컷아웃의 쿨한 매력

남자들은 가질 수 없는 여자들만의 아름다운 선이 있다. 완만한 V자를 그리는 쇄골과 둥근 어깨, 봉긋하게 솟은 가슴, 잘록하게 들어간 허리와 부드럽게 이어지는 다리.... 가냘프고 우아한 여성의 선을 강조하면서 쿨한 미학을 담은 컷아웃 룩의 새로운 발견.

인간의 모든 문제는 섹스와 연결시켜 이해할 수 있다. 직접적이건 간접적이건 간에 모든 행위의 밑바탕에는 성적인 동기가 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말처럼 성에 대한 욕구는 패션에서도 미적인 형태로 표현되어왔다. 디자이너들이 에로티시즘을 ‘옷’ 위에 표현해내는 방법은 그야말로 각양각색이다. 그중 노출은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우리가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섹스어필이지만 노출로 인한 섹시함이 경박함이 되는 것 또한 한순간이다. 노출을 1차원적 노출과 2차원적 노출로 분류한다는 것 자체가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일 수 있지만, 노출을 감행한 몇몇 컬렉션을 살펴보고 난 후 이번 시즌 노출이 2차원적인 것에 가깝다는 생각을 했다. 유혹과 관능을 넘어 현대적인 미학을 담은 ‘컷아웃’이야말로 이번 시즌 이상적인 노출의 키워드다.

2017 F/W Calvin Klein

지난 2월 많은 이들의 기대 속에서 열린 라프 시몬스의 캘빈 클라인 데뷔 쇼는 성공적이었다. 캐시 호린은 <뉴욕 매거진> 리뷰에서 “캘빈 클라인은 새로워졌다”는 헤드라인을 썼다. ‘가장 미국적인 것’과 ‘미니멀리즘’이 조화롭게 섞인 컬렉션에서 가장 새롭게 느껴졌던 건 바로 가슴 노출이다. 가슴이 훤히 보이는 누드 컬러의 시스루 톱만큼 인상적인 장면은 가슴 바로 아랫부분이 커팅된 미니멀한 블랙 저지 드레스와 가슴이 훤히 뚫린 톱 같은 컷아웃 의상의 등장이다. 가슴을 노출했음에도 야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의아해하던 중 불현듯 과거의 한 디자이너가 떠올랐다. 1960년대 비닐 소재를 이용해 신체를 노출하는 의상, 가슴을 그대로 노출하는 모노키니, 노브라 브라, 끈 팬티 등 전위적인 작품들로 여성의 신체를 자유롭게 하고, 몸의 노출이 음란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고 편안한 것이라고 주장했던 미국 디자이너 루디 건릭 말이다.

2017 F/W Off White

그런가 하면 파리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쌓고 있는 오프 화이트의 버질 아블로는 ‘Nothing New’라는 문구가 새겨진 마르셀 뒤샹의 작품 ‘L. H. O. O. Q’를 초대장으로 보내왔다. 유명한 작품에 위트를 더한 마르셀 뒤샹의 발상과 같은 맥락으로 클래식하고 베이식한 의상에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여성의 모습을 담고자 했다는 그의 컬렉션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디테일 역시 허리와 다리를 드러내는 컷아웃이다. 크롭트 셔츠, 크롭트 재킷, 크롭트 데님 등 대놓고 허리 라인을 드러내기로 작정이라도 한 모양이다. 허리가 드러나는 상의가 골반 아래까지 도달하는 깊은 슬릿 디테일 스커트에 매치되는 등 노골적인 컷아웃 디테일이 반복됐음에도 버질 아블로의 스트리트 감성 덕분인지 ‘유혹’보다는 ‘쿨’이라는 단어가 적합하게 느껴졌다.

2017 F/W Saint Laurent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자신만의 독특한 미적 감각과 취향이 가미된 의상들을 만드는 J.W. 앤더슨의 컬렉션에서도 과감한 커팅으로 허리와 가슴을 드러낸 의상들이 대거 등장했다. 가슴에 물방울 모양의 구멍을 뚫는가 하면 가슴이 보일 정도로 짧은 크롭트 라이더 재킷으로 허리를 드러냈지만 이 역시 노골적이기보다는 ‘최첨단’으로 보였을 뿐. 그런가 하면 앤서니 바카렐로의 생 로랑 컬렉션은 거친 가죽과 비대칭 실루엣을 활용한 이브닝 룩이 메인 키워드였다. 그리고 대부분의 드레스들은 한쪽 어깨나 소매가 잘린 채 런웨이 위에 등장했다. 이브 생 로랑의 아카이브에 1980년대 로큰롤 무드를 더했다는 그의 컬렉션에 대해 쿨하다는 찬사가 이어졌다. 시스루와 저지, 가죽, 메탈릭한 소재에 비대칭적이고 불규칙한 컷아웃 디테일을 가미한 프로엔자 스쿨러의 모던하면서 스포티한 본디지 룩과 실수로 잘린 듯한 수트, 원 숄더 드레스, 가슴 윗부분이 커팅된 화이트 셔츠, 한쪽 소매를 없앤 트렌치코트 등으로 위트 넘치는 커팅의 기술을 설파한 포츠 1961 등. 단순히 ‘유혹’의 무기라고 표현하기에는 아쉬운 이번 시즌의 컷아웃 룩을 어떻게 받아들이는 게 좋을까?

과거에 힌트가 있다. 다시 루디 건릭의 일화로 돌아가보자. 그는 1960년대 가슴이 그대로 노출되는 토플리스 수영복인 모노키니를 잡지 <룩>과 <우먼즈 데일리>에서 발표해 패션계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건릭은 좀 더 자유로운 사고와 자유로운 태도, 여성 해방의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여성의 가슴을 드러내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하며, 아름다운 가슴은 젊은 육체의 일부라고 밝혔다. 다이애나 브릴랜드도 그의 생각과 모노키니를 지지했다. 60여 년 전의 건릭이 말했듯이 노출은 여성으로서의 당당함과 자신감의 표현일 수 있다. 호기심과 상상할 여지를 남기지 않을 정도로 과감한 이번 시즌 컷아웃 룩은 오롯이 여자들만을 위해 존재한다. 무엇보다도 시대를 앞서나가는 자유로운 사고와 태도, 자기애로 가득 찬 영민한 여자들을 위한 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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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oda on 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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