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듀로이 입는 법

다시 돌아온 코듀로이를 동시대적으로 소화하기 위해 기억해야 할 것들.

Nina Ricci

Lemaire

Prada

아주 어린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코듀로이(그 시절에는 ‘골덴’이라 불렸던)를 참 많이도 입었던 것 같다. 추운 겨울날, 어머니는 코듀로이의 가장 큰 장점인 보온성을 이유로 어린 내가 느끼기에도 우중충하고 촌스러운 브라운 컬러의(드리스 반 노튼 쇼에 등장한 바로 그 컬러!) 코듀로이 팬츠를 자주 입히셨고, 나는 거부하기 일쑤였다. 그렇게 내게 코듀로이라는 소재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그저 보온성을 위한 패브릭으로 각인되어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코듀로이는 농부나 노동자들의 작업복, 또는 아이비리그 남학생들의 스쿨 룩으로 애용되었던 이력 때문에 비슷한 이미지를 심어주었을 터. 하지만 이번 시즌의 컬렉션을 바라보며 이것은 편견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최근 들어 코듀로이는 몇몇 디자이너에 의해 런웨이에 이따금씩 그 모습을 비추곤 했다. 대표적인 예로 미우 미우의 2016 프리폴 컬렉션을 들 수 있다. 미우치아 프라다 여사는 레이스 칼라가 더해진 고급스럽고 우아한 코듀로이 스커트수트를 제안했는데, 아마도 이 피스가 프랑스 왕실의 사랑을 받았던 코듀로이의 본모습에 가장 가까우리라.(코듀로이의 어원은 프랑스어 ‘코르드 뒤 루아(Corde Du Roi)’로 ‘왕의 밭이랑’이란 뜻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 디자이너들의 코듀로이 사랑은 각별하고 또 남다르다. 세련되고 동시대적이며, 여성들의 스타일에 영향을 미칠 만큼 매력적이다.

Tory Burch

Dries Van Noten

2017 F/W 시즌의 코듀로이는 주로 수트와 슬랙스의 형태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 지극히 모던하고 미니멀한 디자인에 코듀로이 소재가 더해지니, 그간 우리가 알아채지 못했던 코듀로이의 진정한 매력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로 적당한 정중함과 적당한 드레스다운! 클래식한 고급스러움을 유지하는 동시에 드레스다운할 수 있는 코듀로이의 모순적인 매력이 빛을 발한 것이다.

런웨이를 살펴보자. 미우치아 프라다는 프리폴 컬렉션과 2017 F/W 컬렉션에서 영화 <애니 홀>의 다이앤 키튼이 연상되는 수트와 남자의 코듀로이 팬츠를 입고 밑단을 툭 접은 것 같은 레트로 무드의 보이시한 코듀로이 룩을 제안했다. 니나 리치의 수트는 보다 여성스럽고 우아하다. 그 이유는 코듀로이의 골 두께가 비교적 얇고, 벨보텀 피트의 날렵한 팬츠 라인 때문. 르메르는 이번 시즌을 통틀어 가장 모던한 코듀로이 수트를 선보였다고 할 수 있는데, 정교한 테일러링으로 모던하게 정제된 오버사이즈 실루엣과 유니크한 코듀로이 조직 그리고 여성미가 느껴지는 핑키 브라운 컬러로 현대적인 감성을 극대화했다. 포멀한 아이템인 수트에 더해진 코듀로이는 수트를 보다 유연하고 따뜻하며 편안해 보이도록 만들어주었다. 슬랙스는 레트로 무드의 벨보텀과 여유로운 와이드 피트가 가장 많이 보였는데, 토리 버치와 드리스 반 노튼이 각각의 실루엣을 대표하며, 코듀로이 슬랙스의 스타일링 효과를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컬렉션이라 할 수 있을 듯. 토리 버치는 고급스러운 실크 블라우스에 벨보텀 실루엣의 코듀로이 슬랙스를 매치해 레트로 무드를 강조하는 동시에 실크 소재의 드레시함을 중화시켰고, 드리스 반 노튼은 맥시한 퍼 롱 코트에 매니시한 와이드 코듀로이 슬랙스를 매치해 지나친 화려함을 덜어내며 신선한 기운을 주입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코듀로이 슬랙스가 고급스러움은 유지시키되 데님 팬츠처럼 캐주얼한 터치를 더해 룩의 밸런스를 조화롭게 만들어준다는 점이다.

여성스럽고 드레시한 톱도 쿨하게 만들어주는 코듀로이 팬츠.

코듀로이 팬츠는 벨보텀 실루엣의 하이웨이스트를 선택할 것.

니나 리치의 재킷을 섹시한 브라 톱과 매치한 잔느 다마스.

이제 현실에서 코듀로이를 세련되게 연출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을 알아보자. 캐롤린 베셋 케네디처럼 블랙 터틀넥에 매치하거나 제인 버킨처럼 베이식한 스웨터에 매치해 자연스러움을 강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보다 높은 감도의 스타일을 위해 프렌치 아이콘 잔느 다마스의 스타일링을 참고하길 권한다. 평소 다양한 코듀로이 아이템을 즐겨온 잔느 다마스의 스타일링 포인트는 바로 프렌치적인 섹시함. 네크라인이 깊게 파인 블라우스 또는 란제리 룩과 같이 여성스럽고 섹시한 아이템에 코듀로이 아이템을 믹스하는 식이다. 팬츠를 선택할 때에도 그녀는 하이웨이스트의 벨보텀 실루엣을 고수한다. 코듀로이의 도톰한 두께 때문에 다리가 다소 두꺼워 보일 수 있는데 이 실루엣은 당신의 다리를 보다 길어 보이게 할 것이다. 또한 앞서 언급했던 코듀로이의 골 두께를 얇은 것으로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 컬러의 선택도 중요한데, 보다 늘씬해 보이는 동시에 코듀로이의 레트로적인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브라운, 베이지, 카키와 같은 어텀 컬러를 추천한다. 이러한 코듀로이의 전형적인 이미지가 부담스럽다면, 모던한 블랙 또는 크리스토프 르메르가 제안한 것과 같이 여성스러운 핑키 브라운 컬러가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 Kakao Talk
  • Kakao Story

Credit

에디터
사진 Moda on Air(런웨이), Getty Images, Rex Features(스트리트 컷)
출처
44018
본 기사를 블로그, 커뮤니티 홈페이지 등에 기사를 재편집하거나 출처를 밝히지 않을 경우, 그 책임을 묻게 되며 이에 따른 불이익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웹사이트 내 모든 컨텐츠의 소유는 허스트중앙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