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로 게임

한동안 잊고 지냈던 폴로셔츠에 다시 한번 마음을 빼앗길 때가 왔다. 어느 때보다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진화한 폴로셔츠의 런웨이 습격!

‘X 세대’로 대표되는 1990년대가 귀환했다. 로고, 청청 패션, 패니팩, 미니멀리즘, 스포티즘 이런 것들 말이다. 루이 비통과 샤넬 로고로 가득한 빈티지 패니팩은 켄들 제너와 지지 하디드의 잇 아이템으로 떠올랐고, 리아나는 디올의 새들 백을 부활시켰다. 이처럼 1990년대 유행 아이템들이 다시 ‘힙’하게 재조명 받고 있다. 며칠 전 만난 살바토레 페라가모의 홍보 역시 이를 뒷바침하는 이야기를 전했다. 1990년대 대히트였던 바라 슈즈의 최근 고객층이 20대 초반 여성들이라는 사실.

개인적으로 1990년대 추억의 존재는 바로 폴로셔츠다. 당시 폴로셔츠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대중적인 아이템으로서 크나큰 영광의 시간을 누렸다. (폴로 랄프 로렌 로고가 박힌 폴로셔츠를 컬러별로 수집(?)할 정도.) 이유는 간단하다. 학생부터 직장인, 스포츠 웨어, 리조트 룩까지 아우르는 ‘편안하면서도 차려입은 듯’한 느낌을 주는 무척 실용적인 아이템이기 때문.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폴로셔츠의 탄생 비화를 잠깐 언급하자면, 때는 1926년 US 오픈 테니스 선수권대회. 당시 엄격했던 테니스 복장 규정에 반발한 당대 최고의 선수이자 라코스테의 설립자(1933년 설립) 르네 라코스테가 지금의 폴로셔츠라 일컬어지는 옷을 입고 등장한 것이 시초. 반팔 소매와 통풍이 뛰어난 저지 소재, 햇볕으로부터 뒷목을 보호할 수 있는 빳빳한 칼라까지, 편안하면서도 격식을 갖춘 아이템은 폴로와 테니스 선수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점차 대중 속으로 파고들게 된 것이다. 

그 후, 내가 폴로셔츠와 이별을 고한 건 학생 때나 입던 옷이란 강박관념과 유행이 끝난 탓이 컸겠지만 특히 아가씨처럼 멋을 부리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특유의 클래식한 무드는 어정쩡하게 갖춰 입은 듯한 느낌이라 대신 셔츠나 블라우스를 택했고, 또 데님이나 쇼츠와 매치하자니 다시 학생으로 돌아간 듯했다. 이내 옷장 속 알록달록한 폴로셔츠는 기어이 기피 대상 1호 아이템으로 추락해버렸다. 그러다 폴로셔츠가 눈에 다시 들어오기 시작한 건 아주 최근의 일이다. 물론 내 취향과 관계없이 지난 몇 년간 세련된 프레피 스타일부터 평범함을 추구하는 놈코어,

 1920~30년대 클래식한 스포츠웨어 트렌드가 줄지어 나오며 폴로셔츠는 종종 존재감을 드러내왔었다. 그리고 이번 시즌 쏟아져 나왔다는 표현이 적절할 만큼, 1990년대의 귀환과 함께 폴로셔츠 군단이 등장했다. “패션은 예전의 것을 부수고 다시 세우는 것의 반복이다.”라는 칼 라거펠트의 말이 떠오를 정도로 큼지막하고, 뒤틀리고, 또 해체된 아주 신선하고 드라마틱한 모습으로! 

Marni

Maison Margiela

Miu Miu

Céline

Loewe

Thom Browne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마르니, 셀린, 톰 브라운이 제안한 오버사이즈 실루엣. 특히 마르니는 체크 패턴 폴로셔츠를 브로케이드 와이드 팬츠, 라운드 선글라스와 연출해 쿨 키드적 면모를 발휘했고, 오버사이즈 폴로셔츠가 더해진 톰 브라운의 럭셔리 테니스 룩은 ‘힙’한 느낌을 완성했다. 자칫 ‘아재’ 미를 풍길 수 있는 스트라이프 패턴 폴로셔츠는 대부분 드라마틱한 실루엣 변주를 거쳤다.

Lacoste

Koché

Y/Project

Balenciaga

올해 85주년이란 뜻깊은 해를 맞은 라코스테는 단추 부분의 앞섶을 옆으로 비트는 실루엣을 통해 한쪽 어깨를 드러냄으로써 여성성과 폴로셔츠의 대명사다운 면모를 뽐냈다. 카르벤은 컬러풀한 조합, 크롭트 디자인의 폴로셔츠에 펜슬 스커트를 매치해 캐주얼함과 여성성을, 코체는 폴로셔츠의 뒤태를 길게 늘어뜨려 드라마틱한 변신을 꾀하기도. 그런가 하면 본연의 형태에 가장 충실한 채 드로스트링 디테일로 허리 부분을 장식한 와이프로젝트나 플레어 실루엣을 더한 발렌시아가는 핑크나 형광 그린 컬러를 더해 포인트 아이템으로서 매력을 발산했다. 

상큼한 컬러가 믹스된 폴로셔츠는 Carven

피트되는 실루엣의 폴로셔츠는 Acne Studios

둥근 어깨 실루엣이 특징인 폴로셔츠는 Tibi

레트로한 느낌의 폴로셔츠는 Burberry

이번 시즌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봐달라 몸부림치고 있는 듯했던 폴로셔츠의 변신은 다신 입지 않을 것 같았던 폴로셔츠의 매력을 재발견한 계기가 되었다. 런웨이에 불어닥친 폴로셔츠 열풍에 합류하고 싶다면 먼저 드라마틱한 변신을 꾀한 과감한 디자인을 선택할 것. 아예 오버사이즈 실루엣이나 여성성을 어필할 수 있는 디테일을 추천한다. 너무 캐주얼한 무드는 피하는게 좋다. 플리츠 스커트나 펜슬 스커트, 테일러링 팬츠 같은 드레시한 하의와 매치해 중화 시키는것이 현명한 방법. 데님 쇼츠나 트레이닝 아이템은 폴로셔츠의 캐주얼함을 부각할 뿐이니 자제하도록.

  • Kakao Talk
  • Kakao Story

Credit

에디터
사진 Moda on Air
출처
50286
본 기사를 블로그, 커뮤니티 홈페이지 등에 기사를 재편집하거나 출처를 밝히지 않을 경우, 그 책임을 묻게 되며 이에 따른 불이익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웹사이트 내 모든 컨텐츠의 소유는 허스트중앙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