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에 대한 거의 모든 것

궁극의 가구를 만난다는 것은 필연적인 우연이다. 여섯 명의 디자이너가 말하는 가구에 대한 거의 모든 것.

소은명 (@eunmyungsoh)

소은명의 가구는 직관적이고 생명력 있다. 패브릭을 가지고 엮고 말아 감는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치유와 상상의 세계로 인도한다.

‘The Five Steps Of Healing’_Band Table, 2017, Material_Fabric Band

가장 좋아하는 소재는?

최근 연작에 자주 사용하고 있는 소재는 패브릭 밴드이다. 패션 분야에서도 흔하게 쓰는 재료인데, 이것의 물성을 다른 부분에 적용했을 때 굉장히 재미있는 케미스트리가 발생한다. 작업 가운데 ‘밴드장(The Lines, 2014)’의 경우 문짝이 없다. 대신에 일래스틱 밴드를 감아서 그 기능을 대체했는데, 물건을 꺼낼 때 사용자가 직관적으로 판단해서 밴드를 벌리고 손만 집어 넣으면 된다. 물건의 인지, 열기, 꺼내기, 집어 넣기, 닫음 등의 사용 과정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간단한 행위만이 남게 되는 것이다.

좋아하는 색깔과 색의 매치는?

특정한 색을 좋아한다기보다는 보색 대비가 느껴지는 색의 매치를 즐긴다. 보색과 그 주변의 파장색을 통해 적절하게 색을 배치했을 때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처음 만들었던 가구는? 그 가구는 지금 어디에 있나?

처음으로 나무를 다뤄봤을 때 작은 1인용 책상을 만들었다. 나무의 질감, 색, 모양이 묘하게 퀘이커 교도들이 사용하던 소박하고 절제가 느껴지는 재봉틀 책상을 닮았다. 지금도 작업실 한쪽에 놓아두고 있다.

좋아하는 작가 혹은 디자이너는? 그의 작품을 컬렉팅할 수 있는 복권이 주어진다면?

마크 로스코의 삶과 작품을 사랑한다. 작가의 삶이 좀 불행하긴 했지만 로스코의 깊이 있는 색감과 작품의 크기를 찬양한다.

가장 좋아하는 도시는?

매해 겨울 즈음이면 짐을 싸서 싱가포르로 떠난다. 싱가포르 내셔널 뮤지엄, 미술관 안에 있는 레스토랑 노부스(Novus), 래플스 호텔(Raffles Hotel), 롱바는 나의 페이버릿 플레이스다.

가구 셀렉션과 배치가 근사하다고 생각했던 공간은? 유난히 가구가 눈에 들어왔던 영화나 드라마는?

김은영 선생님 댁을 방문했을 때 정말 근사한 집이라고 느꼈다.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13호 매듭장이시며 간송미술관의 안주인이신 선생님의 집으로 올라가던 그 길을 잊을 수가 없다. 입구부터 주변에 놓인 석상과 석탑의 컬렉션이 거의 박물관급이라서 산 전체가 박물관처럼 느껴진달까?
미국 드라마 <베이츠 모텔>에 등장하는 모던한 가구들도 눈여겨본다. 극적인 분위기와 인물의 심리를 나타내는 그로테스크한 가구들을 잘 어우러지도록 배치했다.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에 대해 정의 내린다면?

자연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 초기 작품인 ‘인공 자연 시리즈’는 자연을 보고 싶은 마음을 집에 가져다 놓으려는 열망에서 출발했다. 작품의 형태를 잡고 색을 넣는 과정에서 자연의 요소를 최대한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자연은 디자인의 출발점이 되는 최초의 이미지다.

인스피레이션을 주는 물건을 박스 안에 담는다면?

종이, 연필, 커피, 쿠키, 물.

작업을 시작한 이래로 동고동락의 순간을 하나씩 뽑아본다면?

2007년에 스튜디오를 만들고 뉴욕에서의 전시를 계기로 매거진 에 작업이 소개되었다. 그 후 구글과도 연결되어 영국 구글 사옥에 내 책장 작품 두 점이 설치되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재미있었다. 괴로웠던 순간은 미국의 한 가구회사에서 내가 발표한 작품을 똑같이 카피하여 중국 쪽에 공장을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을 때. 그것을 혼자서 막고 대응하기에 내 힘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하루 중 빼놓지 않고 의식처럼 행하는 중요한 루틴은?

아침에 단호박 수프를 먹고 필라테스를 한다. 샌드위치를 너무 좋아해서 점심으로 그것을 먹고 저녁에 다시 단호박을 굽는다.

최근 즐겨 찾는 인스타그램 계정, 요즘 읽고 있는 책이나 잡지는?

즐겨 찾는 인스타그램은 @eerune, @parisdesignweek, 늘 자극받는 친한 동료인 @sakun_kuncat. 최근에 읽은 책은 소설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 여행책 <나의 드로잉 아이슬란드>, 서양미술사의 집합서 <상상박물관>.

작업할 때 즐겨 듣는 ‘작업송’과 즐겨 입는 ‘작업복’은?

일할 때는 늘 힙합! 유니폼은 특별히 없지만 장갑을 아주 좋아해서 꼭 낀다. 오트 쿠튀르 장갑을 만드는 토마신 바르느코브 작가의 장갑을 최근에 구입했다.

자신의 작업 세계를 세 가지 단어로 표현한다면?

Imaginary! × 3.

협업해보고 싶은 브랜드 혹은 디자이너는?

패션 소재를 믹스해서 가구 만드는 작업을 해오고 있기 때문에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에 관심 있다. 아크네 스튜디오의 창의적인 옷들과 나의 가구를 매치해보고 싶다.

‘직업으로서의 디자이너’에 대해 말한다면?

한 단어로 말하자면 ‘이어가기’. 작업을 지속하기 위해 생각을 정리하고, 그것을 잇고 이미지를 대입하고 그러면서 하나의 흐름을 계속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www.designartist.co.kr www.eunmyungsoh.com


양승진 (@studio_seungjin_yang)

양승진의 가구는 팽창과 수축 사이에 존재한다. 바늘로 찌르면 즉각적으로 터져버릴 것 같은 찰나의 긴장, 익살스럽게 부푼 형태와 색채가 가진 키치함, 기어코 손대어 만져보고 싶은 묘한 마력이 스며들어 있다.

(왼쪽부터) ‘Blowing Series’_Red Arm Chair, Black Arm Chair, Blue Stool, 2013-2014, Material_Epoxy

가장 좋아하는 소재는?

작업할 때 항상 사용하는 에폭시. 형태의 제약이 별로 없고 비교적 쉽게 작업할 수 있는 재료다. 내구성도 좋고 변형될 염려가 적지만 작업할 때 손이나 옷에 묻으면 처리하기가 쉽지 않다.

좋아하는 색깔과 색의 매치는?

회색, 블랙, 네이비 같은 무채색 계열을 좋아한다. 정작 작업에는 컬러풀한 색을 사용하고 있는 걸 보면 꼭 좋아하는 색으로만 작업을 하게 되지는 않는 것 같다. 컬러가 아름답게 매치되는 방법은 다양하다. 아주 난잡한 색이 모여 있을 때 그게 또 멋있는 경우도 있다.

처음 만들었던 가구는? 그 가구는 지금 어디에 있나?

대학교 때 철과 합판을 이용해서 접이식 의자를 만들었는데 아무래도 청소할 때 버려진 것 같다.

좋아하는 작가 혹은 디자이너는? 그의 작품을 컬렉팅할 수 있는 복권이 주어진다면?

최정화 작가를 좋아한다. 작업 대부분이 큰 규모의 설치 작업이라 소유하기는 힘들 것 같다.

가장 좋아하는 도시는?

내가 살고 있는 서울. 성수동 근처에 작업실이 있는데 한강과 서울숲을 좋아한다.

가구 셀렉션과 배치가 근사하다고 생각했던 공간은? 유난히 가구가 눈에 들어왔던 영화나 드라마는?

가로수길에 있는 탬버린즈 매장. 코스메틱 브랜드 매장이지만 가구에 신경을 많이 쓴 게 느껴진다. 국내외 여러 작가의 가구가 배치되어 있고 직접 앉아볼 수도 있다. 그곳에 내가 만든 가구도 석 점 배치되어 있다.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에 대해 정의 내린다면?

아름다움에 대한 정의는 계속 변하기 때문에 무언가 하나로 결론 내리기 어렵다.

작업을 시작한 이래로 동고동락의 순간을 하나씩 뽑아본다면?

가장 기뻤던 순간은 나의 첫 가구 전시회. 가장 괴로웠던 순간은 여자친구와 헤어졌을 때?

최근 즐겨 찾는 인스타그램 계정, 요즘 읽고 있는 책이나 잡지는?

요즘 고양이에 대한 책을 침대 곁에 두고 읽는다. 같이 사는 고양이가 가끔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하는데, 그 이유가 궁금해서 읽고 있다.

작업할 때 즐겨 듣는 ‘작업송’과 즐겨 입는 ‘작업복’은?

힘든 작업을 하거나 밤늦게 기운이 없을 때 ‘한국 노래 TOP 100’을 틀어놓고 같이 따라 부르면서 작업을 한다. 위아래가 연결되어 있는 점프수트 형태의 작업복을 즐겨 입는데, 일상이 거의 집과 작업실의 반복이다 보니 요즘 들어 이 옷만 입고 다닌다.

자신의 작업 세계를 세 가지 단어로 표현한다면?

키치(Kitsch), 플레이(Play), 뷰티풀(Beautiful)!

협업해보고 싶은 브랜드 혹은 디자이너는?

나이키 ‘에어맥스데이’ 행사장에 나의 가구가 놓인 적 있다. 나이키 신발에 달린 에어가 풍선 형태의 가구와 비슷해서 잘 어울린다는 발상이었던 것 같다. 이런 형태의 협업을 또 해보고 싶다.

‘직업으로서의 디자이너’에 대해 말한다면?

2013년부터 시작해서 이제 겨우 5년차에 접어든 작가다. 여전히 하루하루가 낯설고 새로운 경험이다. 30년 뒤에 답할 수 있는 질문이다. www.seungjinyang.com


오세정 (www.saejungoh.com)

오세정의 가구는 겉과 속이 다르다. 칠흑 같은 어둠 속, 압도적이며 그로테스크한 형태 너머에는 버려진 물건에 대한 작가의 위트 있는 시선이 숨어 있다.

‘Savage Series’_Black Edition Sofa, The Side Table, 2014, Material_Cow Hide Leather

가장 좋아하는 소재는?

디자인을 할때 주로 소재에서 영감을 받는 편인데 요즘엔 가죽에서 많은 매력을 느낀다. 가죽은 정교하고 섬세한 재료라서 제작 과정에서 아기를 어루만지듯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지만 제품이 완성되면 어떤 소재보다 견고하고 강하며 시간이 지나고 쓰면 쓸수록 더 아름다워지는 매력적인 소재다. ‘새비지(Savage) 시리즈’는 버려진 물건을 재조립해서 형태를 잡고, 그 위에
가죽으로 즉흥적인 패턴을 만든 작업이다.

좋아하는 색깔과 색의 매치는?

빨간색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상징성도 강하고 강렬한 색감이라 가구나 제품에 사용하기에 조금은 조심스러운 컬러이기도 하다. 레드와 블랙의 컬러 매치를 좋아한다.

처음 만들었던 가구는? 그 가구는 지금 어디에 있나?

2010년 크랜브룩대학원에 재학 당시 첫 ‘새비지 시리즈’로 작은 사이드 테이블을 만들었는데, 운이 좋게도 인터내셔널 가구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받았다. 그 후 뉴욕과 시카고 그리고 엘에이에 쇼룸이 있는 콘베르소 모던(Converso Modern) 가구 숍의 오너가 직접 구입해 갔다. 지금은 시카고 쇼룸에 있다.

좋아하는 작가 혹은 디자이너는? 그의 작품을 컬렉팅할 수 있는 복권이 주어진다면?

네덜란드 디자이너 마르틴 바스(Maarten Bass)의 스모크 피아노(Smoke Pleyel Piano)와 잭 로저스 홉킨스(Jack Rogers Hopkins)의 다이닝 테이블 세트를 갖고 싶다. 1980년대 멤피스의 가구들, 네덜란드 디자인 그룹인 드루흐(Droog)의 디자인도 굉장히 좋아한다.

가장 좋아하는 도시는?

나에겐 애증의 뉴욕. 문화적인 영향력과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는 그 속도를 보면 뉴욕은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 있는 도시임에 틀림없다. 무엇보다 가구와 디자인에 관심이 많다면 뉴욕의 아트 위크(매해 3월), 디자인 위크(매해 5월) 때 방문하는 것을 꼭 추천하고 싶다.

가구 셀렉션과 배치가 근사하다고 생각했던 공간은? 유난히 가구가 눈에 들어왔던 영화나 드라마는?

현재 시애틀에 살고 있지만 일 때문에 요즘 들어 서울을 자주 오간다. 최근에 본 아모레퍼시픽 신사옥과 오설록 매장의 가구와 인테리어가 기억에 남는다. 톰 포드가 연출한 영화 <녹터널 애니멀스>는 가구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비주얼이 인상적이었다.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에 대해 정의 내린다면?

오리지낼러티가 가장 아름답다. 미적 아름다움을 논하기 전에 본인만의 색깔이 작품에 확실하게 투영되는 것이 가장 큰 무기라고 생각한다.

인스피레이션을 주는 물건을 박스 안에 담는다면?

휴대폰, 드로잉북, 주전부리, 커피. 헤드폰.

작업을 시작한 이래로 동고동락의 순간을 하나씩 뽑아본다면?

가장 기뻤던 순간은 작년에 내 이름으로 첫 법인회사를 냈을 때. 이방인으로서 해외에서 혼자 회사를 론칭한다는 것 자체가 나에겐 큰 의미가 있다. 대학원 졸업 후 이탈리아 디자인계의 거장인 가에타노 페세(Gaetano Pesce)가 이끄는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3년간 일을 했었다. 종종 쥐가 출현하는 뉴욕의 지하철을 타고 매일 아침 7시에 출근해서 저녁 늦게까지 야근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지금도 아찔하다.(미국에서는 매우 드문 일이다.) 무엇보다 외로움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하루 중 빼놓지 않고 의식처럼 행하는 중요한 루틴은?

일어나자마자 시애틀에 있는 집 앞마당에 매일 찾아오는 청솔모 세 마리에게 아침을 주고 내가 마실 에스프레소를 내린다.

최근 즐겨 찾는 인스타그램 계정, 요즘 읽고 있는 책이나 잡지는?

최근에 창간한 디자인 & 아트 잡지

작업할 때 즐겨 듣는 ‘작업송’과 즐겨 입는 ‘작업복’은?

‘Hype Machine’이란 앱으로 하우스 음악을 즐겨 듣는다. 작업복은 최대한 편하게!

자신의 작업 세계를 세 가지 단어로 표현한다면?

Ambiguous(애매모호한, 분명히 규정되지 않은), Wacky(익살스러운), Natural(본인다운).

협업해보고 싶은 브랜드 혹은 디자이너는?

밀라노에서 4월마다 열리는 가구 박람회인 ‘살로네 데 모빌레’ 에 매해 간다. 몇 년 전에 선보였던 마르니의 가구 프로젝트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브랜드라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협업해보고 싶다.

‘직업으로서의 디자이너’에 대해 말한다면?

디자이너는 상상과 아이디어를 설계하여 현실로 만들어내는 직업이다.


박진일 (@park_jinil)

박진일의 가구는 평면 속 선과 획의 반란이다. 하얀 종이 위로 걸어 나온 철재들의 움직임이 만든 자유분방한 안락함. 드로잉이 만든 입체적이고 단단한 세계가 눈앞에 펼쳐져 있다.

(왼쪽부터) ‘Drawing Series’_Armchair#2, Side Table#2, Lighting2, Chair4, 2013-2015, Material_Steel

가장 좋아하는 소재는?

금속 중에서도 황동(Brass)을 좋아한다. 황동은 구리와 아연의 합금인데 붉은색인 구리와는 다르게 밝은 금색을 띤다. 열에 의한 변형이 크고 다루기 어렵지만 작업을 무사히 끝마치고 잘 마감된 황동을 보면 뿌듯함을 느낀다.

좋아하는 색깔과 색의 매치는?

네이비 컬러를 가장 좋아하고, 크림슨 레이크(Crimson Lake, 검붉은색)와 밝은 회색의 컬러 매치도 좋아한다.

처음 만들었던 가구는? 그 가구는 지금 어디에 있나?

대학교 시절 철판을 용접해서 만든 ‘Randomize Series, Chair #1’. 처음 참가했던 어느 가구 박람회에서 지나가던 관람객이 집에서 사용하고 싶다고 사 갔는데, 부디 오래 잘 사용하셨으면.

좋아하는 작가 혹은 디자이너는? 그의 작품을 컬렉팅할 수 있는 복권이 주어진다면?

예전부터 좋아해왔던 디자이너 그룹 스튜디오 잡(Studio Job)의 2007년도 대표 작품인 ‘Robber Baron Cabinet’을 컬렉팅하고 싶다.

가장 좋아하는 도시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그들의 자유로운 생활과 열정적인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가구 셀렉션과 배치가 근사하다고 생각했던 공간은? 유난히 가구가 눈에 들어왔던 영화나 드라마는?

남해 사우스케이프는 바우하우스 앤티크 가구와 수많은 디자이너 가구로 꾸며진 멋진 공간이다. 건물 중앙이 탁 트인 구조로 그 사이에 남해안의 수평선이 펼쳐져 있고 디자이너 톰 프라이스의 의자들이 무심하게 툭툭 놓여 있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에 대해 정의 내린다면?

멋진 풍경을 보았을 때, 좋은 노래를 들었을 때,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 그런 감정에서 오는 것들이 아름다움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의 정의와 좋은 디자인의 정의는 너무 다르다. 합리성에 기초한 디자인과 달리 아름다움은 전혀 합리적이지 못한 경우도 많다.

인스피레이션을 주는 물건을 박스 안에 담는다면?

작업할 때 꼭 필요한 물건들. 테이블과 의자, 컴퓨터, 스케치북, 필기도구, 돈.

작업을 시작한 이래로 동고동락의 순간을 하나씩 뽑아본다면?

가장 기뻤던 순간은 처음으로 해외 전시에 초청받았을 때. 그걸 계기로 여러 가지 일이 파생되었다. 가장 괴로웠을 때는 국내 회사와 큰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무산된 일. 일정에 맞추기 위해 선입금을 받지도 않고 필요한 자재를 사비로 사들여 시작했는데, 단지 전화 한 통화로 허무하게 취소되어 당시에 좀 힘들었다.

하루 중 빼놓지 않고 의식처럼 행하는 중요한 루틴은?

아침에 커피를 꼭 한잔 마신다. 작업실로 출근하면 컴퓨터를 켜고 , 등 몇몇 사이트를 둘러본 다음 일을 시작한다.

최근 즐겨 찾는 인스타그램 계정, 요즘 읽고 있는 책이나 잡지는?

디자이너 마르틴 바스와 이광호 작가의 인스타그램. 최근에는 리처드 세넷이 쓴 <장인: 현대문명이 잃어버린 생각하는 손>과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고 있다.

작업할 때 즐겨 듣는 ‘작업송’과 즐겨 입는 ‘작업복’은?

작업할 때 유튜브 재생 목록을 주로 틀어놓는데 콜드플레이의 음악, 특히 ‘Yellow’를 좋아한다. 유니폼은 작업복을 파는 업체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의 옷을 입는다. 장갑만큼은 카이맨(Caiman)의 가죽으로 만든 용접 장갑을 착용한다.

자신의 작업 세계를 세 가지 단어로 표현한다면?

꾸준한, 단단한, 자유로움.

협업해보고 싶은 브랜드 혹은 디자이너는?

협업해보고 싶은 브랜드는 수프림, 디자이너는 네덜란드 출신의 피케 버르흐만스(Pieke Bergmans).

‘직업으로서의 디자이너’에 대해 말한다면?

본인이 주인공이 되는 흔하지 않은 일. 치밀하게 계산하고 실수가 없어야 하지만 무언가 저지르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www.jinilpark.com


김지윤 (@jiyounkimstudio)

김지윤의 가구는 단도직입적이다. 인터랙션을 기반으로 한 미래적인 오브제들은 솔직하고 담백하며 명쾌하다. 서로 다른 물성을 가진 소재와 색의 교차점은 산뜻한 케미스트리를 만들어낸다.

‘Dokkaebi Stool’, 2017, Material_Stainless Steel & ‘Head Collage: Ception’, 2016, Material_Ceramic

가장 좋아하는 소재는?

특별히 소재에 대한 기호는 없는 편이다. 소재보다 중요한 것은 ‘피니싱’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재료라도 어떻게 가공하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다. 재질의 질감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그 소재의 특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가공 방식을 선호한다. 금속이면 그 특유의 무게감, 날카로운 형태, 정교하게 폴리싱(Polishing) 되었을 때 주변 사물을 비춰주는 특성을 극대화해서 사용하고 세라믹이라면 비정형성, 흙의 밀도감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좋아하는 색깔과 색의 매치는?

어릴 때부터 노란색을 좋아했다. 노란색은 채도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 컬러라서 매칭할 수 있는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은 편이다. 그레이 계열의 무채색과 매칭을 하거나 화사한 파스텔톤의 컬러와도 잘 어울린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채도가 낮은 노란색으로 취향이 바뀌고 있지만 여전히 노란색이 가장 좋다.

처음 만들었던 가구는? 그 가구는 지금 어디에 있나?

막연하게 가구를 디자인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다이닝 체어를 처음 만들었다. 주로 전자제품을 디자인하다 이 작업을 계기로 리빙, 브랜딩, 그리고 아트 피스까지 활동 영역이 확장되었다. 산업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었고 앞으로 어떤 디자인을 해야겠다는 구체적인 목표가 생긴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당시에 엄청 많은 공장을 여기저기 돌아다녔던 기억이 난다. 개인적인 의미와는 무관하게 나의 첫 의자는 편하게 사용하기엔 많은 문제점이 있었다. 지금은 눈에 안 띄게 스튜디오에 숨겨놓고 보관 중이다.

가장 좋아하는 도시는?

서울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좋으나 싫으나 내가 태어난 곳이고 살아오면서 느낀 많은 것들이 이 도시에 있다. 특별히 의식하지 않아도 작업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

가구 셀렉션과 배치가 근사하다고 생각했던 공간은? 유난히 가구가 눈에 들어왔던 영화나 드라마는?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한 아모레퍼시픽 신사옥. 건물에 설치된 각종 사이니지, 엘리베이터의 그래픽유저인터페이스(GUI), 회의실과 휴게실의 비트라 가구로 채워진 공간이 인상적이었다. 영화 <그녀>에서 주인공이 일터에서 사용하는 가구와 소품, UX(사용자 경험) 디자인, 각종 디바이스의 등장을 굉장히 흥미롭게 보았다.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에 대해 정의 내린다면?

무언가를 디자인하거나 만들 때 ‘왜 그것이 존재해야 하는지’, 본질적인 이유에서 출발하려고 노력한다. 이것은 브랜드 철학과 맞닿아 있는 이야기다. 디자인의 스토리와 철학이 잘 맞물리며 하나의 일관된 메시지로 느껴질 때 ‘아름답다’고 표현할 수 있다.

인스피레이션을 주는 물건을 박스 안에 담는다면?

항상 들고 다니는 스케치북과 펜, 스마트폰.

작업을 시작한 이래로 동고동락의 순간을 하나씩 뽑아본다면?

팬택 해외 디자인 팀에 입사했던 첫 해, 직접 디자인한 듀얼 콤팩트(Dual Compact)가 멕시코와 이탈리아에서 출시되었을 때 가장 기뻤다. 디자인을 시작한 지 10년 정도 되었는데, 언제나 괴로움과 기쁨의 반복이다.

하루 중 빼놓지 않고 의식처럼 행하는 중요한 루틴은?

일어나자마자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잠들기 전까지 4~5잔 정도를 더 마신다. 건강이나 미용 목적의 자기관리적인 측면도 있지만 멘탈을 다잡기 위해 저녁에는 웨이트를 한다.

최근 즐겨 찾는 인스타그램 계정, 요즘 읽고 있는 책이나 잡지는?

웹 매거진 <Dezeen>, <Designboom>. 매거진 <Frame> 매거진 은 정기 구독하고 있다.

작업할 때 즐겨 듣는 ‘작업송’과 즐겨 입는 ‘작업복’은?

음악은 가사만 없다면 장르를 가리지 않고 틀어놓는다. 작업할 때는 정비복 같은 점프수트를 즐겨 입는다.

자신의 작업 세계를 세 가지 단어로 표현한다면?

Communication Based Design!

협업해보고 싶은 브랜드 혹은 디자이너는?

약간 거칠더라도 오랜 기간 일관된 철학을 바탕으로 좋은 물건을 만드는, 헤리티지를 갖고 있는 브랜드와의 협업을 언제나 기다린다.

‘직업으로서의 디자이너’에 대해 말한다면?

산업디자인은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하는 데 있어 한정된 자원을 사용해서 최대의 효과를 내야 하는 일종의 컨설팅 서비스, 즉 비즈니스 툴에 가깝다. 그것을 넘어서 하나의 기호로 소비되기 위해서 디자이너는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목표를 가지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www.jiyounkim.com


윤새롬 (@saero__me)

윤새롬의 가구는 묵중하고 고고하다. 빛을 투사시키면 비정형 스펙트럼으로 뻗어나가는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컬러는 신비롭고 초월적인 오라를 발산한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Crystal Series’_Raw Side Edition 01, Table 01, Table 04, 2016, Material_ Acrylic

가장 좋아하는 소재는?

아크릴은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소재이다. 가장 큰 이유는 아크릴의 투명도인데 불순물이 거의 없어 유리보다도 더 투명하다. 염색 기법을 통해 투명도는 그대로 유지한 채 맑게 색을 물들일 수 있다. 아주 잘 가공된 두껍고 큰 아크릴은 평소에 접할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실제로 가구를 보았을 때 시각적 자극을 크게 받을 수 있다. 반면에 스크래치와 열에 약하기 때문에 작업할 때 굉장히 조심스럽게 다뤄야 해서 힘들 때가 많다. 무게도 무겁고 가격도 비싸다. 하지만 아크릴을 대체할 다른 소재가 없기 때문에 아주 매력적이다.

좋아하는 색깔과 색의 매치는?

파란색.

처음 만들었던 가구는? 그 가구는 지금 어디에 있나?

대학교 2학년 때 과제로 만든 커피 테이블. 본가에서 부모님이 잘 쓰고 계신다.

좋아하는 작가 혹은 디자이너는? 그의 작품을 컬렉팅할 수 있는 복권이 주어진다면?

덴마크 디자이너 폴 키에르홀름(Poul Kjaerholm)의 ‘pk22’ 의자가 너무 갖고 싶어서 종종 찾아보고 있다.

가장 좋아하는 도시는?

모두가 문화와 예술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도시 파리. 로댕 뮤지엄, 오랑주리 미술관, 카펜터스 워크숍 갤러리, 지베르니를 좋아한다.

가구 셀렉션과 배치가 근사하다고 생각했던 공간은? 유난히 가구가 눈에 들어왔던 영화나 드라마는?

최병훈 교수님의 집. 여러 디자이너의 가구 셀렉션과 배치도 멋있지만 특히 소장하고 있는 본인의 작품들을 멋지게 디스플레이하고 직접 사용하고 있는 점이 근사했다.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에 대해 정의 내린다면?

유년 시절의 기억이 작업에 많은 영향을 준다. 어린 시절 필리핀에서 잠깐 살았는데, 그때 보고 겪은 아름다운 자연에 대한 감정들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작업의 출발점이 되었다. 노을 지는 하늘, 새벽 하늘, 봄의 따뜻한 바람, 가을의 청량한 공기. 인간의 힘으로 만들 수 없는 자연에서 아름다움과 경외심을 동시에 느낀다.

인스피레이션을 주는 물건을 박스 안에 담는다면?

휴대폰에 있는 사진첩, 아이패드에 스케치한 노트와 낙서, 컬러 테스트를 했던 아크릴 조각들, 작업복.

작업을 시작한 이래로 동고동락의 순간을 하나씩 뽑아본다면?

가장 기뻤던 순간은 지도해주신 스승님께서 내 가구를 구입해서 소장해주셨을 때. 작년 봄 플랫폼엘에서 전시를 준비하던 중, 설치하는 날 아침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 포장을 하다가 부서졌을 때 정말 괴로웠다.

하루 중 빼놓지 않고 의식처럼 행하는 중요한 루틴은?

최근에 노을이 잘 보이는 전망 좋은 곳으로 이사를 했다. 가능하면 해가 질 무렵에는 집에 돌아와서 아무 생각 없이 일몰을 보려고 한다.

최근 즐겨 찾는 인스타그램 계정, 요즘 읽고 있는 책이나 잡지는?

인스타그램 계정은 @ignant, @rui.ard, @____gino. 작년 파리에서 아트 퍼니처 작가인 웬델 캐슬(Wendell Castle)의 개인전을 봤는데, 최근에 작고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그때 받아온 그분의 작업 스테이트먼트를 다시 읽어보고 있다.

작업할 때 즐겨 듣는 ‘작업송’과 즐겨 입는 ‘작업복’은?

차분하고 약간 우울하거나 몽환적인 음악을 좋아하는데 본 이베어(Bon Iver)의 앨범을 작업할 때 자주 듣는다. 즐겨 입는 유니폼은 무채색, 주로 검정색 옷. 좋아하는 옷이 생기면 같은 옷을 여러 벌 사서 그것만
오래 입는다.

자신의 작업 세계를 세 가지 단어로 표현한다면?

자연(Nature), 감성(Sensitivity), 자극(Stimulus).

협업해보고 싶은 브랜드 혹은 디자이너는?

크리스찬 디올과 협업을 해보고 싶다. 나의 작업과 잘 어울릴 것 같다.

‘직업으로서의 디자이너’에 대해 말한다면?

멘토이자 스승이신 최병훈 교수님께 작가로서 작업을 대하는 태도에 많은 부분 영향을 받았다. 정해진 은퇴가 없는 평생 직업, 너무 좋아서 하는 재미있는 일. 나머지 결과는 하늘에 맡기는 자세로 가구를 만들고 있다. www.saeromy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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