘스피디’, ‘키폴’ 그리고 ‘네버풀’ 백으로 재탄생하였다. 미술사학자인 조아킴 피사로와의 대화에서 제프 쿤스는 아티스트들 간의 보이지 않는 대화와 예술적인 연결고리에 대한 자신의 관심을 피력한다.

미술사는 내게 매우 중요하다. 물론 내가 처음 작업을 시작했을 때에는 미술사와 친숙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트 스쿨에 들어가 예술이 인류학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가에 대해 배운 후 미술사에 보다 관심을 갖게 되었다. 첫 미술사 수업을 들었을 때 나는 인문주의라는 이름 아래 존재하는 철학, 심리학, 미학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머지 않아 이러한 학문은 나의 작품 세계의 원동력이 되었다. 나는 인간이 존재하는 의미와 인류의 진정한 잠재력은 무엇인지, 어떻게 예술을 통해서 한층 더 심도 있게 존재에 대해 고찰할 수 있는지에 대해 깊은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미술사는 정확하게 그걸 탐험하는 방법이 되었다.

어릴 적 나와 같은 세대의 유럽의 아티스트들이 미술사에 대해 부정적으로 이야기하고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미국 아티스트이니까 당신은 미술사의 무게를 어깨에 짊어지고 가지 않아도 돼요. 당신 같은 미국인들에겐 자유와 열린 사고, 굳건한 태도를 선사할 거예요.” 하지만 내겐 항상 그 반대였다. 미국인의 시선으로 유럽 예술을 들여다보면 마네와 같은 아티스트는 티치아노, 벨라스케스, 와토, 고야의 화풍에서 영향을 받았기에 비로소 마네가 될 수 있었고, 이러한 연결고리가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되었다. 이는 한 아티스트가 자신보다 더 위대한 무언가로부터 흥미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Leonardo Da Vinci, Mona Lisa, Photo: René-Gabriel Ojéda © Rmn-Grand Palais/Art Resource. Da Vinci, Battle Of Anghiari, Alinari/Bridgeman Images. Titian, Mars, Venus And Cupid, Fine Art Images/Heritage Images/Getty Images.
Peter Paul Rubens, The Tiger Hunt, Leemage/Corbis Via Getty Images. Michelangelo, Pieta, Eyeubiquitous/Uig Via Getty Images. François Boucher, Reclining Nude, Bridgeman Images. Jean-Honoré Fragonard, Girl With A Dog, Geoffrey Clements/Corbis/Vcg Via Getty Images. Jeff Koons, Michael Jackson And Bubbles, 1988, Porcelain, 42×70 1/2×32 1/2 In (106.7×179.1×82.6cm) © Jeff Koons; Joseph Mallord William Turner, Ancient Rome, Tate Gallery, London, Photo: © Tate, London/Art Resource, Ny. Claude Monet, Water Lilies, © Leemage/Bridgeman Images. Edouard Manet, Dejeuner Sur L’herbe, Bridgeman Images. Paul Gauguin, Delightful Land (Te Nave Nave Fenua), Gl Archive/Alamy Stock Photo. Vincent Van Gogh, Wheat Field With Cypresses, Bridgeman Images

내가 지난 20년 동안 선보인 작품들을 되돌아보면 나와 미술사의 관계를 확연히 입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항상 이러한 게슈탈트(형태주의)적 존재를 지닌 작품들을 만드는 것을 즐겼으며 그래서 많은 작품들이 다다, 초현실주의, 또는 고전주의 미학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었다. 나의 ‘진부함(Banality)’ 시리즈 중 ‘마이클 잭슨과 버블스’ 같은 작품에서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같은 르네상스 조각품들에 사용된 것과 똑같은 삼각형 형태 구도를 발견할 수 있다. 다른 시점에서 나는 바로크와 로코코와도 깊은 연관이 있었다. 이 시기에는 모든 것들이 협상된 듯이 느껴졌는데 특정한 스타일이 사람들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존재하기도 했다. 이탈리아 혹은 독일 남부의 바로크 시기를 사랑하는 이유는 무일푼이라도 거대한 바로크 성당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금색과 은색의 잎사귀, 자연의 풍부함(건축물의 조각 속에는 풀, 동물, 날아다니는 천사들이 있다)을 담은 장식들은 당신의 모든 즉각적인 요구가 충족되는 듯 느껴지게 만든다.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걱정이 저절로 사라지는 듯 보인다. 그러한 시각적인 힘과 풍요로움을 경험하고 있을 때 당신은 삶을 초월하게 되며 더 이상 자신의 주위 환경에 의해 위협받지 않는 듯 느끼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내가 작품을 통해 얻고자 추구하는 것이다.

최근 나는 아스펜 인스티튜트의 월터 아이작슨이 마련한 레오나르도 다 빈치 학회에 참석했는데 발표자 중에는 마틴 켐프와 쿠르 사이손 같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 있어 세계 최고라 불리는 학자들도 있었다. 무엇이 ‘모나리자’를 그렇게 아이코닉하게 만들었느냐에 관한 수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갔지만 이 행사에서 내가 얻은 것은 레오나르도와 자연, 그리고 개인 간의 관계가 지닌 중요성이었다. ‘모나리자’를 가까이 들여다보면 그림이 얼마나 유동적이고 다이내믹한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자신이 갖고 있는 물리학에 대한 경험과 부검 관찰을 통해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유동성과 다이내믹함에 대해 잘 인식하게 되었다. 물이 시내를 따라 흐르는 것과 동일한 방법으로 어떻게 피가 몸속에서 흐르는지에 대해 이해하고 있었다. 모나리자의 머리카락이 지닌 모든 움직임이 배경과 교감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등 자연적인 현상의 명확함을 이 그림은 매우 잘 보여준다. 이러한 자연과의 교감은 ‘모나리자’에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이 작품을 나만의 관심사로 아주 가깝게 끌어들이게 하는 치명적인 면모다.

나는 항상 내 작품 속에서 예술적인 연결성에 대한 생각을 유지하되 자연과 일치하는 느낌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미술사를 공부해보면 모든 예술가들이 서로에게 참고가 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된다. 루벤스의 ‘호랑이 사냥’은 다빈치의 잃어버린 작품 ‘앙기아리 전투’를 참조했다. 루벤스의 그림으로부터 우리는 ‘앙기아리 전투’가 어떤 작품이었을지 알 수 있다. 루벤스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림의 구조가 지닌 모든 다이내믹한 요소들을 끄집어낸 것은 물론 베로키오, 우첼로, 마사치오를 들여다보았다는 것 또한 분명하다. 이렇게 모든 작품들은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다. 이 연결고리들은 정확히 ‘게이징 볼’ 시리즈가 목표로 하는 것이다. 더불어 루이 비통 마스터즈 컬렉션이 이 흥미로운 관련성을 좀 더 탐험하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마스터즈 컬렉션의 네버풀 백을 든 제프 쿤스.

부셰의 ‘엎드려 있는 소녀’는 뮌헨의 알테피나코텍에서 제가 자주 찾는 그림이에요. 지금껏 본 가장 관능적인 이미지 중 하나로 저를 놀라게 하죠.

아티스트로서 작품을 만드는 방법을 바라본다면 나는 매우 순수한 상태에서 본능적으로 작업하려고 한다. 그래서 몇 십 년 동안 게이징 볼이라는 물체를 주제로 작업하고 싶었다. 게이징 볼은 원형의 유리 물체로 반사되는 거울 표면을 갖고 있다. 13세기 베니스 시대에서 유래해 이후 빅토리아 시대에 바바리아의 루드비히 2세 통치 아래 독일인에 의해 유행되었다. 나는 독일인이 많이 살고 있는 펜실베이니아에서 자랐는데 어렸을 때 여러 집의 뒤뜰에서 게이징 볼을 보곤 했다. 이는 내게는 너그러움의 상징이다. 게이징 볼은 거의 360도 반사하기 때문에 매우 많은 정보를 준다. 이 순간 우주의 어디에 있는지도 알려준다. 하지만 철학을 생각하면(예를 들어 플라토니즘이라 치자) 원형의 형태는 가장 순수한 것 중 하나다. 이 구체의 물건은 얇은 단순함 속에 세계를 반사한다.

2015년부터 제프 쿤스가 선보인 ‘게이징 볼’ 시리즈 그림들로 부셰, 터너, 마네, 모네, 고갱의 작품들이 등장한다.
From Top: Gazing Ball (Boucher Reclining Girl), 2014-2015, Oil On Canvas, Glass, And Aluminum, 58×71 7/8×14 3/4 In (147.3×182.6×37.5cm); Gazing Ball (Turner Ancient Rome), 2015, Oil On Canvas, Glass, And Aluminum, 54 1/2×73×14 3/4 In (138.4×185.4×37.5cm); Gazing Ball (Manet Luncheon On The Grass), 2014-2015, Oil On Canvas, Glass, And Aluminum, 63×81 1/4×14 3/4 In (160×206.4×37.5cm); Gazing Ball (Monet Water Lilies), 2015, Oil On Canvas, Glass, And Aluminum, 62×62 1/8×14 3/4 In (157.5×157.8×37.5cm); Gazing Ball (Gauguin Delightful Land), 2015, Oil On Canvas, Glass, And Aluminum, 68×53 3/4×14 3/4 In (172.7×136.5×37.5cm. All Artwork: © Jeff Koons. All Photos: Tom Powel Imaging

게이징 볼 그림들을 시작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 나는 심플하면서도 모든 것을 다 알려주는 이 물체를 아티스트와 짝지어줌으로써 내가 진정으로 사랑한 예술가들을 오마주하고 싶었다. 나는 작품을 만드는 데 있어 매우 직감적인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아주 단순하게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 혹은 ‘올랭피아’ 같은 항상 곁에 두고 싶었던 작품을 선택했다. 이 작품 둘 다 내게 매우 많은 정보를 알려준다. 내가 선택한 모든 그림들은 서양 미술사에 영향을 끼쳤지만 시리즈 전체는 나만의 예술적인 DNA로 간주될 수 있다. 그 작품들은 항상 내게 필수적이었다. 게이징 볼과 작품들을 짝짓는 것은 명작들을 형이상학과 시간 속에 묶어둠으로써 작품들을 부각시키는 방법이었다. 게이징 볼은 여기와 지금을 반사하지만 당신과 보는 이도 반사한다. 그렇게 때문에 게이징 볼은 그림을 비춰주는 동시에 당신의 존재를 확인시켜준다. 그리고 당신으로 하여금 시간을 여행할 수 있도록 하며 마네와 19세기 파리지앵의 삶으로 되돌려주거나 모든 영웅과 멘토들과의 관계를 느낄 수 있다. 나는 이 풍부하고 무한에 가까운 인문주의적 순환 속으로 빠져들었다.

루이 비통 마스터즈의 모든 작품들은 ‘게이징 볼’ 시리즈에서 다룬 바 있다. 하지만 마스터즈 컬렉션은 훨씬 작기 때문에 나는 균형을 이루는 이미지에 대해 고심했다. 그래서 부셰의 ‘엎드려 있는 소녀’ 같은 훨씬 관능적인 하나의 이미지를 택했지만 같은 시리즈에서 모네의 ‘수련’도 등장한다. 백들은 ‘게이징 볼’ 시리즈와 비슷한 방법으로 각자의 역할을 한다. 혹시 내 작품들 중 하나라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LV와 JK 이니셜을 활용하고 나의 작품 중 ‘토끼’를 연상시키는 형상처럼(각각의 백들은 1986년 제프 쿤스가 선보인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의 조각품인 토끼 형태의 가죽 태그로 장식되어 있다) 특정한 심벌리즘을 넣었다. 한편으로 안쪽의 구성은 아주 미니멀하게 꾸며졌는데 내 작품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이건 내가 만든 것이 아니다. 이건 자신만의 인류를 만나는, 휴머니즘을 경험하는 경험이다. 이건 반 고흐든 고갱이든, 모네 혹은 터너이든 상관없이 가방에 등장하는 아티스트들에게 모든 것을 바치는 것이다. 가방 각각의 내부에는 아티스트들의 전기와 나의 작은 전기가 가죽에 프린트되어 있다. 내부는 모든 아티스트들의 초상화가 들어가 있는 반면 내 초상화는 토끼가 대신한다. 그러니 모든 요소는 아티스트와 가방, 그리고 가방이 표현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핸드백을 본 누군가가 처음으로 떠올리는 생각이 ‘오, 저 가방의 주인은 미술관 가는 걸 좋아하나 봐.’가 아니길 바란다. 작가가 휴머니즘의 지지자라는 것과 지금의 우리를 만든 연결성을 알게 되리라 믿는다. 우리의 조상들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만든 방법, 그리하여 앞으로 다가올 세대들을 위해 좀 더 나은 세상을 구축하기 위한 기회를 만드는 과정. 이는 현재 존재하고 미래를 정의내리며 동시에 과거를 존중하는 이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한다. 빛나는 모노그램 요소와 소재들의 관능적인 성향을 생각해보라. 이러한 것들이 당신을 바로 여기, 현재에 머물게 한다. 하지만 가방을 열고 내부에 적힌 날짜가 아티스트의 삶과 죽음을 고스란히 담고 있으며 그림 속에 얼마나 많은 갈라짐이 있는지를(각각의 이미지는 원본 그림의 마모된 부분까지 모두 재현했다) 알아챌 때 당신만의 감성이 초점이 된다.

궁극적으로 내게 미술사는 대화와 연관이 있으며 일종의 참여이고 문화사 중심부에서 파생된 모든 관계에 대한 사랑이다.

The Bag Masters

제프 쿤스는 백으로 옮겨진 작품들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설명한다. “부셰의 ‘엎드려 있는 소녀’는 뮌헨의 알테피나코텍에서 제가 자주 찾는 그림이에요. 지금껏 본 가장 관능적인 이미지 중 하나로 저를 놀라게 하죠. 고갱의 ‘환희의 땅’은 이브의 심오한 묘사를 나타내는 파워풀한 이미지고 심벌리즘과 컬러의 사용을 통해 아티스트의 사적인 도상을 그려내고 있어요. 마네는 제게 가장 중요한 아티스트 중 한 명이에요. ‘풀밭 위의 점심’에서 마네는 티치아노의 ‘전원 음악회’는 물론 라파엘의 드로잉에 근거를 둔 라이몬디의 판화 ‘파리스의 심판’을 참고하고 있어요. 모네의 ‘수련’은 가장 아름답고 관능적인 자연의 이미지 중 하나예요. 구체적으로 보여지는 것과 온전히 사라지는 것 사이를 오가죠. 저는 터너의 ‘고대 로마’도 작업했는데 고대 역사를 참조한 것과 꺼져가는 불빛의 아름다운 사용 때문이었어요. 그건 제가 알고 있는 가장 매혹적이고 즐거운 이미지 중 하나예요.”
추가 인터뷰/ Kelly J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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