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땀, 한땀, 샤넬 공방

초여름의 서울은 패션적 감수성으로 넘실거린다. 샤넬의 ‘파리-뉴욕 2018/19 공방 컬렉션’ 패션쇼와 장인정신의 산물인 르사주 공방 전시로 인해.

ART & CRAFT

명실상부한 패션계 선두주자인 샤넬은 다양한 전문가들과 함께 최상의 퀄리티를 넘어선 예술적감성을 지향한다. 작은 디테일 하나도 놓치지 않고 각 분야의 스페셜리스트와 협업하는 것. 샤넬은 전문 공방과 함께 전통의 장인정신을 이어나가고 있는데 특히 지난 5월 28일 서울에서 선보인 파리-뉴욕 2018/19 공방 컬렉션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자수의 전신, ‘르사주’에 주목해야 한다.

먼저 192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알베르(Albert)와 마리-루이즈 르사주(Marie-Louise Lesage) 부부는 자수 공방 미쇼네(Michonet)를 인수했다. 1858년에 지어진 미쇼네는 찰스 프레데릭 워스(Charles Frédérik Worth), 장 파캥(Jean Paquin), 마들렌 비오네(Madeleine Vionnet)와 같은 당대 최고의 쿠튀리에들이 작업했던 곳이다. 이들의 어시스턴트 겸 자수 작업의 수장을 맡았던 인물이 바로 마리-루이즈. 혁신적인 자수 기법의 창시자인 르사주는 아방가르드한 모티프와 탁월한 기술력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여러 가지 색조를 적절히 배합해 완성하는 기법과 차분한 색조를 이용한 옴브레 기법이 대표적. 알베르가 작고한 1949년 이후 아들 프랑수아 르사주(François Lesage)가 스무 살의 나이로 공방을 물려받아 전통을 이어나갔다. 1983년 칼 라거펠트가 샤넬에 입성하면서 르사주 공방과의 협업이 시작되었다. 샤넬이 컬렉션을 선보일 때마다 공방의 장인들이 칼 라거펠트의 디자인에 생명을 불어넣어왔던 것. 숙련된 손놀림과 독창적인 기술을 보유한 장인들의 손에서 탄생한 자수들은 여러 가지 의상과 액세서리에 수놓였다. 지금까지 르사주 공방이 만들어낸 자수 장식에 사용된 펜던트와 라인스톤, 리본, 비즈, 무지갯빛 크리스털의 무게만 해도 무려 75톤에 달할 정도.

프랑수아 르사주는 1990년대에 공방의 영역을 다각화하기 위해 직물 공방을 설립했다. 1998년, 샤넬 하우스의 레디투웨어 컬렉션에 맞춰 개발한 트위드 소재는 샤넬의 상징이 되었다. 2008년부터는 오트 쿠튀르를 위한 새로운 트위드 개발에 힘쓰고 있다. 아주 다양한 실을 정교하게 조합해 탄생한 결과물은 그들의 경이로운 노하우를 증명한다.

매년 약 10회에 걸쳐 선보이는 샤넬 컬렉션의 중요한 파트너로 활약 중인 르사주 공방은 2002년에 샤넬에 합류했지만, 다른 패션 하우스와도 계속해서 작업을 유지하고 있다. 르사주가 보유한 7만5천여 개에 달하는 자수 샘플은 독창적인 유산으로 오늘날 세계 최대의 쿠튀르 자수 장식 컬렉션을 방증하는 동시에 무한한 영감의 원천이기도 한 것.

특히 르사주 공방은 자신들의 특별한 노하우를 보존하고 기술의 완성도를 지속적으로 높이기 위해 1992년에 자수 학교를 설립했다.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은 물론 아마추어를 위한 취미 클래스도 운영하여 수많은 자수 애호가들에게 기술력을 전수하며 전통을 이어나가고 있다.

 

1, 3 예술작품과도 같은 디테일.
2 서울 성수동 S팩토리에서 열린 2018/19 파리-뉴욕 공방 컬렉션 쇼의 피날레.
4 섬세한 헨드메이드 작업.

CHANEL in SEOUL

지난 5월 28일 서울 성수동 일대가 북적거렸다. 칼 라거펠트가 선보인 샤넬에서의 마지막 수작, 2018/19 파리-뉴욕 공방 컬렉션 쇼가 열렸기 때문. 작년 12월 뉴욕 현대 미술관의 덴더 신전에서 첫선을 보였던 공방 쇼가 서울의 복합문화공간 S팩토리에서 새로운 무대를 배경으로 펼쳐진 것. 샤넬은 이번 이벤트를 위해 고대 이집트에서 영감을 가져와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무대 디자인을 선보였다. 런웨이는 블랙과 골드빛이 어우러진 덴더 신전을 연상시켰다. 모델들은 금빛 튤 아치형 오브제들이 장식된 런웨이를 걸어나왔다. 이번 컬렉션은 고대 이집트의 영원불멸한 아름다움을 아티스틱한 프린트로 표현했고, 마천루의 모습을 그래픽디자인으로 재해석했다. 뉴욕의 거리를 다양한 방식으로 형상화시킨 것. 의상의 라인은 군더더기 없이 미니멀했으며, 형태는 순수하고도 기하학적인 실루엣으로 완성되었다. 지극히 현대적인 감성과 장인정신이 집약된 그래픽적인 터치가 인상적이었다.

 

1, 4 르사주 공방의 작업실을 옮겨놓은 듯한 서울 전시 현장.
2 르사주 공방의 자수 기교를 확인할 수 있는 클러치 백.
3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정교한 장식의 드레스.

샤넬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와 샤넬 공방들이 지속적인 대화와 소통을 통해 완성한 2018/19 파리-뉴욕 공방 컬렉션. 서울에서의 쇼와 함께, 이번 컬렉션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르사주 공방을 탐험할 수 있는 전시가 청담동 샤넬 부티크에서 이어졌다. 파리의 일류 자수 공방이자 트위드 메이커 르사주를 조명한 것. 전통적인 노하우와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결합된 장인정신의 산물이라 할 수 있는 르사주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였다. 5층에서는 화려하면서도 복잡해 보이는 자수 장식과 ‘트위드 뤼방’이 잘 드러나는 실루엣의 의상들을 비롯해 샘플, 텍스트, 그림, 영상과 같은 자료들을 통해 르사주 공방의 고유한 노하우와 독창성을 엿볼 수 있었다. 한편 6층은 이번 2018/19 파리-뉴욕 공방 컬렉션에 집약된 르사주 공방의 기교를 눈으로 확인하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고대 이집트부터 뉴욕 아르데코 양식에서 영감을 얻어 완성된 골드, 터쿼이즈, 코럴 컬러를 띠는 자수 장식들이 칼 라거펠트가 그려낸 룩들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었다. 전시는 7월 7일까지 열릴 예정이며, 6월 14일부터 23일까지는 관람객들이 직접 대형 자수 장식품 제작에 참여할 수 있다니 놓치지 마시길.

  • Kakao Talk
  • Kakao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