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사랑 시대

란제리 소녀시대가 있었다고? 나에게도 있었다. 이불을 찰 만큼 부끄러울 수도, 아직도 눈물이 맺히는 그 첫사랑. 여자들에게도 특별했던 첫사랑이 있었다.

선생님과의 사랑이라니. 내가 그럴 줄은 몰랐는데. 나에게는 정말 큰 사람이었다. 고3 담임 선생님이었던 그는 여군이 되고 싶다는 나의 말에 “너는 법조계가 잘 어울릴 것 같아. 정의감이 넘치는데 군인보다는 변호사나 검사가 되는 게 어떨까?”라는 한마디에 나를 법조계로 이끈 사람이었다. 법학을 전공할 당시에도 꾸준히 연락했고, 선생님을 그만둔 그분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간 건 나였다. 물론 연인으로 발전하지는 않았지만, 그만큼의 교감이 있는 사이였다. 그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울기도 많이 울었지만, 지금은 같은 법조인으로서 조언을 주고받는 든든한 사이다. (30세, 변호사)

연예인 덕후였던 나에게는 첫사랑이자 짝사랑인 연예인 누군가가 첫사랑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내 연예인이 좋은 사람을 만나 안정적으로 잘 살기를 바랐건만. 이제 와 생각하면 다 부질이 없다. 구설에 휘말려서 참 안타깝게 변했으니. 물론 잘 살겠지만, 안타깝게 변한 모습을 보면 나는 차라리 그냥 첫사랑이 없다고 말하는 게 나을 것 같다. (26세, 디자이너)

 

술자리에서 우연히 만난 그. 그런 적 없었는데 그 자리에서 나는 잘생긴 그를 보고 한눈에 반했다. 나도 모르게 술을 진탕 마시고, 그에게 오늘 집에 가기 싫다고 말했다. 이후 연인으로 발전해서 전쟁과 같은 만남이 있었지만, 여전히 그는 나의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다. (29세, 백수)

아직도 부끄럽지만, 동네에 자주 가던 술집 직원이 내 첫사랑이다. 난 그때 막 대학 새내기였고, 세상 물정 모르던 때라 영업을 진심으로 오해한 것이다. 친구들이 옆에서 뜯어말렸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오빠 나한테 진심 맞다고!’라고 항변하고, ‘좋은 게 좋은 거야’라며 열심히 들이댔다. 결과는 물론 실패. 첫 데이트 신청에서 바람맞았다. 잊을 수 없는 강렬한 기억. (23세, 어시스턴트)

아직 ‘사랑다운’ 사랑을 해보지 못한 것 같다. 사랑이 뭔지 정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주의. 혹은 내가 너무 낭만적인가? 아직 첫사랑을 기다린다. (28세, 방송작가)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를 보고 나서 한동안 긴 생각에 잠겼다. “여자에게 첫사랑은 내 마지막 사랑의 첫 모습이에요.” 신민아가 깨달은 듯이 말하는 그 모습을 보고 나의 첫사랑을 다시 생각해봤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의 첫 모습. 첫 만남이 드라마틱 했었고, 그날 우리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종일 함께 있었다.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아직도 그와 처음 드라이브하고 같이 별을 봤던 모습을 잊지 못한다. 나의 첫사랑이자 나의 순수했던 시절이다. (28세, 에디터)

그를 첫사랑이라고 얘기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대학생 때 대외활동을 하면서 만난 그는 내 이상형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듬직하고 자상했다. 섬세한 편이라 만나는 동안 나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였다. 연애하면 하게 되는 모든 것을 그 사람과 함께 했으니 그럴 만도. 그런 그의 모든 것을 좋아했다. 자존심 강한 내가 나를 내려놓고 사랑에 빠졌던 유일한 사람. (28세, 연구원)

‘네 말투에선 너의 차가움이 느껴져. 그래서 넌 내게 가을이고 겨울이야. 내가 좋아하는 계절 말이야’ 여름이 물러갈 때마다 그가 내게 항상 하던 말이다. 젊음의 시작을 친한 친구로서 함께 한 우리. 정동진으로 향하는 새벽 기차에서 그는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됐다. 고맙게도 그는 여전히 내게 삶의 영감을 주고 있다. 달이 떴을 때 깨우고 싶은 사람이자, 아름다움과 사랑이라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으로. 그리고 나만의 뮤즈로. 다가올 늦가을의 재회를 기다린다. (28세, 유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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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영화 ‘라라랜드’, ‘위대한 개츠비’, ‘이터널 선샤인’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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