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추럴 와인이 매력적인 이유

내추럴 와인의 인기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개성 있고 직관적인 술의 맛을 알게 된 사람들은 지금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아.” 우리가 내추럴 와인에 빠진 이유.

프랑스 보졸레 지방에서 많이 나는 가메 포도로 만들고 오가닉 와인 인증도 받은 앤&장 프랑소와 가네바 와이너리의 ‘Y’a Bon The Canon’.

래 인류가 만들었던 와인은 모두 내추럴 와인이었다. 와인 업계에서 구대륙으로 칭하는 유럽에서는 포도를 키워 각자의 방식으로 와인을 담갔다. 이러한 와인은 후대에 대량생산으로 바뀌어 모든 공산품과 똑같은 역사를 거쳤다. 와이너리는 공장이나 기업으로 바뀌었고, 와인은 전 세계로 수출되었으며, 정찰 가격으로 판매하기 위해 동일한 퀄리티를 유지해야 했다. 신대륙에서는 제조법을 고안해 새로운 와인 제조 방식도 도입했다. 이게 바로 ‘컨벤셔널 와인’이다.

그 반대편에 있는 와인이 모두 내추럴 와인이다. 가족이 소유한 소규모 와이너리에서 그 지역 토양에 맞는 품종을 화학적 비료 없이 자연 재배한 다음 인공적인 첨가물을 넣지 않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든 와인을 통칭한다. 그렇다 보니 공정을 일원화하기 어렵고, 소규모로 생산되며, 오너가 원하는 개성을 담아 제조하거나 유통하고, 빈티지에 따라 변화가 큰 와인이 탄생하는 것이다. 이 변수 때문에 어떤 인증이나 분류가 쉽지 않은 점도 있다.

하지만 이 와인들만의 자연스럽고 개성 넘치는 맛, 그 자유로움에 매료된 이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내추럴 와인의 인기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뉴욕이나 도쿄처럼 힙스터가 모이고 자유분방한 개성이 쉽게 뿌리 내리는 도시에서는 일찌감치 내추럴 와인이 유행했다. 서울 또한 최근 1~2년 사이에 내추럴 와인에 매료된 이들이 늘어났다. 이러한 흐름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환영하는 사람들이 내추럴 와인에 대한 애정이 담긴 글을 보내 왔다.

내추럴 와인을 고르는 법

서울 최초의 내추럴 와인 전문 바를 오픈할 때만 해도 인스타그램에 ‘#내추럴와인’을 검색하면 스크롤을 내릴 것도 없었다. 일 년이 지난 지금은 약 1만 개 정도의 사진이 올라와 있다. 여기저기서 내추럴 와인에 대한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내추럴은 너무 어려워서 싫어!”라던 셰프 친구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와중 갑자기 내추럴 와인 리스트를 보내달라는 메시지를 보내 올 정도니. 전체 와인 시장에선 작은 규모겠지만, 내추럴 와인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확실히 존재한다. 나를 포함한 그들은 모두 입버릇처럼 “이미 틀렸어. (컨벤셔널 와인으론) 이제 돌아갈 수 없어.”라고 말하고 있다. 이건 불치병일지도 모른다.

내추럴 와인이 인기인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나의 경우는 한 모금만 마셔도 눈이 커지는, 이전에 알던 것과는 너무나 다른 맛 때문에 내추럴 와인에 빠지게 됐다. 입에 머금은 채로 천천히 생각해볼 필요 없이, 맛과 향이 강속구로 돌진해 짜릿하게 전해진다. 라벨 역시 메이커들의 자유분방함을 한껏 담고 있다. 맛부터 라벨까지 모든 게 ‘Why so serious?’ 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냥 벌컥벌컥 마시기 좋은 와인도 많다. 내가 ‘게토레이’ 같다고 소개하는 와인들도 있다. 물론 한껏 진지한(?) 내추럴 와인도 많다. 기존의 유명한 와인들과 비교해도 테이스팅 노트가 짧거나 약하지 않다. 지금까진 모르고 마셨던 유명한 와인이 사실은 내추럴 와인인 경우도 매우 많다. 마시는 데 꼭 전문가적인 식견이 없어도 된다. 건강한 땅과 포도에서 나온 에너지가 전해지는 듯한, 우리가 포도주에 기대하는 매력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내추럴 와인의 강한 개성이 재미있기도 하지만, 동시에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게 하는 장애물도 된다는 거다. 보통은 지역이나 포도 품종을 알면 어느 정도 맛을 예측할 수 있다. 내추럴은 듣도 보도 못한 로컬 품종을 쓰기도 하고, 아는 품종이라 해도 “메를로 맛이 나서 메를로라 한 것인데” 같은 장금이적 시점이 안 통하기도 한다. 어떤 소비뇽 블랑은 복숭아 통조림 같은 맛이 나는데, 또 다른 소비뇽 블랑은 호박엿 맛이다. 도대체 어떻게 고르라는 거냐고? 당연한 말이지만 소믈리에에게 도움을 구하면 된다.

고작 ‘물어보라’는 게 결론이냐고 화내지 말고 진정하길. 아직 끝이 아니다. 이제부턴 당신의 테이블에 당도한 와인 한 병이 머릿속에 기대한 맛과 가까워지는 방법에 대해 말할 것이다. 사다리 타기 같은 운칠기삼 주문 말고, 새로운 앱 회원 가입처럼 따라하기만 하면 되는 주문에 성공하도록 말이다.

나는 보통 빅 라이츠에 온 손님들에게 이 질문으로 시작한다. “개성 있는 스타일 or 모두가 사랑할 수 있는 스타일?” 재미있게도 대답은 반반이다. 역시 세상은 늘 총량불변의 법칙에 지배당하고 있는 모양이다. 당신이 호불호 확실한 와인 러버였다면 오히려 기존의 와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접근하기 편안한 내추럴로 시작하는 게 좋다. 오히려 그 편이 복잡다단한 내추럴을 한 걸음씩 이해해나가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작은 디테일을 챙겨가며 자기 취향을 쌓아온 당신이라면, 내추럴 와인이 가진 섬세한 ‘다름’을 더 잘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와인 잔을 불빛에 비춰보면서 가죽 향이 어쩌고 라즈베리 향이 어쩌고 하는 게 닭살 돋는다고 생각하거나, 와인 리스트 까막눈이거나, 와인(특히 레드 와인)은 한 잔이면 족한 사람이거나, 와인은 다 그놈이 그놈이라고 생각한다면 개성 넘치는 내추럴로의 와일드한 모험을 떠나라고 하겠다. 지금까지 가진 모든 편견을 날려줄 만한 짜릿한 경험을 한다는 데 내 왼손목을 걸 수 있다.

이제 첫 관문은 넘었다. 그다음으로 당신은 이런 문장을 말할 수 있다. “지난번에 내추럴 와인을 한번 마셔봤는데 ○○한 점이 별로였어요.” 나는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아는 사람을 진심으로 존경하지만, 뭘 싫어하는지 잘 아는 사람에게는 더 큰 애정이 있다! 농담이 아니라, 대단히 경험이 많지 않다면 맛에 있어선 좋아하는 것보다는 싫어하는 걸 설명하는 게 쉽기도 하다. 모두가 좋다고 해도 나만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맛도 있는 법이다. 보통 이쯤에서 나는 서너 병의 후보 와인을 테이블로 가져온다. 한 병쯤은 와일드 카드로 서프라이즈 추천 와인을 끼워넣기도 한다.

또 한 가지 팁은 단골집을 두는 게 좋다. 나는 와인을 마시러 일본에 갈 때마다 반드시 가는 바가 있고, 여행 기간 내내 매일 갈 바도 미리 정해둔다. 4박 5일이라면 4일 밤 내내 같은 곳에 가는 거다. 많은 대화를 나누고,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며 매일 밤 출근을 하면 자기가 마시려고 숨겨둔 와인을 꺼내주기도 하고, 내 취향을 이내 파악해 놀라움을 주는 와인을 소개하기도 한다. 지난번에 뭘 마셨는지, 뭘 좋아했고 싫어했는지 기억해두는 주인이 있다면, 우리의 내추럴 와인 경험은 더 풍부하고 즐거워진다.

마지막으로, ‘Do’가 있으면 ‘Don’t’도 있는 법. 이 말만은 제발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게 있다. “드라이한 와인이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와인을 고를 때 저렇게 답하는 게 가장 호락호락해 보이지 않는다고 ‘리빙 포인트’ 같은 데서 알려준 게 아닐까 생각한다.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드라이’라는 애매모호한 단어 대신 당신이 좋아하는 맛을 구체적으로 표현해주길 바란다. 앞서 예를 든 게토레이나 복숭아 통조림같이. 더 나아가 ‘마른 오징어 겉에 묻은 하얀 가루 맛’을 좋아한다고 해도 당신을 비웃는 추천자는 없다. 오히려 이런 주문이 오묘하고 특별한 개성을 가진 내추럴 와인과 당신이 상상하는 맛 좋은 와인 사이의 간극을 줄여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그런데 이쯤에서 솔직히 말하면, 지금 한국에 소개된 내추럴 와인은 다 맛있다. 이제 갓 시작된 분야이기 때문에, 좋은 것, 마시기 적당한 것, 대중이 받아들일 만한 것이 선별되어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시장이 커지면 이상한 것들도 들어오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내추럴 와인도 술이다. 즐거워지려고 마시는 거고, 마셔야만 즐거운 거다. 조언 따위 모두 잊고 일단 마셔보길.

가장 맛있는 와인은 처음 마셔보는 와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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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C, Yann durieux

도멘 로마네콩티의 디렉터이자 도멘 프리외르 로슈에서 10여 년간 메이커로 일하다가 자기 밭을 사서 와인을 만들기 시작한 얀 듀리유의 와인으로, 기절하게 섬세한 맛을 낸다. 국내에선 아직 구입하기 어려운데, 내년경 수입 예정이라고 풍문으로 들었다.(이주희)

글/ 이주희(내추럴 와인 전문 바 ‘빅 라이츠’ 오너)

(왼쪽부터) 오스트리아 구트 오가우(Gut Oggau)에서 만든 로제 와인, 구름이 그려진 라벨이 붙은 와인은 미루아(Miroirs) 도멘에서 켄지로 카가미가 만든 ‘Entre Deux Bleus’, 투명한 보틀이라 언뜻 음료처럼 보이는 로제 와인은 가엑 뒤 마젤(Gaec du Mazel)이 만든 ‘The Artist Formerly Known as Peach’, 심플한 화이트 라벨의 와인은 Milan Nestarec에서 만든 ‘PodFuck’, 추상화와 같은 라벨의 와인 두 병은 와인 메이커 장 피에르 호비노가 만든 ‘l’Ange Vin Nocturne’.

내추럴 와인에 대한 오해와 진실

내추럴 와인에 대해서 와전된 것이 정설처럼 여겨지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움에서 이 글을 시작한다. 이제 막 알려지기 시작한 즐거운 와인을 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먼저 지금 한국에 내추럴 와인의 유행이 과하게 부풀려져 있다는 설이 있다. 단연코 아니다. 한국 내 와인 시장에서 내추럴 와인은 판매 가치로 약 3% 정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미 20~30년 전부터 내추럴 와인의 유행이 길고 끈기 있게 유지되어온 나라 중 일본은 약 7~10% 사이, 프랑스는 10 % 정도다. 한국에서 판매로서의 시장 점유율은 1% 언저리로 추정된다. 이제 막 시작 단계라는 거다. 한국 전체도 아니고 서울 일부에서 많은 말이 나온다고 해서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그런데 이 정도 유행한 것만으로도, 선무당들이 등장했다. 내추럴 와인이 비과학적이라는 설이 가장 많다. 내추럴 와인의 이론적 토대를 제시한 1900년대 초의 전설적인 양조자 쥘 쇼베(Jules Chauvet)의 이야기를 해보자. 화학자이자 양조를 학문적으로 연구한 그는 포도밭을 건강하게 관리해서 생물다양성을 보존하면 좋은 효모들이 점점 더 늘어나 결과적으로는 좋은 와인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또 농약과 제초제를 사용하면 포도 껍질에 자연 배양되는 천연 효모가 파괴된다는 것도 증명했다. 현대의 내추럴 와인 생산자들 또한 쥘 쇼베와 다르지 않다. 그들은 최첨단의 양조 과학을 공부한 전문가들이다. 남부 론 지역의 내추럴 와인 생산 선구자라 할 만한 르 마젤(Le Mazel) 와이너리의 제랄드는 양조학 교수로 재직 중이기도 하고, 자신의 이름을 딴 도멘을 운영 중인 제롬 소리니(Jerome Saurigny)는 보르도 대학 와인양조학과를 졸업하고 포므롤 지역의 셀러 마스터이자 샤토 슈발 블랑의 셀러마스터와 정기적으로 협업하는 실력자다. 생테밀리옹 지역의 내추럴 와인 명사 샤토 멜레는 140년 전통의 양조 가문이자 양조계의 권위자를 다수 배출했다. 이들은 모두 좋은 와인을 만들기 위해 장인정신을 계승하며 수작업으로 와인을 만드는 사람들이지, 고리타분하게 옛것에 매달리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런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내추럴 와인 중에는 특이한 와인들이 있다. 후대 사람들이 분류하기 편하게 나눈 카테고리 안 어디에도 넣기 어렵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런 와인들을 별종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게 펫낫과 오렌지 와인이다. 펫낫(Pet-nat)은 프랑스어 ‘Petillant-Naturel’의 약자인데, ‘자연스러운 기포’라는 뜻이다. 화이트나 로제 와인을 양조하다가 발효가 다 끝나기 전에 병에 넣어 병 안에서 발효가 마무리되면서 맥주 정도의 자연스러운 거품이 생기는 스파클링 와인을 말한다. 포도 껍질에 있는 효모들이 복합적으로 발효돼 요구르트 같은 산미가 있는 것이 특징이고, 가벼운 향들이 병 밖으로 휘발되지 않아 상큼한 과실 향이 대단하다. 오렌지 와인은 오렌지로 만든 와인이 아니라 빛깔이 오렌지빛이라 붙은 이름이다. 화이트 와인은 보통 청포도의 즙을 짜서 주스만을 발효시키지만 즙과 껍질을 함께 발효하면 오렌지 와인이 된다. 포도 껍질의 색뿐 아니라 맛도 녹아나서 산화 숙성을 거치는 것이다. 청포도의 상큼함과 향도 있으면서 레드 와인 같은 보디감도 느낄 수 있어 독특하다. 레드 와인보다 나중 순서에 마시거나 메인 요리에 매치해도 좋은 와인이다. 그러니 이러한 별종들 앞에서 당황하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보길. 당신의 삶이 훨씬 아름다워질 것이다.

PICK
love me hate me, Milan nestarec

체코의 내추럴 와인인데, “포도로 만든다, 그 외엔 아무것도 없이(Made of Grapes, Nothing Else)”라는 강력한 슬로건을 가진 밀란 네스타레츠에서 만들었다. 보통 스위트 와인이나 가벼운 와인을 만드는 게부르츠트라미너 품종을 껍질과 함께 양조한 오렌지 와인으로, 진한 군고구마 향과 열대 과일 향이 가득한 매력적인 와인이다.(정구현)

글/ 정구현(내추럴 와인 전문 수입사 ‘벵베 서울’ 마케터)

 

결론적으로 나는 모든 내추럴 와인은 옳다고 말하고 싶다. 어떤 게 훌륭하고 어떤 게 별로냐의 담론을 떠나서 현재 와인을 만드는 방식 중에서 가장 좋은 무언가를 찾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 클레멍 토마상

 

내추럴 와인을 마신다는 것의 의미

왜 내추럴 와인을 좋아하세요? 사람들이 내게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다. 어느 날 갑자기 자고 일어나 보니 내추럴 와인과 사랑에 빠진 건 아니고, 최근에야 좋아하게 된 것도 아니다. 와인에 대한 오랜 경험 속에서 다양한 맛을 경험하고 수많은 와인 러버들을 만나면서 정착하게 된 곳이 내추럴 와인이라고나 할까. 단순히 맛있어서 좋아하는 게 아니라 이 와인을 만드는 사람들의 신념에 대한 존중이기도 하다. 내추럴 와인은 와인을 제조하는 한 가지 방법론이 아니라, 음식 또는 음료에 관한 세계적인 흐름이자 철학의 변화를 반영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지난 10여 년 동안은 컨벤셔널 와인 대신 오직 내추럴 와인만을 마셨다.

먼저, 내추럴 와인은 지구에 이롭다! 뭔가를 경작하는 것, 특히 대규모로 포도를 재배하는 것은 사실 엄청난 화학 과정을 거쳐야 한다.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흙을 오염시키거나 퇴화시키고, 하수 처리와 증류 과정에서 오염물이 생긴다. 와이너리 노동자나 주변 거주자들이 암 등의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가설도 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와인 한 잔의 기쁨을 위해서 지구에 해가 되는 행위를 모른 척한다는 게 말이 되나? 플라스틱 컵 대신 텀블러를 쓰는 것과 내추럴 와인을 마시는 건 비슷한 맥락이라는 이야기다.

게다가 마시는 사람의 건강에도 좋다. 앞에서 화학적 첨가물에 대해 말했을 때 이미 예상했겠지만, 내추럴 와인과 컨벤셔널 와인을 비교했을 때 병 안에 남는 잔류 농약의 양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한다. 또한 컨벤셔널 와인 제조 과정에 첨가되는 아황산염 또한 논란의 여지가 있는데, 이것이 마신 후의 숙취와 두통, 복통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내추럴 와인이 숙취가 적다는 말은 여기서 나온 것이다.(당신이 하루 저녁에 두세 병의 와인을 비워버리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그래서 내추럴 와인은 마실 때도 좀 더 편안한 느낌이 들고, 마신 후에도 더부룩함이 적다. 내추럴 와인을 주로 마시는 사람들이 컨벤셔널 와인을 더이상 못 마시겠다는 말은 유난이 아니라 사실인 셈이다.

그리고 내추럴 와인은 전통 방식을 따른다. 수천 년 동안 와인을 만들어온, 압도적으로 긴 역사를 생각해보면 길어야 50~60년 정도의 역사를 가진 현대적인 방식의 와인 메이커가 기술적으로 우세하다고 할 수 있을까. 수 세기 동안 자연에 적응해가며 포도를 키워온 유럽의 와이너리들이 내추럴 와인의 조상인 것이다. 패션이나 예술계에서 자주 이야기하는 ‘장인정신’이 내추럴 와인에 깃들어 있는 셈이다.

와인을 이야기할 때 ‘테루아’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포도 산지를 지칭하는 말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더 큰 범주로 포도주가 만들어지는 자연 환경 전체를 일컫는다. 토질이나 일조량 이외에, 흙 속에 있는 미네랄과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변수들이 포도 맛에 영향을 준다. 내추럴 와인의 경우, 어떤 인공적인 컨트롤 없이 각종 변수의 상호작용이 만드는 온갖 형태의 변주를 포함한다. 내추럴 와인만이 진짜 ‘테루아’의 결과물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다. 같은 지역에서 같은 생산자가 재배해도 만드는 사람조차 예측하기 어려운 각기 다른 맛이 나타나기에 내추럴 와인은 한 해에 많아봐야 수십 병, 적게는 열 병도 안 되는 생산량이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내추럴 와인은 해당 지역의 진정한 정체성을 품고 있는 것이고, 매년 다른 날씨와 다른 조건에 따라 변화하기 때문에 빈티지의 의미 또한 중요하다. 컨벤셔널 와인의 경우 사실상 빈티지가 거의 무의미할 정도로 매년 상당히 비슷한 맛을 내놓는다. 공장에서 같은 함량의 오렌지로 주스를 생산하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은 과정이다. 원래 와인에서 빈티지가 중요했던 이유가 바로 이 테루아 때문이고, 그 명맥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것은 내추럴 와인뿐이다.

보통 내추럴 와인은 개성이 너무 강해서 호불호가 갈린다는 말을 하기도 하지만, 어떤 맛과 향이든 자연에서 온 것이기 때문에 공장에서 만든 인공적인 무엇에 비해 거부감은 적을 것이다. 순수한 과일의 감각적인 맛과 향, 신선함을 방증하는 높은 산도와 다양한 광물질이 만들어내는 맛의 여운과 제 각각의 숙성도이 자유로운 변주에 적응하고 나면 당신도 모르게 중독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추럴 와인은 ‘살아 있다’. 그냥 표현으로서가 아니라 실제로 살아 있다. 병을 열어서 잔에 따를 때에도 잔마다 미세한 차이가 있고 입에 흘러 들어가는 첫 모금부터 마지막 방울 사이에도 디테일이 다르다. 첫인상과 다른 반전이 있는 사람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듯이 한 병을 비우는 짧은 시간에도 많은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내추럴 와인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내추럴 와인은 음식과의 조화가 상당히 좋다. 음식의 향과 풍미를 모두 가려버리지 않는 정도의 무게가 있고, 적당히 갈증을 해소해주고, 배부르고 무거운 음식도 훨씬 먹기 편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음료 본연의 가치에 충실한 역할을 한다고나 할까. 지역색, 포도 품종, 맛과 색깔 등이 생각보다 다양하기에 어떤 퀴진, 어떤 코스와도 어울릴 만한 내추럴 와인은 반드시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추럴 와인을 마시는 것은 정치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하나의 액션이다. 내추럴 와인은 전 공정에 사람이 개입하기에 인간의 노동력에 상응하는 가격을 책정하고, 소규모 농업의 미래적인 가치를 두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고 있다. 온갖 형태의 와인에 대한 규제나 현행법에서 놓치고 있는 부분에 대한 경종, 논콘포미즘(Nonconformism, 획일성을 지양하는 액션), 와인계에 만연한 엘리트주의 등과 관련이 있고,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심플한 라이프스타일과도 연결된다. 그런 철학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와인 메이커들을 지지한다는 의미에서 내추럴 와인을 마시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결론적으로 나는 모든 내추럴 와인은 옳다고 말하고 싶다. 어떤 게 훌륭하고 어떤 게 별로냐의 담론을 떠나서 현재 와인을 만드는 방식 중에서 가장 좋은 무언가를 찾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 살면서 만난 이들이 왜 내추럴 와인을 사랑하냐는 질문을 했을 때 그저 “재미있고, 즐길 만하니까요.”라고 답해온 것에 대해 한번쯤은 이렇게 설명하고 싶었다.

PICK
Faugeres, Domaine Leon Barral

항상 같은 와인을 추천하게 되는데, 2009년에 인생 최초로 마셔본 내추럴 와인인 도멘 레옹 바랄의 ‘포제르’다. 남프랑스의 레드 와인인데 복합적인 맛과 농축적인 향이 나며 놀라운 밸런스까지 갖춰 내추럴 와인의 정석과도 같다. 그 어떤 사람에게 추천해도 사랑받을 만하다.(클레멍 토마상)

글/ 클레멍 토마상(레스토랑 ‘제로 컴플렉스’ 소믈리에) 프리랜스 에디터/ 이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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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Park Jae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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