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의 새벽

살아가는 데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빌릴 수 있는 시대가 밝아오고 있다. 공유야말로 거대 자본 없이도 그럴싸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들 말한다. 그런데, 공유는 정말로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을까?

위워크에서 우리가 하는 일 

처음 위워크에 간 날을 기억한다. 직원들과 함께 투어를 했다. 커피와 맥주가 무제한 제공된다거나, 탁구대와 다트가 놓인 게임룸에서 언제든 신나게 놀 수 있다거나, 쾌적한 라운지를 마음껏 쓸 수 있다거나 하는 ‘잘 알려진’ 혜택은 나도 이미 알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것은 호방하게 높은 층고와 확 트인 뷰였다. 내가 가진 예산에서 아무리 좋은 사무실을 찾는다 해도 지하가 아닌 이상 그런 공간을 쓸 수는 없다. 심지어 남산과 명동성당이 한눈에 보이는 광경이라니. 내가 아무리 극단적인 성공을 한다 해도 이루기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달랑 책상 하나만 써도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반년 전에 위워크에 입주했다. 아침마다 그곳으로 출근하는 기분은 묘했다.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는 거대 기업들이 빼곡히 자리한 서울의 중심부, 넥타이 부대 사이에서 위워크 입주자는 눈에 띄었다. 누군가는 ‘위워크 존’이 애플 에어팟 유저의 밀도가 아마도 서울에서 가장 높은 곳일 거라고 말한다. 위워크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에 탑승하는 것은 굉장히 현재적이고도 ’쿨’한 성공을 이룬 듯한 기분을 선사했다. 위워크의 곳곳에는 그런 자각을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세밀하게 박혀 있다.

오피스 안으로 들어서면 위워크 미국 본사에서 플레이하는 스포티파이 플레이리스트가 24시간 내내 울려 퍼진다. 광활한 라운지에는 큰 테이블을 차지한 핫 데스크 유저들이 각자의 리듬에 맞춰 신명 나게 랩톱을 두들긴다. 라운지 체어에 둘러앉아 앤트러사이트 원두로 내린 커피를 마시며 미팅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 사이를 시크하고 빠른 걸음으로 가로질러 들어가면 우리만의 프라이빗 오피스에 당도한다. 위워크 로고와 내 이름이 박힌 카드키를 태그하면 철커덕, 잠금이 풀린다. 모던한 책상과 의자에 걸터앉아 다시 봐도 좋은 뷰를 감상하고 있자면 깜박 잊은 게 하나 떠오른다. 내 커피를 안 챙겼네. 다시 라운지로 나가 깨끗하게 설거지 된 컵을 하나 집어 든다. 아주 익숙하고 자연스럽게. 

“뭐가 제일 좋아요?” 공유 오피스 직원에게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 “화장실 청소를 안 해도 된다는 거요.” 청소를 해주는 건 화장실뿐만이 아니다. 시시때때로 알아서 비워주는 놀라운 쓰레기통도 가질 수 있다. “심지어 화장실에서 음악을 크게 틀어줘요!” 화장실은 위워크의 아주 세밀한 가치들을 함축하고 있다. 월세, 보증금, 관리비, 수리비, 전기세, 인테리어, 화장지, 청소, 정수기사무실을 임대하는 순간 마주하게 되는 지겨운 것들로부터 해방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제는 공유 오피스라는 옵션이 생긴 것이다. 영세한 사업을 하는 프리랜서의 사업장에는 크고 작은 불편함이 있다. 공유 오피스는 수많은 입주자들이 십시일반 모아 낸 거대 임대료로 호쾌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자유분방한 스타트업의 가치를 고수하면서도, 물적으로 월등한 대기업 수준의 환경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대기업 계열사에서 직원으로 일하던 시절, 사원증은 낡고 구태의연한 조직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사원증을 서랍에 넣어놓는 행위와 위워크의 카드키를 자랑스럽게 목에 걸고 다니는 행위 사이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지금은 반년간의 입주를 끝내고 다시 청담동 사무실로 돌아왔다. 지하라서 뷰는 없다. 그런데 왜인지 마음은 편하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위워크에 거주하는 동안 위워크의 장점을 찾는 데 열중했다. 그 장점이 나에게 다 필요한가? 이 질문이야말로 위워크를 고민 중인 사람들이 던져야 한다. 나는 어땠을까? 맛있는 커피와 쾌적한 화장실, 통쾌한 뷰는 좋았다. 맥주는? 나도 누려보자는 심보로 몇 번 마셨다. 그도 그럴 것이 오후 6시가 지나면 맥주 서비스도 끝난다. 마실 일은 그 후에 더 많은데. 그래서 누군가는 텀블러에 미리 맥주를 담아두기도 한다. 대부분의 위워크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나인 투 식스’로만 제공된다. 주말엔 당연히 없다. 커피, 맥주는 물론 우편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때로는 냉난방까지도 말이다. 무엇보다도 위워크의 중요한 가치인 ‘코워킹’과 ‘커뮤니티’를 거의 활용하지 못했다. 일하느라 바빠서이거나, 성격 탓일 거다. 위워크에서 이사를 나오는 날이 되어서야, 근사한 게임룸에서 탁구를 쳐볼 수 있었다. 위워크의 슬로건 중 하나인 ‘Do what you love’는 다른 것은 위워크에게 맡기고 당신은 하고 싶은 일에 열중하라는 뜻일 테다. 맥주와 탁구대와 넓은 라운지와 쾌적한 미팅룸이 당신이 사랑하는 일에 열중하는 데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쏘카를 타고 달리며 

집에서 가장 가까운 쏘카 존으로 향한다. 하얀 아이오닉 전기차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예약한 대여 시간이 되자 아이폰의 쏘카 앱에서 스마트 키가 작동한다. 문 열기 버튼을 누른다. 내 휴대전화에서 쏘카 본사로, 다시 쏘카 본사에서 아이오닉 차량으로 시그널이 전송되는 시간을 기다리자 차 문이 ‘철컥’ 하고 열린다. 접촉 사고를 내지 않았다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 차량 내외부의 사진을 찍어 전송한다. 시동을 걸고 출발한다. ‘이렇게 쉬워도 되는 건가’ 싶을 만큼 쉽다. 아이오닉과 쏘카의 궁합도 환상적이다. 예전에 쏘카에서 휘발유 차량을 빌렸을 때는 이동 거리로 이용 요금을 계산해야 했다. 전기차는 그럴 필요도 없었다. 운행을 종료하자 7천원이 조금 넘는 주행 요금이 떴는데, 그냥 생색 내기 위해 알려만 주는 것일 뿐, 무료였다. 삼청동을 지나 북악 스카이웨이를 달려 목적지로 향하며 생각했다. 미래는 이렇게 뜬금없이 찾아오는 것인가? 

구도심에서 사는 사람은 공유의 미래가 빨리 찾아오기를 바란다. 안국역 현대 사옥 북쪽 원서동에 있는 우리 집에선 남쪽으로 가려면 교통지옥 1번지인 종로와 광화문사거리를 지나쳐야 한다. 자동차 출퇴근은 호사고 택시를 타도 기사님께 미안하다. 주차 환경도 최악이다. 원서동은 아름다운 경관과 조용한 주거 환경을 얻고 주차 공간을 과감하게 버린 사람들이 사는 동네다. 다행히 우리 집이 있는 건물은 모든 세대가 주차를 할 수 있지만 뒤차가 나가려면 앞차를 빼야한다. 곤히 자는 주말 아침 “죄송한데 차 좀 빼주세요.”라는 전화를 받을 때면 “그냥 제 차 몰고 나가세요.”라고 말하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과감한 편이라 요새는 정말로 차 안에 키를 꽂아두는 날이 많다. 차 안에 키를 꽂아두는 것. 그것이야말로 공유경제의 시작이 아닌가? 그러니 이런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우리 건물에 주차된 차들이 전부 쏘카라면? 공유경제를 표방하는 쏘카는 종로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나는 이렇게 나이브하게 미래를 믿는 사람이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환경적인 에코 백은 뭘까? 폐기된 타이어로 만든 가방? 자연 분해되는 유기농 짚으로 엮은 가방? 아니다. 정답은 ‘내 방에 있는 가방’이다. 아무리 폐타이어를 이용해 가방을 만든다고 해도 그 가방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다른 자원이 어쩔 수 없이 환경을 훼손한다. 더 이상 가방을 사지 않고 있는 가방을 들고 다니는 게 가장 친환경적인 소비라는 얘기다. 에코 백의 ‘에코’는 환경을 생각하려는 소비자의 도덕심에 호소하겠다는 얄팍한 마음일 뿐이다. 

지금으로서는 쏘카가 표방하는 ‘공유’는 에코 백의 에코만큼이나 공허하다. 개인이 ‘소유’에서 ‘공유’로 갈아타려면 사업자가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공유’의 딱지를 붙인 스타트업들은 이 믿음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 시간도 남고 차도 있으니 너를 태워주겠다던 우버 초창기의 백마 탄 드라이버들은 다 사라졌고, 지금의 우버는 고급 콜택시 사업으로 변한 지 오래다. 내가 없는 동안 내 집에서 자도 좋다는 사업 모델로 시작한 에어비앤비 역시 이미 소규모 숙박업소 중계 사업으로 변한 지 오래다. 지금의 사업 모델을 단순화해 살펴보면 쏘카 역시 새로운 렌트 사업 모델일 뿐이다. 기존의 렌터카 업체가 고루한 호텔처럼 숙박만 고집하고 있을 때 쏘카가 나타나 시간 단위의 대실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쳤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제주도 등의 관광지에 가보면 쏘카의 사업 모델이 렌터카 업체에 가깝다는 사실이 더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쏘카가 렌터카 서비스에 택배 서비스를 접목한 ‘부름 서비스’(집으로 차를 가져다준다)를 시작했다고는 하지만, 쏘카의 주행 요금이 언제 얼마나 오를지도 모른 채 내 차를 팔 수 있을까? 북악 스카이웨이를 달리다 문득 진정한 차량의 공유는 주거와 연동했을 때만 등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파트나 빌라를 분양할 때부터 지하 주차장에 쏘카 존이 있는 쏘카 주택을 분양하는 것이다. 입주민들이 언제고 예약제로 사용하고 월말에 차량을 사용한 만큼 요금을 내는 아파트 말이다. 그 정도가 되면 나 역시 내 차를 버릴 준비가 되어 있다.

  • Kakao Talk
  • Kakao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