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 박물관 앞 드로잉 호텔

드로잉이 복도를 수놓고, 비디오 설치작품이 방 안을 채우며, 거대한 조각작품이 정원을 장악하고 있다. 예술로 충만한 프랑스의 호텔들로 당신을 초대한다.

Drawing Hotel
드로잉 호텔

Add 17 Rue de Richelieu, 75001 Paris
Tel +33 (0)1 73 62 11 11
www.drawinghotel.com

루브르와 장식박물관 코앞에 위치한 드로잉 호텔을 계획한 호텔 디렉터 카린 티소는 건장한 체격의 여장부다. 그는 12년 전부터 드로잉 나우(Drawing Now)라는 컨템퍼러리 드로잉 페어를 파리에서 열고 있다. 모든 것은 그의 어머니인 크리스틴 팔이 드로잉 아트센터인 드로잉 랩(Drawing Lab)을 주최하면서 시작되었다. 갤러리스트인 크리스틴은 드로잉에 애착을 갖고 있었고 실제로 많이 거래하기도 했다. 12년 전에 그의 지인인 어느 부동산 거래업자가 건물 한 채를 산 후 레노베이션을 기다리고 있는 동안 크리스타에게 건물을 사용해도 좋다고 했다. 그는 그곳에서 컨템퍼러리 드로잉을 주제로 한 전시를 열었고 전시는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처음에는 단발성 이벤트였지만 12년 후 이 전시는 카로 드 텅플의 거대한 전시장에서 매년 열리는 인지도 높은 아트페어, 드로잉 나우로 자리 잡았다.

호텔에 위치한 카페. 편안하면서도 실용적인 공간이다.

크리스틴의 딸인 카린은 자연스럽게 드로잉 나우에 합류하며 4년 전 드로잉 호텔을 구상하게 되었다. “제가 수집하는 작가들의 쇼윈도가 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파리에는 퐁피두 센터에 자리 잡은 카비네 드 라흐 그라픽(Cabinet de l’art Graphique)에서 많은 드로잉 컬렉션을 만날 수 있지만, 의외로 드로잉을 위주로 하는 컬렉션은 없거든요.”

카린은 다섯 명의 작가들에게 호텔의 5개 층 복도에 자유롭게 드로잉할 수 있는 재량을 주었다. “제가 원한 것은 각 층마다 정말 다른 세계가 펼쳐지는 것이었어요. 제가 컬렉팅을 하기도 하는 다섯 작가들이 그것을 잘해낼 것이라고 생각했구요.”

1층 복도를 꾸민 렉 앤드 소왓의 작품. 벽지, 조명, 카펫 등 모든 것을 제작했다.

맨 위층에는 스웨덴 출신 작가인 토마스 브루메(Thomas Broomé)가 그의 전형적인 레터링 스타일을 살려 글씨로 서재, 벽난로를 비롯하여 벽과 문에 달린 쇠시리 등을 재현해냈다. 3D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모든 벽에 디자인을 하고 그 디자인을 벽지 형식으로 만들어서 붙이는 방법으로 5층 복도 전체를 채웠는데, 알파벳으로 만들어진 가상의 세계가 흥미를 자아낸다.

“4층에는 프랑수아즈 페트로비치(Françoise Petrovich)라고, 제가 생각하기에 프랑스 최고의 수채화 작가가 자신만의 세계로 방문객을 초대합니다.” 프랑수아즈의 작품은 ‘눈꺼풀 뒤에(Derriére les Paupiers)’라는 제목으로 잠들기 전이나 잠에서 바로 깬 뒤에 눈을 감고 있을 때 나타나는 이미지들을 몽환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2층은 정말로 프랑수아즈의 집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데, 그녀의 집에 있는 벽 색과 그녀가 제작 주문한 카펫으로 마감이 되어 있기 때문이죠.”

3층을 맡은 클레멍 바고(Clément Bagot)는 2012년 드로잉 나우 상 출신으로 지도를 하늘에서 보는 관점으로 그리는 건축 데생 같은 그림이 인상적인 작가다. 3층 복도는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인공적인 건축 그림들로 꾸며졌는데, 일단 종이를 자기가 원하는 색으로 물들인 후 그위에 다른 기구 없이 손으로 가느다란 라인들을 겹쳐 그려 만들었다.

2층을 맡은 압델카데르 벤샤마(Abdelkader Benchamma)도 카린이 발굴한 작가다. 벽에 직접 그림을 그리는 작가는 이번 호텔 작업에서도 보름 동안 매일 2층 복도 벽에 붙어 특별한 숲 그림을 완성했다. “벤샤마의 그림에서는 검정 색이 불규칙하게 그림자가 되었다가, 라인이 되었다가, 역광을 나타내었다가 하며 새로운 효과를 나타냅니다.” 작가는 뉴욕의 드로잉 센터와 계약을 맺었고, 파리 빌레트 과학센터의 기다란 복도에 자신의 작품을 그리고 있는 중이다. “제가 발굴한 작가들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것을 볼 때마다 어마어마한 행복과 성취감을 느낍니다!”

압델카데르 벤샤마의 작품이 침대의 헤드로 되어 있는 방.

모든 복도가 아티스트들의 ‘손’에 맡겨진 대신 룸은 다른 방향으로 접근하기로 했다. “제가 생각하기에 호텔방은 손님들에게 휴식이 될 수 있는 공간이고 집 같은 공간이에요. 저는 이 쉼터를 침범하지 않기로 했어요.” 그녀는 니도라는 건축 스튜디오와 같이 이 공간들을 탄생시켰다. 컨템퍼러리하고 아늑한 디자인이고, 방에는 아티스트의 세계를 침대 헤드로 만드는 것만으로 충분히 개성을 부여한다. 필립 스탁의 의자와 프랑스 디자이너들의 가구로 꾸며진 방에는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커다란 책상과 공간을 잊어버리게 만드는 투명한 샤워로 안락함을 안겨준다.

호텔 외벽에 설치한 스테판 페로의 금속 작품.

호텔 외벽에도 특별한 작품이 하나 있다. 특별한 테크놀로지를 사용해 작품을 만드는 스테판 페로(Stéfane Perraud)의 금속 작품이 그것인데 언뜻 보면 흔한 데커레이션 같은 이 금색의 라인은 파리 시내를 통과하고 있는 여러 전파를 잡고 있는 안테나들이다. 이것은 호텔 안쪽에 놓인 기계로 인해 그 진동을 지진계가 매일 기록하고 있다. 그것으로 굉장히 리드미컬하고 그래픽한 라인으로 꽉 채워진 책을 만들어낸다.

호텔 지하에 위치한 150 평방미터의 전시 공간 드로잉 랩에 전시된 발렌틴 반 더 묄렌의 작품.

드로잉 호텔의 지하에서는 크리스틴 팔이 시작한 드로잉 랩을 150평방미터의 전시 공간에서 지속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해마다 4~5개의 전시가 열리고 보통은 카린이 발굴한 젊은 아티스트에게 재량권을 준다. 현재는 발렌틴 반 더 묄렌(Valentin Van Der Meulen)이라는 작가가 목탄과 검은 돌로 그린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재미있는 점은 아티스트가 관람객에게 색색의 크레파스를 주며 그 위에 원하는 것을 그리라고 한 것이다. 키아로 스쿠로의 흑백 사실주의 그림들은 2주가 지나며 형형색색의 추상적인 작품으로 발전해갔다. 드로잉 랩 스태프들은 그림이 변화해가는 과정을 사진으로 찍어 기록해냈는데 그 변형의 과정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드로잉 부티크에서는 카린이 손수 셀렉션한 프로덕트들을 만날 수 있다. 각종 미술과 드로잉 관련 서적, 디자이너의 오브제,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컬러링 북까지. 그녀는 차츰 드로잉 부티크와 독점적으로 컬래버레이션을 해서 프로덕트를 만들어갈 계획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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