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 코트의 도발

코트나 패딩은 흉내 낼 수 없는 풍성한 텍스처와 섬세한 컬러를 입은 퍼 코트의 부드러운 도발.

올해 초, 맹렬한 한파가 기승을 부린 패션 위크 주간 가장 주목받은 스트리트 패션은 ‘발렌시아가 스타일’의 아방가르드한 패딩과 총 천연 빛깔의 퍼 코트였다. 비행기가 결항될 정도로 거센 한파와 폭설이 휘몰아친 뉴욕에서 패션 에디터 베로니카 헤일브루너는 적포도주색 시어링 퍼 코트를, 블로거 린드라 메딘은 무지개 빛깔의 컬러 블로킹이 가미된 퍼 코트로 특유의 감각을 드러냈다. 밝은 컬러와 유니크한 패턴에 풍성한 실루엣이 조합된 퍼 코트는 그 자체만으로 존재감이 대단해 F/W 시즌 패션 위크에 참석한 패션 피플에게는 최선의 아이템일 터. 자연스럽게 디자이너들의 고민은 런웨이 위 다채로운 디자인과 소재의 퍼 아우터와 액세서리로 이어졌다.

Fendi

매 시즌 하우스의 기술력과 럭셔리한 천연 소재가 집약된 퍼 아이템을 내놓는 펜디는 이번 시즌 하우스의 수공예 기법이 발현된 패턴과 컬러링에 주목했다. 모피에 잎사귀 모양으로 구멍을 낸 후 다른 소재를 이어 붙이는가 하면 인타르시아 기법으로 온갖 무늬를 짜 넣거나 밍크를 투 톤으로 물들였다. 값비싼 리얼 퍼 소재를 사용하는 만큼 펜디는 퍼에 관한 정치·사회적 질문을 피할 수 없을 터. 칼 라거펠트는 쇼가 시작되기 전 패션이 정치적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나는 예언자가 아니다. 나에게 이 일은 다른 일과 마찬가지로 직업일 뿐이고 이 일을 무척이나 원한다. 그런 면에서 무척 행운아다.”라며 예술가스럽게(?) 답했을 뿐이다.

Marni

Nina Ricci

복고적인 패턴과 컬러 악센트가 가미된 리얼 퍼의 향연은 프란체스코 리소의 마르니 데뷔 무대 위 구름같이 몽글몽글한 텍스처와 파스텔 컬러가 어우러진 양털 퍼 코트, 파리지앵만이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은 니나리치의 핑크 시어링 퍼 코트로 이어졌다. 1970년대풍의 복고적인 디자인과 비비드한 컬러가 어우러진 프라다의 퍼 코트, 덥수룩하게 커팅된 양털에 컬러를 입힌 톰 포드의 퍼 코트도 시선을 끌었다.

Prada

Tom Ford

Chloé

Sies Marjan

Missoni

한편 리얼 퍼를 반대하는 동물애호가나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이들을 위한 옵션이 어느 때보다 다양하다. 과거에는 퍼 코트가 가장 기본적이고 클래식한 디자인에 가까울수록 가치가 있었지만 이제는 ‘진짜’ ‘가짜’ 여부와 상관없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특별한 패턴이나 컬러, 디자인이 각광받고 있다. 1990년대만 해도 페이크 퍼의 합성 소재는 질 나쁘기로 악명 높았다. 하지만 요즘 젊은 디자이너들은 창의적인 디자인과 소재 개발을 통해 진화된 에코 퍼 소재를 즐겨 사용하는 추세다.

컬러풀한 에코 퍼가 트레이드마크인 쉬림프의 한나 웨일랜드는 <바자>와의 인터뷰에서 에코 퍼를 선택한 이유와 장점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제가 즐겨 사용하는 소재는 모다크릴릭 혼방 섬유예요. 리얼 퍼 이상으로 촉감이 부드러운 건 물론이고 따뜻한 데다가 색도 잘 표현됩니다. 세탁도 용이하고요!”

Calvin Klein

Burberry

이번 시즌 컬러풀한 퍼 트렌드를 대변하는 에코 퍼의 대표적 예로 에코 퍼 소재에 투명한 PVC 소재를 뒤집어 씌운 캘빈 클라인 컬렉션, 솜털같이 부드러운 촉감이 특징인 버버리, 로맨틱한 디자인의 미우 미우, 풍부한 색감이 돋보이는 드리스 반 노튼의 퍼 코트를 들 수 있다.

Miu Miu

Dries Van Noten

이제 퍼 소재에 대한 진위 여부, 가격표는 중요치 않은 듯 보인다. 실제로 이달 진행한 퍼를 주제로 한 화보 현장에는 1천만원을 호가하는 퍼 전문 브랜드의 밍크 코트부터 20만원이 채 안 되는 페이크 퍼 코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퍼 코트가 혼재했는데, 그중 가장 촉감이 좋고 고급스러운 컬러의 코트에서 H&M의 태그를 확인하고 모두가 충격에 빠졌다. 물론 선택은 개인의 몫이지만 지난 2016 F/W 시즌부터 모피 사용을 중단한 조르지오 아르마니, 캘빈 클라인, 휴고 보스를 비롯해 지난달 ‘퍼-프리’를 선언한 구찌, 네타포르테와 육스, 런던의 셀프리지 백화점에서도 더 이상 리얼 퍼를 취급하지 않는다고 하니 상술이든 아니든 간에 소비자에게는 보다 다양한 선택지가 생긴 셈이다.

마지막으로 컬러풀한 퍼 코트를 입는 몇 가지 팁을 전한다. 키가 작고 목이 짧은 사람은 V 네크라인과 허리 라인을 웃도는 짧은 디자인, 허리를 벨트로 강조할 수 있는 아이템을 선택할 것. 부피감이 크고 컬러가 밝은 퍼 코트를 입을 때는 다리 라인이 드러나는 미니스커트나 타이트한 팬츠, 사이하이 부츠 등과 매치하는 게 프로포션이 좋아 보이도록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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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oda On 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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